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고 요란한 알람벨이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이 새벽에 따릉 따릉 울리기 바쁘다.
눈도 못 뜬 채로 상체만 일으켜 잠시 멍 좀 때리다가 기지개를 쭉 펴올린다. 하루 일과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벨이 괜히 미워 보였다.
아, 더 자고 싶은데... 이렇게 미루고 미뤄 결국 15분이나 더 잤다. 더 늦장 부렸다가는 분명 늦을 게 뻔하다.
그건 절대 안 돼. 이홍빈 성질머리가 얼마나 고약한데... 왕싸가지 이홍빈 생각에 안 움직여지던 몸이 드디어 움직여졌다.
알람이 울리고 30분만에 겨우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기서 잠깐. 왕싸가지 이홍빈이 대체 누구냐고? 음... 쉽게 얘기하자면 이홍빈은 갑, 나는 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한 배우 님이시다. 드라마 한 회당 억 소리 나는 출연료를 받고, 각종 광고 그리고 영화계에서도 끊임 없이
러브콜을 받아대는 탑스타. 사람들은 그가 입는 옷을 따라 입고 그가 매고 나온 백, 신발, 악세사리 심지어는 화장법까지 전부 다 따라하려 노력하고
온갖 것들이 협찬으로 들어오기 일수다. 그가 한 번 걸치고 차고 입는 순간 그게 곧 패션이 되니까.
영화나 드라마 작가들의 남자 주인공 섭외 일 순위가 바로 이홍빈이시다. 한 마디로 이 시대 최고의 워너비 스타.
꼬픈남 1위, 같이 휴가 보내고 싶은 연예인 1위, 안티 없는 배우 1위, 남자친구 삼고 싶은 배우 1위... 각종 1위를 휩쓸어대며
티비를 틀기만 하면 나오는 게 그의 얼굴이다. 그래, 나 왕빛나. 인정할 건 인정할 줄 아는 여성.
이홍빈.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다. 문제는 성격이 얼굴값 한다는 거지. 아, 생각하니까 또 스트레스 받네...
이 인간은 엽사도 별로 없다. 재수없어. 그나마 내가 건진 엽사는 달랑 요거다. 작년에 스페셜 스테이지 어쩌구 하면서 빅스의 엔 분이랑
무대했을 때 몰래 사진 찍은 건데, 표정이 왜 저렇게 나온 건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이 사진 가지고 있는 건 아마 모르는 눈치다. 알았으면 당장 지우라고 닥달을 해댔겠지. 흥.
눈치 챘을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홍빈 코디로 일하는 중이다. 일한 지는 아직 한 달 밖에 안 됐다.
원래 있던 언니가 사정이 생기셔서 추천으로 날 꽂아주고 가셨는데 나는 일한 지 하루만에 언니의 제안을 덥석 문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언니가 왜 일을 그만 둔 건지 왠지 모르게 알 것도 같았다. 그냥 하던대로 빅스 코디나 할 걸...
사실 일이 힘든 건 전혀 아니다. 워낙 스스로도 옷을 잘 입는 편이고(무엇보다 본인한테 뭐가 잘 어울리는 지 아는 사람이다. 완전 뼛 속까지 연예인)
여기 저기서 협찬이 알아서 굴러 들어오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협찬 받으러 뛰어 다니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촬영장에 있다가 화장 고쳐 주는 것, 옷 순서대로 피팅해 둔 뒤에 갈아입을 때 도와주는 거, 잔심부름 그리고 잔심부름 그리고 또 잔심부름 뿐.
심부름 정도야 익숙해진지 오래다. 코디 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것도 아니고 또 위로 오빠가 한 명 있어서 웬만한 잔심부름으로는 짜증도 안 난다.
이런 내가 정말 못 견디겠는 건 이홍빈의 성격이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내가 살면서 이렇게 싸가지 없는 인간은 처음이다.
이상한 건 다른 사람한테는 안 그러면서 나한테만 그런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아무한테도 말할 수가 없다.
