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세계의 나와 세훈이가 어떤 관계인지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어사대부(御史大夫) 박근우의 장남이라는 그 잘생기고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돈도 많고 명예도 있다는 그 남자에 대해서
나는 하물며 그 남자의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그렇지만
그러겠다고 대답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이 아이가 정말로 울어버릴까, 그것이 겁이 났던 나는 그러노마-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경직되어 딱딱하게 굳어있던 어깨며 표정이 유하게 풀어진다.
대신 내 손을 잡고 있던 양 손에 힘이 들어간다. 갑작스럽게 가해진 압력에 악-하고 짧게 비명을 내지를 뻔 했지만 입술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본디 남자아이 답지 않게 참 예쁜 붉은 빛을 띠고 있던 세훈이의 입술이 허옇게 질릴 정도로 제 주인의 이에 세게 짓이겨져 있어서일까,
그렇지 않으면 참 예쁘게 자랐구나 싶었던 기다란 세훈이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고 있어서였을까. 이유는 여전히 알 지 못한다.
그저 이 예쁜 아이가 울어버릴까 그것이 두려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아이의 구겨진 미간 위로 입술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EXO/민석준면찬열경수세훈] 인연(因緣) 4
[명사]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2.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이어지는 글입니다. 1편부터 보고 와주세요 제! 발!-
자연스럽게 눈이 떠짐에 따라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뿌옇게 흐려진 시야 탓에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또 다른 세상의 나도 원래의 나와 맞먹을 정도의 허약 체질이었는지 머리가 띵하니 어지러웠다.
답답한 마음에 후우-얕게 한숨을 내쉬자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온다.
"세훈아?"
세훈인가 싶어 작게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장난기 어린 세훈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내 물음에 답한 건 낮게 방 안을 울리는 아가-하는 부름이었다.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휘청거리는 몸을 가볍게 팔로 안아 받치는 손길이 퍽 다정하다.
"우리 아가, 오늘따라 이 오라비를 섭섭하게 하는구나."
"오, 오라버니께서 여긴 왜.."
"오라비가 되어서 어여쁜 누이동생의 방에도 찾아오지 못하는 것이냐."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 아니면 세훈이가 아니어서 실망한 것이냐?"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푹 숙여 땅으로 처박았다. 왠지 모르게 묘한 가시가 돋힌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걸, 세훈이의 이름을 부르는게 아니었는데.
스스로 자책하며 한참을 바닥만 내려보자 눈 앞으로 하얀 손이 나타나더니 그 손이 더욱 가까이 다가와 턱을 살며시 쥔다.
"그리 풀이 죽어 계시면 이 오라비 마음이 찢어집니다."
"어찌 존대를 하십니까, 말씀을 낮추십시오."
스스로 생각해도 주워들은 사극 드라마의 말투를 잘 흉내내고 있는듯 해 대견해하고 있을 찰나 푸흐흐-하는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너무 경박하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그 목소리가 주변의 공기를 가볍게 진동시키는듯 해 마음도 덩달아 일렁이는듯 싶다.
그 주인이 분명한, 주인을 닮아 단정한 그 웃음소리가 짧게 이어지더니 멈춘다.
"아가-"
너무나 다정해 몸이 녹아버릴 것만 같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목소리만큼이나 다정한 빛을 띠고 있는 그 얼굴이 눈에 가득 들어찬다.
날 바라보며 웃는 반쯤 접힌 눈에 홀려 그저 멍하니 그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아, 그 웃음이 이 눈 속에 녹아들었구나. 그 단정한 웃음소리는 사라지지 않았구나.
나만을 빤히 바라보는 그 두 눈에 그렇게나 다정한 웃음이 녹아있었다.
눈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눈물이 나는듯 싶었다. 아, 나는 어떡하면 좋아, 나는 정말-
"아가..?"
"오라,오라버니..."
준면은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을 하고 더듬더듬 저를 부르는 제 누이동생에 화들짝 놀라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본디 피부가 하얀 빛을 띠고 있어 아파보이기만 했던 제 아이가 얼굴이 말 그대로 허옇게 질려서는 온 얼굴을 구긴채로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제 쪽으로 뻗어진 한쪽 팔은 소매가 훤히 올라가 비쩍 마른 팔뚝을 그대로 내어보이고 있었다.
그에 마음이 시려와 제 손으로 준면이 제 누이동생의 팔을 감쌌다. 아가-하는 부드러운 부름은 여전히 거두어지지 않은 채였다.
"흐윽-"
"이 못난 오라비가 너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한것이냐, 어찌 눈물을 보이는 것이냐, 아가, 정신을 차려 보아라."
"으..우으..오라,버니,오라버니, 제가, 제가-"
"네 눈 앞에 바로 이 오라비가 있질 않느냐, 어찌 그리도 애타게 나를 불러, 아이야 말을 해 보아라."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내 오라버니라는 사람의 품으로 안겨들었다.잠시 경직되어있던 몸이 그새 내 몸을 강하게 끌어안아온다.
이대로 안겨있다가는 갈비뼈가 모조리 부러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짧게 잇새로 새어나온 윽-하는 신음소리에 바로 헐겁게 나를 안아오는
그 미친듯한 배려에 나는 다시 눈물을 터트렸다.
귓가에 다급하게, 하지만 다정하게 속삭이던 그 입술이 눈물자욱이 번진 내 눈가 위로 가볍게 내려앉더니 지그시 눈을 눌러온다.
