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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수열] 간극 ː Chapter 1, 소나기 (5) | 인스티즈

 

 

 

 

간극 ː Chapter 1, 소나기 (5)

 

 

 

9

 

 “이성열, 너 김명수랑 친해?”

 또 이 질문이다. 성열은 자연스레 미간을 찌푸렸다. 다소 신경질적인 태도로 고개를 돌리자 호기심어린 아이의 눈동자가 곧장 시야를 하얗게 침범해왔다. 흡사 계집애 같은 외모와 나긋나긋한 어투, 한 계단 위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생글 웃는 다소곳한 표정까지. 정말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한군데도 없는 녀석이었다.

 “그러니까 안 친하다고 했잖아.”

 손에 든 빵을 한 입 베물고선 성열이 아이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내내 미소만 떠있던 희멀건 얼굴에 일순 불만 비슷한 것이 삐죽 솟아났다. 댓 발 내민 입술로 툴툴대며 아이가 반문했다.

 “그럼 어제 김명수가 말했던 건 뭔데? 너희 뭐 있지, 그치?”

 “진짜 그딴 거 없다고. 안 그래도 지금 머리 복잡해 죽겠으니까 적당히 하고 저리 좀 가라, ?”

 “싫어. 알려줄 때까지 안 갈 거야.”

 이건 무슨. 성열은 그만 할 말이 없어졌다. 애당초 아이와 자신은 평소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아이에 대한 성열의 인식이라고 해봐야 같은 반’, ‘호원의 옆자리’, ‘여자 같다뭐 이 정도의 소소함으로 몇 번 덧칠된 정도. 그 이상은 생각해본 적도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와 이렇게 거머리마냥 들러붙는 건 대체……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넉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종잇조각 같은 빵을 겨우 씹어 삼킨 성열이 다음 순서로 사과주스를 집어 들었다. 와중에 어쩐지 눈길을 둘 곳이 애매해 운동장을 향했다. 한창 축구며 농구에 여념이 없는 학우들의 모습이 먼지바람과 함께 흩날렸다. 성열은 애늙은이인 양 혀를 끌끌 찼다. 인생에서 삼대욕구에 대한 집착이 가장 왕성할 시기건만, 한창 때의 고등학생들이 밥도 포기하고 운동에 여념이 없는 풍경은 아무리 봐도 경이로울 정도였다.

 “패스! 패스해!”

 발바닥에 땀나도록 흙바닥 위를 구르던 그들의 입에서 곧 함성과 탄식이 비슷한 비율로 쏟아졌다. 누군가 오른쪽 골대에 막 슛을 넣은 참이었다. 준 국가대표 급의 세러모니를 뽐내며 행운의 사나이가 운동장을 내달렸다. 다른 사람이 보면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줄 알겠네. 성열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별안간 흥에 취한 그가 웃통을 훌렁 벗어던지는 것이다. 순간, 입에 머금은 주스를 그대로 내뿜을 뻔했다.

 “저 자식 저거 저럴 줄 알았어. , 남우현! 내가 아무데서나 웃통 까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연신 콜록대는 성열의 너머로 저쪽 벤치에서 웬 소년이 벌떡 일어섰다. 마치 여우를 의인화시켜놓은 듯한 용모의 소유자였다. 특유의 찢어진 눈매로 씩씩거리던 소년이 이내 운동장 한복판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 나갔다. 공기보다 더 뜨거운 숨을 뱉으며 성열은 눈으로만 그 모습을 쫓았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성규야 항복. 항복! 항복한다고 김성규. 항복!”

 “닥쳐, 이 노출증 변태야!”

 찰나였다. 봄바람처럼 싱그러운 음성이 불현듯 성열의 귓가를 감싸 안았다.

 「뭐야, 이성열. 너 때문에 졌잖아! 약속대로 아이스크림 사라.

 성열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이미 먼 기억의 저편에 묻어둔 목소리였다.

 “쟤들은 이 더운 날에 지치지도 않나.”

 손부채질을 하던 아이가 질린다는 어투로 중얼거렸다. 성열은 빵 포장지를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덩달아 아이도 가벼운 엉덩이를 일으켰다.

 “가게?”

 “……, 이성종.”

 “?”

 성열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어딘지 순진무구한 그 눈동자와 마주하자 가슴 한 켠이 저도 모르게 저릿했다.

 무심코

 닮았다, 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음에 놀랐다. 어째서 지금껏 눈치 채지 못했던 걸까.

 재촉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성열은 겨우 목을 가다듬고 말문을 이었다.

 “궁금하다던 거 말인데.”

 “, ! 이제야 드디어 말해줄 마음이 생긴 거야?”

