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시또 전체글ll조회 1318l 4
1.자네 생활과 건강이라는 교양 들어 볼 생각 없는가.


복학생. 정학이나 휴학을 하고 있다가 다시 학교에 복귀한 학생. 현실은 군대갔다 온 아저씨. 건축학과 2학년으로 복학한 내가 바로 군대갔다온, 아직은 군바리 냄새가 채 빠지지 않은 복학생이다. 목표로 했던 금공이 우선순위에서 가장 밀리는 2학년이라는 이유로 좌절되고 머리를 감싸쥐던 내게 이호원은 어깨에 손을 탁 올리며 말했다. 자네 생활과 건강이라는 교양 들어 볼 생각 없는가. 물론 이런 말투는 아니었다. 대충 뉘앙스는 그랬었으니까….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라는 표정으로 이호원을 보며 나는 그랬다. 2학년이 왠 1학년 교양. 개꿀이라고 옆에서 촉새짓을 해대는 이호원의 얼굴을 쭉 밀어내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좀 조용히 햇!



1차 재신청 기간, 피시방 의자에 앉아 정신사납게 다리를 떨어대는 내게 이호원은 다시 말했다. 생활과 건강 꼭 들으라고. 그만큼 꿀인 수업이 없다며…. 니가 그렇게 싫어하는 발표가 없다니까? 계속 달달거리던 다리가 이호원의 그 한마디에 딱 멈췄다. 오 그래? 그뒤로 나는 수강신청이 열리자 마자 생활과 건강으로 달려들었다. 물론 그 덕분에 전공은 몇개 못 건졌다. 앓느니 죽지. 어차피 지난 일이니 그건 대충 덮어두기로 하고. 문제는 지금부터다. 금요일 11시에 있는 1학년 교양 생활과 건강은 중강당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라 완전히 대강의였다. 거의 100명에서 200명 가까이 듣는 수업에서 뭐 나 아는 사람 하나는 있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강의실에 들어왔던 나는 문을 열자마자 좌절을 맛보았다. 이보시오…. 어디서 새내기 냄새 나지 않소? 파릇파릇한 새내기들 사이에서 얼굴이 꺼죽하니 죽은 복학생인 나는 구석진 자리를 찾아 돌아다녔다. 하지만 늦게 온 탓인지 강의실 정중앙 자리만 남아있었고 이때부터 될 대로 되란 심정이 된 나는 그냥 조용이 정중앙 자리에 앉았다. 그래… 어차피 이거 아니면 학점도 모자라고. 독강이면 뭐 어때…. 휴대폰을 들어 이호원에게 카톡폭탄을 보냈다. 야. 이정도로. 1학년이 많으면. 어쩌자는. 거야. 이. 개자시….


"…저 혹시 옆자리 비었나요?"


어마어마한 기세로 욕을 보내던 중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화다닥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눈을 크게 뜬채 눈 앞의 왠 강아지 같은 남자를 바라봤다. 뭐야…. 나한테 한 소리인가? 남자의 표정이 점점 짜질 때 쯤 정신을 차린 나는 옆 책상에 올라가 있던 가방을 황급히 내렸다.


"아… 네 앉으세요."


가방을 내 책상 위로 올리며 힐끗 본 남자는 아랫입술을 잔뜩 내밀고 있었다. 뭐야 가방 좀 늦게 치워준걸로 삐진거야? 굉장히 속이 좁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던 내게 남자는 샐쭉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색히 입꼬리를 당겨 웃은 나도 따라 고개를 까딱였다. 아 이제 보니, 삐진게 아니라 원래 입술이 저렇게 생겼구나. 유레카라고 외치며 알몸으로 뛰쳐나왔던 아르키메데스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달까…. 엄청난 발견을 한 기분을 느끼며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기는데 옆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독강이신가봐요?"

"네? 아…. 네…."


