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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여름의 끝자락에, 그 마지막 페이지에 우리는 서 있었다.




 긴 시간동안 친구였던 녀석이 오랜만에 보자고 해서 집 냉장고에 아빠가 쟁여 둔 소주를 몰래 챙겨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얘는 왜 하필 여기서 보재냐. 투덜댔지만 뭐, 별 수 있나. 공원에 가는 길 중간에 편의점을 들려 안주거리가 될 만한 싼 과자 몇 가지를 샀다. 어느새 검은 봉지 안이 꽤나 무거웠다.


공원에 도착하니 이마 위로 약간의 식은땀이 흘렀다. 아무래도 이게 영 무거운 탓이겠지. 얘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흘러내리는 검은 봉지를 낑낑 들며 한참을 둘러보니, 저 벤치 쪽에서 하얀 모자가 보였다. 맞나?


육성재!


내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그 녀석은 뒤를 돌아보며 한달음에 내게 달려왔다. 왠일이냐? 무거워 보이 길래. 영 답지않은 성재의 행동에 나는 표정을 이죽였다. 육성재는 내 손에 들려있던 봉지를 들고는 다시 자신이 앉아있던 벤치로 향했다. 나는 후드 집업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이리저리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와, 술도 가져왔냐.

엉.

안 걸렸어?

어차피 좀만 있으면 우리 둘 다 합법이야.


나는 중얼거리며 소주병을 까득였다. 톡 하고 열린 병 안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진한 알코올 향내. 나는 봉지 안쪽에 처 박혀 있던 종이 소주컵을 하나씩 들어 소주를 따랐다.


자.

땡큐.

너 설마 이것만 먹고 취하거나 하는 거 아니지?

헐, 내가 너보다는 잘 마시겠다.

그래, 그러길 빈다.


둘 다 한 입에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는 과자 한 봉지를 뜯었다. 바스락거리며 입 안에서 흩어지는 과자맛이, 어쩐지 영 묘했다. 다들 이런 맛에 술을 먹나, 이해가 안 간다.


맛없다.

너 처음 먹어보지?

어. 너는?

……나도.

앞에 침묵이 의심스럽다. 너 뻥이지?


한참동안 육성재를 추궁했다. 그러나 그 녀석은 범법 행위는 안 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말만 한 채 내 이마를 밀어버렸다. 아, 미쳤나 이게.


아프거든?

아프라고 한 거야.

완전 나쁜 놈이네, 이거.

이제 알았냐?


킥킥대는 녀석이 어쩐지 기분이 나빠서는, 나는 괜히 꿀밤 하나를 때렸다. 아야! 와, 역시 힘 좋은 건 하나도 안 변했어. 니가 맞을 말을 하는 거지. 내가 말하자, 성재는 잔말 말고 술이나 따르라며 잔을 내밀었다. 나는 꼴꼴, 그 녀석에게 소주를 한 잔, 나에게도 한 잔. 두 잔 밖에 안 마신 거 같은데, 어째 얼굴이 더웠다.


야, 육성재.

어?

왜, 가수들 보면, 실물 진짜 예뻐? 걸그룹 실물.

그게 왜 궁금하냐.

아니, 그냥. 궁금하던데.


내 10년 지기 불알친구 육성재, 이 자식은 가수다. 아이돌 가수. 비투비인가, 아무튼 그룹이랬는데. 어찌 되었건. 외모도 참 반반하고, 노래도 잘 하고.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거겠지. 내가 그저 그런 대학에 갈 동안 이 녀석은 참, 많이 자란 것 같았다. 키도 그렇고, 뭐랄까, 여러 가지 면에서.


내가 꿈이라는 걸 삼켜버리고 그냥 저냥 마냥 살고 있는 동안에, 이 녀석은 꿈을 이뤘다는 그 사실이. 어쩐지 못내 서러웠고, 못내 부러웠다. 나는 멈춰 서 있는데, 저 녀석은 이미 저 만치 가 있다는 사실이.


적어도 너 보다는 예쁘지.

아씨, 너 죽고 싶지?


