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ped prince 10
w.Cascade
이번 스크랩드 프린스 10화는,
레몬티님, 메론바님, 콩이님, 기승전결님, 빵떡이님, 젖소님, 당근님, 전신거울님, 려현님, 달달님, 민트초코님, 삉삉님, 레어닉님. 레몬님, 밍숭맹숭님, 재채기님, 독서실님, 올백님, 미개루님, 콧물괴물님, 0408님, 큼님, 만두님, 슈밍님, 포포님, 으잉잉님, 쥬시쿨님, 룰루랄라님, 콩콩이님, 진소님, 쪼니님, 치즈볼님, 라븅님, 도시락님, 치즈마우스님, 오빠는안되여님, 튠튠님, 슬민님, 미루님, 어린누나님, 토순이님, 호떡님, 멍뭉님, 도도님, 꿈님, 가디건님, 패릿님, 콧물님, 콩쥐님, 봉봉님 이렇게 50명의 독자분과 함께합니다. (+익명의 독자님들 ^^)
* 스크랩드 프린스는 7화부터 경수와 종인이 등장합니다. 따라서 7화부터 [루민카디]로 표기하였습니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원하신다면 00화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에피소드 그 첫번 째, 죽었으나 죽지 않은 자(마지막)
월풍이다. 월풍이 다시 이 곳에 돌아왔다. 민석은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이를 참고 달리기 시작했다. 기다란 치마가 불편했고, 신고 있던 신발이 벗겨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민석이 잔칫상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이미 난장판이 된 후였다. 술잔들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고, 기생들은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서로를 부여안고 울고 있었다. 비변사의 군인들은 부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민석이 두리번 거리며 월풍을 찾고 있을 때, 비변사 장군 크리스의 소리가 들려왔다.
"열쇠가 없어졌다. 창고 열쇠가 없어졌다. 그 놈이 난장판을 벌이고 난 후 가져간 것이 분명하다! 어서 그 놈의 뒤를 따라가거라!"
순식간에 크리스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이 물 밀듯이 빠져나간다. 타오와 레이가 앞장선다. 수십명의 병사들이 화중주에서 빠져나가자, 어느덧 민석의 주변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이게 무슨 일인가... 민석은 눈 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정말 지금 이 모든 것을 월풍이라는 자 혼자서 하고 있는 것인가. 문득, 어젯밤 그를 치료해주면서 보았던 상처들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덜컥, 겁이 났다. 혹시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자신이 살아있다면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던 월풍의 말이 생각났다. 민석은 그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너무 많은 사람들이 월풍을 노리고 있고, 민석 자신이라도 힘이 되주고 싶었다. 그 찰나, 민석의 옆으로 종인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경수가 따랐다. 민석은 본능적으로 그 둘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축축한 새벽 이슬이 민석의 얼굴에 드리웠다. 민석은 평소보다 숨이 더 일찍 가빠옴을 느꼈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불편하기 때문이 그 첫 번째 이유고, 그 사내의 걱정에 제대로 숨을 고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두 번째 이유였다.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때문에 이렇게 그는 서두르는 것일까. 얼마 정도 달렸을까, 어느덧 민석,종인,경수는 어느 커다란 집 문 앞에 다다랐다. '월풍..월풍..' 온통 민석의 머릿속에는 그 사내의 생각 뿐이었다. 경수와 종인은 문 앞에 멈추어 섰다. 잠시 그들 사이에 적막이 흐른다.
"경수님...."
종인은 걱정되는 눈길로 경수를 쳐다보았다. 그 곳은 경수의 집이었다.
"왜.. 이 곳으로 월풍이 온 것이냐.....? 종인이 너는 아느냐....?"
"경수님의 아버지께서 비변사의 권력을 잡고 있으니 이를 시기하는 자의 경거망동한 행동일 뿐입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위험하오니 경수님께서는 잠시 몸을 피해 계십시오. 제가 안 쪽으로 들어가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찾아가겠사오니, 절대로 밖으로 나오시면 안됩니다."
민석은 멀찍이서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경수의 집... 이 곳으로 월풍이 들어갔다. 민석은 이 둘의 눈을 피해 경수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종인은 경수의 떨리는 두 손을 잡았다. 경수는 제 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월풍이 자신의 집을 찾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집 안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이들이 걱정 되었다. 경수는 종인의 손을 뿌리치고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가족의 안위를 확인해야 했다. 그런 경수를 종인이 자기 쪽으로 잡아당겨 저지했다.
