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은 찬열과 함께 지내던 집에 들어온 이후로 줄곧 이 자리가 제 자리가 아닌듯 불편했다. 함께 지내지만 남인 듯한 찬열의 존재가 백현에겐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다는 생각과 이대로 찬열의 기억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불면증까지 생겨 집에 들어오기 이전보다 백현의 얼굴과 마음은 피폐해져갔다. 그러한 잡념들을 없애기 위해 백현은 몸의 고단함을 택했다. 찬열이 이른 아침에 출근을 하고 나면 하루종일 빨래, 청소, 요리를 도맡아 했다. 그런 백현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쁜 회사일로 인해 찬열이 집에 들어오는건 일주일에 두번 정도였다. "여보세요..." -변백현씨, 박찬열입니다. 오늘 야근이라서 집에 못들어 갈 것같습니다. "아...네..." -따로 필요한 거나 불편한 거 있으면 비서실장에게 말해놓으면 됩니다. "아,아니에요. 그럼 일보세요." -아마 다음 주에 해외출장이 있으니까 할말 있으면 음성 남겨 놓으십시오 "저... 그게..내일부터 주말까지 병원에 가야해요. 정기검진 있는데 검사할 게 많아서 입원해야 하거든요." -아... 그럼 다음주에 뵙죠. 찬열과의 통화를 끊고 백현은 입원을 위해서 짐을 쌋다. 한창 마무리를 하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 현관벨을 눌렀다. 마트에서 주문한 물건이 도착한 것이라고 생각한 백현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현관문을 여는 순간 백현은 그 자리에 얼어 붙었다. '짝-' "아무리 못배워 먹었다지만 어른 말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니?" 현관문에 서있는건 찬열의 어머니였다. 독기를 품은 매서운 손이 백현의 뺨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대로 백현은 현관에 털썩 넘어졌다. 당황한 백현은 변명할 틈도 없이 찬열의 어머니에 의해 거실 한가운데 무릎 꿇여졌다. "멍청하게 있지말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 봐라." "......." "내가 분명히 우리 찬열이랑 헤어지라고 하지 않았어? 아니, 니 입으로 마주칠 일 없다고 했었지. 어쩜 이렇게 뻔뻔하게 남의 아이 가지고도 당당한지." 자신에 대한 모욕은 참을 수 있어도 아이의 존재마저 더럽히는 것은 백현도 참을 수가 없었다. "어머님... 제 뱃속의 아이 찬열씨 아이 맞아요. 조사해 보셔서 아시 잖아요." "이게 어디서 말대꾸야!" 역정어린 목소리가 백현의 귀에 들림과 동시에 고개가 돌아갔다. 씩씩거리며 자신의 분을 주체하지 못한 찬열의 어머니는 연달아 백현의 뺨을 내리쳤고 백현은 그저 묵묵히 맞고만 있었다. "후... 내일 당장 짐싸서 나가. 우리 찬열이가 널 무슨 이유로 데리고 있는진 몰라도 니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지길 바라마." 그렇게 찬열의 어머니는 현관문을 나섰다. 돌풍이 지나간 자리같이 엉망이 된 백현은 그 자리에서 부른 배로 인해 불편한 몸을 엎드려 눈물 흘렸다. 백현은 책임을 져야했다. 찬열이 사고 나기 전에 백현을 찾아온 찬열의 어머니는 백현에게 찬열의 미래를 막고 있는 존재라고 당장 사라지라고 했다. 무슨 오기였는지 백현은 그러고마 했었다. 자신이 찬열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것이 싫었고 저 하나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줄 알았다. 그러나 그 결과 찬열의 기억의 부재만 남았을 뿐이었다. "아..." 한참을 울다 내일 집을 나가려면 짐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배가 땡기듯 아파왔다. 아기집이 약해서 약간의 스트레스에도 큰 부담인 몸에 충격을 가했으니 상태가 심각한 듯 했다. 식은땀이 흐르고 점점 더 심해지는 아픔에 그대로 배를 감싸 안고 웅크렸다. "아가야... 가만히 있자...하.." 바닥에 엎드려 있길 한참, 아픔은 계속되었고 어떻게 해서든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전화기를 가지러 안방으로 갈 때 태동이 느껴졌다. 아픈 와중에 느껴진 아이의 발길질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고통은 배가 되었고 백현은 아이에게 계속해서 속삭였다. '아가야... 엄마 좀 살려줘. 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어. 제발...' 계속되는 배앓이에 핸드폰을 찾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땀을 뻘뻘 흘리길 삼십분이 지났을때 백현의 말을 알아들은 건지 태동이 멈추고 점점 상태가 호전되었다. 지쳐버린 백현은 침대에 누워 기절한 듯 잠들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ㅠㅠ 주중에는 시간이 안나서 주말에 왔어요. 앞으로는 백현이가 많이 힘들거고 찬열이도 많이 힘들거에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여러분은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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