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이가 유명해진 건 평창 올림픽 때문이었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서 헬멧을 벗고 머리를 터는 장면에서 한 번, 끝나고 난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두 번. 중, 고등학교 칠판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페북, 인스타같은 모든 SNS에도 잘생긴 선수, 대한민국의 희망같은 글로 이름을 올렸지. 실시간 검색어에는 밥 먹듯이 이름이 올라갔고, 예능이나 드라마 카메오, 잡지사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고. 인터뷰만 했다 하면 인터뷰의 내용이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기도 했지.
<장안의 화제, 나재민 선수를 만나다>
요즘 굉장히 핫하다. 인기를 실감하는가?
길거리 같은 곳에서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신다. 그리고 광고랑 방송 출연 요청이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웃음) 지금은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다.
부상으로 활동을 잠시간 쉬었었다. 부상을 극복한 후 세계 선수권에 바로 도전하게 됐었는데 그 때 당시의 기분은 어땠는가?
떨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 같다. 대회 출전 당시에 많이 떨렸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사실 부상 때 정신적인 고통도 커서 그냥 선수 생활을 접으려고 했었다. 그나마 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세계 선수권에 도전을 했던 거 같다.
방금 의지할 수 있었던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가? 여기서 밝힐 수 있는가?
아마 싫어할 것 같다. 본인의 얘기를 남에게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언급하면 그분에게도 피해가 갈 것 같다.
그 분이 이 인터뷰를 보고 계실지도 모른다. 그 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저 인터뷰가 뜨고 온 커뮤니티가 다 뒤집어졌어. 그 분이 누구일까부터 시작해서 여자친구다, 가족이다, 혹은 친구다, 친구인 쇼트트랙 이제노다, 피겨 황인준이다, 온갖 말이 다 나왔어. 하지만 여주는 저 인터뷰를 보고 뒷목을 잡는다.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일을 벌여놓은 걸까, 재민이는...?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두통 때문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어. 내가 못 살아, 진짜. 나재민 사고친 걸 어떻게 수습하지? 코치님은 뭐라고 하셨을까? 이 생각 뿐이었어.
여주는 피겨 국대야. 세계 선수권에서는 항상 1, 2위에 랭크됐고, 이번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땄어. 재민이 못지않게 유명한 선수였지. 항간에는 김연아를 이을 선수다, 연기력과 기술력 모두 빠지지 않는 선수가 한국에서 또 나왔다, 라는 말도 많이 돌았고, 외국 선수들도 여주를 부둥부둥 해. 여주가 은메달인 걸 확인하고 나서 코치님한테 안기는 영상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 귀엽고 깜찍하고 예쁜 거 우리 여주 다 해ㅠㅠㅠㅠㅠ 라는 팬들이 많이 생겼고.
재민이랑 여주가 만나게 된 건 인준이를 통해서야. 같은 중학교에 다녔고, 스케이팅 선수들끼리는 친하다고 하나 같은 종목이 아니면 잘 만나는 경우가 없어서 그 전까지는 서로 몰랐는데 인준이를 통해 친해졌지. 같은 중학교에 진학한 애들 중에는 피겨 전공이 여주와 인준이 둘 뿐이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인준이는 재민이, 제노, 동혁이랑 같이 무리지어 다녔거든. 여자 스케이팅 선수들이랑 떨어져 학교에 친구가 없는 바람에(...) 인준이와 붙어다니게 됐고, 세 명과 친해졌지. 사실 둘만 다녀도 상관 없었는데, 재민이가 인준이를 많이 졸랐어. 여주랑 친해지고 싶다고.
그렇게 친해지고 나서 재민이가 먼저 플러팅 함. 플러팅이라고 해봤자 여주는 못 알아챘지만... 여주 반찬 챙겨주고, 간식 사먹이고, 다이어트 할 때 옆에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는데도 여주는 재민이를 친구라고 생각했어... 주변에서 보는 애들만 속 터지고 인준이랑 동혁이는 눈물도 훔쳤다. 저 고답이를 어떻게 해... 이러면서. 그래도 재민이는 포기하지 않았어. 오히려 플러팅을 더 했으면 했지. 여주 대회 나갈 때 마다 챙겨주고 예쁘다 최고야 해주고 훈련할 때 주접도 1등으로 떨어주고 이러는데 여주가 어떻게 안 좋아하고 배기죠? 재민이의 끝없는 플러팅은 여주가 재민이한테 한 재민아,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로 막을 내리지.
여주는 자기가 재민이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밤새 고민했을 듯. 내가 재민이를? 근데 우리는 친군데. 나 재민이한테 차여서 다른 애들이랑도 멀어지면 어떡하지? 나 이제 밥 혼자 먹어야 하나? 이런 감정들로 며칠 동안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어서 살도 빠졌다... 연습할 때도 정신 나가서 코치님한테도 혼나고... 그래서 이렇게 될 바에는 한번 질러보자, 하고 링크장에서 집에 갈 때 재민이한테 말한 거. 재민아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근데 싫으면 막 거절해도 돼. 그, 내가 아니... 이렇게 주구장창 말 늘어놓는데 재민이가 여주 끌어안겠지. 나도 너 좋아해, 여주야. 이렇게 둘은 사귀게 됩니다.
둘이 사귀고 난 뒤에는 별 거 없음. 재민이의 주접과 부끄러워하는 여주 정도. 훈련 때문에 바빠서 데이트 할 시간도 별로 없지만 서로 링크장이 근처여서 집에갈 때 꼭 붙어서 가고. 주말에 가끔, 아주 가끔 영화 보고 밥 먹는 것 정도. 고등학생이 되고 국대가 되고 난 후에는 만날 시간이 더 부족해졌지. 하지만 사랑꾼 나재민, 중간 중간에 꼭 카톡하고 전화하고 자기 전에는 보톡하면서 잘 때까지 기다려주고. 역대급 벤츠남 면모를 갖췄어.
재민이랑 여주랑 공개연애하면 난리날 거 같다. 잘 어울린다, 예쁘다 라는 댓글부터 시작해서 역시 끼리끼리 논다더니... 하는 부러움 섞인 말들도 나올 거 같고. 재민이나 여주나 둘 다 서로를 너무 좋아하는게 보여져서 예쁨받을 거 같지. 피겨는 쇼트보다 선수 생활이 짧아서 일찍 은퇴하는데 여주는 연아님처럼 올림픽 두 번은 하고싶어요, 해서 재민이랑 같이 베이징 올림픽 준비할 거 같지. 사실 재민이는 여주가 일찍 은퇴해서 빵도 많이 먹고 치킨도 막 먹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우리 여주가 선수생활 더 하고싶다는데 어쩌겠어요... 그냥 이런 마음으로 지켜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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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둘이 결혼하는 거 까지 풀고싶었는데 너무 잠 와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독자님들 댓글 달고 포인트 받아가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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