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현우기웅주원] 그들의 법정 1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b/0/eb0692fdb03993feb6d9df99f923f3ce.jpg)
Group 1 crew - Let it roll
주원이 전날밤의 일을 떠올리려 애썼으나 도통 생각나는게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서둘러 옷을 갈아입는 기웅을 멍하니 바라봤다.
"에이씨 진짜."
주원이 나지막히 욕을 뱉으며 나갈준비를 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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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게 법정안으로 뛰어들어온 기웅과 주원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기웅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동안 주원이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검사석으로 차분히 걸어갔다.
"검사님 어제랑 옷이 똑같으시네요."
"......어 똑같아, 근데, 뭐. 그럴수도 있지."
수현은 아침 일찍부터 현우와 함께 법정에 출석해있었다.
"형 뭐야, 왜 늦었어? 그리고 형이 왜 문검사랑 같이 와?"
"미안, 사정이 있어서 좀."
재판장은 재판에 늦은 둘이 못마땅한 눈치였으나, 곧 재판을 시작했다.
"변호인측 증인 세우세요."
이어서 중년의 남성이 법원경위의 도움을 받으며 증인석에 올랐다. 현우가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유소의 사장이었다.
원래 증인으로 세우려했던 목격자가 연락이 되지않아 할 수 없이 세운 증인이었기에, 신문을 위해 일어서는 수현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피고인이 증인의 주유소에서 얼마나 일했죠?"
"그게, 1년 좀 넘었습니다."
"그럼 그만큼 피고인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겠군요."
"예... 오래 같이 지냈습니다."
"평소 피고인 이현우군이 어떤 직원이었습니까?"
"현우요, 성실하고, 바르고...... 일도 왠만하면 잘 안 빠지고, 착한 학생입니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스스로 신문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현우군이, 살인을 저지를 만한 학생으로 생각이 되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안합니다. 그럴 애가 아니에요."
수현의 신문을 바라보는 주원의 눈빛은 한층 여유로웠다.
사건과 관계없는 이현우의 측근을 증인으로 신청했을 때부터, '그럴 애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재판을 이끌어 갈 것을 예상하고 있던 주원이었다.
하지만 그런 식의 근거없는 주관적이고 추측뿐인 주장은 주원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수현이 신문을 멈추고 사람들을 향해 현우의 결백을 주장했다. '평소 성실하고 착했다는 피고인이 과연.' 그러나 주원에게는 모두 뻔한 얘기였다.
증인신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는 수현의 표정은 아쉽기 그지 없었다.
"검사측, 반대신문 하겠습니까?"
"물론 하겠습니다."
입가에 여유로운 웃음을 띤 주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증인의 앞으로 다가섰다.
"좀 다른 질문을 해보죠."
"......"
"평소 성실했다구요?"
"네. 일도 잘 안빠지고..."
"그럼 사건 당일에도 출근했습니까?"
수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 망했다.
증인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안했습니다."
주원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법정안의 참관인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수현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실수했다, 괜히 또 정황하나만 더 늘여준 셈이 됐구나. 한숨을 내쉰 수현이 다시 초조하게 신문을 경청했다.
"이유가 뭐였죠?"
"몸이 아프다고 해서..."
"제가 학창시절 자주 둘러대던 핑계네요."
여유롭게 웃은 주원이 사람들에게로 몸을 돌려 말을 이어갔다.
"착하고 성실했던 사람이다,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 본성을 드러내고 다니는 살인범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과연 그런 식의 주관적이고, 또 조작가능한 진술들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할 근거가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그리고 재판장님, 누구에게나 붙는 뻔한 수식어들에 혹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 대신, 피고인이 사건당일 출근을 하지않았다는 팩트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주원이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눈길을 돌려 함께 앉아있는 수현과 현우를 비스듬히 내려다보았다.
"이상입니다."
수현이 주원을 노려보며 긴장으로 얼어붙은 현우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때 기웅이 수현의 옆구리를 툭툭 쳐댔다.
"헐, 야, 연락왔어. 목격자."
기웅이 핸드폰을 들어 화면에 뜬 수신표시를 수현의 앞에 보였다.
어쩔거냐며 수근대는 기웅에 수현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미 변호인측의 증인신문은 끝난 상태였다.
수현이 결심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판사석을 향해 소리쳤다.
"재판장님, 새로운 증인 요청합니다!"
주원을 포함한 사람들의 시선이 수현에게로 쏠렸다. 주원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증인명단에 없으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재정증인으로 인정해주십시오."
재판장이 그 둘을 번갈아 보았다.
"양측 앞으로 나오세요."
그리고는 판사석에서 내려온 재판장앞에 수현과 주원이 마이크를 떼어내고 주장을 이어갔다.
"사체를 유기하고 내려오는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입니다."
"안됩니다. 이미 신문은 끝났습니다."
"피고인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꼭 필요한 증인이에요. 재정증인으로 요청합니다."
"...증인이 지금 여기 와있나?"
"저, 그게..."
때마침 기웅이 그들을 향해 외쳤다.
"5분 안에 도착한답니다!"
주원이 어이없다는 듯 짧게 탄식했다.
"인정 못합니다."
"사정이 있어 연락을 늦게 받았습니다. 신문은 오래 안걸릴겁니다."
재판장이 잠시 고민하더니 곧 수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의 안색에 드디어 생기가 돌았다.
