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 여동생이자 YG 8년차 연습생인썰 04
" 몇일 전 보다 훨씬 나은데? "
" 00도 무리없이 들어오고, 더 세련된 느낌이구나. "
보컬 선생님의 말에 다들 얼굴이 밝아져. 나도 사실 조마조마 했는데 이렇게 좋은 얘기를 들을 줄이야!
" 편곡 00이가 다시 한거지? "
" 어,네,네! 어떻게 아셨어요? "
" 넌 곡 스타일이 워낙 유니크하잖니. 워낙 많이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딱 들으면 니가 만들었구나 감이 오는 거 있지? "
" 아..헤헤. "
칭찬두 받았어. 옆에서 동혁이가 '우와, 00누나 대단한 것 같아요.' 라고 비행기를 태우니까 그냥 마냥 쑥스러워.
그래두 다행이다 싶어. 노래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으니까.
****
오랜만에 연습이 일찍 끝나서 다들 숙소로 왔어.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힘들어서 옹기종기 모여 노닥거릴 기운도 없어.
숙소에 오자마자 사다리를 타고 두다다다 올라가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어.
" 와, 00누나. 살살 좀 눕지? 침대 가라앉겠네. "
구준회 너 이슥기...
" 밑에 동혁이라도 누워있었어봐요. 즉사네, 즉사. "
준회가 신경을 건드린다...^^
" ...ㅎㅎ..주네야.."
" 왜여. "
" ..ㅎㅎ...뒤질래? "
"..아뇨. "
주먹을 들어보이니까 준회가 시선을 피해버려. 귀여운자식. 준회와 투닥거리고 있는 틈에 막내 동혁이가 씻고 왔는지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면서 들어와.
" 야, 김동혁. 누나 있는데 옷 좀 입지?! "
" 아,맞다! "
" 어,어 괜찮아! "
" 뭐가 괜찮아. 저 누나 은근 보면 응큼하단 말이야. "
" 내,내가 뭐어!! 그,그리구, 너네가 남자냐?! "
" 근데 말은 왜 더듬는데? "
" 내,내가 언제!! "
얘,얘좀 봐라. 이젠 막 대들구 그러네!! 준회와 서로 노려보고 있자 동혁이가 아이,왜그래 다들~ 하며 중재해.
너, 동혁이 때문에 봐준 줄 알어! 입을 벙끗거리자
뭐,뭐! 한다. 으으...골치아파.
" 근데 00누나. 연습생 8년 했다고 했죠? "
" 어, 어? ..응. "
" 우와...누나는 진짜 보면 볼수록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짱짱. "
" ..뭘.. "
" 저 몰랐는데, 선배님들 노래중에 누나가 쓴 것도 많다면서요? "
" 에이..많기는. "
" 뭐더라, 아까 지은 누나가 말해줬는데. 그, 빅뱅 형님들 판타스틱 베이비랑 또 배드보이!! 투애니원 누나들 론리, 그리워해요랑
또 하이누나 앨범이랑 지디 형 솔로앨범까지 엄청 많다던데. "
" 와, 진짜? 누나 그정도야? "
" 아,아니야! 그냥, 내가 한건 얼마안되... "
" 지은 누나가 누나 저작권료도 엄청 많이 받는다구 했어요~ "
" 뭐?! 대박. 누나 맛있는거 사줘, 어? 사주라. "
" 으이구, 구준회. 먹는 생각 밖에 없지? "
징징거리며 졸라대는 준회를 밉지 않게 노려봤더니 윙크를 하지 뭐야.
" 그냥, 다 공동작곡이구 진짜 내가 한건 별거 없어. 지은 언니가 너무 거창하게 말했나보다 너한테. "
" 그래도 그런게 어디예요. 그리구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누나 완전 유명인산거 모르죠? "
" 응? 내가? "
" 네. 작곡이면 작곡 작사면 작사 프로듀싱도 왠만한 프로들 저리가라할 수준이고 춤 노래 랩 까지 못하는게 없는 괴물이라구 소문이 자자하다구요! "
" ..괴,괴물. "
" 난 진짜 누나가 우리팀 멤버라서 진짜 좋아요. 진짜! "
나한테 고맙다고 말하는 동혁이에게 내가 고맙다고 말해야 될 느낌이였어. 그리구 왠지 마음이 뭉클해진달까? 옆에서 듣고 있던 준회도
쑥스러운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 나두 좋아. ' 라고 말하는데, 그 둘이 어찌나 귀엽던지. 다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서 동혁이를 꽉 끌어안아 줬더니
애가 화들짝 놀라는거야.
