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손으로 지훈의 목걸이를 집어들었다.
무엇에 밟힌걸까? 파란 보석이 바스라져 남은 건 보석을 고정하던 틀 밖에 없다.
애써 흐르는 눈물을 무시하며 내 목을 더듬어 지훈의 것과 똑 닮은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파란 보석에 내 얼굴이 비친다.
그 사이로 우리의 예쁜 추억도 비친다.
"훈아, 이거 나랑 찬이가 저잣거리 가서 사온거야"
"이야- 진짜 예뻐, 꼭 하고 다닐게"
"너랑 정말 잘어울릴거야"
"세봉아,"
"음?"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게. 선물 고마워"
"잃어버릴 수도 있지 뭐,"
"잃어버리면 꼭 혼내줘"
"알겠어"
내게 이것을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했잖아.
절대 나와 찬을 두고 떠나가지 않겠다고 맹세했잖아.
너도, 아버지도 똑같아. 날 두고 자꾸만 어디로 도망가버려.
난 이제 혼자야. 혼자서 너의 잔상만 자꾸 그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다.
목걸이를 걸고 해사하게 웃던 네 얼굴이 떠올라서.
이제 더이상 웃는 네 얼굴을 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네게 꼭 맞았던 그 목걸이.
그리고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처소에 앉아있는 저 사람이 정말로 훈이인걸까?
광음; 낮과 밤 (3/5)
w. 뿌존뿌존
"찬아!!"
급히 뛰어 찬의 처소로 향했다.
깜짝 놀라 문을 여는 찬.
"무슨 일이야 누나,"
"급해. 너와 나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럼"
상궁들과 내시들을 모두 내보내고 오롯이 둘만 남은 공간.
흔들리는 찬의 눈동자, 웅성거리는 상궁들의 소리
그리고 소매춤에서 꺼내는 지훈의 바스라진 목걸이.
".........이건..."
"훈이꺼야."
"이걸 왜 누나가 가지고 있어? 아니, 왜 이렇게 부서졌어."
"훈이 처소 뒤에 있는 개구멍으로 들어갔다가 발견했어"
"형이 일주일 전에 그곳으로 나갔었나봐"
"...맞아, 그런데 이 목걸이, 지훈에게 꼭 맞아.
뛰거나 구른다고 해서 벗겨지지 않아"
"............"
"게다가, 지훈이는 이걸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내게 맹세했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지훈이가 이걸 의도적으로 벗었다는거야."
"..............."
"저 왕의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은 지훈이 아냐.
내게 이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했어."
빨개지는 찬의 콧등.
꼭 쥔 그의 작은 주먹.
".......미안 누나, 안 울려고 했는데"
"................."
"사실 나 생각했어. 형이 아닌것 같다고.
나 사실 지금까지 형 한번도 못 봤다?
얼굴도 못 봤고, 목소리도 못 들었어.
형 처소에만 가면, 호위무사들이 날 막아.
왜 이러냐고 물으면, 난 들어가면 안됀데"
훈이 변한건지, 아니면 저기 앉아있는 사람이 훈이 아닌건지.
만약 저기 앉아있는 사람이 훈이 아니라면, 나와 찬의 생각이 맞다면
훈은 지금 어딜 떠돌아다니고 있는건지.
새벽, 그 날 밤. 지훈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가.
나는 왜 그날 지훈의 처소에 일찍 찾아가지 않았던가.
+
아이처럼 엉엉우는 찬을 달래고 찬의 처소를 나섰다.
지훈, 아니 저 남자를 뭐라고 불러야할까?
당분간은 사내라고 불러야겠다.
사내를 만나야겠어. 평소처럼 행동하자 세봉아.
"주상저하를 만나뵙고 싶어요"
"지금은 안됩니다"
"왜요?"
"지금은 좀......"
그리고 동시에 들리는 무언가가 깨지는 파열음.
"죄송해요 세봉님. 얼른 돌아가세요."
".......알겠어요"
그 사내의 얼굴을 보고 말해주고 싶다.
훈을 어디다 숨겨두었냐고.
만약 네가 훈이라면, 왜 이리도 변해버렸냐고.
난 너무 무서워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다.
그저 눈물만 흐른다.
예뻤던 우리의 추억이 산산조각나 내 발가락 사이로 흘러가버리는 것만 같다.
난 선왕의 말씀에 따라 훈을 지켜야하는데.
죄송해요 전하, 전 너무 나약한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