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ary planet 번외
happy ending ver.
W. 글쓰는미대생
준회가 진환에게 사탕봉지 몇개를 쥐어주고 간지도 벌써 세달하고도 반이 지났다.
떠나는 당일 준회는 제 울음을 참으며 진환에게 하루에 하나씩 까먹고 기다리라며 사탕봉지 몇개를 쥐어주었다.
진환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진환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고는 꽉 안아주었다.
-세개 남았네.
사탕을 옮겨 담아놓은 유리병을 손에 든 진환은 미처 철거 되지 않은 채 빈집으로 남아있는 본부 앞 벤치에 앉아 중얼거렸다.
사탕 하나를 꺼내든 진환은 이제 두개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유리병 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네달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은 본부 주위는 이름모를 풀들이 삐죽삐죽 자라나있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본부 안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텅비어 있었다.
손을 꼼지락거리며 사탕을 까 입에 넣은 진환은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며 입을 오물거렸다.
사탕하나를 다 녹여먹은 진환은 가만히 앉아 손장난을 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본부 현관 앞에 서서는 제 주먹으로 툭툭 두어번 치고는 말했다.
-내일은 똑똑하면 준회가 문 열어주세요.
사탕 두개가 남아 달그락거리는 유리병을 품에 앉은 진환은 뒤를 돌아 집으로 향했다.
진환은 집으로 돌아와 윤형의 이젤 옆에 자리잡은 조그만 제 이젤 앞에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준회가 떠나버린 후 진환은 준회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무작정 윤형에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졸랐다.
당장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징징거린 진환덕에 한빈은 급한대로 허술하게 진환에게 맞는 이젤을 만들어주었다.
처음 준회를 그렸을 때는 엉망진창이 된 그림에 준회인지 누구인지 알아볼수 없었다.
하지만 네달 반 동안 몇개를 그려내자 이젠 제법 준회의 얼굴과 꽤나 닮아있었다.
-오, 이제 꽤 그리는데?
열심히 붓을 놀리는 진환 옆에 앉은 윤형은 말했고 진환은 분주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곤 윤형을 쳐다보며 웃었다.
커피잔을 들고 다가온 동혁 역시 진환의 그림을 보곤 감탄했다.
구석자리에 앉아 책을 보던 한빈은 이내 그런 진환이 못마땅한지 살풋 미간을 찡그리곤 한쪽에 세워진 진환의 그림들을 노려봤다.
그림들을 노려봤다기 보단 그림의 주인공인 준회를 노려봤다.
진환은 이제 하루 일과가 된 듯 아침을 먹고 말끔히 샤워를 마친 후 나갈채비를 하였다.
사탕이 담긴 유리병을 집으려 손을 뻗다 멈칫한 진환은 다시 손을 뻗어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 한권을 꺼냈고
책을 꺼내 넘기자 한장한장마다 네잎클로버가 끼워져 있었다.
이미 말려져 만지면 으스러질듯한 것들도 있었고 이제 막 끼워넣었는지 푸른기가 생생한 것들도 있었다.
다시 책은 덮은 진환은 책꽂이가 아닌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 두었고 유리병을 품에 안은 채 방문을 열고 나왔다.
집을 나서 진환이 제일 먼저 한일은 네잎클로버를 찾는 일이었다.
준회가 떠난 뒤부터 하루도 빠지지않고 꼭 하나씩 네잎클로버를 찾아 낸 진환은 두꺼운 책 한권을 골라 한페이지에 하나씩 끼워두기 시작했다.
어느새 유리병안의 사탕이 두알 뿐인 것처럼 책의 3분의 1도 안되는 페이지가 남아있었다.
오늘따라 눈에 잘 띄지 않는 네잎클로버에 진환은 심통이 났다.
매일 저와 준회가 걸터앉던 바위 위에 유리병을 가지런히 올려놓고는 땅에 고개를 파묻고 네잎클로버를 찾고있었다.
평소보다 한시간 정도 더 헤매고서야 네잎클로버를 손에 쥔 진환은 뿌듯한 얼굴로 한손에는 유리병을 껴안고 본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자박자박 걸어 본부 앞에 도착한 진환은 네달 반 동안 매일 그랬던 것처럼 본부 현관 앞에 섰다.
준회가 떠난 뒤로 매일 본부를 찾아올때마다 하던 진환만의 첫인사 같은 것이었다.
그러고선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향하기 전 다시 한번 현관을 두드리고는 준회가 열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중얼거리고는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문을 두어번 두드린 진환은 말했다.
-준회야, 나 왔어요. 안에 있어?
