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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꿈을 꾸었다. 

 

 

기분 좋은 햇살과 살랑거리며 몸을 간질이는 봄바람. 머릿결을 매만져주는 그녀의 손길에 눈을 뜬 나.  

—일어났어?  

그녀의 물음에 대답 대신 입을 맞췄다. 손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우리가 함께 고른 침대 옆의 작은 전등이 아침의 햇살에 힘을 잃었다. 빨간색으로 하고 싶다던 나의 말에, 나는 파랑이 더 좋다고 웃는 그녀 탓에 바로 푸른빛을 띠는 전등을 골라집었다. 그녀를 그렇게 환하게 웃게 하는 것은 무엇이든 곁에 두고 싶었다. 나의 취향 따위는 이제 상관이 없었다. 그녀가 좋다고 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됐기에.  

 

—사랑해. 

서로의 귓가에 속삭이는 고백이었다.  

 

 

다시 살랑- 하고 부는 바람에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는, 소파 위에서 창밖의 쏟아지는 햇살을 맞이하고 있었다. 눈이 부셔왔다. 눈을 찌푸렸다.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꿈, 그래 꿈이었구나.  

 

꿈속의 그날은 그녀와의 동거 첫날이었다.  

그리움이 불러낸 과거의 기억이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안고 싶었다. 

 

 

습관처럼 그녀를 깨우려 침실로 향했다. 

 

—자기야, 일어... 아. 

 

그녀가 집을 나갔던 어젯밤이, 싸웠던 기억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녀가 나를 떠났다. 아픈 사실만 남았을 뿐이었다.  

 

 

 

 

멍하니 소파에 앉아 시선을 창가에 두었다. 그녀가 아끼던 화분이 없다. 

그녀는 계절마다, 혹은 해마다 좋아하는 꽃을 가져다가 그 작은 화분에 심고는 했다.  

올해는 어떤 꽃을 심었다더라... 피곤함에 귀 담아 듣지 않고, 대충 대답하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웠다.  

작년에는 빨간색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빨간 장미를 심던 그녀였다. 장미의 봉오리가 열리고 꽃이 활짝 피었을 무렵, 예쁘지- 하며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 꽃은 보지도 않은 채, 예쁘다고 답했었다. 그녀의 웃음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서, 주변의 어떤 꽃들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그저 너만 보였고, 네가 사무치게 아름다웠다. 

 

우리의 관계에 소홀해진 건, 아무래도 내가 일이 많아지고 나서부터였다. 나는 그녀와의 미래를 꿈꿨기에, 보다 더 안정적인 사회적 인정이 필요했다. 어느새 내가 쫓던 것이 그녀와의 행복인지, 그저 당장 눈앞에 닥쳐온 회사 일들인지. 이제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더 후회하기 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벌써 3통째였다. 계속되는 신호음과, 곧이어 들려오는 기계음만 내 귓가에 맴돌았다.  

공허만이 날 감쌀 뿐이었다.  

 

 

 

 

 

 

한참을 우는 그녀를 달래던 수빈은, 일단 그녀를 본인 집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 늦은 새벽이었고, 그녀는 지쳐있었다.  

 

아직 빨간 눈가로 땅만 보며 터벅터벅 그녀에게, 수빈은 아무 질문도 할 수 없었다. 궁금한 건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그녀에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둘을 감싼 정적을 깨트린 건, 그녀였다. 

—미안해요. 

그녀가 수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안해할 필요없어요. 괜찮아요?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집을 나와서 걷다 보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수빈 씨뿐이었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다시 시선을 땅으로 두는 그녀에게 일단은 아무 생각 말라고. 오늘은 들어가서 이만 편히 쉬자고. 그렇게 말했다. 

쌀쌀한 공기가 구름을 밀어내는 새벽이었다.  

 

 

 

 

수빈의 집은 그와 참 닮아있었다. 크진 않지만 편안하고 아늑했으며, 깔끔했다. 은은하게 나는 코튼 향에 마음이 편해지는 그녀였다.  

그녀는 조심스레 집을 둘러보다가, 제 손에 들고 있는 화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혹시 저 탁자에 둬도 될까요...? 

