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햇살이 쨍쨍이는 날,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9시가 적당하겠다. 괜히 귀찮은듯이 기지개를 쭉-피고 억지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직행하겠지 거울에 비친 퉁퉁한 얼굴을 한 번 보고 한 숨도 푸욱- 거실에선 빨리 준비하라는 엄마의 말에 알겠다고 괜히 신경질도 내보고.. 칫솔에 치약을..얼굴은 대충 고양이 세수로..머리는..이틀에 한 번..
" 기지배야, 엄마 늦는다고 했지! 퍼뜩 준비안하냐!! "
" 알겠다고!!왜 아침부터 큰소리람..""
" 빨리 신발 신어! 이럴거면 태워달라고 하지를 말든가!! 앞으로 버스타고 다녀!! "
" 사랑하는 마미~ 소리 지르지 마세용~ 목 상합니다 "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아침에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고 대충 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전공책이 든 가방을 어깨에 대충 둘러매고 컨버스로우를 질질 끌며 드디어 보통의 날을 시작한다.
*
" 야 개강 첫 날 부터 너무 조상님 티내는거 아니야? "
3년 내내 함께 붙어 다닌 친구 수정이. 내 대학생활을 처음부터 그리고 마지막까지 함께 할 동기이자 친구! 1학년 입학 첫 날 첫 수업에 지각해버린 나는 들어갈까 말까 쭈뼛쭈뼛 뒷 문고리를 잡고 고민하고 있을때 쯤 옆에서 갑자기 확 나타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라고 말해준 그 이후에 낯을 많이 가리는 나지만 아싸가 되기 싫어 수정이와 줄 곧 지금까지 함께 다니는 중.. 뭐 성격은 정반대이지만 오히려 이게 더 잘 맞는달까?
" 같은 조상님끼리 이러지는 말자 "
" 야 나는 그래도 머리는 감고 왔거든? 모자 쓴 꼬라지보니 또 머리 안감았구만!! "
전자는 나, 후자는 정수정이 되겠다. 그렇게 어릴때부터 보통보통..중간만 하자를 외치던 나와는 달리
정수정은 어딜가나 앞장서서 제일 먼저!를 외쳤고, 그 덕에 나는 1+1으로 덕을 많이 보고 있는 중이다.
" 이번 새내기들 너무 기대되지 않냐? "
" 넌 매년 이러는거 지겹지도 않냐? "
" 으휴- 누가 철벽녀 아니랄까봐 너 진짜 4년 동안 학점이랑만 연애하다 졸업할래? "
" 야 조용히해. 학점이랑도 쫑나게 생겼거든? "
그렇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주위 사람들이 그런다. 그냥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남들하는 만큼 요즘은 이렇게 하는거래 그럼 이렇게 하고 남들 다 저렇게 한다는데 그럼 저렇게 해보고 뭐 하나 특별한 것 없이 외모도 성적도 집안도 그냥 다 보통.. 그나마 어릴때 맞벌이하시는 부모님때문에 학교 끝나고 밤까지 학원 뺑뺑이 돌며 시간 때우려 배운 미술에 그나마 보통 이상의 재능이 보여 중학교때부터 내 장래희망의 한 칸을 자치한 '화가' 그래서 내가 지금 조상님 소리 들으며 있는 곳이 방탄예대 미술과 4학년이다.
" 안녕! 우리 깜찌기들~ 오빠 왔다! "
모자를 푹 눌러쓴 내 머리 위로 큰 손이 꾹- 누르며 내 옆에 앉았다.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입꼬리가 귀까지 걸려있다. 아니 항상 저랬던가 .. 그 와중에 큰 손은 어느새 내 어깨로 내려와 마치 지정석인 듯 올려져 있다. 괜히 심장이 찌릿찌릿해 옆으로 슥 비키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큰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어 번 털어 내며 자연스럽게 수정이와 나 사이에 끼어든다.
