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뭐하냐?"
"거참, 가만히 있어보라니까!"
이 도비새끼가 내 필통가지고 뭔 짓이야, 차마 때리지도 못하고 그냥 놔둬보기나 해보자. 어디 뭘 하는건지. 그런 심정으로 박찬열을 보고만 있는데 박찬열이 다 끝났는지 뿌듯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필통을 주었다. 이 개새…! 내가 필통에 낙서하는거 제일 싫어하는데 이 놈이 나를 건드리는구나. 나는 박찬열을 한대칠까 고민했지만 우선 그 안에 적은거 때문에 때릴수가 없었다. 박찬열 진짜 간만에 날 빵 터트리네ㅋㅋㅋㅋ미친 도비새끼ㅋㅋㅋㅋㅋㅋㅋ
*내 여자 건들지 마셈*
-ㅊㅇ-
그 글씨를 본 나는 푸하하하고 웃음을 터트렸고 박찬열에게 사랑의 총알을 발사하였다. 우리 학교는 남고, 쓸쓸한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이 지랄을 받아주는건 당연한 일이다. 친구사이의 애정표현이랄까? 그때 박찬열이 나를 안더니 "넌 내꺼니까 딴 놈한테 눈돌리지마"라고 하는 말을 듣고 신나게 웃으며 "너도 딴 여자한테 눈돌리면 죽는다?"라고 말을 해주자 찬열이도 이 상황이 웃긴지 푸하하하하며 웃기시작한다.
그때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즐거웠고
그때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행복했다
낡은 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