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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정택운] 오르페우스 | 인스티즈


W. 바라기





힘겹게 한 걸음, 한걸음을 앞으로 내딛고나서야 얼핏 보이는 빛에 택운은 겨우 입가에 미소를 띄울 수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끝이다. 난생 처음으로 끝이란 단어가 또 다른 시작이란 누군가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기까지 했다.
옅은 한숨을 내쉬며 그 빛을 따라 다시 걸음을 내딛으려던 택운은 뒤에서 자신의 옷깃을 잡아오는 누군가의 손길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항상 꿈 꿔오기만 했던 그녀의 손이 자신을 잡았음이 분명했다. 
뒤에서 아무런 말이 자신을 따라와준 것만으로도 고맙기 그지없는데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택운에게 알려주기라도 하려는듯이 옷깃까지 잡아온 것이다. 
그 손길에 저도 모르게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려 입가를 움찔거리던 택운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 한 번만 뒤돌아 봐주면 안돼요? ”




간절한 그녀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깊은 어둠을 뚫고 메아리 치듯이 택운의 귓가에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하기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간절했다. 목소리에 담긴 그 모든 감정이 택운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그녀를 뒤돌아보라고, 그녀가 원하지 않느냐고. 
그건 분명 천사의 속삭임이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의 택운에겐 악마의 속삭임과 다름 없었다. 
그래서 택운은 뒤에서 그녀가 자신을 제대로 보고 있을거란 생각에 우선은 고개를 좌우로 저어 거절의 표시를 하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안돼. ”




그녀의 애절했던 물음과는 달리 단호하기 그지없는 대답으로. 이에 뒤에 서 있던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깊은 어둠 속에서 들리는 거라고는 택운의 어느 새 거칠어진 숨소리와 그녀의 들릴까 말까 싶은 작은 숨소리 뿐이였다. 
정적. 안 그래도 어두워 불안한 참에 정적에 휩싸이게 되니 택운은 앞으로 더 빨리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다. 




“ 그럼 어떻게 하면 날 봐줄래요? ”




그 때, 다시금 뒤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내딛던 걸음을 그만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줄까, 그런 생각에 택운은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택운은 지금이라도 뒤돌아 서서 그녀를 품에 안고 참아왔던 말들을 전부 해주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아내기 위해 아랫입술을 짙게 깨물었다. 
지금 뒤돌아보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더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 우선 나가자. ”




그래, 나가자. 자신에게 이르듯이 말하고는 택운은 그새 무거워진 발을 들어 걸음을 옮기려 했다. 




“ 마지막으로 한 번만 뒤돌아 봐주면 안되는거예요? 난 지금 너무 힘들어요. 사람들이 자꾸만 붙잡으려는게 느껴져요. ”

“ 나가서 봐줄게. ”

“ 여기서 나가는 길이 힘겹게만 느껴진다구요! 그니까 나 한 번만 돌아봐주면 안돼요? 한 번만, 딱 한 번만. 응? ”




왜 이러는걸까. 그냥 빛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얘기였다. 그런데 그녀는 그것마저 힘들다고 택운에게 토해내고 있었다. 
택운은 그녀의 그런 투정에 더 힘겨워져 저도 모르게 짜증을 내려 입을 열었다가 뒤늦게 그것을 깨닫고 아랫입술을 다시금 깨물어 참아내려 했다.
그러나 그 짧은 택운의 침묵에 그녀는 모든 것을 눈치챘는지 눈물 어린 목소리를 택운에게 들려주었다.




“ 내가 밉죠? ”




안 미워, 널 어떻게 미워하겠어. 
그리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택운의 입은 아까 전 짜증을 내려 했던 때처럼 자연스레 열리지 않았고, 그 말은 결국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 나 미워해도 좋아요, 내가 택운씨 좋아하니까 된 거예요. ”




그런게 아니라고, 나도 널 좋아하고 있노라고 택운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굳게 다물어진 입은 택운의 뜻대로 쉬이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사랑해요. ”




그 말과 함께 그녀는 택운의 손을 뒤에서 꼭 잡아왔다. 따스하기보단 차갑다는게 맞을 듯한 온기를 지닌 채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차갑기만 한 그녀의 손에 놀라 택운이 움찔하던 찰나에, 택운이 그렇게도 돌아보기를 두려워했던 뒷쪽에서 뜨거운 열기가 훅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뜨거운 열기에 자연스레 그녀가 걱정이 되어 택운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도 보기를 꺼려하던뒤를 돌아봤고, 
그제서야 택운과 눈이 마주치게 되자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아, 드디어 봐줬다. ”




눈가에는 그렁그렁하니 눈물을 매단 채로 환하게. 
그 미소를 눈에 채 가득 담기도 전에 그녀가 택운에게로 다가와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제서야 그녀의 뒤로 보이는 풍경에 택운은 놀람과 경악을 담은 채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빨갛다 못해 까맣게 보이기까지 하는 불길이 뒤에서 그녀를 삼키려 하고 있었고,  
수도 셀 수 없는 검은 형체들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뒤로, 더 뒤로 끌어당기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그녀는 자신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버터내려 하고 있었다. 

