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해>>완성까지 앞으로 몇 년이나 걸린다. 아니, 회사에서 언제 또 참견할지 모르는 상태다. 편찬이 완전히 엎어지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완성을 하건 도중에 흐지부지되건, 그 무렵에는 나는 이미 사전편집부에 없다. 〈〈대도해>>와 관련된 기쁨도 괴로움도 나눌 수가 없다. 기획을 시작한 당초부터 사전편집부에 있었던 것은 마지메가 아니라 나인데. 온천처럼 콸콸 쏟아나는 괴로운 감정의 원천을 더듬다 보면 참으로 한심한 결론에 도달한다. 요컨대 질투다. 나는 마지메만큼 사전에 대한 열의도 없는 주제에 시샘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일에서 뒤처진 느낌이 들어 도저히 초조함을 억누를 수 없다. 선전광고부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 니시오카는 자신을 격려 했다. 마지메는 죽었다 깨어나도 선전광고부 같은 데서는 활약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다르다. 어떤 부서에 있어도 문제없이 일을 해낼 자신이 있다. 선전광고부에 가면 열심히 일해서 화려하게 공을 세울 것이다. 사전과 마찬가지로 광고에도 아무런 흥미 없지만. 대체 어떻게 하면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것밖에 없다고 작정하고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릴 수 있을까? 니시오카는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니시오카 주위에 마지메나 아라키나 마쓰모토 선생 같은 사람은 없었다. 학생 시절 친구들은 뭔가에 빠져드는 것을 오히려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니시오카도 기를 쓰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다. 니시오카의 아버지도 샐러리맨이지만,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불명확하다. 단순히 그게 직업이니까 회사에서 일할 뿐이다. 가족을 위해, 회사의 업적을 위해, 월급을 받아 생활하기 위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니시오카는 사전에 매료된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먼저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긴 하는지부터 궁금했다. 월급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자비로 자료를 구입하기도 하고, 마지막 전철을 놓친 사실도 모르고 조사를 하느라 편집부에서 자는 날도 있다. 그들에게는 일종의 광적인 열기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다. 그러나 니시오카는 그게 사전을 사랑하는 것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하는 것을 그렇게 냉정하고도 집요하게 분석하고 연구할 수 있는 건가? 그건 얄미운 원수의 정보를 마구 모으는 것 같은 집념 아닌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몰두할 수 있는지, 수수께끼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보기 괴로울 때조차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내게도 마지메의 사전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니시오카는 문득 그런 상상을 했다. 분명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세계가 눈에 비치겠지. 가슴 터질 것 같은 빛을 띤 세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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