수빈은 그럼요- 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화분을 탁자에 놓은 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화분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수빈이 말했다. 

—여주 씨. 무슨 일 있었어요?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요. 그냥 걱정돼서 물어보는 거니까.  

수빈의 걱정 어린 물음에 뒤를 돌아본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수빈 씨... 나는요. 나는 그저... 

말을 하려다가 자꾸만 나오는 눈물에 그녀의 말문이 막혔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괜찮아요, 괜찮아. 아무 말도 안 해도 돼요. 

수빈은 그녀의 어깨를 한참을 토닥였다. 수빈의 품에서 작게 떨려오는 그녀가 혹여나 부서져 버릴까 봐서, 무너져 내릴까 봐서. 아주 조심스레 그녀를 안았다.  

달이 빛나는 밤이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그녀는 숨을 한번 크게 고르더니 말했다. 

—나는 그냥, 사랑받고 싶었어요. 언제나처럼.  

그녀의 말에 수빈의 마음 한구석이 작은 송곳으로 찔린 듯 따끔거렸다.  

—그는 자꾸만 나를 소홀해하고, 함께 있을 때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요. 그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옅게 떨려왔다. 떨리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녀인데. 다시 한번 그녀의 애인이라는 사람이 미치도록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주제 넘지만, 그랬다.  

 

 

—내가 소파에서 잘 테니까, 침대에서 편하게 자요. 피곤하잖아. 

연신 본인이 소파에서 자겠다는 그녀를 침실로 겨우 들여보냈다. 많은 생각 하지 말고, 오늘만은 맘 편히 잠에 들길 바랐다.  

잠이 오질 않았다. 수빈은 커튼을 열어 하늘의 별을 바라봤다. 밝게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수빈에게 물었다. 그녀를 좋아하느냐고. 수빈은 혹여나 바람이 엿들을까 봐서, 그녀에게 마음이 닿을까 봐서. 고개만 조용히 끄덕였다.  

아득한 새벽이었다. 

 

 

 

 

눈을 뜨니,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이불과 낯선 향기가 나는 방이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올려 묶고는 거실로 향했다.  

거실로 나가보니, 큰 키를 작은 소파에 구겨 넣고 새근새근 자는 그가 보였다. 

—수빈 씨- 침실에서 편하게 자요. 불편하잖아...  

조용히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수빈을 깨웠다. 나른한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침의 공기는 따뜻했다. 수빈이 그 공기에 제 온기를 더 섞어 물었다. 

[TXT/최연준/최수빈] 권태06 | 인스티즈 

—자기야, 일어... 아. 

 

그녀가 집을 나갔던 어젯밤이, 싸웠던 기억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녀가 나를 떠났다. 아픈 사실만 남았을 뿐이었다.  

 

 

 

 

멍하니 소파에 앉아 시선을 창가에 두었다. 그녀가 아끼던 화분이 없다. 

그녀는 계절마다, 혹은 해마다 좋아하는 꽃을 가져다가 그 작은 화분에 심고는 했다.  

올해는 어떤 꽃을 심었다더라... 피곤함에 귀 담아 듣지 않고, 대충 대답하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웠다.  

작년에는 빨간색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빨간 장미를 심던 그녀였다. 장미의 봉오리가 열리고 꽃이 활짝 피었을 무렵, 예쁘지- 하며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 꽃은 보지도 않은 채, 예쁘다고 답했었다. 그녀의 웃음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서, 주변의 어떤 꽃들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그저 너만 보였고, 네가 사무치게 아름다웠다. 

 

우리의 관계에 소홀해진 건, 아무래도 내가 일이 많아지고 나서부터였다. 나는 그녀와의 미래를 꿈꿨기에, 보다 더 안정적인 사회적 인정이 필요했다. 어느새 내가 쫓던 것이 그녀와의 행복인지, 그저 당장 눈앞에 닥쳐온 회사 일들인지. 이제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더 후회하기 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벌써 3통째였다. 계속되는 신호음과, 곧이어 들려오는 기계음만 내 귓가에 맴돌았다.  