아무도 이홍빈 성격이 저렇게 고약하다는 걸 믿지 않겠지. 아, 정말 가끔 보면 인중을 세게 때리고 싶은 충동까지 든다.
"야, 왕빛나. 이거 꽉 껴서 못 입겠어."
"그럼 안에 와이셔츠만 이걸로 바꿔 입어요."
"내가 싫어하는 색깔이야. 다른 거 줘."
"이건요?"
"그것도 싫어. 다른 거."
"...이 색은요?"
"싫어. 다른 거."
"..."
이렇게 이홍빈의 싫어 타령은 한 30번 정도 반복 된다. 이래놓고 결국에는 제일 처음에 입었던 옷을 입는다.
아니 어차피 그거 입을 거면서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어? 왜 그얼너ㅓ하허ㅏㅇ넝ㅁㄹ!!!??!?!?!?!?!?/!?
이 외에도 이홍빈의 사람 빡치게 하는 재주는 아주 굉장하다.
"야, 왕빛나. 가서 커피 좀 사 와."
"아메리카노로요?"
저 건방진 끄덕거림... 내가 너 언젠가 한 번 뺨 한 번 세게 칠 거야. 하나님, 이홍빈 뺨 치고 지옥 가겠습니다.
***
"여기 커피 사왔"
"아, 갑자기 먹기 싫어졌어. 너 먹어."
이 미친... 또 시작이다. 싫어 타령이 끝나니까 이제는 아메리카노 타령이다.
내가 아메리카노 써서 못 먹는 거 알고 나서부터는 계속 저런 식이다.
아메리카노 사오래서 사오면 먹기 싫어졌다고 나더러 먹으라 그러고.
음료까지 사주는 자상한 오빠같다고? 개뼉다구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진짜. 부들부들.
그래, 나 먹으라고 하는 거까지는 좋아. 근데 왜. 대체 왜!!!!!!!!!!!!!!!!!!!!!!!!!!!!!!!!!!!!!!!!!!!!!!!!!!!!!!!!!!!
"야, 왕빛나. 커피 먹으라니까? 왜 안 먹어."
"저 아메리카노 써서 못 먹어요..."
"못 먹는 게 어딨어. 안 먹는 거지. 싫어하니까 안 먹는 거잖아."
"..."
"설마 버리려고? 설마? 5000원 길거리에 그냥 뿌리려고? 와, 우리 빛나 부자네. 돈 많은가보다."
...아... 정말 욕이... 욕이 나온다... 욕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이홍빈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촬영이 끝나고 밥 먹으러 갈 때, 맨날 내가 먹자는 건 절대 안 먹는다. 나쁜 새끼.
"점심으로 뭐 먹고 싶어?"
"저 고기 먹고 싶어요! 고기!!! 고기 먹을래요!!!"
"그래? 그럼 오늘은 한식집 가자."
ㅋ. ㅋㅋ. 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새끼 내가 진짜 언젠가 때려 죽인다. 비 오는 날 먼지나게 두들겨 패줄 거야. 홍차가 녹차 될 때까지 때려버릴 거라고!!!!!!!!!!!!!!!!!!!!아ㅡ가윽아강ㄱ악!!!!!!!!
안뇽하쎄여! 젤피 공주 된 썰 다음으로 제일 많은 표를 얻은 까칠한 홍배우 모시긔임니다. 왜 그빅빠는 안 써오고 대책 없이 또 새 글을 팠냐구여?
제 글의 룰임니다. 전 편보다 댓글이 더 많이 달려야 다음 편이 올라와여. 그빅빠가 보고 싶다면... 댓글 테러 한 번 해보시지?! (음흉하게 웃는다)
-암호닉 도짜 님들-
독자1 LIKELIN 강제선물 자기! 독자2 귤껍질 닭벼슬 빵빵 비회원 티오 블루밍 뾰로롱 내님 고래 안무가 레오눈두덩이 키티 보름달 꼼데 해파리 정수정 판다 치킨 회사식구
살앙함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꼼이 될게여. 제 하투를 받아주세여. (수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