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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행운의향로 

 

 

 

 

ㅡ나 학원 갔다와야 돼. 

 

지호는 조심스레 옷깃을 잡아오는 지훈의 손가락을 떼어내었다. 지훈은 말로는 하지 못하면서 눈빛으로 가지 말라는 티를 잔뜩 낸다. 아쉬워하는 아이를 억지로 집에 밀어넣자니 텅 빈 방에 다친 새끼강아지를 가두는 것 같이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지호는 지훈이 제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놀이터에 앉아 있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힘없이 부르르 떠는 엘리베이터 조명이 위태롭다. 지호는 하나하나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의 층수 표시 숫자가 1이 되어 낭랑한 알림음이 흘러나올 때 까지 지긋이 눈을 감았다. 하늘 끝에 노을이 깔리고, 누군가를 스쳐 지나갔을 끈적한 여름 바람이 지호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학원의 공기는 에어컨 바람에 의해 건조된 것인지 아니면 굳게 닫힌 문 안쪽에서 환기가 되지 않은 채 머무른 탓인지 바싹 말라 그저 텁텁할 뿐이다. 지호는 비어 있는 카운터를 지나쳤다. 휴게실이랍시고 마련된 작은 강의실엔 어지러이 책상들이 흐트러져 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구석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여학생 두 명이 고개를 들어 지호를 바라보았다.  

 

ㅡ어. 걔 아니야? 병신 마누라. 

 

가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자를 빼고 앉으려던 지호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어 선다. 속삭이며 말하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ㅡ표지훈 알아?  

ㅡ아, 들어본 거 같아. 여자애들이 되게 좋아하지 않았어? 

ㅡ맞어 그 모지리 새끼. 걔랑 존나 붙어 다니잖아, 쟤.  

 

모지리 새끼는 지훈을 가리키는 말일 테니 병신 마누라는 지호를 겨냥하는 단어임에 틀림없었다. 얼굴이 홧홧해졌고 긴장으로 멍해진 시야 너머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지호를 찔러대었다. 표지훈은 이제 병신이야. 너 때문에! 뚝 거칠게 샤프심이 부러졌다. 지호는 뺨을 치고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지만, 짧은 입술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폭풍우가 네 잘못이라고 짖어대면서 여전히 지호의 머릿속에 몰아치고 있었다. 지호는 그대로 짐을 쌌다.  

 

 

ㅡ벌써 나와 있었어? 

 

적잖이 당황한 듯한 지호의 목소리에 어느 새 그네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있던 지훈이 히죽거리며 일어섰다. 지호가 집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지훈은 벌써 놀이터 배경에 스며들어 있었다. 연못같던 그림에 파동이 일고, 반동으로 아직도 무겁게 앞뒤를 오가는 그네의 삐걱거림이 잦아들자 지훈은 인상을 쓴 지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ㅡ시원해. 

ㅡ이상한 대답 좀 하지 마. 왜 벌써 나와 있어, 아직 일곱 시도 안 됐는데.  

ㅡ원래, 괜찮아. 

 

지훈은 좀처럼 열을 내는 법이 없었다. 지금 뿐만이 아니라 곰곰히 생각해야 떠오르는 아득한 어린 시절에도 그랬다. 큰 덩치에 비해서 맞고 다니던 날이 더 많았던 이유중에 하나일 것이다. 쓸데없이 꼬투리를 잡혀 맞고 들어올 때 마다 지훈은 눈가에 시퍼런 멍을 달고 헤프게 웃으며 차가운 날달걀을 손에 쥐었고, 걱정하는 지호의 앞에서 멀쩡하다며 큰소리를 치곤 했었다.  

 

ㅡ이러니까 너가 병신 취급 받는 거 아니야. 다른 애들이 너한테 뭐라고 하는 줄은 알아? 

ㅡ……. 

ㅡ그렇게 멍청하게 웃지 말라고, 씨발. 넌 화도 안 나냐? 애새끼들이 주제도 모르고 너한테 뒤에서 깝죽대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좋아서 가만히 있어? 

 

너는 왜 가만히 있어?  

 

누구 때문에 친구가 어떻게 되었는데 너는 그 때 왜 가만히 있었어?  

불이 켜진 수술실 앞에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열하는 지훈의 어머니를 보며 지호는 자신에게 처음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 다음은 손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지훈에게 죽을 떠 먹이던 지훈의 어머니가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호를 달래셨을 때였고, 제 앞에서 잔잔히 웃고 있는 지훈에게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치는 지금은 아마 열 두어번 째쯤 될 것이다.  

 

그럴 때 마다 지호는 말했다. 

그러게, 왜 가만히 있었을까.  

 

ㅡ울지 마 지호. 울면 밉다고 그랬어. 

 

미안해. 잇새에서 가늘게 새어나온 지호의 외마디 울음이 바람에 금세 옅어졌다. 지훈은 울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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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임미다... 급하게 쓴 티나는 것 좀 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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