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09 06
1) 가위
밤을 새웠다. 자소서를 쓰겠다고 버티다가, 네 시가 넘어 잠깐 졸았던 것 같다. 솔직히 아침에 후회했다. 눈을 떴는데 개운하지 않고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엄청 졸겠구나 싶었다. 1교시 영독, 수업 시작 후 엎드렸다 깨니 2교시 독문이 시작해있었다. 얼마간 정신을 차리기 힘들어 몸을 살짝 뉘었는데, 일어나고자 해도 몸이 움직이질 않더라. 혹시나 해서 눈을 떴지만 귀신이 있진 않았다. 여태 직접 귀신 얼굴을 맞댄 적은 없었다. 하나, 둘, 시동을 걸고 몸에 힘을 가해도 일으킬 수 없었다. 입에서 목 긁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는데 수업에 방해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다. 사실 방해보다는 자다가 코 고는 사람이 되어버릴까 두려웠던 것. 어찌 일어나긴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기억하려고 이걸 쓰는 것인데. 옆 친구에게 물어보니 소리를 내진 않았다고 한다. 스스로 목 긁는 소리를 내어봐도 아까 들은 소리가 아니었다. 내 소리는 너무 가까웠다. 다른 사람이 낸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귀신을 마주한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잠이 확 달아났고, 다시 누워 눈을 감아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그랬을까.
2) 오늘 들은 말
AM 11:58
그래서 얘도 하나 추가까지 해서 총 열두 가지. 19번, 20번 푸세요. / 너희 그럼 다 다른 시간에도 다 써? 쓰게 해주셔? 그럼 다 쓸 거 아니야. (어, 수업하고 싶은 애들은 하던데.) / 되게 편하게 자네. (깨워요?) 아니, 됐어요. 고단한 고3 생활에 자야지. 나도 고3 때 학교에서 엄청 잤어요. 수업도 안 듣고. 19번 풉시다.
+) 엄청 커다란 모기가 나의 발을 물었어, 간지러웠어. 그리고 박테리오파지 댄스.
너희가 급하다고 하니 나도 급해지는구나. 빨리 21, 22번 풀고 자소서 쓰자. (와아) 글쓰기네요? (예. 창작의 고통.) 선생님들도 생기부 쓸 때 그걸 느껴요. 이 학생이 착하다, 이걸 서른 가지 말로 써야 해. (넌 쓰기 힘들겠다. 왜? 안 착하잖아.) 그러니까. 그게 제일 힘든 거야. 나는 이 선생님의 목소리를 상당히 좋아한다. / 정리하시고 할 일 하세요. 그리고 뒷장에 실력 다지기 있어요. 개인적으로 푸시고 개인적으로 질문하세요. 따로 수업 시간에 하진 않을게요. 그러나 시험 범위엔 들어가겠죠.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