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촬영 중, 촬영 후
김종대 씨가 메인으로 진행하고, 내가 방송국 입사 후 처음으로 맡게 된 이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요즘 대부분의 방송들이 추구하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닌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실내인 스튜디오이기 때문에 솔직히 야외에서 촬영하는 프로그램보단 편한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촬영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도 많아서 서로 말도 편하게 주고 받는 편이고.
그래서 그런가, 출연자들과 스태프들 사이에 농담 따먹기도 자주 하는 편이었다.
예를 들면,
"종대 씨, 막내한테 언제 고백해?"
"맨날 티내는데 막내가 절 거부해! 좀 팍팍 밀어주세요."
"막내, 이제 좀 받아줘라~"
"하하... 농담도 참..."
다들 한 마음이 된 것 처럼 막내, 막내, 막내, 하는데
스태프 분들부터 출연자 분들까지 모두 다 한 마음으로 나 놀리기에 동참.
이렇게 호흡이 잘 맞는 팀이 있을 수가 없다. (ㅜㅜ)
왜 항상 농담따먹기의 대상이 나와 김종대 씨가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하하 웃으면서 넘기곤 했다. 여기서 열받으면 더, 더 놀리는 게 눈에 선하니까!
그렇지만 속은 언제나 부글부글 끓었다.
몇 년만 지나면 나 말고 막내가 들어오겠지, 그럼 놀림 대상은 걔다!
그나마 말만 하고 넘어가는 날은 다행이다.
어느 날 김종대 씨가 흥이라도 나는 날이면
"막내랑 저. 잘 어울리죠?"
그러면서 은근슬쩍 제 어깨에 팔을 올려놓으면서 저를 자기 품에 껴안는데
그게 또 답답해서 버둥버둥
자기 품에서 못 나오게 꾹 안아서 힘을 주고.
그래도 제가 계속 낑낑거리니까 제 머리를 부비적부비적 거리더니 놓아주더라.
아우, 내 머리.
괜히 제 머리를 부비적부비적 하던 손 냄새를 킁킁 맡아보더니 하던 말이
"...막내, 머리 안 감았어?"
김종대는 초딩이 확실합니다! 아니, 초딩이다 초딩.
"감았거든요!"
또 거기에 발끈해서 째려보며 발끈하자
그걸 원했다는 듯 농담이지 농담. 귀엽기는~ 하면서 촬영하자며 왕피디님께 소리쳤다.
언제부터 저렇게 촬영을 좋아했다고! 열이 받는다, 받는다!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나 혼자만의 발끈은, 항상, 언제나 나 혼자만의 외침으로 끝나곤 한다.
아오, 저 개초딩!
"수고 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어요."
오늘도 빵빵 터지는 김종대 씨 덕분에 우리 프로그램은 항상 맑음이다.
매일 저를 놀릴 땐 밉상이 따로 없지만 그래도 항상 최선을 다 하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줄때면
괜히 멋있기도 하고, 좋ㄱ... 좋은 건 취소다, 취소!
길었던 촬영이 끝나고 오늘도 야근이려나,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왕피디님께서 오늘은 특별히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라고 말씀하셨고,
"야호! 수고하셨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다. 덕분에 주위 스태프 분들께서 다 한 마디씩 하셨지만.
그렇게 힘들었어? 오늘은 푹 셔. 내일부턴 다시 밤샘일텐데?
"오늘 쉬니까 괜찮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야근 하루 안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오면서 제 짐을 챙기는데
"막내, 오늘은 퇴근해?"
"네. 오늘은 퇴근해요."
쉬는 시간에 김종대 씨가 나한테 했던 행동은 다 잊어버렸다.
내 머리속엔 오직 '퇴근' 이라는 두글자만 새겨져있었기 때문이다.
야호! 퇴근!
"퇴근하니까 좋아?"
"네, 당연하죠."
"집가면 잘거야?"
"네. 잘거에요."
"배 안고파?"
"네, 배 안고파요."
"집에 데려다줄까?"
"네, 데려다주... 아니요!"
...하마터면 또 넘어갈 뻔 했다. 하여튼, 유도질문 하는 건 고수다, 고수.