"가만히 계십시오! 들어가셔도 경수님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이 곳은 제게 맡기시고 몸을 피하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경수의 두 눈에는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종인은 경수의 눈물을 보자 어쩔줄 몰라했다.
"그럼, 제 뒤로 바짝 따라오십시오. 절대로 혼자 행동하셔는 안됩니다. 월풍이라는 자와 마주치게 되면, 그 때는 꼭 피하시겠다고 약속해주셔야 합니다."
**
어디있을까. 어디서 다쳐서 또 쓰러져있지는 않을까. 민석은 온통 월풍에 대한 걱정 뿐이었다. 어젯밤 가려진 얼굴 사이로 보여진 그 사내의 눈이 슬퍼보여서였을까.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보고싶었다. 이토록 절실해본 적이 있었을까. 민석은 혼자 두리번거리며 넓은 마당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월풍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화중주에서부터 이 곳까지 쉴새없이 달려온터라 민석은 두 다리에 갑자기 힘이 풀렸다. 풀썩- 민석은 벽에 등을 기대어 주저앉았다.
쿠왁
이상한 소리와 함께 민석이 기대고 있던 벽이 기울어졌다. 아니 민석이 기대고 있던 것은 나무로 되어 있던 문이었다. 저절로 민석은 어떤 방 안으로 굴러 들어가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민석의 목 앞에는 서슬퍼런 칼날이 다가왔다.
"누구냐."
민석은 이 상황을 전에도 겪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루한을 처음 만났을 때도 이랬는데... 민석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방 안은 어두워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점점 민석의 눈은 어둠에 적응해갔다. 그리자 점점 사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익숙한 눈빛이었다.
"월풍......"
루한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민석이 왜 이 곳에 와있는 것인가. 지금, 화중주에 있어야 할 민석이 왜 지금 자기 앞에 서 있는가. 자칫 민석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바보같은 민석에 화가 치밀었다. 다음번에는 꼭 기방에 무슨 일이 있어도 머물러있으라 당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루한은 최대한 침착하게 민석에게 대하기로 했다.
"네가...여기는 무슨 일이냐... 어떻게 이 곳까지 오게됬느냐..."
"걱정되서요."
"누가 말이냐? 내가?"
"어제 그렇게 다쳐놓고, 하루도 안 지나서 이렇게 활동해도 되는거에요? 난 또 어디에 쓰러져있을 줄 알고 따라온거에요. 정체를 들키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제가 도와주려구요. 이 곳에서 뭘 하고 계신거에요?"
민석은 월풍의 한 손에 쥐어진 한 두루마리의 문서를 보았다. 저것이 저번에 민석이 본 마을의 벽보와 관련된 문서일 것이다.
"그걸 갖고 있으면 백성들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건가요?"
"그렇지. 뭐 이 정도로 얼만큼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진 모르겠다."
"당신은 뭐 때문에 이리 열심히 목숨까지 걸어가며 백성을 위하는 건가요?"
"죄책감 때문이지."
"죄책감이요...?"
"뭐 설명하자면 복잡해진다. "
그 때였다. 저 멀리서 한 사내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루한은 민석의 입을 막고 서둘러 주저앉았다.
"가만히 있어..." 루한은 조용히 민석에게 속삭였다.
민석은 월풍의 품에 안겨졌다. 민석은 갑자기 두 볼이 붉어옴을 느꼈다. 콩닥콩닥- 월풍의 심장소리가 자신에게 들렸다. 이렇게 급박한 순간에도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니... 이런 자신이 민석은 부끄러웠다. 그 때였을까.
"거기 누구 있지."
종인의 낮고 굵은 목소리다. 월풍은 민석을 보더니 조용히 가만히 있으라는 손표시를 한다. 그리고는 문 밖으로 혼자 나가려했다. 그 순간 민석은 본능적으로 월풍을 자신쪽으로 다시 끌어당겼다. 월풍이 민석을 말릴 틈도 없이 민석이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뵙게되네요."
민석은 터질듯이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종인 앞에 굳게 섰다.
"니년이 여기는 무슨 일이냐."
"경수님을 따라 기방에서부터 이 곳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지 뭐에요.경수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까 이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거든요."
"이 곳이 어딘지 알고 들어온것이냐."