처음보는 사이인데도 살갑게 말을 걸어오는 남자의 모습에 입안이 썼다. 왠지 귀찮은 사람에게 걸린 것 같은 기분이랄까. 벌써부터 대답하는 것에 귀찮음을 느끼며 남자를 바라보는데 또 뭐가 궁금한게 있는지 명란젓마냥 통통한 입술을 연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타이밍 좋게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뭔가 잔뜩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에게 향하던 시선이 교수님에게로 돌아가자 나도 남자를 보던 시선을 돌려 교수님을 바라봤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일찍 끝내겠다는 말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물론 그래야지. 간혹 개강 후 첫 시간임에도 수업을 신행하고 풀강의를 하는 교수님을 더러 봐왔던 터라 이런 상황은 완전 환영이었다. 어느정도의 융통성은 있으신거 같고. 출석도 부르지 않은채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식적인 교과목 개요나 교육 목표 따위를 간단히 말하는 교수님을 보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대체 저런건 왜 굳이 하는거지…. 그래도 1학년 교양이라 한가득인 새내기들은 교수님의 말에 초집중 상태였다. 아 물론 내 옆의 강아지남자도.


"강의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발표수업은 없을 예정이고 중간고사는 레포트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올ㅋ. 이거구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며 광대도 승천할 기세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발표수업이 없는것만 해도 최고인데 중간고사까지 레포트로 대체되다니. 이건 가히 개꿀이라고 할 만한 수업이었다. 이호원 사랑해. 이 강의를 추천해 준 호원에게 무한한 사랑을 느끼며 잔뜩 늘어져 등받이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아 참. 발표는 없지만 수업시간에 조를 짜서 파트너와 하는 활동이 몇가지 있을겁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칠테니 옆에 앉은 사람과 조를 짜든 아니면 다른 사람과 짜든 다음시간부터는 파트너와 함께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발랄한 새내기들이 발랄한 음성으로 인사를 하고는 웅성이기 시작했다. 누구와 파트너를 하냐며 저들끼리 신나있는 모습을 보다가 인중을 긁적였다. 난 누구랑 해야하는 거지. 새내기랑은 하기 싫은데. 새내기의 그 패기넘침과 발랄함을 견뎌낼 자신이 없던 나는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바글대는 새내기들을 쭉 훑어보았다. 왜 고학번은 나뿐인건가….


"독강이라고 하셨죠. 저도 이거 독강인데, 우리 파트너 할래요?"

"…예? 아….네."


옆에서 톡톡 치는 느낌에 다시 화들짝 놀라며 옆을 보자 강아지남자가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너구리…? 생긴건 완전 개과인데. 너구리나 아니면 곰, 족제비? 혼현이 쉬이 판단되지 않자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근데 너구리과도 있나? 왠만해선 바로 느껴지는데…. 완전히 처음 느껴지는 혼현에 약간 경계태세를 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어쨋든 새내기랑 한다면 한 번 앉아본 사람이랑 하는게 좋겠지. 교수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귀에 박힐 정도로 집중해서 듣던 모습을 기억해 내며 생각했다. 새내기…맞겠지? 어차피 먼저 말을 걸 자신은 없었으니까 먼저 말을 걸어 준 남자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뭐 대충 구원이 손길 그 비슷한 느낌이랄까. 뭉툭한 손이 휴대폰을 내밀며 번호를 달라고 하자 그 손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손도 좀…. 개 같네. 아 그러니까 강아지 같네.


"이름이 뭐예요?"

"건축학과 2학년 김성규요."

"어! 2학년이세요?!"


왜 고학번이 1학년 교양들으니까 놀랍니…. 이게 니 미래란다.


"네 2학년인데요."

"우와 저도 2학년인데! 다행이다. 다 1학년일 줄 알았거든요. 컴퓨터공학과 2학년 남우현 이예요. 아 그럼 동갑이니까 편하게 말 놔도 되지 성규야?"