" 어,으억. 누,누나, "
" 으이구, 귀여운놈. 누나가 그렇게 좋았어요? 우쭈쭈쭈. "
" 수,숨막힌다구요. 켁. "
동혁이를 한번 꽉 끌어안아 준다음 뒤를 돌았더니 준회가 사색이 되서 팔을 교차하더니 X 자를 만들어 보이는거야. 귀여워 진짜 ㅠㅠㅠ
그런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니? 준회야?
팔을 쫙 벌려서 준회에게 걸어가니까 애가 기겁해서 침대 벽쪽으로 등을 갖다대는거야.
" 으,으악 왜이래, 이누나!! "
" 준회야~ 이리온~ "
" 아,저리가!!! "
준회 포획 성공! 잡아서 꽉 끌어안으니까, 처음에는 팔을 뻗어서 버둥대더니 이내 어색하게 손으로 내 등을 툭툭 치는거 있지.
처음엔 마냥 걱정두되고, 어떻게 적응하지 다들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어떻게 남자애들이랑 같은방을 써야하나
오만가지 생각들만 가득했는데, 애들이 날 너무 좋아해주고. 놀리기도 하고 누나 대우 해주는건 동혁이 밖에 없지만..그래두
오늘 밤만큼은 정말, 진짜, 행복했어.
****
" 진환이 형. 00 봤어? "
" 어? 아니. 아까 보컬 레슨 끝나고 어디 가던 것 같던데. "
" 바비 형. 00 봤어? 뭐 물어봐야 되는데. "
" 몰라 요새 자꾸 사라지던데. 전화한번 해봐. "
" 아..어디 간거야. "
" 윤형이형! 00봤어? "
" 응? 연습실에 없어? "
" 없어... 준회,동혁이 너네는? "
" 못봤는데. "
한빈은 슬슬 짜증이 날 것 같았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개인 연습시간 이라곤 하지만 월말평가를 위한 연습이 우선인 이상
수시로 멤버들과 합을 맞춰야 하고 그런데 자꾸만 눈에 안보이는 00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였어.
늦게까지 뭘 하는지 숙소에도 늦게 들어오구.
저번에 한번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너무 늦게까지 있지는 않는 것 같지만.
" ..후, "
눈 앞의 거울에는 김이 서렸어.
월말 평가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 춤이 마음대로 안되서 답답한 너야.
동선 상 준회와 양 끝에 서게 됬는데, 바닥을 무릎으로 쓰는 동작이 많을 뿐 아니라 백텀블링 외의 고난도의 아크로바틱 동작을 해내야 하는 포지션 때문에
다른 멤버들 몰래 짬짬이 혼자 연습을 해왔어. 마냥 유순해보이지만 또 자존심이 엄청 센 탓에 남들한테 못하는 모습 보이기가 싫은거야.
여자팀에서 트레이닝 할 때는 고난도라고 해봤자 크럼핑이였지 아크로바틱은 자주 안했었던 터라 몸이 마음대로 안움직이는거야.
더군다나 백덤블링은...무섭기도 했어.
자꾸만 실패해서 연습시간에 지장 주는것도 싫고, 한빈이가 인상 찌푸리는것도 보기 싫고..
멤버들은 괜찮다 할수있다고 격려해주는데도 용납이 안되는거야.
8년이나 연습생 했으면서 이정도도 못해내는 자신이 너무 싫었어.
그래서 이 악물고 혼자 연습했어.
밥먹는 시간 자는시간
멤버들한테 부끄럽지 않으려고 해낼 수 있다는걸 보여주려고 지독하게 했어.
" 하아..하아. "
드디어 성공한거야.
수많은 시도동안 압력을 지탱하느라 손목이 시큰거리긴 했지만,
셀 수도 없이 많이 바닥을 쓸어내느라 무릎과 종아리는 이제 감각도 무디지만
성공해냈다구, 한번에!
****
" 쿵쿵 쿵! 준회야, 빼! 빼라고! "
" 진환이형, 좀 더 옆으로와! "
한빈이가 지켜보는 앞에서 다시 단체안무 연습이 시작됬어. 정면으로 거울을 보면서, 또 한빈이를 보면서 몸을 움직였어.
