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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SBS 금토극 '귀궁'(극본 윤수정, 연출 윤성식·김지연)이다. 제목만 딱 봐도 귀신이 있는 궁궐을 배경으로 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귀궁'이 지난 18일에 방영한 첫 회부터 시청률 9.2%(닐슨미디어 집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기록은 10.7%로 두 자릿수를 찍으며 대박을 예고했다. 전작이 인기리에 종영한 '보물섬'이어서 그 후광효과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게만 설명되기에는 '귀궁'을 향한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뜨겁다.
지금도 사람들은 현실이 답답하거나 미래가 불안할 때 점을 보고 무속신앙을 찾곤 하는데, 이에 대해 불확실한 세상에 대한 정신적 위안을 찾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들이 있다. 안방극장의 귀신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을 납득할 수 없어 이유와 원인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귀신을 매개해 세상사를 설명하는 드라마는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힘이 있나 봐" 하게 만들며 큰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다.
게다가 귀신 이야기의 본질은 사람의 이야기여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욱 끌어당긴다. 원래도 귀신은 원한을 가진 존재들이 많은데다 드라마에서는 풀리지 않은 앙금, 그리움이나 미련을 더해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하며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귀궁' 또한 천년의 수행 끝에 용이 되려 승천하던 이무기가 사람의 눈에 띄는 바람에 땅으로 고꾸라지고, 그 원한으로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귀신 강철이(김영광)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귀궁'이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뼈아픈 실패 또는 험난한 운명을 딛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신력이 좋은 무당이 강철이를 몸주신으로 모셔주면 다시 용으로 승천할 수 있는데, 그릇이 될 만한 좋은 자질의 아이가 바로 여주인공 여리(김지연)다. 다만, 여리는 무녀의 운명을 거부하고 애체(안경) 장인이 되어 자신만의 길을 간다. 결국 강철이와 여리 모두 순탄하지 않은 운명의 소유자들. '귀궁'은 앞으로 이들이 자신의 운명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그려 보일 거라 안방팬들의 궁금증을 높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 앞에 놓인 운명을 힘껏 헤쳐나가는 여리의 성장서사가 기대돼 팬들을 화면 앞으로 모이게 한다. 영매의 운명을 거스르려 한 여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귀신과 마주하며 자신의 운명을 대면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늘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여리여서 시청자들까지 에너지를 얻고 있다. 특히나 첫사랑 윤갑(육성재)의 혼을 찾기 위해 물귀신을 불러내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캐릭터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주인공이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끌고 나가는 덕분에 '귀궁'은 2회만에 핵심 빌런인 팔척귀 이야기에까지 다다랐다.
한편, 여리에게 자신을 받아들이라 위협하는 강철이는 인간에게 무서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리를 통해야만 용이 될 수 있으니 여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이렇듯 역설적인 강철이는 여리에게 다가가기 위해 죽은 윤갑의 몸에 빙의해 사람이 되더니 무서운 귀신은 오간 데 없고, 대신 안방팬들의 웃음주머니가 되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느끼는 인간의 오감으로 신세계를 경험하는 강철이의 모습이 코미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코미디지만, 또 다른 강철이의 모습도 기다려진다. 용이 되지 못해 실패한 존재이자 완성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라는 이유로 어두운 기운이 가득하던 강철이의 변화와 성장 역시 '귀궁'의 관전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귀궁'은 퇴마와 더불어 로맨스를 양대 축으로 한다. 아직은 '혐관'인 두 주인공이 왕실을 위협하고 있는 팔척귀를 함께 대적하면서 새로운 관계로 발전할 것이란 사실에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인간에게 들키는 바람에 용이 되지 못해 인간을 증오한 강철이지만, 사실 여리에게는 늘 애틋한 마음이 있었다. 처음 여리를 알게 된 날부터 마음이 남달랐던 강철이가 윤갑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려는 여리를 보며 감정이 깊어지는 수순일 테다. 여리 역시 윤갑의 몸으로 보여지는 강철의 변화에 마음을 열 것이다. 이러한 러브라인은 연습생 시절 처음 만나 이제 16년지기 친구 사이라는 김지연과 육성재의 케미스트리로 발현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김지연은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 '조선변호사'(2023), '피라미드 게임'(2024) 등으로 이어진 작품활동으로 이제 어엿한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하더니 '귀궁'에서는 2회만에 놀라운 흡입력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중이다. 안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연기가 당찬 무녀의 캐릭터에 힘을 실었다. 이번 '귀궁'을 통해 첫 사극이자 1인2역에 도전한 육성재 역시 차분한 선비 연기부터 능청스러운 연기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합격점을 받고 있다. '도깨비'(2016), '쌍갑포차'(2020), '금수저'(2022) 등으로 차분히 작품수를 늘린 육성재의 연기가 '귀궁'을 통해서 성큼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강철이로 특별출연한 김영광부터 임금으로 등장해 남다른 활약이 기대되는 김지훈까지 등장인물들의 면면이 '귀궁'을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무섭지만 궁금하고, 알고 나면 더욱 마음이 쓰이는 귀신 이야기가 배우들의 호연과 맞물려 더욱 빛을 내고 있다. 더욱이 2회까지는 퇴마 사극의 톤이 강했다면 점점 로맨틱 코미디의 기운이 깃들 것이라 첫 주에 보인 화력보다 더 강력한 폭발력이 기대되는 '귀궁'이다.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65/00000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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