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1. 누가 누굴 보듬는다는건지
그날은 유난이 깜깜한 날이였다. 아니, 그냥 새까만 날이었지. 그리고 아빠가 직장을 잃은지 딱 80일이 되던 날이었고, 아빠가 데모를 한지 40일이 되는 날이었다. 우리집의 수입원이 없어져 엄마가 밤새도록 식당 서빙을 해서 버는 하루일당으로 라면을 먹은지 35일이 되가는 날이었다. 자신이 아사하는 일이 있어도 내 학원은 보내야겠다던 우리 엄마였기 때문에,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셔틀버스를 탔었다. 맨 앞자리에서 단어를 외우고 있는데, 뉴스에 아빠 회사 이름이 나왔다.
'성주건설 파업노조 데모현장 무력진압시작'
그리고 나는 우리아빠를 볼수 없었다.
"당신네 남편이 살인을 했어 살인을, 알아?"
아빠 이름을 본고 들은 것은 경찰청에서였다. 학교에 등교하려 식빵 하나를 집어먹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치더니 우리 엄마와 나를 끌고 갔다. 세상에, 우리 아빠가 살인을 했다는거다. 말도 안된다던 우리 모녀에게 친히 cctv를 보여줬는데, 그 속에 데모할 때 필요할 수 있다며 가져갔던 우리집 식칼을 들고 누군가를 푹 찌르고 있었다. 울고불고 나는 그자식 모른다며, 일해서 돈벌어야 한다며 엉엉 우시던 엄마가 쓰러지신지 일주일만에 충격으로 돌아가셨다.
그렇게 나는 17살때 고아가 되었다.
8년뒤.
"네?"
마지막까지 00의 엄마의 유언은 공부해라였다. 너네 아버지가 그럴리가 없다면서 그것을 밝혀내는 검사가 되라고 했다. 근데 00은 이미 아빠에 대해 신뢰를 잃었던 거다. 엄마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엄마를 버리고 저를 버린 그저 나쁜 남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00의 사춘기시절 그녀의 아빠는 머리를 밀고 빨간 띠를 두르는, 신문에 미친 사람같았던거다. 당연히 전교권이었던 그녀의 성적은 고등학교때 뚝 떨어졌고, 시간이 흘러 대입시절 엄마 아빠의 이야기로 자소서를 썼더니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고 졸업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 물론, 00은 누구의 '복지'를 위해 이 한몸 바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여튼 먹고는 살아야겠다고 정부 국선변호사 사무실 인턴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리고 오늘, 자신을 고용해준 국선변호사, 준면에게 어이없는 소리를 들은거다.
"교도소 가서 상담봉사활동 하라니까. 국가에서도 맏기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찾아봐야 돼. 너 사회복지과잖아. 상담못해?"
못하는뎁쇼. 입이 대빨 나올뻔했지만, 다른 인턴들보다 몰래 두배씩 더 주는 착한 분이었다. 아니 딴데도 아니고 교도소가 뭐야 교도소가.... 괜시리 중얼거렸다가, 그럼 국선변호사가 교도소 갖힌 사람들 도와주는거지 재벌집 딸의 고민을 도와주리? 라며 오히려 한소리 듣고 말았다.
30세/국선변호사/ 김준면
재판에서 승소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악명높은 국선변호사 자리에서 기가막힌 승소율을 보여주고 있는 능력있는 준면은, 항상 구석진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00을 고용한 것이기도 했고. 자신의 지식과 말로인해 잘못된 죄를 벗겨주고 씻겨주는게 저의 의무라 생각하는 준면이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도 범죄자들을 많이 봤더니 그들의 표정과 슬픔, 한을 좀 알것같기도 했다. 그리고 00에게도 말못할 아픔이 있어보였고. 엄마 아빠 회식시켜드리라며 첫 호봉을 세배로 주던 날, 부모님 없다며 도로 돈을 가져다 놓는 그녀를 보면서 부모님에대한 상처가 있음을 직감했던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보듬어주기위해,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물론, 00은 그의 생각의 티끌도 이해하지 못했다는게 함정이지만.
"저ㅡ 이번부터 상담봉사 하게된 000인데요"
"아, 어디 변호사 소속이시죠?"
"김준면 변호사 소속입니다."
"아, 이리 오시죠. 3명정도 추려놨거든요. 오늘 상담을 통해서 한명을 골라주시면 되요. 혹시 세명을 다하실수도 있지만 무리하시지 마시고요."
"네..."
"몸 조심 하시고, 차트 여기있습니다. 5분뒤에 들어올겁니다. 수갑 채워서 들여보낼까요?"
"네?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러면 뒤에 경찰 세명 붙여놓겠습니다. 상담 받는 놈 중 한명히 폭행범이라서요."
"......헐...."
교도소는 괜히 교도소가 아니었다. 분명히 밝은 사무실도 어둡게 보였고, 깔끔한 벽들도 왠지 모르게 곰팡이가 보이는 00이었다. 소름이 돋는듯한 서늘한 기운에 팔짱을 피지 못하고 간수에게 자신의 신원을 이야기하니, 드라마에서나 봤던 방이 하나 나오고, 차트 세개가 주어진다.