왜, 왜….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택운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 마지막으로 택운씨 얼굴 봤으니까 됐어요. ”




그녀의 말을 채 이해하기도 전에 그녀가 꽉 잡아오던 손을 느슨하게 풀었다. 금방이라도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 나 잊지 않고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이 말, 꼭 얼굴 보면서 하고 싶었어. ”

" … ”

“ 그리고 사랑해요. ”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잡은 채 놓지 않으려 하는 택운에게 슬픈 미소와 함께 고개를 내저어보이고는 손을 풀어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택운의 앞에서 불길에 삼켜졌다. 택운의 앞에 있었던 적조차 없었다는듯이,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아직 손 끝마다 남아있는 듯한 그녀의 차가운 손길을 기억해내려 애쓰던 
택운은 결국 주먹을 쥐었다 펴보기를 반복해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고 맨 손으로 그녀가 서 있었던 자리를 미친 사람처럼 파내려 하던 택운은 가슴이 답답해져와 숨을 쉬기가 점점 힘들어지자 주먹으로 인정사정없이 가슴을 세게 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생각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해준 것이라고는 냉정한 몇 마디 뿐이라는 사실도 그를 애워쌌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제게 웃으며 사랑한다 말해주었지만, 택운은 그 말조차 못했다는 것. 
여기서 나가면 그 때 다 해주리라 생각하고 많은 말들을 속으로 삼켰었는데, 현실은 지독히도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건가 싶어 더욱 세게 가슴을 치는 택운이었다.




“ 아아, 아……. 아아악! ”




다시는 그녀를 보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택운이 목이 찢어져라 내뱉는 처절하다 못해 고통 어린 절규가 깊은 어둠 속을 하염없이 울렸다. 

시간이 흘러감에 상관없이 오래도록.










그리스 신화 중 ‘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 라는 이야기 속의 한 장면을 그려내듯이 써보려고 했던건데, 
지금 보니 아무래도 생각했던 것만큼 제대로 그려내진 못했던 것 같아요. 전에 독방에도 올렸었던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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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상에나 이게 뭐람...!! 이 엄청난 분위기는!!! 정택운과 분위기의 케미가 퍽!발!한다!!! 어쩜좋아ㅠㅠㅠ브금도 제대로 취저ㅠㅠ이런 다크한 분위기 너무 조챠나여ㅠㅠㅠ작가님 완전 제꺼세요? 이런 금손같으니라구ㅠㅠㅠ작가님 손 끝에서 꿀이 떨어집니다요ㅠㅠ제가 다 받아먹어야징
9년 전
바라기
금손이라니요, 당치도 않아요 ㅠㅠ 그래도 독자님 취향에 잘 맞은 듯해서 다행이에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 어린 댓글도 감사해요 ㅠㅠ
9년 전
독자2
우와........이런 금손쨍님! 찬양하리~ 분위기도 너무 좋고 진짜...이런글 사랑합니다ㅠ
9년 전
바라기
금손 소리를 들을말한 실력이 되질 않아 독자님 말씀에 양심이 콕콕 찔리네요 .. 분위기가 한 몫을 했나봐요. 읽어주신 것도 감사한데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비회원189.84
바라기님 글도 너무 주옥같고 좋고 노래도 너무 좋아서 그러는데 배경음악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9년 전
바라기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ㅠㅠ 배경음악은 nichole alden 의 for a moment 예요!
9년 전
독자3
어우...... 와우 글 굉장히 잘 쓰신다 작가님 내꺼하고싶어요 (하핫)
9년 전
바라기
너무 늦게 독자님 댓글을 확인했네요 ㅜㅜ 저를 혼내주셔도 되세요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들으니 아직은 양심이 콕콕 찔리네요. 더 나아진 모습으로 얼른 뵙고 싶은데 ㅜㅜ 아직은 저한테 독자님이 과분하네요 (우울) 그러니 조금 더 나아진 모습으로 다시 뵙도록 노력할게요. 고마워요!
9년 전
독자4
와.... 이 이야기를 이런식으로 쓰시다니ㅠㅠㅠ장난 없으셔요 정말...하....미쳤어미쳤어ㅠㅠㅠ(향수c에서 신알신한다던 쨍이에요ㅠㅠ)
9년 전
바라기
쪽지 보고 냉큼 알아챘어요! 이 분이 그 분이구나, 하고. 신알신까지 해주시고 글 하나하나 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ㅜㅜ 감사하다는 말 말고는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네요. 고마워요, 감사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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