"경수님 집이 아닙니까? 오히려 제가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 경수님은 어디 계십니까?"
민석은 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종인은 어이없다는듯이 민석을 위 아래로 흘겼다.
"니년은 기생 주제에 어찌 경수님을 넘보려 하느냐. 경수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해주시는거다. 그 친절에 착각하여 너 혼자 앞서 행동하고 있는 것 같구나."
"지금 제가 혼자 원맨쇼를 하고있다는 겁니까?"
"원맨쇼라니..? 무슨 말이냐."
"아 됬습니다. 당신의 말을 들으니 더 이상 이 곳에서 경수님을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없겠네요. 경수님께 전해주세요. 월화가 이 곳에 왔었노라고."
민석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종인을 뒤돌아섰다. 그리고 하나-둘-살짝-살짝- 다소곳이~ 밤새 연습했던 걸음걸이로 한발짝 두발짝 걸었다. 두 귀를 쫑긋이 세우고 종인이 건물로부터 멀어져가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덧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다시 뒤를 돌았다. 이제는 치마를 두 손으로 허벅지까지 걷고 월풍이 있는 그 곳으로 전속력으로 달렸다.
벌컥-
어둠이다. 적막한 어둠만이 펼쳐졌다.
"월풍...?"
아무 대답이 없다.
"저기요...? 월풍? .."
그렇게 월풍은 밤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민석은 허무함을 느꼈다. 월풍을 보기 위해 달려왔고, 겨우 만났는데. 말도 없이 가버린 월풍이 야속했다. 그저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었다. 그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이 어색했다. 민석은 흙먼지로 뒤덮인 옷을 작은 두 손으로 툭-툭- 털었다. 다시 화중주로 돌아가야지. 준면이 분명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
"루한님, 어디갔다 이제오십니까. 저는 도중에 누구에게 발각되셨는 줄 알고 걱정했습니다."
"백현아, 내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누구한테 들킬 사람으로 보이냐?"
"그러신분이 어젯밤에 그리 화살을 맞으셨습니까?"
"예전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 그리한 것이다. 다 낫기만 한다면 이 마을 쯤이야 날아다닐 수도 있다."
"농도 어느 정도이지요. 이것은 저번 김영감님댁에서 훔친 장부입니다. 여기에 백성들의 세금 내역이 나와있습니다. 보시면, 죽은지 10년이 넘은 노인들에게도 세금을 걷었더군요. 서재에서는 원하는 자료를 찾으셨습니까?"
"이거말이냐."
루한은 아까 들고 있던 두루말이를 꺼내었다. 백현은 그걸 집더니 위 아래로 펼쳤다.
"예상대로입니다. 경수의 집안 대감에게 바친 조공들의 내역입니다. 이걸로 비변사 내부의 비리는 물론, 세금을 걷는 자들의 이름도 모두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현아 그럼 절차대로 부탁한다."
"어디 가십니까?"
"급하게 갈 곳이 생겼다. 부탁한다. 부패한 관리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악질인 자들은 직접 내가 처단할 것이니 그리 일르면 될 것이야."
**
"내가 너무 오버한거야. 그래 아주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신났지. 다쳐서 치료해준것 뿐인데 그게 뭐라고 혼자 오지랖이지. 이놈의 오지랖은 조선시대 와서까지도 말썽이구나.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정신나간 사람처럼 못 알아들을 말은 그리 해대느냐."
익숙한 목소리다.
루한은 민석을 뒤따라오다가 민석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민다.
"혼자 무슨 말을 그리 하느냐 물었다."
민석은 한동안 멍-하니 루한을 쳐다봤다. 얼마만이던가. 기방에 들어간지 3일이 흘렀다. 얼굴을 잊어먹을 뻔 했다. 그래, 이렇게 생겼었다 루한은. 얄쌍한 얼굴에 깊은 쌍꺼풀. 하얀 피부에 웃을 때 지는 눈 주위의 자글자글한 잔주름들. 루한은 평소처럼 보들보들한 천의 옷을 입고 있었고, 민석은 뾰루퉁한 얼굴을 했다.
"어디 갔다 이제 오시는겁니까. 절 기방에 팔아넘기시고 어딜 놀러갔다 오셨냔말입니다."
"이렇게 달바람이 좋은데 한 곳에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느냐."
"그동안 제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왜, 혹 기방의 기생들이 너에게 질투라도 하는것이냐?"
