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굉장히 멍청한 표정으로 그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애석하게도 그 멍청한 표정을 꽤 오래 보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는 그 남자 또한 말을 꺼내지 않을 심산인 듯 해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붙였다.
"또 오셨네요?"
"...네."
아니 단답 열매를 백 개라도 씹어드신 건지 말을 이어 갈 여지를 전혀 안 주면 나더러 어쩌라는 건데... (오열)
조용한 카페 분위기랑은 어울리지 않지만 본인 혼자 꿋꿋히 어울리다고 믿고 있는 노래가 마침 우리 사이의 적막을 깨트렸다.
사실 우리 카페 단골들은 내가 빅스 빠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 아침 열 시부터 밤 열두 시까지 빅스 노래만 주구장창 나오는데 그 누가 알지 않고 못 배길까.
"라떼 주세요. 카페라떼. 달..."
"달게. 맞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본인이 해야 할 말을 내게 먹혀서인지 새카만 선글라스 뒤 눈동자가 방황하는 게 슬쩍 보였다. 꽤 귀여운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그 남자가 카페에 오기 시작한 그 날부터 나는 여덟 시에 가까워질 수록 묘한 흥분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인지 자꾸만 보고 싶어지고, 왜인지 자꾸만 내 마음이 요동을 쳐댔다. 콘서트에서 느꼈던 기분이랑은 사뭇 다른 것이 무슨 감정인지 본인조차 전혀 갈피를 못 잡는 중이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마인드로 나는 요즘 꽤 즐거운 표정으로 그 남자를 맞이한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가 오면 나는 라떼를 만든다. 한여름 날 혼자 겨울을 겪고 있는 패션에도 나름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마음 속 별들에게 그 남자의 일을 모조리 다 털어놓는 중이다. 바빠서 읽지 안 읽을 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빅스는 암울한 학창 시절 내 유일한 빛이었다. 그리고 나는 최근 또 다른 빛을 발견한 것만 같았다.
뭐야, 나 지금 정체불명의 남자한테 설레여 하고 있는 거야?
딸랑
"오셨어요?"
한 키 정도 높아진 내 목소리를 나는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왜? 그러니까 나 요즘 왜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들뜨는 건데?
일주일 정도 지난 지금, 처음 온 그와 지금의 그의 다른 점은 바로...
"요즘 사장님한테 계속 조르는 중이에요. 가게에서 고양이나 강아지 기르면 안 되느냐구."
"..."
"어차피 종일 사장님은 오지도 않고 돌보는 것도 관리하는 것도 나인데, 왜 이렇게 허락을 안 해주시는 지 모르겠어요."
내가 가지고 온 커피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 자리에 앉아 이렇게 내 얘기를 들어준다는 점이다.
나는 하루 일과 중 이 시간이 제일 신나고 행복하다.
...아니 행복? 나 방금 행복이라고 한 거야? 아무래도 그 남자가 나한테 어마어마한 주술이라도 걸어둔 게 분명하다.
...뭐, 행복해지는 주술이라면 나야 거부 할 이유는 없지만.
"아무튼 나는 절대로 절대로 가게에서 고양이든 강아지든 키울 생각이에요. 혹시 동물 좋아해요? 동물 좋아하는 남자 치고 나쁜 사람 없다던"
"별."
"네? 저요?"
이 남자는... 정말 알 수가 없다. 가끔 이렇게 뜬금 없는 말로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이런 당황스러운 화법에 늘상 어버버 거리긴 했지만 오늘은 조금 더 당황해버렸다.
별. 그래, 김별. 내 이름이거든.
"...별이 참, 예뻐요."
"네...?"
지금 이 남자가 뭐라는 거지?
"하늘에 있는 별도, 지금 내 앞에 있는 별도."
"..."
"예쁘다고, 너."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이 잠시 정지 된 듯 하다. 그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 봐도 이게 도무지 말인지 방구인지 모르겠다.
내가 머리를 싸매고 멍 때리는 동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스꽝스러운 패션이 창피하지도 않은 건지 카페 문 밖으로 나간다.
나는 또 멍청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쭉 쫓기만 한다. 카페 유리창 코팅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 지, 밖에서 안이 안 보일 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밖이 안 보이는 탓에
그가 나감과 동시에 천천히 정신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으나, 심장만큼은 온 몸 구석 구석 요란을 떨며 쿵쾅대기 시작했다.
아니... 이해가 안 된다. 정말 웃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옷을 입고, 그런 목도리를 두르고, 그런 새카만 선글라스를 낀채
제대로 들리지도 않게 웅얼이며 한 그 몇 마디가 왜 이렇게 나한테 크게 다가오는 건지 모르겠다.
그 남자, 아무래도 선수같아요, 택운 씨. 나 어쩌면 좋아?
앙뇽 녀러분?!♡ 독자1님 덕분에 내일 올리려던 1화를 그냥 오늘 올려버렸어요. 독자의 칭찬과 재촉은 꼼을 춤 추게 한다♩♪♬
문체도 스토리도 구성도 전부 다 부족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사랑과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 주세요. 열찌미 하게쯤니다!!! 독자님들 살앙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