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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정택운] 밧줄 | 인스티즈


W. 바라기





“ 자, 봐요. ”





그녀의 말에 꽤 옭아매인 듯한 낡디낡은 줄에 손목이 묶인 사내는 보란듯이 그녀 앞으로 그 손목을 내밀어보였다. 분명 튼튼하고 질겼을 그 줄은 시간이 흘러 이리저리 실이라고도 못할 것들이 삐져나와 있었고, 이미 제 쓰임을 다한 것인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사내의 손목에 걸려 있다고 보면 될 듯했다. 심지어 사내의 손목마저 갉아먹으려 한 것인지 여기저기 생채기를 내고 있을 정도였다. 허나, 사내는 그것을 풀어내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 무언가에 순응하는 것마냥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또 기특하기 그지없어 그녀는 사내의 머리카락을 두어번 정도 쓰다듬어 준 뒤에 사내의 손목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줄을 가볍게 풀어내었다. 그리고 제 손에 잡힌 줄을 마치 묵직한 쇳덩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사내의 옆에 내려놓은 뒤에 사내가 보지 못하게끔 고개를 아래로 살짝 숙이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흔히들 아는 이야기가 하나 있을 것이다. 서커스에 쓰이는 코끼리들은 어릴 때에 밧줄에 발이 묶이게 되는데, 그 밧줄을 단단한 말뚝에 고정시킴으로써 벗어나질 못하게 되고 처음엔 밧줄을 끊어내려 애쓰던 어린 코끼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밧줄에 묶인 자신의 발은 빼낼 수가 없음을 깨닫고 그에 순응한 것도 아닌, 그저 포기한 채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 그것은 어린 티를 벗어내고 저를 구속하던 인간들보다 몸짓이 커져도 어릴 때에 밧줄을 끊어내지 못했던 기억 때문에 그 전보단 단단하지 않은 밧줄로 묶어놓는다 해도 끊어낼 시도조차 하질 않게 된다는 것으로 끝맺게 된다. 그리고 지금 사내는 그 코끼리와 같은 것이다. 물론, 그녀는 그 코끼리를 밧줄에 묶어 말뚝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사육시킨 서커스 단장이었다.


그는 느슨해지다 못해 낡아빠진 밧줄을 눈 앞에 두고서도 풀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매일을 이렇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격렬하게 저항하며 그녀에게 서슴치 않게 욕까지 내뱉던 그였는데 말이다. 그게 참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그에게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차피 너는 나한테 이렇게 복종하게 될 테니까 힘 빼지 말고 쉽게 포기하라고.





“ 잘했어요. ”





고개를 들어 항상 그래왔듯이 나지막이 칭찬을 해주고는 가벼이 웃어주던 그녀는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간절한 소망이 새삼스럽게 고개를 내미는 듯하자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사랑을 얻고 싶다는 소망, 그리고 주는 사랑이 아닌 받는 사랑도 해보고 싶다는 것. 코끼리와 달리 그는 사람이니까 제 소망을 이루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요 근래 들어 그도 코끼리와 같을 수도 있단 생각이 문득 드는 그녀였다. 아마, 그는 포기했을 수도 있을거란 생각.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모든 것이 가득 찰 것만 같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흘러내리게 될 그 사랑마저도 아깝게 느껴져 담아둔 것이다. 물론, 그도 함께.


제 옆에 앉아 아무 말도 않은 채 켜져 있는 텔레비전 화면만을 주시하고 있는 그의 옆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떠보았다. 눈을 감으면 까맣기만 한 풍경이 그녀를 덮쳐왔고, 그게 두려워 눈을 뜨니 눈 앞에는 까만 풍경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그가 제 옆에 앉아있었다. 그래도 불안했다. 눈 앞에 있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 나 봐요. ”

“ … ”

“ 나 좀 보라구요, 제발. ”





그러고보면 차라리 제게 화를 내고, 욕을 하며 제 감정을 표현하던 때가 좋았던 것도 같았다. 지금같이 그녀에 대한 무관심을 대놓고 표현하지 않았으니까.





“ 차라리 내보내줄까요? 그럼 나란 사람이 있었다고, 지독하게 택운씨를 괴롭히던 나란 사람이 있었다고 기억이라도 해줄래요? ”





욕심이 너무 컸던 것일까. 택운을 제 그릇 안에 담아두려 하니, 이제는 감정마저 내보이질 않으려 했다. 관심이 필요한 아이에게 감정을 내보이지 않고 혼쭐이라도 내려는 것처럼. 사실은 별빛, 그녀 자신이 코끼리이고 택운이 서커스 단장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을 별빛이 애써 부정하려 든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눈을 내리깔아 자신을 내려다보는 택운이 얄미워보이여 별빛은 그대로 택운을 뒤로 눕히려 들었다. 그러자, 반항 없이 뒤로 순순히 눕혀지다시피 한 택운이 손을 뻗어 별빛의 머리를 감싸 제 가슴팍에 끌어당긴 뒤에 좀 전에 별빛이 그랬던 것처럼 두어번 정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 그만하자, 이제. ”





나즈막이 방 안을 울리는 그 목소리에 별빛은 피를 토해내듯이 서글프게 울 수밖에 없었다. 어렴풋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만 해왔던 것이 눈 앞에 지극히 현실로 다가와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긴긴 시간 내내 오히려 그가 그녀를 봐주었다는 것. 그것을 깨닫는 순간, 별빛이 무너질까 싶어 막아세운 택운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다정하게 별빛을 달래줄 뿐이었다. 그녀의 눈물이 멈출 때까지, 그렇게 오래도록.







「한 마디」를 쓰기 이전에 쓰고, 독방에도 한 번 올렸던 글이라 보셨던 분들도 계실 거예요.

요새 이런 집착 비스무리한 것들에 푹 빠져있다보니 최근에 쓴 글들은 거의 다 이렇네요 ..

그러고보면 대부분이 끝맺을 때 여운을 남기고 제대로 된 엔딩을 넣지 않은 게 마음에 걸리네요 ㅠㅠ

그래도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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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아 신알신 쪽지오자마자 바로 보러왔어요!!ㅇ이번에는 저번편 한마디랑 상황이 반대로 역전되었네요 엔딩이 여운이 남아서 또 읽고싶어져용
9년 전
바라기
이 글을 먼저 쓰고 그 뒤에 한 마디를 쓴 거라, 아마도 서로 반대되는 입장으로 써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ㅋㅋㅋ 그게 글에 잘 그려져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신알신까지 해주시고, 쪽지 오자마자 바로 읽어주셨다고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ㅠㅠ 부족한 점 보완해서 더 좋은 글 보여드리도록 노력할게요!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답글도 달아주시고, 항상 감사합니다 !
9년 전
독자2
신알신뜨자마자 보러왔어요 ㅠㅠㅠ 으앙 진짜 바라기님...... 진짜...... 금손........ 분위기 어쩔거야ㅠㅠ 너무 좋아요 ㅠㅠ
9년 전
바라기
금손 소리를 듣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걸 저 자신이 잘 알고 있어서 괜히 막 부끄럽네요 ㅠㅠ 신알신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분위기도 괜찮다고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아마 브금도 한 몫 하고 있는 듯해요! 저두 독자님 너무너무 좋아해요. (하트)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3
이거독방에서보고 감탄했는데...다시봐도 너무 조아요ㅠㅠㅠ
9년 전
바라기
감탄까지 .. 저 여기서 오열해도 되나요? ㅠㅠ 좋다고 해주시니 저도 으쌰으쌰, 기분이 엄청 좋네요. 독방에서도 읽어주시고, 여기서도 이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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