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 제노... 얼굴 너무 재밌다...
제노는 세자. 중전과의 사이에서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임금 덕에 명실상부한 왕위 계승 1순위. 태어나자 마자 원자로 책봉 돼, 단 한번도 손에 물을 묻혀본 적도 없었고 세자 시강원에서 공부만 했어. 그리고는 나이가 차자 마자 바로 세자에 책봉됐지. 임금은 세자에게 각별한 신경을 기울였고, 그 때문에 혼인도 점점 미뤄졌지. 세자가 아직 어리다, 세자에게 맞는 여인은 없는 거 같다, 라는 말로 미뤘거든.
여주는 의정부 우참찬의 고명 딸이자 막내 딸로써 세상의 나쁜 것은 볼 틈도 없이 자랐지. 어렸을 때부터 오라비들과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생활했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본 기억도 별로 없어. 집안의 하인들도 여주가 나쁜 것에 물들라 항상 전정긍긍하며 살았고. 의정부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과거에 급제해 성균관에 재학 중인 오라비, 이미 관직에 나아가 세자 시강원에서 세자를 보필하는 오라비가 있어 궁에서도 꽤나 유명했어. 궁에서 일하는 생각시들은 물론, 관직에 있는 사람들, 심지어는 임금과 왕비의 귀에도 의정부 우참찬의 막내딸의 이야기가 들렸으니까.
여주가 열 일곱이 되는 해, 궁에서는 금혼령을 내렸어. 세자의 혼례 때문이었지. 열 여덟의 세자가 이제서야 결혼을 한다니, 일각에서는 말이 많이 나왔어. 이미 내정자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다, 왕실의 놀음이다, 하는 말들이 백성들 사이에서는 퍼졌지. 그 말이 여주 집안에도 들어갔어. 집안의 일부에서는 여주의 이름을 처녀 단자에 넣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지. 여주는 결혼 적령기를 지났거든. 하지만 왕실에서는 허락해주지 않아. 모든 관리들에게 결혼하지 않은 딸의 이름은 처녀 단자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지. 결국 여주는 처녀 단자에 이름을 올려.
여주는 오라비들이 왜 그렇게 걱정하는지 알지 못했어. 그저 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두근거렸거든. 오라비들과 아버지가 수도 없이 드나드는 궁 안에 자기도 가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설렜지. 초간택을 통과하고, 재간택을 끝내고 집에 온 날이었어. 아버지께서 여주가 삼간택에 간다는 소식을 가지고 오셨지. 집 안에는 근심이 흘렀어. 여주가 삼간택에 간다는 소식과 함께 함안 조씨의 처녀가 가장 대왕대비의 친인척이고, 가장 유력한 세자빈 후보라는 소식도 함께 가져온 탓이지. 하지만 이번 세자빈 간택에서는 대왕대비가 아닌 임금이 직접, 간택에 참가했어. 여주가 세자빈이 되었지.
많은 날들이 지났고, 혼례 날이 왔어. 여주가 제노를, 제노가 여주를 처음으로 보는 날이었지. 여주는 본 순간, 제노에게 한 눈에 반했어. 세자의 얼굴에서 빛이 난다는 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게 원망스러울 정도였지. 혼례 날 후로 여주는 하루종일 제노를 기다렸어. 수를 놓다가도, 산책을 하다가도, 심지어는 밥을 먹다가도. 틈만 나면 궁녀를 불러다 제노의 안부를 물었고, 제노가 오지 않는 날에 눈물로 베개를 적신 적도 여러 날이지.
여주의 오라비들은 여주를 보러 가끔 세자빈 궁에 들렸어. 하나뿐인 여동생을 집에서 보지 못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지. 그 날도 오라비가 여주를 만나고 간 날이었어. 세자인 줄 알고 반가이 나갔다 보인 실망한 모습에 오라비는 서운한 기색을 비췄지. 마마, 이제 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으신가 봅니다.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저하가 보고싶으신 마음은 잘 알겠으나, 저에게 너무 자주 편지를 부치진 마십시오. 혹여나 오해를 살까 두렵습니다. 예, 주의하겠습니다. 시간이 늦었습니다. 저는 이만 일어날 터이니, 편히 쉬십시오. 조금 더 있다 가시지 않고요. 마마께서 쉬셔야지요. 여주는 가는 오라비의 뒷 모습 한 번, 제노가 오지 않는 뒷목 한 번, 보다 결국 고개를 돌려.
여주는 늘 앞을 서성였지. 혹시나 제노가 오지 않을까 하고, 김 상궁, 저하는 날 잊으신걸까... 하며 한탄을 하는 날도 여러 날이었고. 그날도 여느 날 처럼 제노를 기다리던 중이었지. 김 상궁, 오늘도 오지 않으시려나보다... 하며 들어가려 하는데, 누굴 그리 기다리신 겁니까? 하는 목소리가 들렸지. 제노였어. 저하! 누굴 그리 기다리셨습니까. 여주는 멘붕이겠지. 그래서 변명이랍시고 한 말이, 오라버니가 뵙고싶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아비가 아니라, 오라비라니. 조금 섭섭합니다. 저하도 뵙고 싶었습니다! 혼례 후로 도통 얼굴을 비춰주지 않으셔, 아니, 제 말은 그것이 아니오라... 무슨 말을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하고 웃는 제노.
오늘은 무얼 하셨습니까. 저는 수도 놓고, 책도 읽고... 아, 편지도 부쳤습니다. 편지는 누구에게 부치셨습니까. 아버지께 보냈습니다. 부원군께서는 강녕하십니까? 전하의 성은으로 그러하십니다. 그렇게 둘이 얘기하다 제노가 묻겠지. 세자빈께서는, 이 곳에만 계시는 게 지겹지는 아니하십니까? 예? 저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셋을 세면, 비현각으로 뛰어가는 것입니다. 둘이 뛰어가는 게 청춘영화 수준일듯. 가끔은 이리 숨도 돌리고,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전하께서 들으시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것 쯤은 눈 감아주실 분이십니다. 하면서 숨 돌리는 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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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인데 생각이 안 나서 한참 고민하다 다시 썼습니다. ㅋㅋㅋㅋㅋ큐ㅠㅠㅠ 요즘 정신이 없어서 글도 못 올렸네요. 분명 할로윈 때 보고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11월이 반이나 지나가려 하다니... 독자분들 날씨가 추우니까 다들 조심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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