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찌는 한 여름 밤, 필통속이 오늘따라 유난히 시끄럽군요.
"넌 좀 씻어라."
분홍색 때가 수도없이 밀려나오는 지우개군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한 B심을 가진 연필군이네요.
"니가 쓴 글자를 내가 삭삭 지워서 흔적을 읍쌔줘야 정신 차리겠나?"
"너 나 몰라? 나 뽀로로 연필이야. 니까짓 잠자리 샊키가 뭘 안다고?"
"머리에 똥들었나? 마이 네임은 잠자리가 아니라 톰보다 톰보!!! 니 보다 나이는 몇십배는 쳐먹었다고..."
"나이 많아 참 좋겠네."
그때, 짜증이 난 듯한 커터칼이 한소리 한다.
"야, 니들 대가리 문대고, 갈라버리기 전에 좀 닥쳐..."
"아따, 성님... 필통속에 오래 있었나고 말이 험하시네..."
"...헿- 그래봐야 뭘 한다고..."
연필은 커터칼을 도발한다. 그때, 주인님께서 필통을 열더니 새식구를 인사시켰다.
파란색 옷에 하얀 머리를 한 이분은 누구지?
"안...안녕하세요. 수정액... 그러니까 화이트라고 불러주세요."
"아, 또 비싼 놈이 굴러들어왔네..."
지우개는 자기보다 단가가 비싼 화이트가 들어오자, 꽤나 성난 얼굴을 한다.
"신입! 노래 한곡 시원하게 뽑아봐"
"저...노래 못하는데요..."
"에이, 왜그래... 한곡 하라니까..."
당황한 화이트는 어쩔줄 몰라하다가 연필이 깜짝놀란다.
"야, 이거 하얀물 뭐야!?"
갑자기 울어대기 시작하는 화이트...
"....으...으헝...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청난 수정액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야... 이자식 뭐야..."
필통속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그때 마침, 주인님께서 필통을 연다.
"...어라, 필통속이 왜이래!!!"
그렇다, 오늘 신입으로 필통속에 들어온 수정액은 뚜껑상태가 불량이였다.
물건은 반드시 불량품인지 아닌지 테스트와 확인을 거친 후, 구입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