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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 ː Chapter 1, 소나기 (2) 



 

 

3

 

 이른 알람이 뻗친 머리칼 틈을 헤집고 있었다. 성열은 이불 속에서 꿈지럭꿈지럭 팔만 내밀어 겨우 자명종의 머리를 눌렀다. 아아. 길게 내뱉는 한숨 끝에 얼핏 쇳소리가 묻어났다. 어쩐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창문 너머로 간밤의 울음기를 감춘 햇살이 스며들었다. 아버지의 덜 깎은 수염 마냥 뺨을 마구 문대어오는 그것에 정신이 어질했다. 블라인드를 좀 더 내리고, 성열은 한층 더 이불로 파고들었다. 아득히 깊은 바다가 정수리 위에 차오르고 있었다. 그의 곁을 맴돌던 흰긴수염고래가 잿빛 몸체로 자맥질을 했다. ……. 고래가 한 번 떠오를 때마다 지난 꿈은 덜 쓸어 담은 유리파편처럼 지저분하게 흩어졌다.

 가로등.

 가로등 밑에서, 누군가 저를 바라보았던 것 같다. 그 눈가에 짙은 안개가 끼여 있었다. 뜨뜻미지근한 바람이 불었고…… 물먹은 발음으로, 전해지지 않는 말을 누군가는 계속해서 반복했다. 두 발로 버티고 서있는 것조차 버거워 바들거렸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다 그림자가 한 발 가까워졌다. 자연스레 뒷걸음질 치자,

 누군가가, 아주 슬픈 표정으로 웃었다.

 성열은 그만 고개를 흔들었다. 더 늑장부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서 씻고 나가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며 상체를 일으키는데, 열화 비슷한 것이 갑작스레 관자놀이를 꿰뚫고 지나갔다. 성열은 황급히 숨을 뱉었다. 폭설에 파묻힌 마냥 등허리를 타고 오한이 돌았다.

 기침이 쏟아졌다. 연신 덜컹대는 어깨를 웅크리며 성열이 앓는 소리를 냈다. 전신이 매타작이라도 당한 듯했다.

 몸살, 인가.

 이마를 짚어보았다. 손이 뜨거운 건지 이마가 뜨거운 건지 도무지 분간이 힘들었다. 병원……, 아니 일단 학교에 전화부터……. 흐릿한 눈동자로 방 안을 훑자 지난밤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보였다. 성열이 비틀대며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땀 때문인지 단순히 힘이 빠진 탓인지 자꾸만 휴대폰이 손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성열은 몇 번 더 사투를 벌이다 그만 제풀에 지쳐 포기하고 말았다. 이 이상은 발끝 하나 옴짝달싹하기 힘들었다.

 책상에 등을 기댄 채 스르르 미끄러지며, 성열이 생각했다.

 아, 학교에 전화해야 하는데…….

 

 

4

 

 조회시간이었다. 교사의 등장과 함께 교실은 언제나 그랬듯 조용한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마찬가지로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인사가 이어지고, 대강 앉으라는 손짓을 보낸 교사가 익숙한 눈짓으로 교실을 훑었다. 서른 개 좀 넘는 자리는 일상처럼 고만고만한 얼굴들로 빼곡히 메워져있었다. 오늘도 무사통과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교사가 일순 멈칫했다. 맨 뒷자리 하나가 비어있는 것이 보였다.

 “저기 빈자리 누구지?”

 평소와는 조금 엇갈린 흐름에, 아이들의 시선이 교사를 쫓았다. 온통 문제집이며 필기용품으로 가득 찬 다른 책상과는 달리 홀로 외딴섬인 양 말간 공간이었다. 머뭇대는 아이들 사이로 그나마 가장 가까이 앉은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성열이요…….”

 한창 문자질에 여념이 없던 호원이 고개를 든 것도 그 즈음의 일이었다. 뒤를 돌아보자, 본래대로라면 두 칸 떨어진 곳에 앉아있었을 성열이 오늘은 온데간데없었다. 동우와의 수다에 심취해 그가 등교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살피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제 집엔 잘 들어갔을까. 호원이 멋쩍은 듯 볼을 긁었다. 이제야 그런 걱정을 하는 자신이 조금, 무신경하게 느껴진 탓이다.

 “혹시 오늘 이성열한테 따로 연락받은 사람 없나?”

