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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오랜만이다! 해맑게 인사 했는데.. 나 처음보는거겠죠?ㅋㅋㅋㅋㅋㅋ

분량 많으니까 50p 받아도... 되... 겠..... 지................................. 요..................................ㅎㅎㅎ

 

 

 

 

 

 

 

 

 

 

 

 

 

 

 

 

<암흑 소설 ; 당신을 위하여>

[카이크리스탈지코/카클코] The Roman Noir ; Pour Vous 上 | 인스티즈

 

 

 

 

  

 

 

 

 

 

 

 

 

 

 

 

 

 

   신이난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수정의 행동이 바빠보였다. 보글보글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된장찌개가 부엌 한 구석에서 열심히 끓고 있었고, 수정에 손에 들린 파릇파릇한 채소들은 성겅성겅 보기 좋게 잘려나갔다. 넓은 6인용 대리석 식탁 위에 올려진 핸드폰에서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수정은 핸드폰을 힐끗 바라보곤 손을 슥슥 앞치마에 닦으며 핸드폰을 집었다.

 

 

 

  “ 여보세요? ”

  ‘ 응. 여보에요. ’

  “ 오빠! ”

  ‘ 지금 뭐하고 있어? ’

  “ 오랜만에 오빠가 오니깐 밥 하고 있었어 ”

  ‘ 어… 음, 수정아 어쩌지? ’

  “ 응 왜? ”

  ‘ 오빠가 항공권을 잘못 예약해서… ’

 

 

 

   수정은 허탈한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부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수정은 식탁위로 몸을 움직여 걸터 앉은 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수화기 저 너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 미안미안. 매번 하는 일인데, 내가 왜 그랬지? ’

  “ 아… 그래? ”

  ‘ 내일은 꼭 올 수 있을거야 ’

  “ 으응. ”

  ‘ 나 없다고 만든 음식 버리지 말고, 꼭꼭 씹어서 다 먹어. ’

 

 

 

   사랑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끊킨 전화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수정은 끓고있는 된장찌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라 모르겠다. 수정은 식탁에서 내려와 불을 끄고 넘쳐 흐를듯 끓는 된장찌개로 수저를 너어 괜히 들쑤셨다. 삑삑삑ㅡ 현관문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에 수정은 놀라 소리가 나는 현관쪽으로 고개를 재빠르게 돌렸다. 수저를 들고있는 수정의 손이 벌벌 떨렸다. 삐리릭ㅡ 현관 비밀번호가 풀리는 소리에 천천히 수정은 발걸음을 옮겼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누, 누구세요?’ 를 내뱉던 수정의 얼굴에 갑자기 웃음이 겉돌았다.

 

 

 

  “ 오빠아! ”

  “ 수정아. ”

  “ 뭐야… 오늘 못 온다더니 ”

  “ 입국 기념 서프라이즈 이벤트. ”

  “ 난 또… 다른 사람인줄 알고 놀랐잖아 ”

  “ 나 말고 여기 올 사람이 있나. ”

  “ 없으니까 더 걱정했지. ”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수정이 그토록 기다리던 지호였다. 지호는 달려오는 수정을 가뿐히 안아들었다. 자연스럽게 지호의 허리에 다리를 감은 수정은 지호의 목 언저리에얼굴을 묻었다. 혹시나 당신한테 무슨 일 생겼을까봐ㅡ 지호의 품에 안겨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조용히 내뱉었다. 지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수정탓에 지호의 목덜미가 간지러워졌고 곧이어 신발을 급하게 벗으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다급한 지호의 발걸음에 수정은 푸흐흐 웃으며 제법 길어진 지호의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

 

 

 

  “ 우리 밥먹고 응? ”

  “ 아… 그래 일단 먹고하자. 나 엄청 배고파 ”

 

 

 

   수정은 부엌으로 지호를 이끌었다. 몇 가지 반찬들이 놓여져있는 식탁에 앉은 지호는 집안 이곳 저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새하얀 앞치마를 메고 음식을 하는 수정의 뒷모습을 바라보곤 무엇에 이끌린듯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나 꽉 끌어안았다. 열심히 파를 썰이던 수정의 손길이 멈춰졌고 자신의 배 위에 놓인 하얀 지호의 손 위로 손을 포개고 가만가만 토닥였다. 불쌍하고 외로운사람,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가만가만 자신의 손을 토닥이는 수정의 손을 냉큼 잡아 끌어올려 손등에 입을 쪽ㅡ 맞춘 지호는 안고있던 팔을 풀고 수정을 돌려 세운뒤 머리칼을 만지며 말했다.

