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현우기웅주원] 그들의 법정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e/b/debf89fe73bd973e7695fd1d86e19574.jpg)
"너 진짜 이 사건 안 맡을거야?"
"아 안한다니까. 하려면 형 혼자 해, 살인사건 지긋지긋해."
"한번만 해보자, 7대3으로 해줄게."
7대3이라는 기웅의 말에 수현이 그를 빤히 보더니 곧 사건파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의뢰인은 지금 어디 수감돼있고?"
"수감안됐어, 미성년자라."
"미성년자?"
수현이 서류 속 용의자 프로필을 확인했다.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소년이었다.
이름 이현우, 19살. 이런 애가 누굴 죽여?
"얘가 죽였다는 증거있어?"
"확정할만한건 없어, 그런데도 검찰이 기소했다는건, 워낙 정황이 확실해서."
기웅이 수현의 손에서 사건파일을 가로채가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피해자는 평소 이현우를 괴롭히던 학생이었고, 뭐 흔히 말하는 일진? 그런거.
사건 당일에 이현우가 피해자를 본인 집 옥상으로 불러냈고, 밀어서 살해한 후에 근처 산에 사체유기.
그 날 학교에서 피해자가 이현우에게 돈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하는 걸 본 학생들이 있고,
피해자 엄마가 피해자가 이현우를 만나러 간다고 한 뒤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진술했어."
"피해자가 이현우를 괴롭히던 학생이었다?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네."
"이현우가 자백을 해야 그것도 가능하지."
기웅의 말에 수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사건을 누가 맡아? 나 안해, 국선 알아보라 그래."
"아, 왜~ 물증없이 정황만 확실한 사건이야. 재밌을거 같은데, 해보자."
기웅이 사건파일을 펼쳐서 수현의 손에 억지로 쥐어줬다.
수현이 귀찮다는 듯 다시한번 서류를 살피더니 작게 붙어있는 증명사진을 빤히 바라봤다.
확실히, 어리네. 남자애치고 얼굴도 이쁘고...
"그래, 뭐, 해보자. 대신 7대3 약속 꼭 지켜라."
"당연하지."
수현을 향해 활짝 웃은 기웅이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기웅이 이렇게까지 이 사건을 맡으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2년 전 헤어진 자신의 옛 연인, 주원이 담당검사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참에 사건의 변호인으로 우연을 가장해 다시한번 그를 만나볼 생각이었다.
한편, 사건 변호인측 명단을 받아든 주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박기웅? 대체 이 사건을 왜?
"문제 있으십니까?"
"...아니, 어차피 우리가 이긴다."
수현과 기웅은 벌써 1시간째 현우의 집 앞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아빠는 없고 엄마가 있는데, 거의 혼자 사나봐."
"엄마 연락은 됐어?"
"아니, 계속 안받아."
사건은 정황상 살인사건은 분명했다. 피해자 이름은 박연준, 사인은 다발성 골절, 내부 출혈 등 흔히 추락사에서 볼 수있는 사인이었다.
"시신 최초발견자 연락은 해놨어?"
"연락은 해놨는데, 미리 문검사측에서 손을 썼나봐. 안 만나주겠대. 어차피 진술내용은 파일에 다 있어."
"밀어서 살해해놓고 그걸 또 산에다 버렸다고.. 보통 일이 아닐텐데? 목격자는?"
"떨어지는 걸 본 사람은 없고, 추정시각에 누가 산에서 내려오는 걸 본 사람이 있어."
수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사건을 맡았으니 의뢰인을 만나러 오는게 당연한 순이었다. 그러나 집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게 다 무슨 고생이야, 수감만 됐어도 그냥 감방 찾아가면 되는건데."
"너 그게 니 의뢰인한테 할 소리냐?"
기웅이 수현을 나무라던 도중, 복도 끝에서 현우가 걸어왔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지만, 현우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변호사님이세요..?"
"어, 일단, 들어가도 되지?"
집 안은 대체로 깨끗했다. 그만큼이나 사람사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부엌 식탁에 세명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수현이 먼저 현우에게 말을 건넸다.
"걔가 많이 괴롭혔니?"
"연준이요.... 네."
"언제부터?"
"고등학교 올라오면서부터요."
"그럼 적어도 2년은 된거네."
"...네."
수현이 기웅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래서 죽였니?"