" 으휴..오빠는 무슨 군대갔다 오더니 아저씨 되셨네요~ "
" 무슨 소리야 정수정. 나 어제 술집에서 민증검사 했거든요~ "
" 오구오구! 그러셨어요~ "
정수정 그리고 나... 군대 갔다온 남자애 여기서 말하는 남자애는 수정이의 친척인데 1학년때 같이 다니다가 바로 군대가버리는 바람에 그렇게 친하지는 않다. 솔직히 그렇게 친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 야 이번 새내기들 스캔 좀 했냐? "
" 정수정 작작해라 누가 연킬 아니랄까봐 조상님이 무슨 새내기 타령이냐 "
" 야 복학생주제에! 2학년이면 다냐! 그냥 눈호강 하겠다는데! "
" 하.. 1학년때 생각나네, 나 입학했을때 선배누나들이 딱 너같은 마음이였을까~ "
" 입 조심히 놀려라 대학생활 고생하고 싶어? "
" 어익후 무서워서 대학다니겠냐? 그치 아미야 "
이렇게 셋이서 있을때난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는 항상 방관자처럼 둘의 모습을 턱을 괴고 엄마미소를 지을 뿐 그러다가도 남자애 한마디에 시선이 쏠려 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한다. 혹시 내 시선을 눈치챌까 남자애 뒷 쪽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척 하곤 한다. 유치하게 ..
" 한 번 사는 인생 잘살어. 너 "
" 진짜 정수정한테 갈굼 안당하는 군대가 차라리 나을 것 같아 "
" 다시 가시던가요~ "
" 도와줘 아미야 "
" 그만해 둘 다~ 수정아, 나 강의 시간! "
" 어어어어 그렇네 벌써 시간이.. 나는 3년동안 시간표하나 제대로 못짜냐 "
3년 내내 수정이와 나는 같은과이면서 함께 듣는 수업은 손에 꼽을정도다. 전공과목에서는 3년내내 마주친 동기들이 있어 조별과제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특히 다른과도 같이 듣는 교양은 꼭 수정이와 듣고 싶었는데 3년 내내 한 번도 같이 들은 적 없다는 슬픈 소식이 있다.
" 갈게 ~ 좀 있다 끝나고 연락할게!
" 응~ "
" 나도! 나한테도 연락해 아미야 "
마지막 남자애의 말을 못들은 척 강의실로 향한다. 내 보통의 날, 보통의 삶에 저 남자애는 분명 특별하다. 1학년 첫 수업 늦어서 수정이 덕에 겨우 들어간 강의실엔 저 남자애가 수정이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자리를 맡아놓고 있었다. 다행히 남자애 뒷 쪽에 자리가 하나 비어 앉아서 첫 날이라 과목설명을 듣고 있는데 그냥 무심코 본 그 남자애의 입꼬리에 시선이 멈추었다. 수정이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서로의 핸드폰을 주고 받으며 낄낄 거리는 모습에 과목 설명은 뒷전이고 수정이 아니 그 남자애만 쳐다봤다. 20년 인생 내 인생에 남자라면 아빠 한 명 뿐이였는데 뭔가 심장이 근질근질한게 계속 눈을 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 느껴 본 감정이라 억지로 무시하고 또 무심한 척 했다.
" 저.. "
강의실까지 걸어가며 이런저런 옛 생각에 빠져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뒤를 돌아보니 딱봐도 어려보이는 좀 더 설명하자면 뭐랄까 태어나서 본 남자중에 2번째로 잘생긴 정수정이 찾던 새내기 향기를 풍기는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거 수정이한테 얘기해주면 좋아할라나..
" 네? "
" 이거 떨어졌는데요 "
라며 나에게 내민 노랑색 포스트잇. 혹시나 두근했다 뭐 연애 한 번 못해봤지만 드라마라던가 영화라던가에서 번호를 딸때 이런 방법을 쓰던데..(두근) 괜히 포스트잇 속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번호면 뭐라고 말해야하지? 그냥 고맙다고? 아니면 괜찮아요^^ 그냥 무시가 답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새내기의 손이 민망할까 이쯤이면 받아야지 싶어 포스트잇을 건내 받았다.
차라리 그냥 포스트잇 내용을 확인하지 말고 지나쳐 갈걸 .. 괜시리 오바떨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말걸 23살 보통의 삶에 특별한 무언가로인해 꼬이기 시작했다.
' 얘 건들면 태형이한테 죽음 ! '
그때 내가 너한테 반한게 맞나 보다.
아니
여전히 반하고 있다.
| 보통의 말 |
첫 글잡 입성! 이거 이렇게 하는거 맞나요? 대학시절 나름 꿈꿔 왔던 훈남들과의 로맨스!를 지금에서야 글로나마 적어봅니당ㅠㅠ 졸업한지 오래라 정보에대해 미흡한점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부탁 드리고, 많이많이 읽어주시고 댓글달아주쎄여!! 첫 글이라 부족한 거 투성이..많이 배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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