 

 

 

  “ 보고싶어 죽는줄 알았어. ”

  “ 나도, … 나도. ”

  “ 너를 너무 사랑해. ”

  “ … 나도. ”

 

 

 

   오랜만에 본 지호는 많이 변해있었다. 짧게 잘려졌던 머리는 어느새 길어 눈을 덮었고, 누가 잘라준건진 모르겠지만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할 법한 비대칭 컷이였다. 덕분에 왼쪽 눈이 가려져있었고, 머리 색은 갈색으로 염색이 되어 있었다. 수정은 지호의 왼쪽 눈을 가리는 앞머리를 두번째 손가락으로 슥 치웠다. 길고 얇상하게 찢어진 눈은 그 어느때 보다 섹시해 보였다. 수정은 그 눈에 까치발을 들어 입을 쪽 맞췄다. 한참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을 때 쯤, 현관에서 비밀번호 소리가 들렸고, 수정은 지호를 바라봤다.

 

 

 

  “ 아… 미안. 깜박하고 말 못했다. ”

 

 

 

   삐리빅ㅡ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지호는 미안하다는듯 뒷통수를 긁어댔다. 수정은 지호의 어깨를 아프지않게 한 번 때렸고, 문이 닫히고 신발이 벗겨지는 소리에 지호의 몸통을 밀쳐냈다. 천천히 거실쪽으로 걸어가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여긴 왜이렇게 찾아오기 힘든거냐? ”

  “ 종인이 형 온다는걸 말 못했어. 미안 수정아. ”

 

 

 

   익숙한 얼굴은 지호의 형이였다. 사실 수정은 궁금하기도 했다. 이복형제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지호가 친 형처럼 따르는 그 사람이, 직업상 사람을 믿는게 죽음보다 어려운 지호가 그토록 믿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 형이야. 많이 봤지? 정식으로 인사하는건 처음이겠네. ”

  “ 안, 안녕하세요? ”

  “ 네… 안녕하세요. ”

  “ 형 이름은 김종인. 나이는 나보다 두살 많으니까, 올해 스물 아홉. 

 

 

 

 

   지호와 다른 낮은 목소리. 낯선이의 방문을 알리는 목소리에 수정은 짐짓 놀란듯 말을 더듬었다. 느리게 대답을 마친 종인은 신발을 발로 대강 정리를 한 뒤 그제서야 돌면서 수정과 얼굴을 마주했다. 수정의 마음대로 그려놓은 ‘김종인’ 의 상상화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저 쪽이 더 조직에 걸맞는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몇 초간 잠시 고민한 수정은 눈동자를 옮기다 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눈앞에 있는 내가 비쳐질 정도로 검은 눈동자는 칠흙 같았고, 눈을 응시하는 동안 단 한번도 깜빡이지 않고 뚫어지게 사람을 바라보는 그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어쩐지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눈빛이였다. 지호는 종인에게 빠르게 다가가 오랜만에 만난 형과의 재회를 기뻐하며 안겼고, 종인 역시 무표정한 얼굴 근육을 풀고 지호를 꽉 안았다.

 

 

 

  “ 아 맞다맞다. 인사해, 여기 이 아름다운 여자분은, ”

  “ 수정씨 맞죠? ”

  “ 아… 네. ”

 

 

 

   ‘이 자식이 하도 자랑질을 해대서’ 종인의 말에 지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종인의 어깨를 살짝 밀쳤고 그 행동에 종인은 손을 뻗어 지호의 머리칼을 흐뜨렸다. 보기 좋은 형제의 모습에 긴장하고있던 수정의 몸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을 받았다. 드르륵 캐리어를 끌고 거실로 발을 옮긴 종인은 거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 말씀 많이 들었어요. ”

 

 

 

   휙 등을 돌더니 거실과 정 반대 부엌에 우물쭈물 서 있는 수정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큰 손을 덜컥 내밀었다. 그 모습에 잠시 놀라 뒤로 주춤한 수정은 큰 손만 뚤어지게 쳐다봤다.

