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돌아올수록 더욱 거세진다.
나는 이미 한참 전 그 거센 물살에 익사했다.
잠겨 죽었다. 그 빗물에.
아니, 정확히, 사실대로 따지자면 그 우울함에.
아니, 더 솔직해지자면 내 못난 모습에.
나는 이미 죽어 있다.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이미 죽었기 때문에.
죽었다. 한참 하고도 한참 전에.
죽은 걸 아는데 너무 살고 싶다.
살 수 없는데 살고 싶다.
죽여 달라고, 죽고 싶다고 그토록 외친 이유는
살고 싶어서였다.
그래도 난 살 수 없겠지.
정말 확 죽어 버리고픈 밤이다.
날 제발 죽여줘.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