그런데 너무 무리했던 걸까, 몇일 전까지는 그래도 참을만 했던 통증이 심해지는거야.
손을 필 때나 스탭을 바꿀때 너도 모르게 주춤하게 되고 인상을 찌푸리게 됬어.
옆에서 춤을 추던 지원이도 힐긋 너를 보는데 앞에서 모든걸 지켜보고 있는 한빈이가 눈치를 못 챌 리가 없잖아?
그래도 이 악물고 춤을 계속 하고 있는데
쿵!
아크로바틱 동작에서 손목이 지탱하지 못해서 그만 쓰러지고 만거야.
" 헐,헐 00누나 괜찮아요?! "
" 00아, 괜찮아? "
" 윽..괘,괜찮아요. "
허리랑 꼬리뼈가 좀 아프긴 했는데 참을만 했어. 쿵 하고 쓰러지자 마자 다들 동작을 멈추고 와서 일으켜주는거야.
통증이고 뭐고 다 참을수 있었는데 진짜 참을 수 없는게 있는거야.
또
실패했구나.
그렇게 연습했는데 또 실패한거야. 바닥으로 머리와 등이 닿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어.
실패한 내자신이 너무 싫었어. 왜 이런거 하나 못해내는지 한심하게만 느껴졌어.
그리고
" 권00. 안무 다 못외웠냐? "
나를 내려다보는 한빈이의 지친 얼굴도 참을 수가 없었어.
" ..미안해. "
" 미안해? 월말평가 이제 보름밖에 안남았어. "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어.
" 후..너 오늘 춤추는 내내 동작 마다 주춤하고 매끄럽지 못한거 내가 모를것 같았어? "
" ....아니. "
" 너 요새 계속 공식 단체연습 끝나면 자꾸 사라지던데, 녹음실에도 없고. 어디 간거야? "
한빈이가 차갑게 묻는데, 그냥 혼자 연습했다고 말하면 될 걸 입이 안떨어지더라.
자존심이 뭔지...거기서 내가 뭐라고 말해?
너네 못따라가서 혼자 연습좀 했어.
이렇게?
혼자 연습했는데 또 안되네. 미안.
그럼 이렇게?
거기서 내가 어떻게..뭐라구 말해..
그냥 입만 꾹 다물고 있으니까 한빈이가 한숨을 쉬어.
" 너 자꾸 없어져도 나 참았어. 그래도 자기 몫은 해내니까 그러겠지, 또 내가 너 처음에 들어올 때 믿는다고 그랬잖아. "
" ........ "
" 내가 널 믿었는데, 돌아오는건 고작 이런거야? 얘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아?"
" ..야, 한빈아. 그만 해."
진환 오빠가 옆에서 한빈이를 말려. 나는 입술을 꾸욱 깨물었어.
그냥...화가 났어. 내 자신한테도 화가 났고.
어린애도 아닌데..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 사실은 진짜 열심히 연습했어. 그런데 왜 알아주지를 않니.
내가 말을 안했으니까 한빈이는 모르는게 당연한데 말이야.
나두 참 욕심쟁이구나 싶었어.
자존심 상하니까 말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또 뭐라 하는 소리에는 맘이 상하고.
그냥 이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일어났어.
" 어디가. 말하고 있잖아. "
뒤에서 한빈이가 말해도 그냥 무시하고 문쪽으로 걸어갔어. 뒤에서 00아! 00누나.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냥 걸어갔다?
근데 갑자기 다리에 힘이 쫙 풀리는거야. 내내 쓸린 무릎도 너무 아프고 그냥 푹 주저 앉아 버리니까
누나! 하면서 동혁이가 달려오는거야.
" 누나, 괜찮아요? "
" 나,괜찮.. "
" 어, 누나 잠깐만. "
동혁이가 살짝 발목 위로 올라간 내 트레이닝 복을 올리려고 하는거야.
" 자,잠깐만 동혁아. "
" 누나 가만 있어봐요. "
" 아, 하,하지마! "
동혁이가 오른쪽 다리의 트레이닝 복을 무릎 위까지 올렸어.