현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저, 안했어요..."
"니가 잘 모르나본데, 우리한테는 사실대로 말해야 돼, 그래야 도와주지."
수현이 현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현우는 자기앞에 놓인 컵만 초조하게 만지작대고 있었다.
"사실이에요, 제가 안 죽였어요."
".....엄마가 연락이 안되던데. 니가 한번 전화해볼래?"
안 죽였다고만 말하는 현우를 보며 한숨을 쉰 수현이 현우에게 자신을 핸드폰을 내밀었다.
"원래 연락됐다 안됐다 해요."
"생활비는 어디서 나?"
"알바해요. 매일."
기웅이 그때를 놓치지 않고 현우에게 물었다.
"사건당일에도 갔겠네?"
"아니요.."
수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날 연준이한테 많이 맞아서, 아파서 쉬었어요."
우선은 거기까지 듣기로 한 수현과 기웅이 식탁에서 일어나려 하자, 현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변호사님은, 저 믿으시죠?"
현우가 수현을 올려다봤다. 처음으로 현우와 눈이 마주친 수현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 뭐, 물론이지."
대충 대답한 수현이 기웅과 함께 현우의 집을 빠져나와 옥상으로 올라갔다.
알 수 없는 자재들만이 널부러져 있을 뿐, 칠이 덜된 시멘트 바닥의 옥상은 휑하기 그지 없었다.
"12층이면, 그렇게 높은 아파트는 아니네."
수현이 바지에 손을 넣은채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여기서 볼 게 있을까?"
"아까 올라올 때 보니까 계단에 CCTV있던데, 증거목록에 있지?"
"아니. 오래됀 아파트라 그런지 고장이래. 기록이 안되나봐."
"그거 하난 유리하겠네."
"제 3자 짓이라면, 모르지."
수현이 기웅에게로 고개를 홱 돌려 쳐다봤다. 제 3자라.
"우리가 이기려면 그 쪽으로 몰고가야 하지 않겠냐?"
"음. 뭐, 생각해보지. 내려가자."
엘리베이터에 탄 수현이 구석의 CCTV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것도 고장이야? 불 켜져있는데?"
"그러게, 근데 증거목록에 없는거보면.."
"검사측이 미리 빼돌린거네."
수현이 나지막히 욕을 뱉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사건에 정황은 불리하지, 검사쪽은 만만치 않지.
현우가 자백이라도 해야 정상참작으로 선처를 구한다하고 대충 끝낼텐데, 무조건 지가 안했다고 하니, 정면돌파하는 수 밖엔 없었다.
"현장은 이미 치워진거 같으니까, 난 목격자 만나러 갈게. 형은 그, 증거품이랑 시신확인 좀 부탁해."
"알았다. 연락할게."
수현은 아까 전부터, 현우가 자신을 올려다보던 그 눈빛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삶에 잔뜩 찌든 듯 보이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하는 겁에 질린 눈빛이었지만, 그보다 확 와닿는 무언가가 있었다.
담당검사인 주원은 이 둘에 비해 훨씬 여유로웠다. 누가봐도 사건은 이현우의 짓이 분명했고, 기소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경찰에서는 수사를 더 진행하려 했지만, 일단 검찰로 넘긴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확실했으니까.
아직 확인은 못했지만 혹시 몰라서 얼마없는 CCTV영상도 단독으로 확보해놨다. 그런 상황에서 주원이 도착한 곳은 한 일식집이었다.
"한판사님?"
"자네가 여기는 왜 오나? 누가 보면 어쩌려고."
"잠시 얘기 좀 하시죠."
주원이 능글맞게 웃으며 그를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같은 사건을 맡은 판사와 검사가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금지지만, 주원은 거리낌이 없었다.
"공판 날짜 빨리 정하셔야죠."
"문검사도 성급하기는, 정해지면 연락갈텐데.."
"빨리빨리 하시는게 판사님께도 좋을겁니다. 곧 대법원심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전에 마무리하셔야죠."
"......"
"그럼 저는 이만 가봅니다."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띤채 정중히 인사를 한 주원이 이내 방을 나갔다.
공판 날짜를 최대한 빠른 날짜로 정하도록 압박해 변호인단이 재판을 준비할 시간을 촉박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와 뭔가 주원이 엄청 나쁘게 되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해요 문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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