"대신 5분안에 와야 돼. 그리고 너 문주원, 이따가 박기웅이랑 내 사무실로 좀 오고. 가서 앉아."
재판장의 지시에 수현과 주원이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수현이 다행스러움이 섞인 한숨을 뱉었다.
자리에 앉은 주원이 화를 억누르듯 자신의 머리를 짜증스럽게 넘겼다.
곧 이어 증인이 법정에 도착했다. 사건의 목격자로, 갓 성인이 됐을까 싶은 앳된 얼굴의 젊은 여자였다.
"그냥 본대로만 얘기해주시면 돼요. 긴장할 필요 없구요, 편하게."
기웅이 재판에 익숙치 않은 그녀를 진정시켰고, 곧 증인이 증인석에 앉았다.
선서를 마친 증인앞에 수현이 다가가 섰다. 긴장을 풀듯 길게 숨을 들이쉰 수현이 신문을 시작했다.
"증인, 사건 당일 밤 목격한 것을 얘기해주세요."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강아지가 갑자기 짖는 방향을 보니까, 사람이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어요. 모자를 쓴 남자요."
"저쪽에 앉아있는 피고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습니까?"
"......그건..."
"그럼 목격한 남자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어두워서 얼굴은 잘 못봤어요. 든거 없이 그냥 맨몸이었어요."
"그랬군요, 그럼 목격당시의 시간이 몇시쯤이었죠?"
"밤 11시쯤이요..."
수현이 배심원들과 참관인들을 향해 다시 주장을 펼쳤다.
"분명 이 사건에 목격자는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단지 사건을 목격했을 뿐, 그 남자가 피고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증인 스스로도 어두워서 얼굴을 잘 보지 못했다고 하고 있습니다. 단지 정황만으로, 그 것이 피고인이라 단정짓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또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수현이 기웅에게서 건네받은 서류를 들어 살폈다.
"사체는 스포츠백에 넣어져 추락한 지점에서부터 산 중턱까지 옯겨졌습니다. 사체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망시각은 10시 20분경.
그리고 증인이 사체를 유기하고 내려오는 범인을 목격한 시점은 11시경.
추락지점부터 산 입구까지는 걸어서 10분, 또 입구에서 사체발견지점까지는 15분정도 산을 타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내려오는데는 짧게 잡아 5분.
그냥 걸어도 30분이 소요되는 길입니다. 거기다 사체의 무게는 69kg, 피고인의 신체는 172cm에 55kg입니다.
저기 보이는 피고인이 어림잡아 70kg의 사체를 캐리어도 아닌 스포츠백에 담아 산 중턱까지 옮기고 내려오는데 40분밖에 안 걸렸다는 건... 뭔가 이상하죠."
자신있게 쭉쭉 말을 잇는 수현을 주원이 인상을 찌푸리고 노려봤다.
"존경하는 배심원분들과 재판장님께서는, 현실적인 판단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정황이 피고인을 가리키고 있는 만큼, 또 다른 정황들은 피고인이 결백함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물증없는 인과관계적 정황만으로, 한 소년의 인생을 망치는 일이 없기를 빕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수현이 자리로 돌아가자 마자, 주원이 기다렸다는 듯 성큼성큼 증인의 앞으로 갔다.
괜히 주눅이 든 그녀가 어깨를 움츠렸다. 주원이 더욱 그녀를 노려봤다.
"증인, 남자를 목격한 시각이 밤 11시가 맞습니까?"
"...네."
"길에서 누군가를 보는 건 항상 있는 일인데, 그 시각을 정확히 기억하고있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게, 원래 매일 그 시간즈음 산책을 나가는지라... 11시쯤이라고......"
"그러니까, 정확히 11시인지, 그 부근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말입니까?"
"...저, 그게......"
주원이 빠른 말로 증인을 몰아붙이자,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수현은 그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주원이 목소리를 더 키워 증인을 압박했다.
"정확히, 11시가 맞습니까?"
"....그 쯤..인데.."
"위증시엔 징역 5년에 벌금이 천만원입니다, 똑바로 증언해주세요!"
"......"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두려움에 머뭇거렸다.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금방이라도 울듯한 그녀의 얼굴에 수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요! 신문을 멈춰주세요!"
"저.. 안할래요."
그녀의 작은 목소리가 법정을 울렸다. 그리고는 곧 울음을 터뜨리며 증인석에서 일어났다.
"...죄송해요.. 못하겠어요...... 없던 걸로 해주세요..."
"증인, 일단 앉고, 진정하세요."
"변호인 자리에 앉으세요!"
수현이 앞으로 나가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주원이 그가 앞으로 나오는 것을 막았다.
법정이 시끄러워지자 재판장이 책상을 치며 조용히 할 것을 지시했다.
"증인은 증인석에서 나와도 좋습니다. 시간관계상 여기서 재판을 마칩니다. 다음 공판은 추후에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재판장이 퇴장한 뒤, 사람들이 줄지어 법정을 빠져나갔다.
수현이 신경질적으로 마이크를 빼고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재판을 지켜보던 기웅이 자리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서류를 정리하는 주원을 노려봤다.
와, 저, 무서운 새끼.
오늘 분량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새벽 세시까지 쓰고 까먹고 자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오늘 오전강의는 빼야지.....^^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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