 아이의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돌았다. 만일 꼬리라도 달렸다면 잠시를 참지 못하고 붕붕 흔들어댈 태세였다. 불쑥 코앞까지 드리워진 기대의 그림자를 밀어내며 성열이 재빨리 뒷말을 내뱉었다.

 “그거, 김명수한테 가서 물어봐라.”

 “?”

 “나도 그 자식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으니까. 간다.”

 “? , 잠깐만. !”

 이성열. 이어지는 부름에 등을 돌린 채로 성열은 걸음을 재촉했다. 아이가 다급히 팔을 내밀었다. 하지만 굳게 닫힌 뒷모습이 더 이상의 호기심을 거부하고 있었다. 아이는 입맛을 쩝 다시곤 거둔 손으로 볼을 긁었다. 순식간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기분이었다.

 김명수한테 가서 물어보라니. 어쩐지 한숨이 새어나왔다.

 “……김명수가 말해줬으면 내가 너한테 왜 왔겠냐.”

 그러다 문득, 하늘로 시선이 갔다. 녹아내린 구름이 슬그머니 아이의 이마에 발을 들여놓았다. 아이는 코를 찌르는 더위를 느끼며 느릿하게 눈을 슴벅였다. 점심시간의 교사는 아우성 속의 고요라는 표현이 딱 알맞게끔 평화로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 그 무엇도 다만 제자리에 머물러있을 뿐인, 그런. 세계.

 아이는 이만 계단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참을 수 없는 염증이 밀려왔다.

 

 

 

 

 

-

 

원래대로라면 좀 더 일찍 올라왔어야 했지만 예상치 않은 고기 포식으로 인해 다소 늦어졌네요. 혹시 기다리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ㅠㅠ

1부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Chapter 2, 안개에서 다시 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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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기다렷엇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스위치
초스피드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얼른 쓰고 싶어서 좀이 쑤시던 참이었어요 ㅠㅠㅠ
11년 전
독자2
헐ㅋ 나이거처음보는데....신알신하구가여! 모티로 처음부터봐야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스위치
감사합니다 : ) 다음 편도 잘 부탁드려요!
11년 전
독자4
정주행하고왔어요ㅋㅋㅋㅋ와.....아련아련ㅠㅠㅠ뭐 이런작품이다있고 좋네요ㅠㅠㅠㅠ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고구마예요ㅋㅋㅋ!
11년 전
스위치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고구마님 ^^
11년 전
독자3
전구에여ㅠㅠㅠㅠ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 깨알같이 우현이랑 성경도 나오고....대체 명수랑 성열이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ㅠㅠㅠ
11년 전
스위치
늦어서 죄송해요 T_T 아이들의 이야기는 아마 2부 쯤에서 밝혀지리라 예상하고 있어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
11년 전
독자5
반례하!!많이기다렷어요그대..얼마나기다렷는데..소나기가끝나나다니..이제안개..기다려져요그대ㅎㅎㅎ또찾아올게요!ㅎㅎ
11년 전
스위치
안녕하세요, 반례하님 : )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해요 ㅠㅠ 챕터 2도 잘 부탁드릴게요!
11년 전
독자6
1번이에여!!!!!!!!ㅠㅠㅠㅠㅠㅠ 소나기는 이렇게 끝이 났네요! 음.... 우현이랑 성규랑도 아는 사이였을까요? 오오 안개...! 안개도 정말정말 기다려지네요! 그대 오늘도 잘 읽고갑니다~
11년 전
스위치
1번님 반가워요!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부디 완결까지 함께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
11년 전
독자7
딴 짓하다가 이제야 보러 왔어요ㅠㅠㅠㅠ아 오늘도 아련돋는.....ㅜㅠㅠㅠㅠㅠㅜㅠㅠ징짜 간극은 짜장이야1!! 아 물논 링크도...몰입해서 잘 보고 잇습니다.. 어느 한 작품만 편애하는 건 아니에요ㅋㅋㅋㅋㅋ그러고 보니까 저 매회 댓글 달았는데 암호가 없었어요ㅠㅠㅠ에비라고 불러주세요!!! 텍파 신청도 할 거니까 댓글은 요기까지ㅎㅎㅎ
11년 전
스위치
반갑습니다 에비님 !_! 두 작품 모두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 곧 시작될 2부도 잘 부탁드릴게요!
11년 전
독자8
개샴푸에요!! 못봤던거 까지 다봤네욬ㅋㅋㅋㅋㅋㅋㅋ 이제 텍파 신청하러 가겠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진짜 명수와 성열이의 정확환관계가 느므 궁굼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스위치
늘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요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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