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 빙의글/우지호 빙의글] 인소 보는 남자 prologue
w.토닥
오늘 따라 갑자기 인소가 보고 싶은 거다. 그 오글거리던게 갑자기 막 보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결국 인터넷 소설 카페에 들어가 다운을 하려고 요새 재밌는 인소가 뭐가 있냐고 추천글을 올렸다.
글을 올리자마자 달리는 덧글에 뿌듯해지려는 찰나, 닉네임이 상당히 거슬렸다.
'핑크키티지호'
'지호'라는 이름은 상당히 남자같은 이름에 속했다. 이름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되는 거지만,
누가 봐도 지호라는 이름의 여자애는 찾기 힘들 것만 같았다. 하긴 인소 볼 수도 있는 거지,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에 붙은 '핑크키티'라는 수식어는 상당히 날 거슬리게 만들었다. 어쨌든 ID핑크키티지호가 추천해준 인소를 핸드폰으로
미친듯이 다운 받은 뒤 이불을 펴고 뒹굴거리며 읽었다. '내 남자친구에게'나 '나쁜 남자가 끌리는 이유'같이 레전드급 소설도 많았지만,
요새 막 나온 듯한 '인소 보는 남자'라는 소설이 눈에 띄었다. 괜히 아까 덧글 쓴 ID핑크키티지호가 생각나는 순간이였다.
내용은 꽤 그럴 듯 했다. 확실히 쓴지 얼마 안 된 인소라서 그런가, 스마트폰에 '멘붕','노잼'등의 유행어가 많았다.
남자주인공은 꽤나 조용하며 과묵한 성격이였다. 그런 남자 주인공이 좋아하는 건 다름 아닌 키티. 키티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남자주인공이
웃기면서도 귀여웠다. 이 소설을 읽으면 읽을 수록 아까 그 덧글 주인인 핑크키티지호가 왜 이렇게 생각나는 지 모르겠다.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고시텔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이번주면 이제 아가씨도 계약 끝나는 날이네 벌써."
이제 이 고시텔도 떠나야 할 텐데, 이젠 다 큰 성인 여자라 그런가 혼자 사는게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고시텔에 살다보니
사람 냄새가 참 많이 그리웠다. 하숙집을 구해봐야 하는 건가, 하며 인소를 읽다 말고 하숙집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하숙집이 있었다. 다만 조금 거슬리는 건 하숙집 주인이 남자라는 거다. 사실 이 나이 먹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나라서, 인소나 보며 글로 사랑을 배운 나라서, 남자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래. 김여주도 연애할 때 됬지. 그렇게 나는 어느날, 인소를 보다 우연히 '인소 보는 남자'와 같이 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