"아닙니다."
"그럼, 너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내자식이라도 생긴 것이냐?"
"관심을 가지다니요. 농담이 심하시네요!"
민석은 루한을 향해 눈을 흘겼다. 그래도 조선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고, 민석을 거두어 준 사람이다. 남들은 망나니다, 내 놓은 자식이다.. 말을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건 알 수 있다. 루한의 진중한 목소리가 그를 대변하고, 루한의 반짝이는 눈이 이를 알려준다.
"근데 어찌 안색이 안 좋으냐. 귀신이라도 본 것이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기방에 있어야 할 니가 이 곳까지 뛰쳐나온것을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던 것 같은데. 니 발을 봐라. 버선 한 쪽은 또 어디다가 벗어두고 온게냐."
민석은 자기 두 발을 보았다. 한 쪽 버선은 벗겨져나간지 오래인지 맨발이 보였고, 다른 한 쪽도 흙먼지에 뒤덮여 꽃 자수가 놓여있던 하얀 버선이 거뭇거뭇해졌다. 루한은 민석의 앞을 성큼성큼 걷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뭐하시는거에요?"
"업히거라."
"네?"
"그 발로 화중주까지 걸을 수 있겠느냐? 앞으로 한참 걸어야 할 것이다."
민석은 쭈뼛쭈뼛했다. 아직도 루한이 자신 앞에 나타난게 꿈만 같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런 친절이라니. 사뿐사뿐 루한이 꾸부려 앉아있는 곳 까지 갔다. 그리고 민석은 조심스레 루한의 어깨에 양 손을 올렸다. 곱상한 얼굴과는 달리 굉장히 다부진 어깨였다. 따로 무슨 운동이라도 하는지 근육이 울퉁불퉁 잡히었다. 루한은 민석을 가볍게 올리었다.
"으쌰-"
민석은 잠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였다. 본능적으로 루한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이거 너무 적극적인것 아니냐."
"놀리지 마십시오. 넘어질뻔해서 잡은 것입니다."
"어서 가서 따뜻한 물에 목욕부터 하거라. 발은 퉁퉁 붓고 얼굴은 죽상에 비단 옷은 먼지 투성이구나. 정말 아무 일도 없었느냐."
민석은 루한의 따뜻한 물음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월풍에 대한 원망과 루한에 대한 고마움이 섞여 나오는 눈물이었다. 월풍에게 혼자 휘둘리며 마음을 썼던 자신이 불쌍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월풍을 걱정하고 있는 자신이 슬펐다. 기방에서의 첫날 밤, 그 동안에 나누었던 대화, 마주쳤던 눈이 그리웠다. 민석이 등 뒤에서 훌쩍대자 루한은 당황한 눈치다.
"우..우는 것이냐... 사내 자식이 다 커서 우는게 가당키나 하느냐. 어서 그쳐라. 누가 보면 누가 널 납치해가는 줄 알겠다."
민석은 요 근래 3~4일간의 긴장이 한 순간에 풀린듯 했다. 기방에서의 삶과 월풍이라는 자와의 만남, 경수를 상대로 한 첫 작업, 그리고 종인과 두번의 대면...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다 이 곳에 와 평생 겪을 우여곡절은 다 겪은 듯 했다.
"혹, 많이 힘드냐."
"아닙니다. 처음이라 많이 미흡해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마라.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항상 널 지킬 것이라고."
"그러신 분이 3일 동안 제 근처에 얼씬도 안 하셨습니까?"
"그게 속상했던 것이냐. 그래도 지금 이렇게 넌 무사하게 있지 않느냐."
"말이라도 못하면... "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밤 물결에 달이 휘청인다.
**
다음 날 아침, 전국 방방곡곡에는 방이 붙었다. 조선 사대부들의 비리를 고하는 글과 함께, 그 동안 부당하게 세금을 징수해온 탐관오리들의 행태... 그리고 이 이상의 이러한 일이 행해질시 월풍이 가만두고 있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는 글이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관아에 잡혀갔다. 그 중에는 경수의 아버지, 도 대감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경수님.. "
종인이 쭈구려 앉아있는 경수 앞에 다가간다. 그리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옆에 내려놓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그 앞에 같이 앉는다. 경수의 표정이 어둡다. 그토록 존경하던 아버지가.. 관아에 잡혀갔다. 그것도 부당하게 세금을 징수하고, 여러 관리, 군인들에게 뇌물을 받은 죄목으로... 경수는 혼란스러웠다. 더 이상 누구를 믿어야 할지, 누구에게 의지해야할지 몰랐다.