장난스레 말하는 그 녀석이 어쩐지 짜증나서 등을 한 대 쳤다. 이번에는 힘을 꽤나 실었으니 무지 아플 것이다. 내가 킥킥 웃자, 육성재는 나를 괜히 째려보다, 이내 한숨을 쉬고는 다시 술을 따랐다. 꼴꼴,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한 잔. 육성재가 따라 주는 술을 한 잔, 또 들이키고, 두 잔, 세 잔. 그렇게 잔이 쌓였다.

소주 두 병째가 반 정도 남았을 때, 나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 육성재에게 물었다.


야.

뭐.

너 가수 되기 전에, 좋아하던 애 있었냐?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난 이런 거 궁금하면 안 되냐. 내가 궁시렁대자 육성재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다 내게 되물었다.


너는?

뭐, 나?

넌 좋아하던 애 없었냐?

……좋아하던 애라.


술도 들어갔겠다, 새벽이겠다. 기분은 센치했고, 바람은 서늘했다. 나는 하늘의 달 한 번을 쳐다보고는, 육성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있었지, 없었겠냐.

누군데?

왜, 궁금하냐?


뭘 이런 걸 궁금해 해? 내가 묻자 육성재는 아무 말이 없다가, 이내 그냥. 이라고 대답한다. 짜식, 시시하게. 분명히 술이 들어 간 탓이다. 나는 달아오른 두 뺨을 감싸쥐곤 육성재를 쳐다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되게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거 같은데.

……누군데?

씁, 잔말 말고 들어.


육성재를 향해 손을 들이밀자, 그 녀석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옳지.


뭐라고 해야 하나. 첫 사랑인가, 이것도.

뭔데?

그런 거 있잖아, 좋아하는 줄 몰랐는데 나중에서야 알게 된 거.

그럼 첫 사랑이지.

그럼 걔가 나한테는 첫 사랑이네.


종이컵 안에 남아있던 술을 다 털어 넣고는, 나는 계속 말했다. 육성재는 여전히 조용했다.


언제더라. 초등학교 때? 엄청 더운 날이었는데, 내가 그 때 무지하게 아팠거든? 학교도 한 일주일인가……못 나가고. 그랬는데, 걔가 그 일주일 동안 우리 집에 맨날 와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오늘 뭐 했는지, 심지어 급식은 뭘 먹었는지 하루 왠종일 알려주고 갔었거든. ……내 생각인데, 아마 그 때부터 좋아하지 않았을까?


뭘 그런 걸로 좋아하냐.

아, 듣기 싫어?

……아니.


중학교 때도 같은 반이라, 내가 자고 있으면 걔가 깨워주고, 걔가 자면 내가 깨워주고. 계속 그랬단 말이지. 매점도 내가 사주고, 걔가 사주고, 서로 번갈아 가면서. 또 뭐가 있더라. 체육대회 때 내가 피구 나가서 얼굴 한 번 크게 얻어맞은 적 있었잖아. 그러다 정신없어서 넘어져서 발목도 삐고. 그 때 걔가 나 업고 보건실까지 데려다 줬었거든. ……솔직히 말해서, 그 때 되게 설렜다. 아, 뭐랄까, 지금 생각 해 보면 내가 참 좋아했었구나 싶기도 하고.


또 뭐가 좋았더라, 아, 노래 부르는 거. 노래 부를 때 진짜 멋있었는데. 진짜 잘 부르는데, 되게 웃긴 건 축제나 그런 데에서는 또 안 부른다? 내 앞에서만 노래 불러주고, 그게 뭐라고 또 설렜었는데. 어, 그리고, 화이트 데이나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거 꼬박꼬박 챙겨 준 거. 나는 기억도 못했는데, 엄청 잘 챙겨줬어. 툴툴대면서도.


고백도 안 했어?


육성재가 물었다. 나는 과자를 오물오물, 씹으며 말했다.


그 때는 걔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거든.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인가, 자기 꿈 이루겠다고 멀어졌어. 그 이후로는 연락만 가끔, 드문드문. 아, 생각 해 보니까 나 걔 진짜 좋아했나 보다.


……걔, 아직도 좋아하냐?

……아직도?