공허만이 날 감쌀 뿐이었다.  

 

 

 

 

 

 

한참을 우는 그녀를 달래던 수빈은, 일단 그녀를 본인 집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 늦은 새벽이었고, 그녀는 지쳐있었다.  

 

아직 빨간 눈가로 땅만 보며 터벅터벅 그녀에게, 수빈은 아무 질문도 할 수 없었다. 궁금한 건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그녀에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둘을 감싼 정적을 깨트린 건, 그녀였다. 

—미안해요. 

그녀가 수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안해할 필요없어요. 괜찮아요?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집을 나와서 걷다 보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수빈 씨뿐이었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다시 시선을 땅으로 두는 그녀에게 일단은 아무 생각 말라고. 오늘은 들어가서 이만 편히 쉬자고. 그렇게 말했다. 

쌀쌀한 공기가 구름을 밀어내는 새벽이었다.  

 

 

 

 

수빈의 집은 그와 참 닮아있었다. 크진 않지만 편안하고 아늑했으며, 깔끔했다. 은은하게 나는 코튼 향에 마음이 편해지는 그녀였다.  

그녀는 조심스레 집을 둘러보다가, 제 손에 들고 있는 화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혹시 저 탁자에 둬도 될까요...? 

수빈은 그럼요- 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화분을 탁자에 놓은 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화분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수빈이 말했다. 

—여주 씨. 무슨 일 있었어요?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요. 그냥 걱정돼서 물어보는 거니까.  

수빈의 걱정 어린 물음에 뒤를 돌아본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수빈 씨... 나는요. 나는 그저... 

말을 하려다가 자꾸만 나오는 눈물에 그녀의 말문이 막혔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괜찮아요, 괜찮아. 아무 말도 안 해도 돼요. 

수빈은 그녀의 어깨를 한참을 토닥였다. 수빈의 품에서 작게 떨려오는 그녀가 혹여나 부서져 버릴까 봐서, 무너져 내릴까 봐서. 아주 조심스레 그녀를 안았다.  

달이 빛나는 밤이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그녀는 숨을 한번 크게 고르더니 말했다. 

—나는 그냥, 사랑받고 싶었어요. 언제나처럼.  

그녀의 말에 수빈의 마음 한구석이 작은 송곳으로 찔린 듯 따끔거렸다.  

—그는 자꾸만 나를 소홀해하고, 함께 있을 때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요. 그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옅게 떨려왔다. 떨리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녀인데. 다시 한번 그녀의 애인이라는 사람이 미치도록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주제 넘지만, 그랬다.  

 

 

—내가 소파에서 잘 테니까, 침대에서 편하게 자요. 피곤하잖아. 

연신 본인이 소파에서 자겠다는 그녀를 침실로 겨우 들여보냈다. 많은 생각 하지 말고, 오늘만은 맘 편히 잠에 들길 바랐다.  

잠이 오질 않았다. 수빈은 커튼을 열어 하늘의 별을 바라봤다. 밝게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수빈에게 물었다. 그녀를 좋아하느냐고. 수빈은 혹여나 바람이 엿들을까 봐서, 그녀에게 마음이 닿을까 봐서. 고개만 조용히 끄덕였다.  

아득한 새벽이었다. 

 

 

 

 

눈을 뜨니,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이불과 낯선 향기가 나는 방이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올려 묶고는 거실로 향했다.  

거실로 나가보니, 큰 키를 작은 소파에 구겨 넣고 새근새근 자는 그가 보였다. 

—수빈 씨- 침실에서 편하게 자요. 불편하잖아...  

조용히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수빈을 깨웠다. 나른한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침의 공기는 따뜻했다. 수빈이 그 공기에 제 온기를 더 섞어 물었다. 

[TXT/최연준/최수빈] 권태06 | 인스티즈 

—자기야, 일어... 아. 

 

그녀가 집을 나갔던 어젯밤이, 싸웠던 기억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녀가 나를 떠났다. 아픈 사실만 남았을 뿐이었다.  

 

 

 

 

멍하니 소파에 앉아 시선을 창가에 두었다. 그녀가 아끼던 화분이 없다. 

