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니까 당신 말은..."
"..."
"당신이 진짜 정택운이다 이거예요?"
끄덕끄덕.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고. 말도 안 돼. 현실성이 전혀 없잖아! 그 빅스의 정택운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다고? 이 주 조금 넘게 내내 봐왔던 그 남자가 정택운이라고?
말도 안 돼. 거짓말이 틀림 없어. 그냥 좀, 좀 많이 닮은 사람일 뿐이야. 아, 생각해 보니까 생긴 것만 닮은 게 아니라 목소리도...
"생일이 언제예요?"
"11월 10일."
"태어난 년도는?"
"90."
"...택운 씨의 흑역사는?"
"..."
"뭐,뭐요! 말해 봐요, 진짜 본인이라면 알 거 아냐."
"이런 것까지 물어봐야겠어?"
"빨리. 모르지? 택운 씨 흑역사 모르지? 그치?"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말했더니 두 눈을 질끈 감더니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문을 연다. 당신이 진짜 정택운이면 내가 손에 장을
"...베컴처름 개인기를 잘하고 카를루스처럼 왼발 강하고 호나우두처럼 센스 좋고 그런 택운이가."
"헐."
지진다는 말 취소...
지금 생각해 보니까 상황이 딱딱 들어맞는다. 내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도 그렇고, 한 여름에 이해 할 수 없는 패션으로 등장했었던 것도 그렇고.
여자의 마음이라는 게 대체 뭔지, 어제의 그 이유 모를 서러움은 이미 싹 가신 지 오래이다.
당신과의 만남은 지금까지 학연 씨 뿐만 아니라 택운 씨도 내 편지를 늘 읽고 있었다는 뜻이 되는 거니까.
어제 괜히 짜증냈던 게 미안해져서 우물쭈물 거리다가 말 없이 라떼를 내리는 중이다.
"왜 못알아봤어?"
"...그야, 너무 꽁꽁 싸매고 왔었으니까."
"그래도..."
평소보다 더 정성스럽게 라떼를 내린 후 뿌듯한 표정으로 가져다 주니 라떼 위에 그려 놓은 아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가 본인을 알아보지 못한 게 내심 섭섭하기라도 한 건가? 나는 아직도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꿈 같아요, 정말."
"..."
"좋아하는 사람을 이렇게 마주 본다는 거, 진짜 벅차는 일이구나..."
***
그렇게 택운 씨는 내가 카페 마감하는 걸 묵묵히 보다가 내가 들고 있었던 대걸레를 뺏어 들더니 가게 안을 구석 구석 닦기 시작했다.
덕분에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마감을 마쳤고, 지금은 가게 셔터를 내린 뒤 나란히 서 있는 중이다. 왜 집에 안 가고 가만히 서 있느냐고?
"우산 있어요?"
도리도리.
"...큰 일이네. 나도 없는데."
우리 카페가 조금 구석진 안 쪽에 있어서 손님도 왔었던 손님만 올 뿐만 아니라 주변에 편의점이나 작은 슈퍼 정도도 없다.
가로등 불도 듬성 듬성 켜져 있고 덕분에 내가 집 가는 길은 늘 공포 그 자체였다.
그래서 사장님은 항상 집에 갈 때 택시 타고 가라고 택시비를 챙겨 주시는데 사실 나는 택시를 못 탄다.
"나는 비 맞아도 상관 없는데, 당신은 아니잖아요.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
"비 맞지 말고 안 쪽에 서 있어요. 이재환 부를 거니까."
"재환이요? 이재환? 켄이요?!?!?!?!?"
"...아, 정말 부르기 싫다."
"왜요? 둘이 싸웠어요? 또 재환이 오빠가 택운 씨한테 막 까불고 그랬어요?"
"..."
말 없이 내려다 보는 눈빛에 그걸 몰라서 묻냐는 듯한 느낌이 팍팍 들었지만, 정말 모르는 걸 어떡해.
툴툴 거리면서 핸드폰을 꺼내는 모습 조차 화보다. 빅스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다니. 정택운이라니...
"야. 나와."
[에? 뜬금 없이 나오라니, 무슨 말이야.]
"비 와."
[우산 없어?]
"응."
[어딘데.]
"...별이 카페."
[헐, 형!!! 저도 갈래요!!!!!! 저도!!!]
[아, 조용히 해. 넌 어리니까 잠이나 자. 내가 같이 갈 거야.]
[형, 이게 제 나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아, 둘 다 조용히 해. 나 혼자 갈 거야.]
"..."
[형, 주소나 문자로 찍어 줘. 금방 갈게.]
"응."