이름도… 얼굴따라서 둥글거리네. 무턱대고 반말을 하며 이름을 불러대자 표정이 자연스럽게 썩어들어갔다. 안그렇게 생겨서는 얘도 군대를 다녀온건가? 하긴 이런 둥글둥글한 성격이면 군대에서도 선임들한테 예쁨을 받았을거 같긴 하다. 


"복학하셨어요?"

"…응?"


난 복학했는데…. 아…군대… 다녀오셨어요? 응. 아 그럼 스물세…. 넷, 재수했거든. 내 말이 끝나자 우현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아 얜 군대 안다녀 왔구나.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눈동자를 보며 생각했다. …생긴대로 포커페이스도 안된다. 당황한게 여실히 드러나는 표정에서는 복학생에게 감히 말을 놔서 자신에게 끼칠 피해 따위를 계산하는 중인것 같았다.


"뭐…. 그럼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해."

"아…. 네, 형."

"뭘 또 네야. 그냥 말 편하게 해. 내가 니 과 선배도 아니고…. 그냥 교양에서 만난거잖아."

"…아. 응. 알았어, 형."


형. 하는 말꼬리가 질질 늘어지는게 좀 머뭇거리는게 느껴졌다.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내 번호가 찍혀있는 우현의 휴대폰을 가리켰다. 문자보내. 저장하게. 머리가 떨어질 기세로 고개를 끄덕이는 우현의 모습에 결국 참지못한 웃음이 터졌다. 흡컥. 뭐 이따위 소리를 내며 웃는 내 모습에 우현의 표정이 잠시 썩는걸 본 듯 하기도 했다.








"야 어땠어?"

"……."

"……? 약했냐?"

"…이 새끼가."


학교 카페에 앉아 병신같은 표정을 지으며 약드립을 치는 호원의 얼굴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 족제비 새끼를 그냥 확. 한 입에 집어 삼켜버릴까 보다. 어땠냐는 말에 한껏 사랑스런 표정을 지으며 웃던 나를 보며 이호원이 지껄인 소리는 저런거였다. 하여튼 이새끼는 예뻐할려 해도 예뻐할 수가 없어요. 갱생의 여지가 없는 호원의 어깨에 팔을 턱하니 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참아야지…. 그래서 어땠냐고. 그걸 말이라고 묻나 최고였지. 올. 역시 자신의 말을 들으니 가만있다가도 개꿀강의를 듣는거라며 또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자 표정이 다시 가라앉았다. 그래 어쨋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 뭐라 하지는 않고 가만히 들어주고 있었다. 


"야 오늘 동아리 개총 가냐?"

"…어 맞다."

"…너 잊고있었지."

"……ㅋ."


내가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민망함에 웃는 나를 보던 호원이 고개를 젓는다. 나 아니면 누가 이거 챙기나. 뭐 임마? 내 앞에 놓여있던 아이스모카를 확 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손을 꽉 쥐었다. 저게 어디서 나보고 이거라고 하는거야. 여상한 표정으로 밀크티를 포카리를 마시는 것 처럼 꿀떡꿀떡 마신 호원이 머그잔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는다. 오늘 7시 칠성포차. 주어 목적어 다 어디다 버리고 딱 던진 한 마디였지만 대충 알아들었다. 그래 뭐, 우리 동아리가 가는데가 칠성포차 말고 또 어디있나. 움직이는 걸 제일 싫어하는 성격 탓에 동아리에 잘 참여하지는 않았었지만 개총은 빠지지 않고 갔었다. 물론 공짜술을 준다는 이유에서 였지만. 바닥에 남아있는 모카를 빨대로 쪽쪽 빨아내고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가게."

"…어디든. 내가 7시까지 카페에서 너랑 노가리나 까야겠냐?"

"……그건 그러네. 그럼 피시방가자."


가방을 챙겨든 나와 호원은 머그잔을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둔 채 카페를 벗어났다. 아따 날씨 한번 겁나게 좋네. 하늘을 보며 호쾌하게 말하자 호원이 못 볼것을 봤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표 어떤거 같아?"

