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은, 요즘 부쩍 택운이가...
"라떼... 보고 싶은데..."
이상해졌다.
하루 온 종일 라떼 먹고 싶다라는 말도 아니고 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상하게 다른 애들 말고 유독 내 주위에서만. 마치 꼭 먼저 무슨 일인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봐 달라는 것 마냥.
택운이의 라떼 타령이 3일 째 되던 날, 결국 나는 택운이를 붙잡고 물었다.
"우이 태구니, 라떼 먹고 싶어? 지금 요 근처 가서 사먹으러 갈까?"
"...아니."
"근데 왜 자꾸 며칠 전부터 라떼 타령이야. 아무래도 너 때문에 숙소에 커피 머신이라도 사놓던지 해야지, 증말."
"다른 사람이 만든 거 말고."
"응?"
"별이가 만든 거."
"별이...?"
순간 이게 무슨 말인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별이가 만든 라떼? 별이가 라떼도 만들 줄 알았었나?
아, 별이라면 우리 팬 중 한 명이다. 우리가 그 수많은 팬들 중 한 명을 이렇게 기억할 수 있는 건, 별이가 그다지도 지극정성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그룹은 정말 말 그대로 무명 그룹이었다. 그나마 다준돼로 조금씩 팬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지금은 단독 콘서트도 열 정도로
팬 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처음부터 많았던 것은 아니다. 별이는 우리가 유명하지 않았던 그때부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이돌이 끝나갈 때 쯤부터
주기적으로 편지를 보내왔었다. 그것도 한 사람한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편지 내용은 늘 소소하고 사소했다.
마치 여고생(지금은 여대생이지만)의 일기를 훔쳐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튼, 그래서인지 우리 멤버 모두 별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가끔 별이가 나한테 이런 말 해줬네 저런 말 해줬네 자랑 하기도 하고. 아니 새삼 대단스러운 게 여섯 명 모두한테 쓰는 편지가 힘이 들텐데도
내용이 다 다르다. 그게 너무 신기했다. 지금도 너무 신기해. 팔은 안 아픈가? 가끔 졸릴 때 쓴 편지인지 글씨가 지렁이처럼 꼬불 꼬불 할 때도 있... 흠. 각설하고.
"운아, 별이가 보고 싶다는 뜻이야?"
내 말에 먹을 거 숨겨뒀다가 들켰을 때 표정처럼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고개를 숙인다.
택운이는 이렇게 늘 표현하는 것, 그리고 자기 감정을 들키는 것에 예민하고 부끄러워 한다. 우리(를 비롯한 팬분들)는 그 모습을 더 귀여워 하지만.
"내 말이 맞지? 그치?"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요 며칠 택운이는 라떼 먹고 싶어가 아니라 라떼 보고 싶어라고 했는 걸?"
"아..."
내 말에 곰곰히 생각하는 듯 싶더니 우물쭈물 한다는 말이,
"...별이가 만든 라떼, 보고 싶다고..."
알고 보니 별이가 택운이한테 마지막으로 쓴 편지 내용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이 있었고
그 편지 이후로 통 소식이 없어서 궁금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거면 라떼를 만들 줄 안다는 뜻이고, 라떼는 택운이가 제일 좋아하는 거니까.
그리고 택운이 말에 의하면, 본인은 별이가 보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별이가 만든 라떼 아트를 보고 싶다는 말이었단다. 변명도 무슨 이런 허술한 변명을...
"그럼 별이는 안 보고 싶어? 나는 별이 보고 싶은데. 팬 사인회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었잖아. 실제로는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증명 사진 보니까 올망졸망 생겼던데."
"..."
"키도 되게 작지 않아? 아, 그리고 보니까 우이 운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키는 170이었지? 그래도 택운이는 작고 귀여운 거 좋아하잖아. 딱 별이네, 작고 귀여울 것 같아."
"내가 키가 크니까..."
"그래도 별이는 섭섭했겠다. 별이가 우리 중에 운이 제일 좋아하잖아."
그래, 나는 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 너무 귀엽다고.
***
"아, 형.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별이가 형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 정도로 칭칭 싸매고 가면..."
"못 알아보지. 당연히 못 알아보지. 저걸 어떻게 알아 봐. 나같음 수상한 사람인 줄 알고 경찰에 신고하겠다."
"그래요, 형... 신고 당할 것 같아요. 완전 수상하잖아. 이 한여름에 패딩이라니... 경악 그 자체다, 진짜."
"형, 정말 꼭 그러고 가야 겠어요? 정말? 그게 최선이에요?"
끄덕끄덕.
"그럼 그 새카만 선글라스라도 어떻게 좀 벗으면 안 돼요...?"
"안 돼."
"그래, 택운이 눈매가 특이해서 다른 사람들까지 눈치 채면 어떡해. 근데 운아, 너 안 덥겠어? 가을도 아니고 여름인데. 너 솔직히 지금도 덥지? 목도리만 빼고 가자. 응?"
간만에 다들 굉장히 들떠있는데, 이유가 무어냐 하면은 바로 우이 태구니의 별이 보러 가기 대작전★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도 다 별이가 한 번쯤 보고 싶었기도 했고, 팬 사인회에 당첨 되서 볼 수 있기까지를 기다리는 것보다 우리가 직접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판단이 서서
일단 거기로 가자!까지는 일사천리로 의견이 모아졌는데, 지금 택운이 패션이 굉장하다. 보고 있는 내가 다 땀이 삐질 삐질 흐르는 패션...
별이가 일하는 카페가 그나마 여기랑 가까워서 망정이지 대구였거나 제주도였어 봐. 근데 좀 보다 보니까 귀여운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우리의 간절한 애원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우이 운이는 그대로 곧장 현관으로 향한다. 저럴 줄 알았어. 괜히 저러고 갔다가 진짜 재환이 말처럼 신고라도 당하진 않겠지?
그리고 그 다음 날, 별이의 편지에는 기묘한 사람을 보았다는 내용이 실리고야 말았다.
***
"아니, 언제까지 그렇게 커피만 사가지고 올 거예요?"
"처음 간 날 이후로 형이 말 한 마디 안 하고 그냥 가게에 들어가기만 해도 바로 라떼 탄다면서요..."
"뭔가 진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형, 뭐라도 좀 해 봐요."
"택운이 형이 하기는 뭘 해, 친한 사람한테도 말 잘 안 하는데. 무리야, 무리."
동생들한테 시다리는 모습이 꽤나 볼만하다. 마지막 재환이 말에 발끈하는 폼이 귀엽기 그지없다.
요즘 별이 편지에는 여대생의 들뜸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평소에도 밝고 발랄하기는 한데, 유독 택운이를 만나고 난 이후로 더 밝아진 듯 했다.
설레여 하는 그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오는 걸 보면, 그리고 택운이 표정이 꽤 부드러워진 걸 보면 어쩌면 두 사람...
"얘들아, 다들 쉿. 횽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
"여자는 자고로, 예쁘다는 말에 굉장히 약한 법이야."
도짜님들... 꼼을 매우 치세여... (우럭) 생각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실은 자고 일어나서 올리려다가...
그랬다가는 도짜님들께서 매우 붕노하실 것 같아서ㅠ_ㅠ 자기 전에 급하게 올림니다... 살앙해요...♡ 오늘 내일은 알바 때무네 못 올 수도 이써요... (오열한다)
근데 암호닉 독자님은 어떻게 불러야 되는 거지...? 저 처음이라서 모르게써요. 독자1님!!! 얼릉 보러 달려 오쎄요!!! 내 유일한 암호닉 독자님!!! 독자1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