그녀는 계절마다, 혹은 해마다 좋아하는 꽃을 가져다가 그 작은 화분에 심고는 했다.  

올해는 어떤 꽃을 심었다더라... 피곤함에 귀 담아 듣지 않고, 대충 대답하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웠다.  

작년에는 빨간색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빨간 장미를 심던 그녀였다. 장미의 봉오리가 열리고 꽃이 활짝 피었을 무렵, 예쁘지- 하며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 꽃은 보지도 않은 채, 예쁘다고 답했었다. 그녀의 웃음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서, 주변의 어떤 꽃들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그저 너만 보였고, 네가 사무치게 아름다웠다. 

 

우리의 관계에 소홀해진 건, 아무래도 내가 일이 많아지고 나서부터였다. 나는 그녀와의 미래를 꿈꿨기에, 보다 더 안정적인 사회적 인정이 필요했다. 어느새 내가 쫓던 것이 그녀와의 행복인지, 그저 당장 눈앞에 닥쳐온 회사 일들인지. 이제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더 후회하기 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벌써 3통째였다. 계속되는 신호음과, 곧이어 들려오는 기계음만 내 귓가에 맴돌았다.  

공허만이 날 감쌀 뿐이었다.  

 

 

 

 

 

 

한참을 우는 그녀를 달래던 수빈은, 일단 그녀를 본인 집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 늦은 새벽이었고, 그녀는 지쳐있었다.  

 

아직 빨간 눈가로 땅만 보며 터벅터벅 그녀에게, 수빈은 아무 질문도 할 수 없었다. 궁금한 건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그녀에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둘을 감싼 정적을 깨트린 건, 그녀였다. 

—미안해요. 

그녀가 수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안해할 필요없어요. 괜찮아요?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집을 나와서 걷다 보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수빈 씨뿐이었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다시 시선을 땅으로 두는 그녀에게 일단은 아무 생각 말라고. 오늘은 들어가서 이만 편히 쉬자고. 그렇게 말했다. 

쌀쌀한 공기가 구름을 밀어내는 새벽이었다.  

 

 

 

 

수빈의 집은 그와 참 닮아있었다. 크진 않지만 편안하고 아늑했으며, 깔끔했다. 은은하게 나는 코튼 향에 마음이 편해지는 그녀였다.  

그녀는 조심스레 집을 둘러보다가, 제 손에 들고 있는 화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혹시 저 탁자에 둬도 될까요...? 

수빈은 그럼요- 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화분을 탁자에 놓은 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화분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수빈이 말했다. 

—여주 씨. 무슨 일 있었어요?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요. 그냥 걱정돼서 물어보는 거니까.  

수빈의 걱정 어린 물음에 뒤를 돌아본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수빈 씨... 나는요. 나는 그저... 

말을 하려다가 자꾸만 나오는 눈물에 그녀의 말문이 막혔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괜찮아요, 괜찮아. 아무 말도 안 해도 돼요. 

수빈은 그녀의 어깨를 한참을 토닥였다. 수빈의 품에서 작게 떨려오는 그녀가 혹여나 부서져 버릴까 봐서, 무너져 내릴까 봐서. 아주 조심스레 그녀를 안았다.  

달이 빛나는 밤이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그녀는 숨을 한번 크게 고르더니 말했다. 

—나는 그냥, 사랑받고 싶었어요. 언제나처럼.  

그녀의 말에 수빈의 마음 한구석이 작은 송곳으로 찔린 듯 따끔거렸다.  

—그는 자꾸만 나를 소홀해하고, 함께 있을 때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요. 그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옅게 떨려왔다. 떨리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녀인데. 다시 한번 그녀의 애인이라는 사람이 미치도록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주제 넘지만, 그랬다.  

 

 

—내가 소파에서 잘 테니까, 침대에서 편하게 자요. 피곤하잖아. 

연신 본인이 소파에서 자겠다는 그녀를 침실로 겨우 들여보냈다. 많은 생각 하지 말고, 오늘만은 맘 편히 잠에 들길 바랐다.  

