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나윤권 - 내가 될 그날까지 종인은 경수가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줄 알고 온갖 폼을 다 잡고 있었다. 하지만 경수는 종인 옆에 앉은 여자에게 번호를 물음으로써 종인을 완전히 실망시켰다. 잠잠했던 종인을 제대로 건드린 거다. "여기서 또 보네요? 오늘 일진이 사나우려나.""너 보러 온 거 아니니까 저리로 좀 치워." 경수는 종인의 훼방 때문에 여자의 번호를 따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약올라 죽을 것 같았지만 체격부터 딸리는 경수가 종인을 그 자리에서 때려눕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말짱 꽝으로 져버린 내기의 아픔은 썼다. 종대가 너는 저런 여자 번호 하나 못 따느니 남자를 만나는 게 낫겠다는 농담까지 던졌다. 어제나 그제나 종인 때문에 경수의 스트레스는 그칠 줄을 몰랐다. Maid In Koreaw. 아우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서 웬 폭탄을 헌팅하게 된 종인은 여자가 하는 말에 건성건성으로 대답하며 눈으론 대걸레를 질질 끌고 다니는 경수를 관찰했다. 힘도 안 주고 걸레를 질질 끌고 돌아다니는 게 저런 게 왜 아직도 안 잘리고 여기서 일하고 있나 생각했으나 곧 자신이 도경수의 복직을 적극 추진했다는 걸 상기해냈다. 생각해 보니 땅을 치고 백 번을 후회할 일이었다. 옆에 앉은 여자는 재미도 없는 주제로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여름엔 이 호텔 수영장에 자주 와요.""여기 수질이 얼마나 드러운지 아시면 안 오고 싶어지실 겁니다.""네?""물을 하루에 한 번 가는데 얼마나 더럽겠습니까? 전염병 안 걸리면 다행이지." 여자는 종인을 별꼴이라 여기며 자리를 떴다. 드디어 성가신 걸 떼어낸 종인이 대답을 하느라 놓친 경수의 행방을 찾아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멀리서 경수가 무거운 락스통을 들고 낑낑대며 걸어가고 있는데 아까부터 눈에 성가시던 구조 요원이 경수를 대신해 락스통을 들어주었다. 경수가 웃으며 그 남자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자신에겐 찡그리는 표정만 고집하던 경수가 저렇게 활짝 웃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한 마디로 둘의 모습이 아주 꼴사나웠다. 심술이 날 대로 난 종인이 어떻게 하면 저 웃음을 싹 가시게 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하다 결국 묘안을 떠올려냈다.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휴대폰을 집어들어 세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아 왜, 왜 또!!! 나 바빠."금요일에 호텔 수영장 좀 빌리자. "- 얌마. 너 방 빌려준 것도 눈치보여 죽겠는데 그 후진 호텔 수영장을 빌려달래."돈 주면 되잖아."- 또 뭔 지랄을 해놓으려고."애들 불러서 놀아야지."- 야 좀 끌린다? 아무나 다 불러?"그건 니 마음대로 해. 될 수 있으면 많이." 종대와 함께 히히덕거리며 일을 여가처럼 즐기던 경수는 자신에게 닥칠 고난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백현은 요즘 찬열의 애정공세 때문에 휴대폰 알람을 다 꺼놓을 정도였다. 전화, 문자, 카톡, 등등 방법은 다양했다. 찬열의 연락을 모두 씹다가 가끔 심심할 때 답장을 하면 찬열에겐 다섯 통의 답장이 왔다. 찬열이 보내는 문자의 내용은 주로 지금 어디냐, 밥은 먹었냐, 잠은 잘 잤냐와 같은 뻔한 레파토리였다. 얼마 전 백현은 술에 취한 효진-이것 역시 계산된 술취한 척이었다-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효진이 흐느끼며 너무 힘들다고 했다. 찬열은 헤어진 모양이었다. 예전 같았다면 다시 돌아온 그녀에게 세레나데라도 불러줬겠지만 박찬열의 마음을 정복한 유일한 사람은 자기뿐이라는 쟁취감이 그보다 더 앞섰다. 백현은 다시 네게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녀의 청승맞은 칭얼거림을 들을 가치 없는 독백으로 치부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백현을 깨웠다. 주인 아주머니가 밀린 방세를 독촉하러 왔나 싶어서 거울도 안 보고 현관문을 열어재꼈다. 하지만 문 앞엔 백현의 예상과 다른 사람이 서있었다. 