 

 

 

  “ 김종인입니다. 반가워요. ”

 

 

 

   다시 한번 눈을 마주쳐오는 새까만 눈동자에 수정은 온 몸이 굳는 느낌을 받았다. 낯설다는 이유로 전해지는 긴장감이 아니였다. 머릿속으로 떠들썩한 경고음이 울렸다. 위험하다, 이 사람.

 

 

 

  “ 정수정이에요. ”

 

 

 

   그럼에도 앞에 내밀어진 수상한 손을 잡아 쥘 수 밖에 없는 건, 그가 사랑하는 나의 연인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뿐이다.

 

 

 

 

 

  *

 

 

 

 

 

   넓은 식탁 한 편엔 지호와 수정이, 그 맞은편엔 김종인이라는 사람. 둘이서만 쓰던 6인용 식탁이 처음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는 시간이였고, 수정은 평소와 다르게 어색한 젓가락질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지호가 아닌 다른 이는 불편한 건지, 아무리 지호에겐 혈육처럼 지내온 사람일 지라도 수정에겐 몇 번 스치듯 지나간 오늘 처음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타인일 뿐이였다. 수정이 어색함에 몸부림치든 말든 제 집처럼 편안히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저 남자도 정상은 아닌것 같았다.

 

 

 

  “ 그래서 협상은 잘 됬어? 일본애들 여간 골치아픈 놈들인데 ”

  “ 응, 조폭중에 그렇게 추잡하게 구는 애들은 처음봤어. ”

  “ 그 새끼들도 한결같다. 조심해라 뒷통수 잘 치는것도 걔네들 패턴이니까. ”

  “ 안 그래도 애들 몇 명 붙이고 왔어 ”

  “ 너 쉴 시간은 있냐? ”

  “ 한동안은. 그리고 곧 바빠지겠지 ”

  “ 왠만하면 밑에 애들한테 맡기고 조금이라도 쉬어 임마. 얼굴 꼬라지가 말이 아니다. ”

 

 

 

   장난스런 종인의 말투에 지호는 앞에 놓인 캔맥주를 시원하게 열곤 종인의 앞으로 슥 밀어주었다. 종인은 자연스럽게 맥주를 집곤 젓가락질만 연신 해대는 수정에게 고개를 돌렸다.

 

 

 

  “ 수정씨는? 술 안 마셔요? ”

  “ 아, 수정이는 술 별로 안좋아해. ”

 

 

 

   지호가 대신 답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수정을 응시하는 종인탓에 어색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애써 시선을 무시하며 투명한 유리잔으로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탁! 유리잔과 손 끝이 잘못 부딫혀 잔이 넘어지며 깨졌고 안에 담겨있던 물이 쏟아져 나왔다. 식탁에 앉아있던 세 사람이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호는 흐르고있는 물을 훔치기 위해 식탁에 놓인 하얀 행주를 들고와 물을 훔쳤다. 놀란 가슴을 다독일때 쯤 차가운 손이 수정의 손을 감쌋다. 아릿한 손 끝의 느낌에 수정은 아픈 손을 바라봤다. 새빨간 피가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차가운 손은 수정의 손가락을 세게 쥔 체 식탁 한 구석에 놓인 휴지곽에서 휴지를 몇 개 뽑아 감쌋다.

 

 

 

  “ 괜찮으세요? ”

  “ … 아, 네. 괜찮아요. ”

 

 

 

   수정은 힘을 주어 차가운 손에게서 자신의 손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꽉 쥔 그 손은 자신을 놓아주지 않았다. 차가운 손, 지호와 너무 다른 손의 온도에 흠칫 놀랐다. 하얀 휴지에 가득 피가 묻어나왔고, 물을 다 훔쳐낸 지호는 뒤늦게 수정과 종인의 모습을 보곤 붉은 피에 놀라 달려왔다. 지호의 힘에 뒤로 밀쳐진 종인은 다정하게 수정의 손을 바라보며 듣기좋은 잔소리를 퍼붓는 지호를 바라봤다. 수정은 지호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았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종인의 눈빛에 모든 신경에 날이 서버린 것이다.

