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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너무 무능하다 생각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해온 음악도 일 년 전 시작한 목공도 그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것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날 감싸줄 수 없을 정도로 잘나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것보다 나 자신을 더 무능이 바라보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음악을 할 때에 항상 생각했다.

음악은 너의 길이 아니니 그만두라 말하는 부모님, 음악을 못한다며 포기하라 말하는 선생님, 내 음악을 들려주면 씁쓸히 웃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정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단정을 짓곤 했다. 하지만 나는 참 이상하게도 포기하지 못했었다. 그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 즉, 죽으라는 말과도 같았다. 차라리 죽으라는 말이 더 편하게 느껴졌기에, 그렇기에 나는 포기하지 못했다. 왜였을까 왜 하필 음악이었을까. 그게 도대체 뭐라고 포기하지 못했을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 부모님은 주말부부에 맞벌이셨고, 나는 21녀 중 늦둥이 막내였다. 또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부모님은 일에 치여 힘들게 사셨고, 우리 오빠들은 대학과 군대에 의해 만나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렇다 보니 집에선 거의 혼자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입에서 나온 어린 시절의 추억이 우리 집에서 라면을 먹는 것 일정도로 그랬다. 또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TV였고, TV는 나의 친구이자 가장 큰 관심사였다. 어느새 자라며 보니 내 가장 큰 관심사가 나의 꿈이 되었다.

 


 

그렇게 내 꿈이 된 음악는 나의 피였고 살이 였으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단호했던 나의 결심은 바꾸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우울증이었다. 지금은 단호히 우울증 이였다. ‘라고 말할 수 있으나 그때는 몰랐다. 그냥 주기적으로 오는 무기력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주변의 그 어떤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채 회색의 푸르스름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 당시 신촌의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었던 나는 평일 오전 알바를 하며 저녁에는 잠 못 이룬 채 침대에 기대어 울고, 낮에는 부족한 잠을 채우려 누우며 또 울었다. 사람들과 함께 일 때에는 재밌고 즐거웠지만, 혼자인 순간에 슬픔은 내가 느낌 즐거움의 배가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그때엔 당연히 자살도 생각했었다. ’ 서강대교에서 뛰어내려 죽으면 한 번에 죽을 수 있을 거야. ‘ 하고, 하지만 내가 죽지 못했던 이유는 너무 많은 생각 때문이었다. 죽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엔 항상 이런 걱정을 했다. 나의 시신을 거두어 올릴 구급 대원 분들, 나와 같이 살던 언니, 내 친구들, 그리고 나의 부모님, 가족들이 평생 안고 가야 할 상처가 걱정되어 뛰어내리지 못했다. 그것조차 못하는 내가 바보 같아 또 울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나는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았으며, 그만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절망감은 음악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기로 했다. 아니 믿어야만 했다. 그렇게라도 믿어야 음악과 멀어질 수 있고, 멀어져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내 스스로 나의 살을 잘라야만 했다. 2017년의 어느 날, 나에게로 다가왔던 우울은 나의 전부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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