"묻지마. 존나 헬이니까."

"푸훕!"


헬이라며 똥 씹은 표정을 짓는 성열을 보며 비웃음을 날려주었다. 마지막에 학점이 좀 모자라서 급하게 들어간 과목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꽤 꿀 시간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2학년이 되니 짬밥이 달라서 그런가! 작년 시간표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이게 바로 1년 짬밥의 위엄인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죽상을 짓고있는 성열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힘내거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나니."

"이건 또 뭔 개소리야."

"개소리라니! 이건 금 시간표를 만들어낸 금손 남우현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이자식 이거 또 미쳤구만.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성열의 머리를 툭 밀어버리곤 허허실실 웃었다. 니가 아무리 내 앞에서 똥표정을 지어도 소용이 없다 이 말씀! 왜냐, 나는 금 시간표니까. 문과대 건물 앞 벤치에 앉아 낮술로 맥주 한 캔 씩을 마시며 떠들어 대는 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굉장히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왜. 이게 뭐 어때서. 보란듯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난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단 말이다!


"야 나 수업가야되."

"뭐? 너 끝난거 아니었어?"

"나 2시부터 1시간짜리 하나 있다고 그랬잖아. 넌 내 말을 뭐로 듣는거야."


억울한 표정을 짓던 성열이 묘하게 화난 억양으로 따지듯 물어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속이 텅텅 비어버린 맥주캔을 와작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더 높아진 성열의 눈을 바라봤다. 이성열과 나는 꽤 키 차이가 나는 편이었는데 이 사실은 내게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성열은 희한하게도 내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 절대 이겨내질 못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밑에서 이성열을 올려다 보며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똥강아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때마다 이성열은 움찔 하기는 했으나 항상 내가 하고자 하는 대로 해주곤 했었으니까. 이번에도 성열을 올려다 보며 남우현 표 '똥강아지 표정'을 지었다.


"나…. 버리고 갈거냐?"

"…ㅁ…뭐?!"

"어차피 수강정정기간이어서 출석도 안부르잖아. 가봤자 오티따위나 할 거고. 나 지금부터 혼자 뭐하고 있으라구."


또 하나 이성열이 못이겨 내는 말꼬리 늘이기 까지 시전해 보이자 성열의 안면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아 이게 바로 안붕이구나. 선홍빛 잇몸을 한껏 드러내며 아이… 수업. 아…. 따위의 영구 박 터지는 소리를 해대던 성열은 그래서 어쩔건데? 나야 수업이야? 라는 내 개드립을 마지막으로 머리속에서 수업이라는 단어를 지운 듯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좋아. 어디갈까!







그렇게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캠퍼스를 벗어난 우리는 가던 길에 마주친 동기 두명과 당구장으로 향했다. 내기당구나 한 판 하자며 시비를 걸어오는 정훈과 우신의 말에 홀딱 넘어간 나는 당구라고는 좆도 못 치는 주제에 의기양양하게 당구장으로 들어왔다. 야 덤벼 덤벼! 손가락을 까딱이며 잔뜩 비아냥대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야 너 당구 못하잖아. 걱정되는 듯 옆에서 허리를 툭툭 쳐대는 성열의 손을 밀어냈다. 닥쳐! 당구는 니가 친다! 나는 단지 도울 뿐. 당당히 말하는 나를 보는 성열의 표정이 잠시 썩어들어가는 것 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이겠지….



"아 병신아. 잘 좀 해봐라."

"…시끄러. 집중 안 되니까 조용히 해."



계속 불안한 듯 옆에서 알짱대는 성열에게 손을 휘휘 젓고는 다시 손에 든 큣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눈을 반 쯤 찡그린 채 하얀 공을 노려봤다. 팔꿈치를 움직여 공을 탁 쳐내자 공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정훈과 우신이 엄청난 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야 이걸 당구라고 치냐?"

