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인어일까, 아님 내가 인어일까.
애초에 너와 나, 라고 칭하면 안 되는 걸까.
그해 여름, 한 소년이 날 찾아오며 이야기는 시작됐다.
**
" 설연아, 이것 좀 옆집에 가져다 드리고 와. "
" 아 엄마 잠깐만, 이 판만 하고…. "
" 너 또 쿠키런하지! "
" 아 진짜! 죽었잖아! 아 엄마가 내 생명 돌려놔. "
옆집이라면…, 우리집이 끝집이니까 그 성격 고약한 아저씨네 집? 아니 것보다 제쳐두고 가뜩이나 요즘 과자뜀박질 하는 애들 없어서 생명도 안 오는구만…. 나는 이내 점수를 띄우고 있는 휴대폰을 침대위에 던져두고 엄마가 나한테서 목소리로 간단히 과자뜀박질 생명을 앗아간 주방으로 갔다. ' 뭔데, 뭘 옆집에 갖다드려. 나 옆집 아저씨랑 사이 안 좋은 거 몰라? ' 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내적 화남을 밖으로 열심히 표출하며 설거지를 하고있는 엄마의 등판을 한껏 노려봤다.
" 거기, 식탁 위에 있는 접시 두 개 갖다드리면서 떡 잘 먹었다고 꼭 말씀드려. "
" 에? 그 구두쇠 아저씨가 웬 떡? "
" 야, 아무리 고딩이라도 그렇지, 넌씨눈이냐? 그 아저씨 이사가고 새로 이사왔잖아- "
" 헐, 대박. 왜 안 알려줬어? 제일 기뻐할 사람은 난데. "
" 으유, 망할 것아. 빨리 갖다 드리기나 해. "
" 오케이. "
" …아 맞다, "
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지. 아니 사실이면 뭐 어때. 난 이미 나왔고, 접시만 갖다드리면 되는데? 그리고 난 기분이 지금 굉장히 매우 정말 진심으로 삘쏘굿한데!!!!!!!눈에 뵐게 뭐 있어!!!!훠오!!!!!!!!!!! 당장이라도 옆집 문을 두드리고 눈사람 만들고 싶냐고 여쭤보고 싶지만 쇠고랑을 차고 언덕위의 하얀집으로 끌려갈 장면이 눈에 선하니, 그냥 정상적으로 접시만 돌려드리고 집에가서 과자뜀박질이나 해야겠다.
" 저기, 계세요? "
" …어. "
씨발, 맙소사. 미친 거 아님?
웬 개잘생긴 남정네가 하나 나오는데 나를 아나 봄. 막, 막 이리저리 얼굴도 막 살펴보고 긴가민가 한 표정으로 막 표정 구겼다 폈다 하는데 걍 잘생김.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라…, 난 과자 뜀박질을 하다 나왔기 때문에 지금 좀비맛이 난다고 우겨대는 전설의 녹차맛(으로 추정되는)과자 보다 못생겼는데?
ㅇㅏ, 어머니…. 행복한 삶이었어요. 낳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전 이만 창문 뜀틀을 넘도록 하겠어요.
" 뭐야, 금방 찾았네. "
" …예? 뭐요? "
아니 이 남정네가 뭐래는 거야? 졸라 노어이…. 나는 님 처음보는데여ㅇㅅㅇ???? 유치원 동창인가? 아니, 너무 먼가? 초등학교? 그것도 아니면 중학교? 아니면 뭘 찾았다는 거지? 이렇게 못생긴 생물체를 연구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뭐 출생의 비밀, 그런 거? 할튼 나는 지금 굉장히 못생긴 표정으로 고민에 빠져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고개를 들어 그 남정네를 봤다. 그 남정네는 뭐, 왠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을 피하지 않았고, 나도 뭔가 모르게 홀리듯이 피할 수가 없었다. 내가 못생긴게 신기하면 말로 하지….
" 아, 죄송해요. 정일훈입니다. 앞으로 자주 볼지도 모르겠네요. "
" 어, 예…. 옆집이면 뭐…. 가 아니라, "
이 남정네…아니 정일훈을 다시 봤다가는 정말로 쪽팔려서 여기 이 14층 난간에서 고대로 ' 잘 있어라, 세상아. ' 를 외칠 것만 같다. 다시보니 무릎이 잔뜩 나온 츄리닝까지 입고 있으니까 두말 할 것 없이 제대로 가관이지, 뭐. 쪽팔림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 돌려주려고 들고 온 접시 두 장을 그대로 들어 정일훈의 얼굴을 가려봤다.
" 뭐하시는…. "
"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요. 제가 굉장히 쪽팔리거든요? 잠깐만 이러고 있어주시면 안 돼요? 3초내로 꺼질게요. "
" 풉, "
기분나쁘게 풉, 하고 웃더니 곧 접시 너머로 정일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받아들어 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추노꾼마냥 우리집으로 후닥닥 들어왔다. 그리고 내 흑역사 일기 한 켠에 오늘 일이 빼곡히 기록 될 것 같다. 아, 똥망…. 고딩 같던데. 그럼 우리학교로 전학 오겠지, 뭐…. 난 부처다. 난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으아아억. 아니, 그보다 이 일이 일어나게 한 우리 과.뜀.생. 을 앗아가신 어머니 웨얼알유?
" 엄마!!!!!!! "
" 뭐 이년아!!!! "
" 왜 말 안 했어!!!!!!!개 잘생겼잖아!!!!!!! "
" 다 들리겠다 미련한 것아, 조용히 좀 해!! "
" …아 미친…? "
엄마, 우리 이사 언제 가…? 아, 아…. 여러분 김치먹다가 생강 씹은 기분 알아여…? 어금니에 고기 껴서 안 나오는 기분은…? 팝콘도 추가해서여…. 알보칠을 바르고 개신나는 팝핀을 추고싶다. 아 물론 저승사자와 손을 맞잡고서. 게다가 정일훈이 그랬잖아, 뭐 자주 봐? 누구 마음대로? 이제부터 죽어라 피해다닐 거임. 레알 내가 걔랑 마주치는 날에는 염라대왕님과 마주하는 날인 줄 알고 살아가리. 하는데 와중에 문자가 왔다.
' 개잘생겼어? 내가?ㅋㅋ '
?네? 응?
" 엄마 내 번호 왜 팔고댕겨!!!! "
" 옆집이니까 무슨 일 생기면 그냥 돕고 좀 살으라고 그랬다 왜!!! "
아 지져스…. 됐고 너 스팸. 문자는 삭제. 빠이빠이. 벌써부터 기가 쫙 빨려나간 기분이다. 어째 딱히 순탄한 학교생활이 펼쳐질 것 같지만은 않다…, 라는 예감은 그냥 예감으로 그치겠지? 그래야지.
사담 |
배경이 민트민트하니 참 인어스럽네요 마음에 들어 힛 눈 ㅇㅏ프시거나 보기 불편하시면 바꿀게요...(소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