"눈물을 거두어라."
더듬더듬 내뱉어지는 준면의 목소리에는 눈물이 그득했다.
그 눈물 속에는 애처로움이 가득했고 그 애처로움 속에는 애정이 가득했다.그것은 준면 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애정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그것은 준면 자신만이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더욱 아플 수밖에 없었다.
"네가 울면 나는 이리도 무능력한 사내가 된다, 아가 눈물을 엄추어라, 네 오라비의 심장을 멈추게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아가, 제발,"
"오라버니, 제가, 큰 잘못을, 저질러,"
"말하지 않아도 좋다. 네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나는 너에게서 멀어지지 않을 것이다.
네가 설령 내 이 몸뚱이에 칼을 찔러 넣어도 이 오라비가 너에게서 멀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 품 속으로 무너져 내리는 오라버니의 몸을 끌어안고 나는 한참을 울었다.
나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아, 당신이 진정 내 오라비라면, 그렇다면 왜 그런 눈을 하고서 나를 바라 보아.
아, 그렇구나. 당신은 나를, 아니 내가 아닌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그 단정한 두 눈 깊은 곳에 자리잡은 애정이 너무나도 선명히 내 마음까지 다다라 속이 쓰려왔다.
내가 아닌 당신의 누이동생은 이런 당신의 마음을 알아차렸을까.
이젠 그 마음의 주인도 아닌 자가 그 몸에 들어앉아 그 애정을 받고 있으니 그건 얼마나 큰 죄악인가.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는 누이동생을 사랑해버린 이 불쌍한 남자를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으,흐윽-오라버니, 저를,"
"말해 보아라, 내 무엇이든 들어 줄것이니."
"저를, 어찌하여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십니까, 어찌 저를,"
제 누이동생이 숨을 가쁘게 헐떡거리며 내뱉은 말에 준면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어졌다.
지난 몇년간 제 마음을 들켜서는 아니된다, 겨우겨우 꾸역꾸역 삼켜낸 제 추악한 감정을 제 누이동생이 알아차리고는 그것을 입에 담았다.
준면의 얼굴이 절망으로 얼룩졌다.
아가-내가 너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날이 갈수록 어여삐 피어나는 너를 내가 어찌해야해...
"저는, 오라버니의 혈육이 아닙니까, 어째서...어째서 저를 그리 바라보십니까."
"그만-말을 멈추거라, 아가, 제발 부탁이니 말을 멈추거라,"
"오라버니,"
"그만하래도!"
"저는 오라버니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준면은 울부짖었다. 제 할말을 마치고 까무룩 눈을 감고 쓰러져버린 제 누이동생을, 제 정인을 앞에 두고 울부짖었다.
황국(黃國) 승상(丞相) 김준후의 장남
황국(黃國) 승상(丞相) 김준후의 금지옥엽(金枝玉葉) 막내딸(18)의 유일무이(有一無二)한 형제(兄弟)
김준면(20)
'본디 너와 나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인것을.'
둘을 바깥과 차단한 굳게 닫힌 방문 밖에는 세훈이 서있었다.
어찌나 세게 문을 두드렸는지 꽉 쥐어진 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양 손이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울지말라는 제 아가씨의 다정한 명을 차마 거역할 수는 없어 눈물을 참기 위해 잔뜩 힘을 줬던 두 눈동자는 반짝임을 잃고 벌겋게 핏발을 세운채 달아올라있었다.
제 아씨를 제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고작 호위무사 나부랭이인 저는 그녀의 오라비나 황국 어사대부(御史大夫)의 장남이라는 그녀의 정혼자에 비하면 초라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그녀의 곁을 지키는 것 뿐이다.
오늘따라 제 옆구리에 채워진 검이 더더욱 묵직하게만 느껴졌다. 차마 흘려보내지 못한 울음을 탄식으로 토해낸 세훈이 굳게 닫힌 방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제 아씨와 저는 이다지도 지독하게 멀기만 한 사이였다.
황국(黃國) 도독주군사(都督州軍事) 오진원의 외동아들
황국(黃國) 승상(丞相) 김준후의 금지옥엽(金枝玉葉) 막내딸(18)의 호위무사
오세훈(17)
"이름은 변하는거잖아, 그런거 싫어.
괜찮아. 난 안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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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질러놓은 똥망글이 너무 많아서 댓글알림 일일이 해제하느라 애먹고 있어요..ㅎ..ㅎ...ㅠㅠㅠㅠㅠ
하나씩 다시 읽다 보니 정말이지 망글도 이런 망글이 없네요..ㅎ..ㅎ..ㅎ..제 흑역사가 가득해요! 와!
그렇다고 그 많은 글들을 다 날려버리긴 좀 그래서 하나씩 해제하고 있는데 곧 포기할 것 같아요..ㅎ..ㅎ...에효
원래는 세준이나 세종으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불마크가 달린 글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결국은 다시 빙의글로 돌아왔네요.
빙의글 읽으실때 독자님들 기억해주세요!
빙의글 속의 여자주인공은 독자님 전부 다, 모두들! 이예요! 우리 독자님들 인기쟁이! 잊지마세요!
준면이가 아가-하고 부르는 것도 세훈이가 아가씨, 하고 부르는 것도 전부다 독자님들이니까 꼭 꼭 기억하기!
암호닉은 다음 글에서 확인할게요!
암호닉 있으신 분들은 댓글 쓰실때 암호닉 꼭 언급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