 다음 차례로 이어진 교사의 물음에, 교실은 금방 다시 어수선해졌다. 저마다 어깨를 돌려 앉아 별 영양가 없는 몇 마디씩을 나누고 평소에는 그다지 눈길 갈 일 없는 자리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일과에 익숙한 그들에게 이 정도의 비일상적 요소는 상당한 환기거리였다.

 그렇게 수군거림이 점차로 커져가던 찰나였다. 교사가 조용히 하라며 교탁을 두드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호원의 오른편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성열이 오늘 아파서 쉰대요.”

 나지막한 그 음성은 기교도 없이 단숨에 교실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마치 소년처럼, 아직 맑은 기색을 품고 있는 목소리였다. 호원은 저도 모르게 탄산수를 떠올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의외의 인물이 앉아있었다.

 “김명수……?”

 놀랍다는 듯 이름을 중얼거리자 그의, 어딘지 종잡을 수 없는 눈빛이 이쪽을 향했다. 저 녀석 목소리가 이랬던가.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삼 개월째. 김명수에 대한 호원의 감상은 그가 굉장히 고독해 보이는 부류의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 주위에 두꺼운 방벽을 쳐놓고,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자신 쪽에서 다가가는 것도 일체 허용하지 않는 듯한 부분이 있었다. 호원은 김명수가 다른 아이와 웃고 대화하며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다만 그는 언제나 먼 곳에서 그저 혼자였다.

 때때로 그가 자신의 시야 한 귀퉁이에 머무르곤 할 때면, 호원은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아인 무엇을 그렇게 참고 있는 걸까. 김명수의 눈에선 늘 타오르다 만 열망이 보였다. 끓어오르는 순간 가라앉고, 피어나는 순간 져버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성보다는 길들여진 동물의 본능에 가까웠다. 누르고 누르다 결국엔 질병이 되어버린 악습. 자신이 무엇을 그렇게 절제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다만 억누를 뿐인, 그런.

 그래서일까. 호원은 손끝 한 번 닿은 적 없는 인간 김명수가, 그런 그의 눈동자가 참으로 가엾다고 생각했다.

 “그러냐? 명수 네가 성열이랑 친하다니 뜻밖이군.”

 교사는 말 그대로 예상외라는 표정을 지은 채 명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의 대꾸 없이 풀던 문제집으로 재차 시선을 돌렸다.

 잠시 가라앉은 듯했던 소음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장 호원의 옆자리에 앉은 성종부터가 괜히 팔뚝을 쿡쿡 찌르며 들뜬 표정으로 말해왔다.

 “, 너 쟤 목소리 들었어? 대박. 나 김명수가 말하는 거 처음 봐.”

 호원은 그에 뭐라 대꾸할 말이 없어,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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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비를 맞고 가더니 결국 앓아 누워버렸네요 아프지 말아야 할텐데.. 결국 전화도 못하고 앓아 누워버렸네요.. 호원이도 모르고 있고.. 그런데 어떻게 명수가 알았을까요,..? 정말 무슨 관계였을까요.. 명수는 말을 안하는 조용한 학생일텐데.... 같은반 학생들이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고 하는것을 보면 음.. 브금하고 문체가 너무 잘맞네요! 문체가 깔끔해서 너무 좋네요 엉엉 그대! 이번편도 잘 읽고 갑니다! 저는 1번이라고 불러주세요! 허허 저는 저번편에서 익인1이였습니다! 그대 다음편에도 올께요!
12년 전
스위치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BGM은 제가 좋아하는 곡이에요 ^^ 잘 어울린다니 기쁘네요. 다음 편도 잘 부탁드려요 1번님!
12년 전
독자2
헐..열라좋다..신알신하고가요..짱이에요쩔어요진짜..
12년 전
스위치
과분한 말씀이세요 ^^; 다음 편도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2년 전
독자3
우와 글 진짜 좋다......
12년 전
스위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
12년 전
독자4
위치 그대 저또왔어요.....역시 좀 많이짱인듯!!!!!!!ㅠㅠㅠ나정말이런분위기있는거너므좋아ㅠㅠ
12년 전
스위치
안녕하세요 :Dㅋㅋ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12년 전
독자6
당연하죠!!!!!!!
12년 전
독자5
아..그대글은마성이에요..저또왓어요..내치지마요..명수야..의외다..니가말할줄이야...허우...앞으로저를반례하로기억해주세요..
12년 전
스위치
내칠 리가 있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례하님 :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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