"야 남우현. 너 100은 치냐?"

"…시끄러!! 야 너네 빨리 해."


에라이 씨발. 투덜투덜대며 큣대를 신경질적으로 내려놨다. 짜증나…. 물론 원래 당구를 잘 하는데 오늘따라 안되서 짜증난 건 아니다. 원래도 못하는데 오늘따라 더 못하는거 같아서 화가 나는 거다. 원래는 이런식으로 병신샷을 날리지는 않았던거 같은데…. 내가 벽에 등을 기대고 잔뜩 뚱한 표정을 짓고있자 이성열이 휘적휘적 옆에 다가와 똑같이 벽에 등을 기대 선다. 슬슬 감정 컨트롤이 안되자 혼현이 슬그머니 나오려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 약하게 한숨소리가 나자 눈을 확 치켜뜨며 성열을 노려봤다. 이게 지금 속상한 사람이 누군데 지가 한숨을 쉬어?!


"이제 내가 니 차례에도 쳐도 되냐?"

"그러던가. 참 나…."


그런다고 결과가 바뀌나. 엄청나게 밀리고 있는 점수를 떠올리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물론 이성열이 당구를 좀… 아니 좀 많이 잘 치기는 한다. 그렇지만 이정도 점수차이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래 그러니까 내가 지금 충분히 미안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겁도없이 왠 내기당구를 하겠다고 지랄을 해서는…. 여전히 뚱해보이는 내 표정을 가만히 보던 성열이 진정하라는 듯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슬금슬금 나오려던 혼현이 쏙 들어가자 그제서야 성열이 자신의 큣대를 손에 든 채 긴 다리를 휘적이며 당구대로 걸어간다. 니가 해봤자지…. 은근히 무시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미친."

"…야 이건 좀."


순식간에 자신의 차례에서 점수를 따대는 성열을 보다가 입을 떡 벌렸다. 미친 저게 지금 이성열이 치는거라고? 언젠가 형이 환장하던 당구여신 차유람이라도 온 줄 알았다. 무표정으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공을 완벽하게 쳐대는데. 와… 무슨 당구 신이라도 내린줄…. 갑자기 기분이 확 상승곡선을 치고 올라갔다. 어쨋든 지금 중요한 건 이성열에게 당구 신이 들렸냐 안들렸냐가 아니라 내기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거다. 야호! 그럼 내기로 걸었던 맘스터치 싸이버거세트도 내가 안 사도 된다는 뜻이었다. 만세! 


"끝."

"미친 괴물새끼…. 야 너 당구 몇치냐. 이새끼 400넘는거 아냐?"

"아 몰라. 귀찮게 그런 걸 뭐하러 신경쓰냐?"


저게 바로 진정한 고수의 여유 뭐 이런거인가? 손을 귀찮다는 듯 휘적이는 성열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올ㅋ. 오빠 오늘 좀 멋진듯. 장난스럽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슴팍을 콕콕 찌르자 개소리 말라며 손을 쳐낸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심 자기도 기분 좋은듯 입꼬리가 한껏 올라가있다. 짜식. 기분 좋으면서 괜히. 어쨋든 오늘 점심값도 굳혔다. 저녁은 동아리 개총가야되니까 굳었고.


"자, 얼른 가자 맘스터치! 싸이버거!"


야호! 손을 공중에 비잉 돌리며 앞서 당구장을 나섰다. 뒤에서 저새끼 또 당구값 안내고 튄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깔끔히 무시. 신나는 발걸음으로 당구장에서 나와서 계단을 탁탁 빠르게 내려갔다. 뒤따라서 성열과 정훈, 우신이 내려오고 나는 방실방실 웃으며 성열의 옆에 섰다.


"야 너 좀 멋있더라?"

"참 나. 이제 알았냐? 나 멋있는 거?"

