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끝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어.」
김태형이 늘상 입버릇처럼 내게 하던 말이었다. 딱히 무슨 의도가 있어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고 그래서 나도 딱히 신경쓰지 않았던 말이었기도 하다.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어찌 보면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던 것 같고… 그냥 나는 김태형의 모든 말에 거의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따라 특히 집요하게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자그만 남자아이가 나는 지독하게도 신경이 쓰였다.
「아무렇게나.」
「모르겠다니까, 정말.」
신경질적으로 먹고 있던 덜 익은 시뻘건 고깃덩어리를 후라이팬 위로 집어던진 윤기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끼익, 소리가 날 듯 느린 동작이었고 고개를 돌린 민윤기의 새카만 눈동자에 제가 방금 전까지 짓씹고 있던 고깃덩어리의 색을 닮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아이는 웃었다. 나는 저 웃음이 소년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나도 모른다. 동그랗게 끝이 벌어지는 입가가 내게 죄책감을 주었다. 죄책감이라는 것을 갖지 못하고 살아왔던 민윤기의 마음 한 켠을 뭉그러뜨리는 듯한 시커먼 그 감정은 확실히, 좋은 것… 은 아니었다.
「씨발, 무슨 대답을 원해.」
소년이 언뜻 보면 쓰레기 더미로 착각할 만큼 더러운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걸쳐져 있는 천쪼가리하며 몸에 이곳저곳 나 있는 검붉은 생채기, 볼품없이 마른 팔다리가 금방이라도 저 아래로 끝없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너무도 가늘어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 같은 종아리가 움직이더니 윤기에게로 다가온다. 고기의 핏물이 그대로 묻어 있는 손을 민윤기는 소년의 것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더러운 제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코앞까지 바싹, 다가온다. 투명한 검은 눈동자와 조금은 탁한 짙은 갈색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서로가 담기었으나 분명히 그 감정에 순수한 어떤 것이란 없었다. 날고기를 뜯어먹고 있던 민윤기에게서 비릿한 피비린내가 났으나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는」
「…….」
「개야?」
민윤기는 역시나 대답하지 않았다. 멍한 눈으로 소년을 흘긋 바라보더니 곧 눈 앞의 던져 놓은 고깃덩어리를 다시 주워든다. 김태형이 뺏는다. 그르렁. 민윤기의 잇새로 거친 소리가 울리었다. 그리고 소년은 민윤기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댄다. 그 입맞춤의 예고 없음에 민윤기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곧 김태형의 마른 몸을 쥐고는 바닥으로 밀친다. 그대로 뒤로 넘어가 날개뼈가 부딪힌 소년이 미간을 찌푸렸으나 이번에는 민윤기의 입술이 포개어진다. 키스라고는 하나 일말의 애정이 섞여 있기는 할까 싶을 만큼 폭력적인 입맞춤이다. 마치 짐승이 저보다 약한 동물을 사냥하는 장면같게도. 사냥당하는 동물이 헐떡인다. 숨이 모자라다.
「너는- 하아… 너, 너는…」
이 소년에게 호기심이란 본능과도 같은 것일 거라고 민윤기는 생각했다. 대답을 듣고야 말 것인지 소년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숨이 모자라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주제에. 민윤기가 웃는다. 송곳니가 드러난다. 숨을 뿜는다. 진한 피비린내가 난다. 질식할 것 같다.
「죽어, 미친년아.」
「시, 싫어, 개새끼야….」
민윤기가 김태형을 깨물고 빤다. 사냥 후 여유롭게 먹잇감을 뜯는 맹수마냥 민윤기는 킥킥대었다. 김태형은 숨이 모자라다. 뜯기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허벅지를 타고 진하게 올라오는 몸의 뜨거움은 자그만 몸뚱아리가 감당하기엔 힘들다. 헉헉댄다.
「너는, 후윽, 넌 말야…」
「계속 지껄여, 씨발.」
「으응, 하. 아…」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년이.」
김태형은 손을 뻗어 민윤기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잡아끌자 의외로 순순히 끌려오는 민윤기의 머리통에 김태형은 또 좋다고 웃는다. 하얀 얼굴에선 지독한 냉기가 풍겼다. 짐승의 냄새가 풍겼다. 민윤기의 모든 것에서는 김태형이 알지 못하는 냄새가 풍겼으며 그래서 김태형은 민윤기를 무어라 불러야 할 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더라. 으응… 찾았다. 뭘.
「니가 뭔지 알아냈어.」
「또 뭐라고 지랄하게.」
「짐승.」
「…….」
민윤기가 웃는다. 동그랗게 입이 벌어지는 김태형과는 달리 민윤기의 웃음은 그 끝이 날카로웠다. 송곳니가 반짝, 순간적으로 빛을 낸다.
「끝을 보여줄게.」
그리고는 김태형의 목을 젖힌다.
안녕 독자님들!
뭔가 쓰고는 싶은데 너무 길게는 싫고 끈적한 글을 쓰고 싶은데 불마크 달긴 싫더라구..
그래서 독방에 물어봤더니 슙뷔가 많이 나오길래 슙뷔 글로 간단하게 가져와 봤어요!
내일부터는 또 한 주의 시작이죠 :) 정국이 생일인 건 너무너무 좋지만 월요일은 싯타 힝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