"이제 난 어찌해야 하는 것이냐."
"어찌하시긴요. 경수님은 지금 이대로 똑같이 계시면 됩니다. 경수님의 잘못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잘 될 것입니다. 이런 어두운 표정은 어울리지 않으십니다."
종인은 환한 웃음을 보였다. 좀처럼 종인에게 보이지 않던 표정이다. 항상 굳게 다문 두 입과 부릅 뜬 두 눈이 위협적이게만 보였던 그이다. 하지만 종인은 경수에게만은 한없이 다정했고, 따뜻했다. 종인은 경수에게 한 손을 내민다.
"오래 앉아계시면 다리 저립니다. 일어나세요. 이렇게 풀 죽어 계시면 가족분들이 걱정하십니다. "
종인은 힘없는 경수의 팔을 끌었다. 그리고는 경수를 자신의 품 안에 안았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저 만은 항상 이대로 경수님 곁에 있을 것입니다. 믿어주시고, 더욱 강해지세요. 저도 이제 이대로 두 눈 뜨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월풍이라는 자를... 꼭 찾아서 오늘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
"다 왔다."
루한이 화중주 앞에 멈춰선다. 민석은 우느라 피곤했는지 곤히 잠이 들었다. 루한은 조용히 민석을 내려놓고는 쭈구려 앉아 민석의 눈 코 잎을 샅샅이 살폈다.
"바보같이....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었다. 근데 이 것이 나의 욕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풍이 그리도 좋더냐. 누군지도 모를 사내를 그리 덜컥 도와주고 기방에서 그곳까지 버선발로 뛰쳐나오다니... 대책이 없는 아이구나..... 조금만 참아라. 나도 행복해지고 너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내가 꼭 찾을 것이다...."
루한은 민석이 들을 듯 말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는 민석의 뽀얀 이마에 입을 맞추고, 코, 볼, 그리고 도톰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 때였을까 휘익- 그 둘 위로 바람이 불면서, 봄 꽃들이 흐드러지게 날아간다.
**
"얘, 월화야 어서 안 일어나고! 또 자고 있는 것이냐."
준면의 목소리로 민석은 항상 아침을 시작한다. 분명 루한의 등에 업혀 이 곳으로 온 것 같은데, 민석은 루한의 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루한의 모습을 본 지도 4일이나 지났다. 거짓말쟁이... 다행히도 기방에서의 삶에 어느정도 적응한 것 같았다. 동료 기생들과도 농담을 하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함께 장에 나가 장신구를 고르기도 했다. 아직도 길을 걷다보면 검은 옷을 입은 자를 보면 흠칫- 놀라고는 한다. 그때마다 사무치는 그리움의 감정이 생기지만, 민석은 나름 잘 다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서재 안에서 월풍의 품에 안겨있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물어 보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민석은 다음에 만나게 되면 기필코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리라 마음 먹었다. 기방에서 지내다 보면 문득 대한민국에서의 삶이 그리워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돌아가는지 방법을 모른다. 루한은 알고 있을까...
"월화야, 어딜 보며 넋을 놓고 있는거냐?"
"무하님-"
"네가 이 곳에 들어온지 얼마 되었지?"
"이제 1주일이 되어갑니다."
"벌써 시간이 그리 흘렀구나..."
찬열은 민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혹, 내가 부탁이 있는데.... 들어 줄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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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에피소드 예고 : "형제의 복수"
안녕하세요, Cascade 입니다! 항상 댓글로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첫 번째 에피소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민석과 월풍의 만남, 그리고 경수, 종인의 상황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넣고자 했습니다. 앞으로 두 번째 에피소드를 풀어나가면서 경수와 종인의 이야기도 자세하게 나올 예정입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찬열, 세훈"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며, 본격적인 민석이와 루한, 월풍과의 얽히고 섥힌 관계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민석이의 대학생 친구였던 종대!!가 등장합니다. 궁금증 유발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다음 화를 참고해주세요! 본격적인 에피소드를 시작하기 전에, 경수와 종인이의 이야기를 외전으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D 많이 기대해주세요!! 다음 에피소드 또한 4화 정도의 분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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