 

 

 

  “ 수정아, 수정아? ”

  “ … 어, 어? ”

  “ 많이 놀랬구나, 괜찮아? 들어가서 쉴래? ”

  “ 아니, 괜찮아. ”

 

 

 

   손을 대충 치료한 수정은 지호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종인은 맥주를 연신 홀짝였고, 아무말 없이 조용했던 집 안에 종인 특유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수정씨랑은 스무 살 때 만났다고 했나? ”

  “ 응. 수정이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인수인계 받기 시작할 때. ”

  “ 사귄 건 언제부터고? ”

  “ 처음 만나고부터 3년 뒤에. ”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영영 수정이랑 못 사귈줄 알았어’ 웃으면서 말을하는 지호의 옆모습을 바라본 수정은 잠시 지난날의 자신들을 생각했다. 같은 학교 학생도 아니였고, 대학생의 신분도 아니였던 그 때의 지호는 수정이 일 하던 카페의 단골 손님이였다. 사람 사귀는 일에 어려워하던 수정은 최고의 알바 자리였던 외진곳에 위치한 자그만 카페에서, 지호는 매일 찾아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었다. 따뜻한 머그잔을 받을 때면 지호는 수정에게 한 마디씩 꼭 건냈다. 이를테면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 ‘오늘은 화장이 이쁘게 잘 되었네요.’ , ‘나는 우지호인데 그 쪽 이름은 뭐에요?’ 하는 말들.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나면 지호는 늘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챙겨온 책을 읽곤 했고, 카페를 나설 때 쯤엔 생크림을 듬뿍 얹은 카페모카를 주문하는데, 값을 지불하고 나서는 어김없이 그 달콤한 커피가 수정의 앞에 놓여있었다. 단 음식이라면 질색팔색 하던 수정이 어느새 아찔하도록 달콤한 카페모카를 기대하게 됐을 때, 다시말해, 당황스럽기만 했던 지호와의 짧은 대화가 하루의 전부가 될 만큼 기다려지기 시작했을때, 수정은 지호에게 샷 추가된 아메리카노를, 지호는 수정에게 카페모카와 달콤한 고백을 추가 했었다.

 

 

 ‘수정씨, 좋아해요.’

 

 

   더 이상 어떤 표현으로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고백한 재현에게 수정은 처음으로 ‘타인’ 이 ‘당신’ 이 되도록 허락했고, 재법 재미있는 관계를 이어왔다. 아는건 지호의 이름 석 자 뿐일지라도 수정은 확신이 있었다. 그가 나를 구원해줄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 내가 조직 보스라고 했더니 처음으로 웃었어, 그것도 엄청 크게 ”

  “ 왜? 그게 웃긴일인가? ”

  “ 수정인 내가 장난으로 하는 말 인줄 알았대 ”

 

 

 

   종인은 지호의 말에 호탕하게 웃었다. 호탕하게 웃는 그 중에도 수정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수정은 그런 종인의 부담스런 시선을 잊기위해 손을 천천히 뻗어 식탁 중앙에 놓인 나쵸를 집어들어 입으로 넣었다. 그 모습에 종인은 웃음을 멈추고 픽, 코웃음 치더니 수정과 똑같이 나쵸를 집어들었다.

 

 

 

  “ 암튼 안 차인게 다행이야. 조폭이라고 차일까봐 엄청 조마조마했는데. ”

 

 

 

   새삼 수정의 선택이 고마웠는지 지호는 수정의 손에 깍지를 껴왔다. ‘고마워’ 라는 작은 고백을 더불어서. 그 포근함과 따뜻함에 마음이 달래지는듯 기분이 좋아진 수정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었다.

 

 

 

  “ 버림받은 사람들 사이엔 통하는 게 있는 법이지. ”

 

 

 

   맥주캔을 열던 종인이 넋두리 하듯 입을 열었다. 그 소리에 힘 있게 잡아오던 지호의 손이 멈칫, 표정 역시 굳어지는 것 같았다.

 

 

 

  “ 그게 무슨 말이야. ”

 

 

 

   갑자기 어두워지는 말투는 덤이였다. 무슨 말일까, 종인이 했던 방금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수정은 두 사람의 눈치만 보고 있고, 지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가지만, 그럼에도 종인은 웃음만 흘릴 뿐이였다.

 

 

 

  “ 혼잣말이다 임마. 신경 쓰지 마. ”

 

 

 

   지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지만, 종인의 장난스런 표정에 분위기는 스르륵 녹았다. 제대로 회포를 풀겠다 결심이라도 한 듯  두 남자의 술자리는 꽤 길게 이어졌다. 두 남자 모두 오랜 비행의 여파로 피곤할 법도 하건만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도 4시간을 술과 이야기로 이어가고 나서야 그들은 졸린 눈을 비볐다. 술에 취한 지호를 방으로 누이고 나니 새벽 3시. 종인은 아직 깨어있을 정신이 되었는지 묵묵히 어질러진 식탁을 치우고 있었다.