치아가 다 보일 정도로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찬열을 보자마자 문을 닫아버렸다. 백현은 곧장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삼십분에 걸친 샤워를 했다. 젖은 머리를 하고 다시 문을 연 백현은 계단에 쪼그려 앉아있는 찬열을 보았다. 아까와 다르게 찬열의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안 들어와?""뭐야 너.. 니가 나 존나 싫어서 들어간 줄 알았잖아, 씨발!!" 어제 굿나잇 문자도 없이 잠든 백현이 궁금해 죽는 줄 알았다. 일어나자마자 달려왔는데 백현은 아무런 말도 없이 문을 닫아버리더니 잠수를 탄 것이다. 코앞에 백현의 집이 있는데 들어가지도 못하고 심지어 백현은 전화도 안 받았다. 비참한 기분에 집에 돌아갈까 했지만 발이 안 떨어졌다. 장장 30여분 간의 내적 갈등 후에 드디어 문이 열린 것이다. 찬열은 조울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다시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애써 감추며 백현의 집으로 들어섰다. 집안에선 온통 백현의 냄새가 났다. 변백현이 술냄새에 찌들었을 때마저 찬열의 후각을 자극했던 체취가. "여기 너 혼자 사냐?""나 원래 고향 서울 아니잖아. 자취해.""올. 좋은데. 맨날 와야지.""미친놈... 왜 아침부터 찾아와서 사람 놀라게 하고 난리야?""변백현이 보고 싶어서.""야. 너 그따위로 오글거리는 말 쓰면 죽는다." 백현이 한쪽 손으로 소름이 돋은 팔뚝을 쓰다듬었다. 찬열에게 저런 소리를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방을 미처 못 치운 것을 인식하고 이부자리를 개기 시작했다. 그러자 찬열이 억지로 백현을 앉히더니 자신이 이불을 갰다. 얼마 전까지 자신을 못 괴롭혀서 안달이었던 박찬열이 집에서 이불이나 개주고 있다니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해도 될 장관이었다.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왜 웃냐?""이불 개는 거 웃겨서.""이불 개는 거 처음 보냐? 개지 말고 같이 누울까?""아, 진짜 박찬열 나가." 백현의 말에 다시 풀이 죽은 찬열이 구석탱이에 이불을 처박아놓고 자리에 앉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좁은 방구석에서도 딱 백현의 앞이었다. 아무런 걱정도 약속도 없이 백현과 마주보고 있으니 찬열도 절로 웃음이 났다. 백현이 웃고 있는 찬열의 턱을 잡더니 자신에게로 당겼다. 찬열은 갑작스러운 백현의 행동에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빨은 잘생겼네.""장난하냐? 얼굴은?""내가 더 낫지.""아이고, 웃기지도 않아요. 내가 더 나으니까 효진이가..""걔 얘기 꺼낼래? 나 좋다면서 걔랑은 왜 사귀는데?""지금 질투하는 거야? 나 차였어. 뻥. 뭘 아는 년이라니까? 너랑 사귀라고 양보해 주나봐.""착각은 자유래." 백현이 찬열에게로 돌아서서 티비를 켰다. 아침 시간이라 고리타분한 뉴스밖에는 딱히 방영하는 프로가 없었다. 찬열이 자리를 앞당겨 조심스럽게 백현의 등을 끌어안았다. 백현은 티비에 시선을 둔 채로 가만히 있었다. 순간 커진 백현의 동공을 찬열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너는 언제 나 좋아할래?""내일.""내일?""덥다. 이것 좀 놓자." 백현의 몸부림에도 찬열은 고집을 부렸다. 찬열의 일방적인 행동이긴 했지만, 둘은 늦은 오후가 되도록 티비 시청을 가장한 백허그 타임을 가졌다. 재밌는 프로가 방영할 즈음에도 찬열의 두근거림이 티비로 향했던 백현의 집중을 방해했다. 긴 시간의 포옹은 그 어느 때보다 후덥지근했고, 생생했다. 찬열은 더 꽉 끌어안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백현의 숨소리를 감상했다. 술에 취해 자신에게 업혔던 변백현의 숨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기분 좋은 박자의 숨소리였다. 밤이 돼서야 일을 마친 경수는 사람이 다 빠져 텅 빈 수영장 한켠에 앉아 숨을 돌렸다. 종인은 요즘 도통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경수는 마치 자신이 종인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혹 같은 존재가 떨어지니 기쁘기도 했지만 가끔은 허전했다. 물이 찰박거리는 수영장을 바라보며 종인이 자신에게 했던 나쁜 일들을 하나하나 기억했다. 처음엔 종인 때문에 쓰레기장을 뒤졌다. 