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민하던 대학이 너에겐 과하, 혹은 적정이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얼마나 복잡한 감정이 들었는지 너는 알 수 없다. 이런 걸 친구라고 두며 고민을 털어놓는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음으로 수천 번 고개 숙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열등감까지 고개를 숙일 리 없지. 어려서부터 좋은 말만 귀담아듣던 나는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아니 받아들일 수가 없다. 너는 참 열심히도 살았고, 나는 나태함의 끝을 보이며 살았다. 그런 점으로 보아 이건 지극히 당연하고 괜찮은 결말이 아닌가. 너에겐 희극의 줄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에겐 비극이란다. 어서 이곳을 떠나 미래를 보고 싶다. 내 미래가 비참하면 어쩌지, 하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다.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렇게 살 것이다. 친구야, 너는 계속 열심히 살지 않겠니. 나를 깊은 비참의 늪에 빠뜨려도 괜찮다. 그리고 앞과 같은 결론을 내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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