" ...세상에. "
" 헐...이게 사람 다리야? "
뒤늦게 달려온 준회가 곳곳에 피멍이 든 내 다리를 보면서 말했어. 나는 눈을 질끈 감았어.
트레이닝 복을 내리려는 내 손짓은 윤형이 때문에 저지 당하고 마냥 가만히 있어야만 했어.
난 이런게 싫어. 괜히 비참해지는 기분이 드니까.
" 누나..이거 혹시. "
" 맨날 연습한다고..그래서 자꾸 없어졌던 거야? "
휴..
한숨을 내쉬고는 트레이닝 복을 내렸어. 벌떡 일어났어. 조금 기울기는 했지만 일어섰어.
한빈이 얼굴을 보니까 조금 당황한 것 같은거야.
내가 이래서....아무것도 말하기 싫었다구.
아무런 성과가 없는 노력은 나한테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걸.
성과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게 내가 지난 8년동안 지내오면서 알게 된 진리야.
" ..한빈아. 미안. "
" ....... "
" 내가 더 잘할게. "
****
" ..아,김지원 아프다고! "
" 아, 가만히 좀 있어. 자꾸 엉뚱한 데 뿌리게 되잖아. "
녹음실에 앉아서 가사만 끄적이고 있었는데 똑똑 누가 노크를 하더니 지원이 온거야.
한손에는 커다란 구급상자를 들고는 말야. 딴에 치료해주겠다는걸 자꾸 뿌리치는데도 계속 그러길래
그냥 모르겠다~ 니 마음대로 해라.
다리를 내줬어.
구급상자에서 이것저것들을 꺼내더니 멍 빠지는 연고 뭐 이런걸 바르기두 하구 파스도 뿌려주고 하는거야.
조금 시큰거려서 미간을 찌푸리는데,
지원이가 손을 들더니 미간은 꾹꾹 누르는거야.
" 인상 피기. "
" ........ "
" 미간에 주름 잡히면, 안 예뻐. "
" 웃기시네. "
" 그나저나, 여자애 다리가 이게 뭐냐? "
" ........ "
" 니가 무슨 스머프야? 푸르딩딩. "
" 놀리지 마. "
스머프라니.
뾰루퉁하게 대꾸하니까 지원이가 픽 하구 웃어.
" 너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그걸 감쪽같이 혼자서만 연습해. "
" 우리가 너 모른다고 도와달라고 하면 모른 척 할 애들두 아니구. "
" 우리 같은 팀이잖아. 남남이 아니라 우린 계속 쭉 같이갈 팀이라구. "
같은 팀이잖아.
기분이 멍 해졌어.
" 더이상 너 혼자서만 고군분투 하지 않아도 돼. 조금 부족한 건 채워나가면 그뿐이야. 그리구 너만큼 완벽한 애 없어. "
" 없었을 때면 몰라도, 우리팀에 네가 온 이상 넌 우리 팀에서 없으면 안될 존재 중에 하나야. "
지원이의 다정한 위로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어.
시선을 맞추어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지원이가 말해.
" 많이 힘들었지. "
" 미리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 "
울컥했어.
" ..울래? "
" ...안 울어. "
" 아쉽네. 울면 눈물 닦아줄려구 그랬는데. "
그 말에 내가 픽 하구 웃어버리니까 덩달아 씨익 웃어.
" 눈물은 못닦아주게 됐으니까."
" 대신, "
" 안아줄께. "
지원이가 팔을 크게 벌려서 나를 안아왔어. 나는 지원이의 어깨 아래에 이마와 코를 박고 숨을 내쉬었어.
너무 세게도 그렇다고 느슨하게도 아니라 그냥, 따뜻하게. 그렇게 안아왔어.
천천히 등을 토닥이는 느낌에 눈을 감았어.
'더이상 너 혼자서만 고군분투 하지 않아도 돼'
지원이의 그 말에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위로를 받았어.
****
양싸때문에 이래저래 개고생하는 여주 ㅠ.ㅠ
다음편 드디어 월!말!평!가!
한빈이는 여주한테 저렇게 말해놓고 얼마나 맘이 쓰일까요
메츄리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인누와 우쭈쭈
다들 아시다시피 한빈이는 완벽주의니까..
하지만 저래도
얼마나 따뜻한 아인지 아시자나여 ㅎㅎ
오늘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 ㅠㅠ
다음편에 뵈요.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월말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