 

 

 

  “ 제가 치울 테니까 가서 얼른 주무세요. ”

 

 

 

   이 말을 꺼내기 까지도 엄청난 결심이 필요했던 수정과는 달리 종인은 끝까지 괜찮다는 말로 일관하며 치우기에 열중했다. 수정은 작은 목소리로 ‘아무리 그래도 손님에게 일을 시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내뱉었고 그 소리를 들은 종인은 피식 웃으며

 

 

 

  “ 손님 말고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괜찮죠? ”

 

 

 

   제법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우며 열 세워놓은 빈 캔과 술병을 옮겼다. 아무래도 종인을 말리기엔 수정은 아직 어색했고, 자신에게 너무 친절하니 결국 백기를 들곤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치우고있는 종인을 두고 방에 들어가는건 예의가 아니였고 그렇다고 어색한 사이에 마주보고 식탁을 치울 용기는 없었던 것이다. 내일 아침 무슨 국을 끓여야할지 고민하던 중에 뒷편 가까이서 느껴지는 숨결에 흠칫 놀라 몸통을 돌리며 그릇을 떨어트렸다. 그 그릇을 아슬아슬하게 받아 낸 종인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아무리 설거지거리가 많다고해도 그릇을 깨부수는 건 아니지. ”

  “ 아 아니, 저… 그게 아니라. ”

  “ 이리 줘봐요. 내가 도와줄게. ”

 

 

 

   싱글싱글 웃으며 수정의 옆으로 바싹 붙은 종인이 손을 뻗었다.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제대로 좌불안석을 느끼게 된 수정은 손에 들린 수세미를 멀찍이 종인과 떨어뜨리며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잠재우곤 말했다.

 

 

 

  “ 괘,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

  “ 같이 해요. ”

  “ 아니에요! 종, 종인씨는 가서 주무세요! ”

  “ 잠이 안 와서 그래요 ”

  “ 아니 그럼 안자서 좀 쉬는게 ”

  “ 괜찮다니까 그러네. 수정씨 수세미에 뭐 금이라도 숨겨 놨어요? ”

 

 

 

 

   넉살 좋게 팔까지 걷어붙인 종인 탓에 수정은 사력을 다해 제발 가서 쉬라고 조용조용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종인의 손에 들린 밥그릇을 뺏은 뒤에 수정은 자신의 등 뒤에 숨기고 고갤 설레설레 흔들면 수정의 앞으로 한 발짜국 다가오고, 그게 또 죽을 만큼 불편해서 뒤로 두 발짝 물러서면 종인은 세 걸음 다가왔다. 그러다 수정의 등이 벽에 닿고, 코 앞까지 종인이 다가오자 지금 자세가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곧 뒤에 숨긴 밥그릇에서 세제가 떨어진건지 바닥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 괜찮아요? ”

 

 

 

   종인은 무릎꿀고 수정의 허리를 받혀 일으켜 세웠다.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아픈 허리를 붙잡고 몸을 움직이려는데 종인의 팔이 강하게 조여 오며 제 품으로 끌어 당겼다.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수정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고, 허리에 둘러진 종인의 손을 떼기위해 그의 손을 잡은 순간 종인이 입을 열었다.

 

 

 

  “ 지금 이렇게 된 거, 다 수정씨 탓이에요. ”

  “ 예에? ”

  “ 난 정말 설거지만 도우려고 했다고. ”

 

 

 

   그런 말을 하며 수정을 벽으로 몰아세웠다. 수정은 손에 들린 밥그릇을 놓쳤고, 발 밑으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수정의 발 밑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종인이 가뿐하게 수정을 들어 올리곤 파편을 밟으며 들린 수정이 벽에 닿을 수 있게 만들었다. 수정은 자그작 자그작, 맨발의 종인이 유리를 밟는 소리에 놀라 종인의 어깨를 붙잡고 종인의 발 아래를 바라봤다.

