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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 ː Chapter 1, 소나기 (1)

 

 

 

1

 

 달조차 베일 너머로 숨은, 짙은 밤이었다. 누구 하나 존재하지 않는 듯 고요한 교실에 간간한 기침소리만이 생동감 있게 울렸다. 펜의 부드러운 갉작임이 가만히 귓가를 스치고, 때로 침 묻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는 기척. 창백한 형광등 빛이 아이들의 정수리에 따갑게 고여 있는 풍경을, 성열은 다만 무료히 응시했다.

 얼마나 남았을까.

 표지도 살피지 않고 집어든 책 위로 커다란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갔다. 시계의 초침은 소리 소문 없이 어느덧 ‘12’를 스쳐지나있었다. 이제 겨우 일 분. 성열의 입에서 옅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교탁에 버티고 선 학생주임의 시선이 이쪽을 훑었다. 성열은 황급히 펼친 책 사이로 얼굴을 숨겼다. 그러자 길게 자란 앞머리가 연신 눈꺼풀에 달라붙는 것이 퍽 거슬렸다. 까만 머리카락을 귀찮은 표정으로 어루만지며, 슬슬 자를 때가 된 모양이라 생각하던 성열이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손가락에 걸려있었다. 무심코 그것을 시야로 끌어오자 네모지게 접힌 쪽지 하나가 보였다. 저도 모르는 새 주위를 살폈다. 멍하니 창밖을 향한 채인 학생주임의 안색이 평온했다. 용케도 지금껏 들키지 않은 모양이다.

 잠시간의 망설임을 떨쳐내고 이내 쪽지를 펼쳤다. 연습장 귀퉁이를 잘라 만든 종이는 지나치게 많이 접은 탓인지 구깃구깃했다. 그 위로 소녀처럼 둥글한 글씨체가 나란히 수놓아져있었다.

 【끝나고 잠깐 좀 보자

 고작 한 줄에 여러 번 지웠다 쓴 흔적이 역력했다.

 성열의 눈길이 자연스레 어느 한 지점을 향했다. 앞에서 셋째 줄, 복도 가장 가까운 자리에 이 두서없는 쪽지의 주인이 앉아있었다. 옆도 뒤도 아닌 비스듬한 각에서 한창 문제집에 코를 박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문득, 어찌 되어도 좋은 의문이 떠올랐다. 쟨 이 거리에서 이걸 어떻게 인기척도 없이 던진 걸까. 그러다 다시 쪽지로 시선을 돌렸다. , , , , , , , .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날?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그렇게 코웃음을 치며 쪽지를 찢어버리려다 잠시, 멈칫했다.

 눈이 마주쳤다.

 그와, 김명수와.

 뿔테안경에 가리어진 무심한 눈동자가 어쩐지, 성열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시야에 성열이 머무른 시간은 극히 짧았다.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가 고개를 돌렸다.

 성열은 뇌 어딘가에 찌릿한 전류라도 흐른 것처럼 한참을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 피어난 것은 그런 종류의 감정이었다. 수렁인 양 깊고 어둔 그림자. 몸 전체를 옭아매는, 그래 마치 뱀의 혀 같은. 성열이 간신히 숨을 토해냈다.

 종이 울리고 있었다.

 

 

2

 

 이제 막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교내에 소란의 냄새가 감돌았다. 여느 때의 활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번잡함이었다. 성열 또한 한 손을 교정에 내민 채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린아이의 울음처럼 예고도 예의도 없는 소나기가 투둑투둑, 그의 손바닥을 적셨다.

 분명 삼십분 전까진 괜찮았는데.

 성열은 무능력한 기상청을 탓하며 젖은 손을 도로 끌어 모았다. 준비성이 철저한 건지, 드문드문 우산을 챙겨온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또는 일찍이 비상용으로 놓아두었던 우산을 펼쳐드는 부류도 있었다. 성열은 혹시 완벽주의자 호원이라면 우산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제 친구의 행방을 찾았다. 하지만 한참을 복도에서 헤매다 겨우 찾아낸 그는 이미 동우인지 뭔지 하는 다른 반 녀석과 한 우산을 쓰고 가기로 결정이 된 상태였다. 미안하다는 듯 웃음 지으며 호원이 성열에게 말했다.