잠이 오질 않았다. 수빈은 커튼을 열어 하늘의 별을 바라봤다. 밝게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수빈에게 물었다. 그녀를 좋아하느냐고. 수빈은 혹여나 바람이 엿들을까 봐서, 그녀에게 마음이 닿을까 봐서. 고개만 조용히 끄덕였다.  

아득한 새벽이었다. 

 

 

 

 

눈을 뜨니,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이불과 낯선 향기가 나는 방이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올려 묶고는 거실로 향했다.  

거실로 나가보니, 큰 키를 작은 소파에 구겨 넣고 새근새근 자는 그가 보였다. 

—수빈 씨- 침실에서 편하게 자요. 불편하잖아...  

조용히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수빈을 깨웠다. 나른한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침의 공기는 따뜻했다. 수빈이 그 공기에 제 온기를 더 섞어 물었다. 

[TXT/최연준/최수빈] 권태06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잘 잤어요? 

수빈의 음성은 햇살보다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가 씻으러 간 사이, 그녀는 거실을 대충 둘러봤다. 그녀의 화분을 놓은 작은 탁자 옆에는 책꽂이가 놓인 책상이 자리했다. 그 책상은 노트북과 필기구, 잡다한 책들이 놓여있었다. 하나하나 모두 수빈처럼 깔끔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수빈의 노트북 옆에는 그녀가 버려달라고 했던 그 지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직도 안 버렸네...' 그녀는 살짝 웃으며 생각했다. 그는 참 착한 사람이라, 남의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왠지 미안하기도 했다. 큰 숙제를 안겨준 것 같았다.  

그러다가 지갑 옆의 연준의 사진과 눈이 마주쳤다.  

 

 

 

저게 언제쯤이었더라... 몇 년 전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를 아주 많이 사랑했을 때인 것은 분명했다. 이상해지는 기분에, 그만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책장 위, 사진 속의 어린 수빈과 눈이 마주쳤다.  

 

[TXT/최연준/최수빈] 권태06 | 인스티즈 

 

 

—어떻게 해. 너무 귀엽잖아...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작게 말했다. 쏙 들어간 보조개가 특히나 귀여워 계속 들여다 봤다. 

 

[TXT/최연준/최수빈] 권태06 | 인스티즈 

 

 

저게 언제쯤이었더라... 몇 년 전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를 아주 많이 사랑했을 때인 것은 분명했다. 이상해지는 기분에, 그만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책장 위, 사진 속의 어린 수빈과 눈이 마주쳤다.  

 

[TXT/최연준/최수빈] 권태06 | 인스티즈 

 

 

—어떻게 해. 너무 귀엽잖아...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작게 말했다. 쏙 들어간 보조개가 특히나 귀여워 계속 들여다 봤다. 

 

[TXT/최연준/최수빈] 권태06 | 인스티즈 

 

 

저게 언제쯤이었더라... 몇 년 전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를 아주 많이 사랑했을 때인 것은 분명했다. 이상해지는 기분에, 그만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책장 위, 사진 속의 어린 수빈과 눈이 마주쳤다.  

 

[TXT/최연준/최수빈] 권태06 | 인스티즈 

 

 

—어떻게 해. 너무 귀엽잖아...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작게 말했다. 쏙 들어간 보조개가 특히나 귀여워 계속 들여다 봤다. 

 

[TXT/최연준/최수빈] 권태06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누가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돌아봤다. 막 씻고 나온 수빈이 서있었다.  

 

—수빈 씨, 어릴 때 너무 귀여운 거 아니에요?? 

그 말에 수빈은 부끄러워하며 사진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는 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아- 부끄러워. 하며 작은 몸부림을 쳤다. 그런 그가 귀여워서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그녀였다.  

 

 

 

어느새 붉은 해가 세상의 모든 것을 비췄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둘은 배가 고파졌다. 

 

—파스타 좋아해요? 

그녀가 물었다. 수빈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완전! 이라고 말하며. 그런 수빈의 순수한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그녀였다. 

—그럼 장 보러 가야겠네요? 