23세/ 박찬열/ 폭행/ 징역 3년
특이사항: 분노조절장애가 엿보임
형량 3년증가. 교도소 사고범
23세/ 김종대/ 특수절도/ 징역 3년
특이사항: 언변이 뛰어나고 연기를 잘함.
21세/ 김종인/ 무기, 마약밀수/ 징역 15년
특이사항: 말이 없음.
일부러 준면이 부탁한건지, 모두 00 또래의 사람들이다. 차라리 어린 청소년이길 기대했는데- 저 또래의 사람들을 과연 보듬어 줄수 있을 지 한숨부터 나온다. 폭행에 절도에 마약밀수라니. 지금 누가 누구를 보듬겠다고 여기 앉아있는 것인가.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는 00이다.
"입장합니다."
"안녕하세요-"
"어, 여자네. 우리랑 동갑인데 우리를 상담하겠다고?"
생각보다 밝아보이는 키 크고 목소리 두꺼운 남자-찬열- 과 미성이지만 목소리가 큰 듯한-종대- 가 들어오며 인사를 하고, 뒷따라 들어오는 남자, 종인은, 아무말이 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만 보며 들어온다. 험악하게 생기는 사람들이 들어올 줄 알았던 00은 살짝 곱상한 얼굴의 그들을 보자 긴장이 풀어졌는지, 웃음을 띄며 인사를 했다.
"....그, 아, 안녕. 나는 000이야"
"처음인가봐?"
"응?"
"상담사가 누가 존댓말도 안하고 반말부터 하시나. 존댓말로해야지"
"....아, 워, 원래 또래 사람들 상담할때는 반말 할 수도 있어."
적반하장이다. 워낙에 상담을 많이 받아오던 놈들이었는지, 딱 보자마자 00이 처음임을 눈치챈 듯 했다. 괜시리 처음임을 들키면 자신이 너무 끌려갈 것 같아 마지막 자존심을 부려보는 00이다.
"그런가. 뭐 거기 나와있겠네. 선생님. 나는 박찬열 얘는 김종대. 얘는 김종인."
"그럼 됬지?"
"....어?"
"상담 안한다고. 어? 뭔 상담이야 상담은 씨발아."
순식간이었다. 찬열의 표정이 굳어지며 00의 코앞까지와서 주먹을 들어보이는것은. 너무놀라 비명도 안나와 얼굴이 하얘지니, 옆에있던 종대가 웃음을 터뜨린다.
야, 그만해. 그래도 아가씨잖아. -조소섞인 종대의 목소리가 더 소름끼치게 들리는 00은 아예 동공이 갈라지는듯 했다.
"어디 한번해봐요. 우리 상담"
"........"
"존나 얼마나 우리를 잘 상담해주는지 해보자고."
"......."
"그거알아요? 우리가 교도소 개또라이라고 불리거든요? 왜그런줄 알아?"
"......."
"상담사마다 우리 거부해서. 아니, 우리는 상담이 맘에 안들어서 안든다고 말하는데 모두 우리를 피하더라고."
"......."
"이번이 13번째에요. 이제 하다하다 안되니까 아가씨를 데려온것 같은데, 참 안됐네. 몇십년만에 동정심이 들어보려고해."
"......"
"우리는 상담하자면 상담할꺼에요. 뭐 굳이 반항할 필요도 없어."
",,,,,,"
"근데 그것도 명심해요."
"......."
"우리를 바꾸려 들지마. 그냥 그대로 놀고만 가는거야. 너는, 알아?"
활기찬 듯한 목소리로 소름끼치는 말을 해대는 종대가, 마지막 말을 속삭이며 말한다. 살짝 올라가 있는 그의 입꼬리가 정확히 아래로 내려가며 눈매가 날카로워진다.
큭, 아무말도 안하고 00을 쳐다보고만 있던 종인이, 비웃음섞인 조소를 뱉으며 팔짱을 고쳐 낀다.
선해보였던 그들의 눈매에,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전격 글씨체도 바꾸고 문단 형식도 바꾸고 완전 완전 대변신.(문체가 못바뀐게 함정? 바꾼다고 바꿨는데 안바뀐듯한 이느낌)
상처를 상처로 보듬어 서로서로 성장해 나간다는 뭐 그런이야기.
갑자기 떠오른 소재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뭐, 모든 작가가 그렇겠지만 첫 편은 항상 떨리고 기대되거든요. 특히 이 글은 제가 꼭 연재해 보고 싶네요. 꼭꼭 글이 어떤지 이런저런 코맨트 한줄이라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ps. 이러고 반응없으면 어카지. 뭘 어째. 고투 임시저장함.ㅇㅇ
ps. 암호닉 정리는 추석때 하겠습니다. 용서하소서....흐규흐규. 나그래도 외웠다고. 진짜라고.
++암호닉 등록은 여기서! 일단 첫편은 여기서 받도록 하죠. 공지칸에 해주셨던 분들은 안해주셔도 압니당.
**************암호닉*************** 이 형태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