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요괴 02
"나는 아주 무시무시하고 냉정하고 잔인한!! 보틀요괴 '동동' 이다!!"
아.... 참 무시무시해라....
"널 죽이고 영혼을 가지러 왔따!! 넌 이제 내 손에 죽었..."
나는 보틀 뚜껑을 다시 집어들었다.
뚜껑을 든 채로 보틀요괴 '동동'을 바라보니
기세등등하던 태도는 어디가고 몸을 한껏 웅크렸다.
조금 귀엽다, 라고 생각했다.
"나..남의 집 지붕 가지고 뭐하는 짓이냐!!
우..우리 말로 하자!! 죽이지 않을게!!"
죽이긴 무슨. 니가 날?
너 뚜껑 한번 더 맞으면 죽을 것 같은데.
나는 들어올린 손을 내리고는
'동동'에게 말했다.
"그럼 넌 나에게 뭘 해줄건데?"
내 말에 동동은 쪼그려앉아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저 손가락만한 다리로 쪼그려앉을 수도 있구나.
동동은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탁- 치더니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소원을 들어줄게! 한가지!"
꽤 솔깃한 소리이긴 했으나
나로썬 이 같잖은 난쟁이새끼를 백퍼 신뢰할 수가 없었다.
나는 들어올린 손을 내려놓고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말했다.
"그게 진짜 가능한 일인지 어떻게 알아.
설마 귀로 듣기만 한다는 건 아니겠지."
내 말에 동동은 '아휴~ 속고만 살았나' 하고는
메고있던 가방을 파워풀하게 내려놓았다. (갑자기 세게 나와서 당황했다)
그리고는 가방 안을 주섬주섬 하더니
손톱만한 조약돌 하나를 꺼내보였다.
"이것은 소원석이야!! 우리 요괴들만 다룰 수 있어.
만일의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챙겨왔어!"
안 물어본 것까지 술술 불고있다.
아마도 얘가 이제껏 속아넘어가며 살아왔을 것 같다.
이렇게 순수함의 대명사인듯 하니....
"근데 이제 어쩐담. 원래는 널 죽이려고 했는데.
너같이 강력한 인간을 상대하다간 내 목숨이...."
"야, 무슨 미친 소리야.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나는 보틀 뚜껑을 다시 높이 들어올렸다.
그러자 동동은 몸을 한껏 웅크리며 벌벌 떨었다.
그런 모습도 귀엽게 보이니, 난 변태가 되어가나보다.
"그치만 영혼을 가져가지 못하면 크게 혼이 나는걸...."
"야 너 그러다 죽어! 내가 유난히 센 것 같지? 절대 아니야!
나보다 센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서 나는 하찮은 미개인이야, 미개인."
동동은 내 얘기를 듣고 표정이 창백해졌다.
귀여운 것..! 미개인은 너다, 이 새끼야.
그때, 가을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려는지
창 밖에 나무가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렸다.
휘이잉- 하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얼핏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
나는 거기에 또 장난기가 발동했다.
"들리지?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괴물의 소리야."
동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공격당하면 엄청 아파. 장난 아냐 진짜.
그러니까 사람들이 두꺼운 옷을 여미고 다니는거야."
세상 물정 모르는 불쌍한 동동은
내 말에 완전히 넘어가셨다.
보틀 옆면에 찰싹 붙어서 양 팔로 보틀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창밖을 쳐다봤다.
"그럼 이제 난 어쩌지...."
"야, 뭘 고민해. 내 방에서 살아. 숙식 제공해 준다."
"정말?! 너 참 착한 인간이구나!"
동동의 안색이 밝아졌다.
감정의 기복이 롤러코스터 급이다.
순수한 새끼.... 넌 이제 내 애완동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