"너 분명히 네라고 했거든! 주차장으로 내려와."
"ㅇ...아뇨! 택시타고 가면 돼요!"
오늘도 내 말은 씹혔습니다.(^^)
제 말은 듣지않고 황급히 촬영장을 빠져나가는 뒷 모습을 보니
아마도 고의성이 다분해보였다.
저런 걸 알면서도 항상 따라가는 나는 뭐다?
호구같은 을이다. 호구 을.
"어딨는거야. 이럴거면 그냥 나 혼자 가버릴 걸."
김종대 씨의 말을 듣고 주차장으로 내려왔지만 어딜봐도 김종대 씨는 없었다.
어디로 내려오라는 거야.
불평불만을 한참동안 하다 저 멀리서 빵빵 하는 소리가 들려 그 쪽을 쳐다보니,
김종대 씨 매니저 분이셨다.
"00씨, 여기서 뭐 해요?"
"어... 김종대 씨가 내려오라고 하셔서..."
"종대 한~참 전에 00씨랑 같이 간다고 나가던데. 못 만났어요?"
"네? 못 봤는데..."
그제서야 나는 제 손에 든 휴대폰이 반짝반짝 빛나는 걸 봤고
막내, 후문으로 와! 주차장쪽으로 가면 팬 들이 너무 많아서 막내 테러당한다. 안 넘어지게 조심조심 뛰어와.
...이십 분 전에 온 문자메세지였다. 이게 무슨!
"얼른 가보세요 00씨."
"아... 네. 수고하셨어요."
내 표정을 보자 무슨 일인 줄 알겠다는 듯 김종대 씨 매니저분은 날 재촉했고
알았다며 저는 인사를 꾸벅-하고 후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말을 하려면 전화를 하지, 왜 문자를 해서...
후문으로 가니 차 한 대만 덩그러니 있었다.
뒷꽁무니 생긴 모양도 꼭 김종대 씨 처럼 삐죽삐죽 생긴 차.
서둘러 차에 다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리니 차 문은 열리지 않고 창문만 징- 하고 내려와서
"왜 이렇게 늦었어. 완전 많이 기다렸거든."
딱 봐도 나 삐짐, 매우 삐짐. 나 삐졌어요를 그대로 말하는 목소리 때문에 어어 거리며 말했다. 문자를 못 봐서...
"전화도 안 받고! 너 테러 당한 줄 알았잖아!"
휴대폰을 다시 보니 부재중 전화도 몇 통이나 떠있어서
김종대 씨 눈도 쳐다보지 못 하고 말했다. 어... 죄송해요.
"안 와서 걱정했잖아.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문자 답도 없고."
"죄송해요..."
"그 말 들으려고 한 말 아니거든. 얼른 타."
안 타면 안 될 것 같은 이 느낌...
사실 거절하려고 왔는데. 어쩔 수 없이 김종대 씨 차에 타게 되었다.
이러다가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그런 걱정도 잠시.
김종대 씨 차에 타면서 놀랐던 게 딱 세 가지가 있었다.
김종대 씨 차에 타면서 놀랐던 첫번째는 차가 승차감이 너무 좋았다는 것과(흔들림이 없었다. 방지턱을 지나도 안 흔들려!)
두번째는 김종대 씨 차에 처음 타보는 거였는데도 항상 그래왔다는 듯 너무 자연스럽게 올라탔다는 거.
제일 중요한 건,
제 집에 가는 줄 알았던 김종대 씨 차가
제가 말한 주소와는 다른 곳으로 갔다는 것.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리 집은 왼쪽인데 왜 오른쪽으로 가요...?
♡암호닉 받습니다♡ |
드디어 5화를 찍은 만큼 조오오오금 길게 데리고 왔어요! ㅎ...나름 긴...긴데...? ㅎㅎ...ㅏㅎ..ㅏ 미리 말씀드린대로 암호닉 받아요! 혹시라도 신청해주실 분들이 계시다면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
+ 오타 수정했어요 죄송해요ㅠㅠㅠ
꼼꼼하게 더 읽어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