육성재의 눈빛이, 참 이상하리만치 묘했다. 이 자식의 눈빛은 언제나 묘했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여름 같았다. 육성재에게서는 여름 냄새가 났다. 어느 샌가 사람을 휩쓸다 또 다시 어느 샌가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충격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 그런 녀석이다, 이 녀석은.


……좋아 했었지.

……과거형이네.

좋아 했었지. 지금은 다가가기에도 너무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려서, 만나기도 어렵고. ……애초에 나 같은 게 좋아할 만한 애가 아니었던 거지.

그럼, 걔는 너한테 있어서 뭐였는데.


……무엇이었을까. 그 애는. 나한테 있어서.


여름.

여름?

엉. 여름.

왜?


끊임없이 묻는 육성재가 미웠다. 넌 참 미운 녀석이다. 그리고 나쁜 자식이다.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끝까지 나를 속이려 든다.


걔랑 같이 있으면, 그냥 여름 같았어. 절대 잊혀지지도 않고, 힘들기도 했고……근데 막상 생각 해 보면, 또 나쁘지만은 않았거든. 아, 아닌가. 좋은 기억만 남은건가.

……이제는, 안 좋아해?


육성재가 나에게 묻는다. 육성재, 그 애의, 걔의 눈이 나를 향해있다. 여름을 닮은 눈이. 절대 잊혀지지도 않고, 힘들고, 그러면서 나중에 기억하면 좋은 기억만이 남아 있는. 참 비겁한 여름이라고 생각했다.


……여름이 다 갔잖아. 이제 여름은 끝났지. 곧 있으면 가을이잖아.


나는 벤치에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척추가 곧게 펴지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나왔다. 안 가냐? 나는 육성재에게 물었다. 육성재는 벤치에 앉아, 영 갈 생각을 않고 있었다.


……가을이 와도.

뭐?

겨울이 오고, 봄이 오고, 다시 여름이 올 거야.

……

그 때에는, 그 때에는 어떡할 거야?


육성재가 나를 똑똑히, 그리고 곧게 바라보고 있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순진한 척, 우습지도 않다. 그래도 나는 또 바보같이, 또. 또 속아주고야 만다.


그 때에는, 글쎄다.

어쩔거야?

……그 때의 여름과, 훗날의 여름은 다른 여름이겠지.

……


나는 침묵하는 육성재를 마주보았다. 알긴 아냐? 나는 널 8년간이나 좋아했고, 8년간이나 좋아한 너는 내가 널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 마음을 모른 척 했지. 넌 내게 여름이었고, 난 네게 가을이었나 보다.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은 네가 날 좋아할 지도 모른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었는데.


모르겠다. 나는.

뭐가.

그래도, 첫 사랑인걸.

뭔데.

여름이 오면, 다시 좋아할 지도 몰라.


그 애를. 너를. 속으로 꾹 삼킨 말이었다. 안 가냐? 가라.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집으로 걸어가려 했다.


……나한테는 언제나.


육성재가 입을 열었다. 나는 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봄이었는데.

……

언제나, 화사했던, 봄.


벤치에 앉아있던 육성재가, 날 보고 있었다. 후덥지근한 계절이 갔다. 서늘한 여름바람이 불어왔다. 근데, 근데도 그게 따듯했던 것은 내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여름은 이미 끝나버렸어.

그래서.

……계절이 가고, 또 봄이 오면.

봄이, 오면.

그 때, 그 때는.

……응.


육성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환히 웃는 그 녀석은, 여전히 여름이었다. 덥고, 짜증나지만, 절대 잊을 수 없고, 생각 해 보면 그만한 시절이 없던. 여름.


여름이 가고, 계절이 돌아오고, 봄이 돌아오는 날에, 그 때, 그 때에는. 내가 너의 봄이 될 수 있고, 네가 나의 봄이 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분명 괜찮을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육성재의 손목을 잡았다. 맥박이 요동치고 있었다. 묘한 감각이었다, 그건. 육성재는 조심스레 내 손을 더듬어 왔다. 내 손은 이미 뜨거웠다.




여름이었다. 그건, 분명하게.














그냥...남사친 + 썸 + 소꿉친구 성재가 보고싶었을 뿐입니다...

첫글이 망글이라 죄송합니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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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ㄸㄹㄹ......좋다 진짜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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