 

둘은 겉옷을 챙겨 입었다. 

 

 

 

 

—마늘 사야 해요! 아, 버섯도- 

대형마트에 도착한 둘은, 카트를 끌며 식재료를 이것저것 카트에 넣었다.  

수빈은 식재료를 카트에 담는 그녀를 바라봤다. 행복해 보였다. 참 예쁘게도 웃는다. 수빈은 행복이란 게 아주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카트는 어느새 재료들로 가득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파스타 면을 집었다. 그러다가 문득, 기분이 아주 묘해졌다. 그녀는 연준 이외에 다른 남자와 장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상한 죄책감 같은 기분이 몰려왔다.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녀는 자꾸만 가라앉는 기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아이스크림 코너로 향했다.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래요? 

 

 

 

 

—수빈 씨! 아이스크림 먼저 넣어요! 녹겠어-  

 

어쩌다 보니 양손 가득 장을 봐온 둘은, 이것저것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치 신혼부부 마냥 그랬다.  

 

 

갑작스레 수빈의 집에서 신세를 져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그녀는, 보답으로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것은 연준이 잘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레시피도 그에게 배운 것이었다. 기분이 또 묘해졌다. 연준에게 배운 파스타를 다른 남자에게 해주는 모양새란 누가 봐도 이상했다. 아무렴 어떤가. 지금은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연준이 미웠고, 나는 내내 외로웠다. 

 

 

 

 

파스타를 입에 넣은 수빈의 눈이 동그랗고 크게 떠졌다. 

—너무 맛있는데요??? 

엄지를 척 하고 올려 보이며, 진짜 맛있어요! 라고 3번은 말해주는 그에 괜히 보람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입에 맞아서.  

오물오물 잘 먹어주는 수빈에 기분이 좋아지는 그녀였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음식을 만들어줬으니, 설거지는 제가 하겠다던 수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자꾸 연준과 겹쳐 보였다. 그녀는 연준이 설거지를 할 때면, 뒤에서 폭- 하고 안기곤 했다. 수빈은 자꾸만 과거의 연준을 떠올리게 했다. 다시끔 사랑을 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다시 한번 믿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그의 다정함에 푹 잠겨버릴 것 같았다. 

 

 

 

 

복잡해지는 생각에 머리를 저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 벗어뒀던 겉옷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겉옷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켜니, 부재중 전화가 3통 와있었다.  

예상대로 연준이었으며, 부재중이 찍힌 그의 이름 옆에는 붉은 하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관계의 결말을 정해야 했다. 그게 화해든, 아니면 이별이든 간에.  

 

 

 

꿈에서 깰 시간이었다. 피하고 싶은 현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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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6.39
결국 누구 하나는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이지만... 그 누구 하나 이해되는 상황이라 더 마음이 아픈 것 같네요..ㅜㅜㅜㅜㅜ새벽에....정말 잘 읽고 갑니다...
4년 전
독자1
윤하 - 오늘 hair졌어요
서있는 에그 - 넌 2별 난 Ah직
임정희 -real일 리 없어
비 - you를 붙잡을 song
영지 - 다시 돌아와줘
이소라 - plz
오후 2시 - 이 music 듣고 돌아와,,,,

4년 전
비회원64.18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짜노,, 흐읍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갓블렌지 님의 특유의 이런 아련함 늠 좋습니다,,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4년 전
독자2
너무 좋아요 이런 분위기ㅠㅠ작가님 글을 이제야 보다니...다음편 기대할게요☺️
4년 전
독자3
헐 ㅠ 작가님 ㅠㅜ 분위기 미쳤어요 .. 수빈이 너무 다정하고,, 연준은 이번 편에서 너무 아련하고 ㅠㅠ 이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 궁금해지네요 ! 다음 편도 기다리고 있을게용 !!
4년 전
독자4
안돼,, 연준 못보내... 수빈도 못보내... 일처다부제ㅠㅠㅠㅜㅜㅜ해주새요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5
아아 슨생님 너무 슬퍼요 엉엉 다음편 기다리고 잇겟습니다 ㅠㅠ
3년 전
독자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다음편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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