"……오냐. 이제 알았다."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성열의 배를 꽤 세게 주먹으로 내리쳤다. 억!! 하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굽힌 성열이 바닥에 쪼그려앉아 배를 끌어안고는 끙끙거린다. 어디서 잘난척이야. 재수없게! 여전히 끙끙대는 성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넌 아직 엉아한테 안 된단다. 머리가 헝클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인지 성열이 벌떡 일어나서는 씩씩대며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부라리며 덤벼든다.


"이게 누굴 죽이려고!!"

"뭐!! 안 죽었음 됐지!"

"이게 말이야 방구야. 안 죽었음 됐지?!"


왁! 큰 키를 이용해 내 등뒤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성열 덕분에 나는 한참을 휘청거렸다. 아이고 나 죽네!! 겨우겨우 무릎에 힘을 넣어 한 발 한 발 지탱하며 목에 감긴 팔을 꽉 쥐어뜯듯 잡았다. 이거 놔라 이 놈아! 누가 놓을 줄 알고? 매달리는건 포기한 성열이 바닥에 발을 딛더니 목에 감겨있던 팔을 풀지도 않고 헤드락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억! 목이 확 조이는 느낌에 팔을 바동거리며 나름의 저항을 했다. 하지만 먹혀들어가지 않는듯 이성열은 놓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한참을 버둥거리다가 정말 목이 끊어져 죽을 것 같아서 성열에게 우는 소리를 했다. 열아아… 나 죽을거 같아 진짜로….


"어….진짜? 그렇게 세게 했나?"


내가 우는 소리를 하자 성열은 언제 그랬냐는 듯 팔을 빠르게 풀어내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흥, 나쁜놈. 아프게 한것도 자기면서 괜찮냐고 물어보기는 겁나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병 주고 약 주냐? 빈정상했다는 말투로 투덜거리자 성열이 쩔쩔매며 옆에 붙어온다. 저거 또 시작이네. 정훈과 우신이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성열과 나에게 그 소리는 개미가 울어대는 소리보다 못한 것이었다.


"야아… 나무. 화났냐? 장난 좀 친거 가지고…."


물론 화 난건 아니다. 단지 가끔 이렇게 정색을 하고 무시를 해 줘야 이성열이 내 말을 잘 들으니까…. 가끔씩 하는…. 음…. 일종의 조련? 밀당? 뭐 그런거. 밀당이라기에는 너무 낯간지러우니까 단어가. 조련이 좋겠다. 그래 난 지금 이성열을 상대로 조련을 하고 있는거다. 내 말을 잘 듣도록. 암 그렇고 말고. 여전히 내 뒤를 화난 주인 뒤를 쫓는 똥개새끼 마냥 빨빨 쫓아오는 이성열의 모습에 결국 나는 푸하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아 진짜. 너 왜이르케 귀엽냐. 나 화 안났어. 그냥 해본거야. 내가 너랑 하루 이틀 살았냐, 뭐 이런걸로 내가 화를 낸다고."

"…야잌! 난 니가 진짜 화 난 줄 알았다고!!"