평소처럼 아무소리 들리지않는 현관 문 뒷편에 진환은 실망도 하지 않은 채 벤치로 걸음을 옮겼고 제 옆에 준회의 자리를 남겨두곤
매일 앉던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자리에 앉아 네잎클로버를 살며시 내려놓고는 사탕이 담긴 유리병 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두알이 남은 사탕 중에 하나를 꺼내니 덩그러니 남아있는 사탕 하나가 외로워 보여 쉽게 손을 빼내지 못하는 진환이었다.
사탕 한 알을 꺼내 만지작거리고 있던 중 진환의 뒤로 철컥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다시 쿵하는 소리가 들렸고 진환은 뒤를 돌아보려다 들리는 목소리에 몸이 굳어 사탕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멈췄다.
-안에 있어요.
그리곤 제게로 걸어오는 발자국소리가 들렸고 진환의 위로 그림자가 졌다.
진환은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떴고 그래도 제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에 어쩔 줄 몰라하며 사탕을 쥔 손만 꼼지락 댔다.
그림자의 주인공은 진환의 옆에 놓여있던 유리병을 집었고 다시 유리병을 놓았다.
힐끔 유리병을 쳐다보자 덩그러니 남아있던 사탕 한알도 어디로 갔는지 빈 유리병이 놓여있었다.
그리고선 그림자의 주인공은 사탕을 쥔 제손을 감싸쥐었고 천천히 진환의 손을 풀어 사탕을 집어 갔다.
그때까지도 진환은 고개를 숙인 채 들지 못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 껍질을 말끔히 깐 사탕을 집은 손이 진환의 입 앞에 대어졌다.
진환은 두근거리는 마음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고 꿈인가 싶은 목소리가 다시 귀에 꽂혔다.
-아.
진환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고개를 들자 앞머리로 눈썹을 살짝가린 조금 더 남자다워진 얼굴을 한 준회가 저를 보고 웃고있었다.
얼이 빠진 표정을 한 진환은 멍하니 준회를 쳐다보았고 다시한번 진환의 입에 사탕을 가져다 댄 준회는 말했다.
-얼른 먹고 나도 먹여줘요,
진환은 어리둥절하게 사탕을 받아 먹었고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한 채 제손 위에 사탕을 올려주는 준회를 바라보았다.
멍한 표정으로 준회를 바라보고만 있자 준회는 턱짓으로 사탕을 가르켰고 진환은 천천히 사탕 껍질을 벗겼다.
마지막 남은 사탕한알을 손에 쥐고 준회의 입안에 쏙 넣어주었고 준회는 눈이 휘어져라 웃으며 진환을 바라보더니 허리를 숙인 채로 진환의 어깨를 감싸쥐었다.
준회의 품에 안긴 진환은 그제서야 시야가 흐려지며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고 한참을 훌쩍거리며 준회의 품에 안겨 울었다.
진환이 울음을 그칠때까지 준회는 웃는 얼굴을 하고선 진환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진환의 울음이 사그라들자 준회는 살짝 품에서 진환을 떼어내 얼굴 이곳저곳을 조목조목 따져보며 말했다.
-얼굴 까먹을 뻔했네, 그쵸?
진환의 손을 잡고 본부 안으로 들어온 준회는 중간에 쌩뚱맞게 놓여있는 소파에 진환을 앉히곤 말했다.
-맨날 사탕 하나씩 먹으면서 기다렸어요?
진환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준회는 진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 없는 동안 뭐했어?
준회는 물었고 진환은 제손에 쥔 네잎클로버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뿌듯한 얼굴을 하고선 말했다.
-준회 얼굴 안까먹으려고 그림그렸어.
-나를?
준회는 놀란 얼굴로 저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되물었고 진환은 예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칭찬해줘야겠네요.
곧이어 준회는 진환의 두볼을 감싸쥐고는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졌고 진환은 베시시 웃었다.
휑한 본부안을 둘러보던 준회는 다시 진환에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그럼 그 그림 여기다 걸면 되겠다.
-그림?
-응, 그리고 저쪽 쯤에는 책꽂이를 두는게 낫겠죠?
진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준회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고개를 돌려 준회를 올려다보았고
고개를 한번더 끄덕인 준회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이제 여기서 우리 둘이 같이 살꺼니까.
-happy ending ver 번외 끝-
곧이 몇분후가 되어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원하셨던 해피엔딩 번외!
별건 없지만...
준회랑 진환이가 우주선에 타기 전 그러니까 서로 이야기하다 울기 전과 연결하시면 될꺼예요!
secondary planet이 잊혀질 쯤 온다고 했는데
잊혀질 쯤이 된 거 같아서...(수줍)
또 불가항력로맨스 번외도 올 꺼구요.
long time no see도 번외 가지고 올 생각입니다!
항상 읽어주시고 피드백해주시는 예쁜 독자님들 다들 감사하고 사랑해요!
암호닉분들
♡ 탄산수 님 ♡
♡ 동그란안경 님 ♡
♡ 메리링 님 ♡
♡ 풀잎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