그렇게 전화는 끊겼고, 택운 씨는 오빠한테 문자를 치는 듯 보였다. 아, 오늘 꼭 내 생일같네. 이게 왠 횡재야.
카페에 글 올려도 아무도 안 믿겠지? 이런 행복을 나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데...
혼자 흐흐 거리다가 정말 문득, 진짜 문득 내가 편지에 썼던 내용이 기억나버렸다. 그 사람이 기다려진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아, 그거 다 읽었으려나? 망했다. 완전 쪽팔려.
"...저기, 택운 씨."
"응."
"왜 일찍 말 안 해줬어요?"
"뭘?"
"그니까... 어... 본인이라고..."
"..."
"나는 것도 모르고 편지에 엄청... 아... 창피해."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내 스스로 흑역사를 생성한 꼴이다... 그거 보면서 멤버들 다 얼마나 웃겼을까.
집에 가서 이불 한 백만 번은 차야 될 것만 같은 기분.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는 중에 네가 나를 따라 쭈구리고 앉는 듯한 소리가 들려 슬쩍 고개를 돌려 봤다가
숨이 멎을 뻔 했다. 나랑 똑같은 자세로 날 마주 보고 있는데 너무 놀라서 힉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다시 고개를 묻어버렸다.
"근데 너."
"...네에..."
"나 다음으로 누굴 제일 좋아해?"
항상 느끼는 건데, 택운 씨 진짜 뜬금 없다. 정말 정말 정말 뜬금 없어서 말문이 막힌다. 이게 갑자기 왜 궁금한 거래?
사실 나는 빅스 완전체를 제일 좋아하지만 이상형에 가까운은 정택운이다. 성격이나, 생김새나 전부 다.
정택운 다음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내가 아무 대답이 없는 게 답답했는 지 고새를 못 참고 말을 꺼내는 당신.
"...이재환은 아니지?"
"둘이 진짜 싸웠어요? 왜 그래, 아까부터?"
"...아니야, 아무것도."
"형!"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전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재환이 오빠가 골목 안 쪽으로 들어 오는 게 보였다.
아... 운전하는 이재환이라니... 코피 터질 것 같아...
"타."
부가 설명 없이 뒷문을 열더니 딱 한 글자 말했을 뿐인데 몸이 자동으로 움직여졌다. 아무래도 난 어쩔 수 없는 빠순이인가봐요...
내가 먼저 탄 뒤 택운 씨가 따라 옆에 탔다. 앞에 달린 거울로 날 힐끔 보더니 먼저 인사를 건네는 오빠. 지금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게 정말 꿈인 건지 아닌 건지 분간이 안 갔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야...?
"실제로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네. 팬 싸인회는 늘 당첨이 안 됐었던 거지? 에녕이 얘기해줬어."
"네... 앨범을 아무리 사도 안 되는 팬은 안 되는 건가봐요. 씁쓸하다..."
"네가 안 되는 팬이야? 지금 내 차에 타고 있는데? 별아, 너 성공한 팬이야."
"..."
"나 차에 여자 태우는 건 처음이거든."
오 마이 갓. 방탄 소년단도 아니면서 왜 내 마음을 자꾸 흔드는 건데요, 이 요망한 남자들아. 당신들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 살 것 같다구요, 정말.
내가 재환 오빠 차에 탄 첫 여자라니, 내가 첫 여ㅈ...!
"이재환 너 저번에 코디 누나 태웠었잖아."
...아나.
"아, 형. 그건 일 때문에 그런 거잖아. 그거랑 이거는 별개지!"
"별개는 개뿔."
하... 도짜 님들 진짜... 이러기 있긔, 없긔...? 맨날 이렇게 사랑스러우면 어쩌라는 거야, 진짜ㅠㅅㅠ 자까를 10덕사하게 만들려고 아주 작정을 한 거져?
월요일 오후에 오려다 결국 또 못 참고 글을 쪘슴니다. 맹렬하게 전사한 꼼... 이제 얼릉 자러 가야지. 도짜 님들 정말 정말루 감사하고 살앙해여! 늘 감사합니당♡
그리고 어제 열었던 이벤트 아닌 이벤트!!! 막상막하였는데여. 그 중에서도 5번 7번 8번이 치열해써여. 한 표 차이로 5번이 표를 제일 많이 받아서
5번(젤피 공주 된 썰)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 오후나 저녁에 올라옴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그빅빠 다음 편은 전 편보다 댓글이 더 많이 달리면 올게여.
그럼 다들 잘 자용... 나 너무 졸립당... 피고내... 더 일찍 올 수 있었는데 집 와서 치킨 뜯느라 초큼 늦었어여. 뎨동함당.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