 

 

 

  “ 종, 종인씨! ”

  “ 아까까진… 아까까진 정말 설거지만 도우려고 했어. ”

  “ 으읍! ”

 

 

 

   검은 눈동자가 다시 마주하게 되었고, 비릿한 웃음을 띄던 종인이 돌풍처럼 들이닥쳤다. 종인의 입술이 마음대로 수정을 휘저었다. 다급하게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눌렀지만, 강하게 몰아붙이는 종인의 입술에 발악하던 행동에 힘이 빠져버렸다. 멀쩡한 척 해도 아직 취기에 올라있는 모양인지, 입술을 빨아대는 종인에게서 알콜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깜빡하면 정신을 놓을 만큼 입술을 기막히게 갖고 노는 종인 탓에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아찔하면서도 몽롱한 기분이 드는 것이, 이 남자의 입술을 통해 취기라도 옮은 것일까.

 

 

 

  “ 하아! 지금 뭐하는 짓!! ”

  “ 쉿 ”

 

 

 

   힘을 주어 밀어내자 거짓말처럼 입을 뗀 종인은 천천히 식탁위로 수정을 앉혔다. 대리석 바닥에 종인의 바닥에서 묻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피들이 있었고, 그런 그를 걱정 하면서도 어의없다는 듯 수정은 거세게 노려봤다. 종인은 웃음을 흘리며 여유롭게 서 있었고, 그 모습에 저 남자가 위험하단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 종인씨 미쳤어요? ”

  “ 안 미쳤어요. 나 지극히 정상이야 ”

  “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한테! ”

  “ 쉬이ㅡ 목소리 낮춰요. 지호 깨. ”

 

 

 

   미묘하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가며 자신을 다루는 종인의 화법에 어쩐지 말려들어가는 느낌이였다. 수정은 지호가 잠든 방을 힐끗 쳐다보고 방글방글 웃고있는 그를 노려봤다. 웃고있는 그의 얼굴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위험한 사람과 위험한 시간에 오랫동안 있어봤자 위험한 일만 만들 뿐이라는 생각에 어설프게라도 마무리를 지으려 했다.

 

 

 

  “ 됐어요, 오늘 이건 술에 취해서 실수 한 거라고 생각하고 지호씨한테는 비밀로…. ”

  “ 실수 아닌데, ”

 

 

   신경을 긁을 만큼 무심한 말투로 수정의 의도를 무산시키는 종인을 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다시 턱을 부드럽게 잡아오는 차가운 손길에 놀라 소리를 내질렀다.

 

 

 

  “ 가까이 오지 말라구요! ”

  “ 소리 낮추라니까. 수정씨도 좋았잖아. ”

  “ … 아니에요. ”

  “ 안좋았음 바로 날 밀쳐내도 됐을텐데? ”

 

 

 

   사실 종인의 말이 맞았다. 수정은 얼마든지 마음만 먹었다면 도중에라도 거절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입술을 주었던 이유는 이상하게도 수정을 자꾸만 끌어당기는 묘한 긴장감 때문이였다. 아니, 얄팍한 양심이 날 두들겼다. 사실은 아니다.

 

 

 

  “ 나 한 번 더 키스할꺼에요. 피하고 싶으면 피해도 돼요. ”

 

 

 

   무엇이 그리 당당한지 수정은 자신의 두려움까지도 파고드는 종인의 검은 눈동자 때문에 미리 예고한 다음의 입술도 피할 수 없었다.

 

 

 

  “ 종인씨 잠깐만요! ”

 

 

 

   마지막까지 용캐 남아있던 양심이 단단한 그의 팔을 움켜잡았고, 입술을 떼어내던 종인은 수정의 눈을 한번 더 바라보곤 가볍게 츕, 소리내어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나의 양심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새벽 4시 종인과 수정의 숨소리로 가득찬 이 곳에 수정은 종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토해냈다. 지금의 이 미친짓을 조용히 넘어가 달라고.

 

 

 

 

 

 

 

 

 -

 

 

 

 

 흐... 흐흐..... 미안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상, 중, 하 세편이구요 이건 완결지을께요 ㅎ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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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김종인하고 정수정하고 사귀는데 우지호가 끼어들어서 삼각ㄱ관계인줄 아랐눈디 김종인 나쁜남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일신하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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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ㅜㅜㅜ연재꼭해주세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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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카이스탈이라니ㅠㅠㅠ이런 명작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다음화 연재만 기다리고 있겠슴당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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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재밌다...연재해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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