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직접 일기를 써보고자 짤막하게 메모를 시작한 것인데, 어디서든 덜렁거리는 습관은 쉬이 고쳐지지 않는 것이었나 보다. 어쨌든 노트를 두고 왔고, 자리를 옮겼을 때 메모하던 종이를 찢어 가방에 넣어놓은 것이 있어 그것만 옮기는 중이다. 여러 대학교에서 배포한 노트 중 하나. 표지에는 행복하시라고 쓰여 있었다. 당신도 행복하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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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는 뻥이야. 추천서는? 뻥이야. 생기부는? 뻥이야. 생기부만 보면 너희는 영재야. 1등부터 꼴등까지, 다 영재 급이야. 대학에선 또 뻥을 골라내는 능력이... 애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 문과는 철학과, 이과는 천문학과. 세뇌시켜. 전공은 상관이 없어. 취업하는 거야. 토익 풀고 영어 공부하는 거야. 전공시험 보고. 정치외교학과 가서 외교관 할 거 아니잖아. 무슨 상관이야, 아무 과나 나오면! / 만드는 거야. 그게 종합 전형이야. 그치, 네가 못했다면, 네 동생한테 해줘. 열아홉 살 끄트머리에 고민이 많네. 항상 이때마다 고민을 하더라고요. 이때까지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이 유치원 가고, 초등학교 가고, 중학교 가고, 고등학교 가고... 인생 처음으로 고배를 마시는 거야. 1단계 떨어지고, 2단계 떨어지고... 5개 정도 떨어지면 그때부터 표정이 안 좋아. 이제 6번째 붙으면 통곡을 하는 거야, 교무실에서. 제발 나가서 울어! 작년에 다 떨어지고 한양대 붙은 애가 그랬어. / 자, 이래서 떨리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클릭, 클릭, 클릭. 발표를 하면 작년 애들은 휴대폰을 다 제출했어. 두 시 발표면 수업 시간에 나와서 확인하는 거지. 친구 한 100m 떨어트려놓고. / 일단 1단계서 털리고, 면접에서 네 학교를 들어오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탈탈 털어줘. 상위권 대학은. / 천안 밑에 있는 대학은 내가 꼭 감을 어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