 “좀 비좁긴 하겠지만……, 셋이서 쓰고 갈래?”

 물론 성열은 그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았다. 사실 저와 호원은 아직 절친하다 부를만한 단계까지 도달하지도 못하지 않았는가. 성열이 괜찮다며 고개를 젓자 호원의 눈가에 얼핏 안도감 비슷한 것이 스쳐지나갔다. 성열은 그가 건넨 호의에 보답하는 뜻으로 그 기색을 짐짓 모른 체 넘겨주었다.

 “그럼, 내일 봐.”

 

 그렇게 하나 둘 일행의 우산 밑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가방을 머리에 뒤집어 쓴 채 달려가거나 가족에게 콜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성열 또한 고민에 잠기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저도 가족을 부르고 싶었지만 맞벌이를 하는 그의 부모님은 밤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지쳐 돌아올 때가 잦았다. 그런 분들을 이만한 일로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뛰어갈까.

 성열이 밖을 내다보며 꿀꺽 침을 삼켰다. 그렇다고 걸어서 이십 분이나 되는 거리를, 이 억센 빗줄기를 뚫으며 나아갈 자신 또한 없는 게 사실이었다.

 어쩌지…….

 그 때 옆에서 누군가 팡, 하고 우산을 펼쳤다. 성열은 더욱 쪼그라들어 가방을 품에 껴안은 자세로 엉거주춤 몸을 웅크렸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아직 퇴근 안 하신 선생님께 태워달라고 그래볼까. , 왜 기상청은 정확한 날씨를 안 알려주는 거야. 왜 난 고작 우산 하날 안 챙겨들고 다니는 거야.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곁의 인기척이 사라지질 않는 것이다. 의아하다고 느낀 성열은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

 그곳에 서있는 게 누구인지를 깨달은 찰나, 성열의 눈이 토끼 마냥 크게 떠졌다.

 “, 너 왜, 여기에……,”

 “끝나면.”

 마치 쏟아지는 비처럼 청량한 음성으로, 그가 말했다.

 “잠깐 보자고 했잖아.”

 안경을 끼지 않은 김명수의 모습은 어딘지 묘한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성열은 자신을 향하는 그 시선이 껄끄러워 저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았다. 자연스레 어찌할 바 없는 침묵이 이어졌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우리 사이에 이렇듯 먼 간극이 자리하게 된 걸까.

 네가.

 네가 일방적으로 나를 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성열은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방을 툭툭 털고 집까지 뛰어갈 채비를 했다. 너랑은, 너랑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아냈다. 그저 깨물어 붉어진 입술로 단 세 음절만을 내뱉었을 뿐이다.

 “잘 가라.”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

 

팬픽을 써보는 건 처음이네요.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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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앆!ㅠㅠㅠㅠㅠ 금손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엉ㅇ엉 무슨일일까요 수열이들 ㅠㅠㅠㅠ엉엉 진짜 입벌리고 봤네요ㅠㅠ엉엉 그대 신알신하고갈께요!
12년 전
스위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12년 전
독자2
어머...이게무슨고퀄이래..금손돋네요..와..단비같아..신알신꾸욱!!누르고가요!!
12년 전
스위치
과찬이세요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독자3
헐쩐다 ㅜㅜ 진짜 기대할께요 ㅎ
12년 전
스위치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
12년 전
독자4
감귤이라고합니다 어익후겁나대박임....신알신할게영그대
12년 전
스위치
취향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D
12년 전
독자5
헐....?좋다......나 이런거너므조아 ㅠㅠ아련한거조아 ㅠㅠ
12년 전
스위치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다음 편도 잘 부탁드려요 : )
12년 전
독자6
ㅠㅠㅠ 제가더잘부탁드려요!!!!ㅠㅠ 작가님께절강제선물살게요 절가지세요 제가 집안일해드릴까요...?ㅠㅠ
12년 전
스위치
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하지만 그저 읽어주시는 것만으로 보람입니다.
12년 전
독자7
ㅋㅋㅋㅋ정말사랑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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