방방 뛰어대며 다시 덤벼들려는 성열의 허리를 덥썩 껴안고는 턱을 가슴팍에 기댄채 성열을 올려다 봤다. 당황한듯 눈이 한뼘 더 커진 성열을 보며 눈을 한껏 휘어 웃었다. 우리 성열이, 시끄러우니까 좀 닥치고 맘스터치나 갈까? 그…그래. 가자. 얼른….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ㅅㅈ
10년 전
독자2
첫댓이다 이거 드디어 올라왔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독방에서 보고 혼자 끙끙 앓았는데 렛서팬더 우횬이라니 이럼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ㄱ근데 심지어 성우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취향저격 대다나다...신알신 신청하구가요! 담편 기다릴게요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아...아아...아아아...진짜 남우현 씹덕ㅜㅜㅜㅜㅜ신알신 하고 가겠슴다^0^
10년 전
독자4
우혀니애교쩔 ㅜㅜㅜㅜ귀엽다 빨리성규랑우현이가만났으면..
10년 전
독자5
안녕하세요 네롱입니다.
10년 전
독자7
섹피물을 좋아하는데 우현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서 기대가 많습니다. 사실 독방에서도 봤는데 드디어 연재 시작하시네요. 1편 잘 읽었습니다. 아직 초반이라서 설정하신 게 더 나와봐야 알겠지만 성우열, 삼각관계. 왠지 모르게 치열할것 같아서 두근두근합니다. 신알신하고 가겠습니다.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10년 전
독자6
우현이 씹더규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할게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8
독방에서 봤어요. 성실연재만 해주시면 함께 달리겠습니다. 암호닉 호이호이.
10년 전
독자9
독방에서 봤어요ㅠㅠㅠㅠ 신알신 하고 갑니다! 암호닉은 레이튼이예요!
10년 전
독자10
후아후ㅏㅇ 독방에서 보고 괘발렸던썰이 여기있따니 츄ㅠㅠㅠㅠ 암호닉 엘여하고가여 신알신♡
10년 전
독자11
어휴ㅠㅠㅠㅜㅜㅠㅠㅠㅠ독방에서보고왔어요! 우현이가장난스럽지만 귀엽고사랑스럽게나오네요ㅜㅜㅜ 저도모르게상상하면서웃음이아주...ㅋㅋㅋㅋㅋ 성열이한테하는것도귀엽고 이제성규눈에얼마나귀엽게보일지.. 기대합니당!!! 신알신하고가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인피니트 [엘규] 다시 한번 60초 확장판 2. 그들의 만남은 우연한 만남이 아니었다2 60초 06.05 23:01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그의 누나의 유언.012 W.히비 06.05 15:42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7 잘해요 06.04 21:38
인피니트 [인피니트/성우] 상자ep211 시또 06.02 13:49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0 성우짱머겅 06.02 00:09
인피니트 [인피니트/성우] 상자ep111 시또 06.01 21:19
인피니트 [인피니트/남우현] 애정공세 장난아닌 남우현이랑 친구인 썰356 꼴뚜기밥 06.01 10:49
인피니트 [인피니트/엘성] 브라더콤플렉스1 워닝 06.01 01:37
인피니트 [엘규] 다시 한번 '60초'_ 164 60초 05.30 22:50
인피니트 [두규] 나는 니가 참 마음에 든다057 서님 05.27 02:11
인피니트 [현성] 금지된 사랑 中 05.26 20:27
인피니트 [인피니트/남우현] 애정공세 장난아닌 남우현이랑 친구인 썰264 꼴뚜기밥 05.25 21:18
인피니트 [규열] 아저씨 김성규X고등학생 이성열2 로시난테 05.25 21:11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청사초롱 불이 밝다:0151 규닝 05.25 01:26
인피니트 [엘규] 다시 한 번 '60초'_154 60초 05.24 02:02
인피니트 [인피니트] 음악 없는 도시 03 - 21 불낙지 05.24 01:27
인피니트 [인피니트/다각] LAST TARGET / 라스트 타겟 ; 전쟁의 서막 00 - 1 내 남편 05.23 19:49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4 성우짱머겅 05.20 20:55
인피니트 [엘규] 다시 한번 '60초'_146 60초 05.20 01:30
인피니트 [현성] 금지된 사랑7 05.19 19:13
인피니트 [두규] 나는 니가 참 마음에 든다0411 서님 05.19 00:40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0 성우짱머겅 05.18 21:38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0 성우짱머겅 05.18 05:45
인피니트 [엘규] 다시 한번 '60초'_136 60초 05.17 14:15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4 성우짱머겅 05.17 06:46
인피니트 [인피니트/야동]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218 김새벽 05.17 04:50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 05.17 03:08
전체 인기글 l 안내
6/10 7:44 ~ 6/10 7:46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