효진에게 호텔 청소부라고 아웃팅을 시켰다. 나쁜 놈이 알면서도 친구의 여자친구를 꼬셨다. 확실히 경수 혼자의 도둑놈 심보에 가까웠지만, 재벌이면서 고기값 300여만원을 갚으라고 했다. 남은 600만원은 입금도 안 해준다. 처음으로 번호를 따려는 여자를 가로채갔다. 그 외에도 싸가지없음을 증명하는 행동은 많았다. 결론은 이거였다. 종인은 싸가지도 없고 자신에게 잘해준 적이 없었다. 염전맛 죽을 입에 쑤셔넣어준 것 빼곤, 정말 없었다. 사실 그 맛도 고문에 가까웠다. 기분만 더 상한 경수는 그저 미운 정이 들었나 싶었다. 골똘한 생각에 빠져 있는데 사복으로 갈아입은 종대가 경수의 등을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야. 멍 그만 때리고 한 잔 하러 가자. 민규도 간대.""내일 금요일인데 내일 마시면 안 돼?""못 들었냐? 이 호텔 아들내미가 내일 여기 빌려서 뭐 한대. 끝나고 나서 뒷정리해야 된다던데? 좋은 데도 많을 텐데 가지가지 해요. 내가 구조 요원이지 청소부냐고.""야, 씨. 나 대한민국 청소부다. 그럼 밤에만 일해?""오전 오후엔 손님 받으니까 그때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는 거지..""무슨 말이야... 내 시급은 어떻게 되는 건데...? 내 잠은 어떻게 되는 건데?" 종대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경수를 일으켜세웠다. 그 시각 종인은 답지 않게 세훈과 직접 파티 플랜을 짜고 있었다. 말이 파티 플랜이지 본격 난장판 플랜이었다. 돈지랄이나 허세를 특히 즐겼던 세훈이 손뼉까지 쳐가며 종인에게 동조했다. "일단 맥주 같은 건 격 떨어지니까 비치하지도 말고, 비싼 거 있잖아. 싱글 말트 같은 거. 삼십 년도 넘은 거.""좋다. 있어보이겠다. 여자들이 다 얼굴도 잘생기고 돈도 많은 세훈님~ 하면서 꼬리 살랑대겠는데?""호텔 주방장한테 전화해서 고기 같은 건 갖다놓지 말라고 해. 또 돼지고기 알레르기 생기면 귀찮아진다. 대신 과일 꼬치 같은 거 있잖냐. 막대 휙휙 던지기도 쉽고 쓰레기 많이 나오는 거. 특히 즉석 음식 아닌 것 중에 포장 안 된 음식은 불결해보이니까 자제해 달라고 해.""니가 언제부터 포장 안 된 음식이랑 된 음식을 따졌어?""아, 그건 음식을 조심해서 먹다보면 다 이렇게 돼. 그리고 이게 중요한 건데 수영장에다 볼풀을 쫙 깔아야 된다. 물 반 볼풀 반. 풍선도 바닥에 깔아버리자.""다 좋은데 웬 볼풀이랑 풍선이야. 애기들 노는 것도 아니고 촌스럽지 않냐.""영국식이다. 이게 서울 촌구석에만 처박혀 있었더니 영국식을 모르네.""진짜? 영국 사람들 고지식한 줄 알았더니 굉장히 컬러풀하게 사시네..." 세훈과 거대한 계획을 마친 종인의 안엔 경수를 겨냥한 참을 수 없는 사악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종인은 철두철미하게 그날 청소 담당이 경수가 맞는지까지 확인해놓은 상태였다. 이 계획대로라면 구조 요원 옆에서 활짝 웃는 경수의 표정은 완전히 지워지고 괴로운 표정만이 남을 것이다. 경수의 금요일은 평소 근무처럼 똑같았다. 물 빠진 풀을 열심히 청소하고, 이물질 하나 안 남은 걸 확인한 뒤엔 다시 물이 차는 걸 확인했다.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엔 호텔측에서 손님들에게 수질 검사로 인해 수영장 사용이 이 시간부로 금지될 거라고 했다. 순 거짓말이었다. 부자집 자제들로 추정되는 젊은 여자와 남자 무리들로 다시 수영장이 왁자지껄해졌을 때 즈음 경수는 종대, 그리고 다른 안전 요원인 민규와 의무실에서 재벌 도련님들의 뒷담을 까고 있었다. "솔직히 파티 준비한 사람들이 다시 청소해야 되는 거 아니냐? 왜 우리더러 치우래? 야, 아까 수영장에 볼풀 퍼붓는 거 보고 식겁했잖아. 뭔 볼풀 파티야.""아까 프론트 누나한테 물어봤는데 그 사람들이 자정 넘어서까지 일을 안 한대.""나도 퇴근해야 되는데... 금요일은 영화 보는 날이란 말이야.""우리 경수 그랬쪄요. 나랑 주말에 영화나 볼까?""야. 나도 낄래.""민규 니 새낀 여친이랑 봐라." 경수는 종대의 말에 대답도 않고 무기력하게 의무실 문 너머의 밖을 바라봤다. 밖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은 얼굴도 예쁘고 잘생기고 반짝반짝 빛이 났다. 게다가 돈도 많았다. 수저는 못 얹어도 파티 구경이나 할까 해서 밖을 계속 주시하는데 경수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풀 가운데서 한 여자와 비치볼을 던지며 즐겁게 놀고 있는 종인을 발견한 것이다. "싫어.""뭐라고?""어? 어, 그냥.. 청소하기 싫어." 경수의 시선은 종인에게서 떼지지 않았다. 분명히 경수는 일개 청소부, 종인은 재벌집 아들이었지만 생각할수록 얄미웠다. 포커페이스를 사랑하는 남잔 줄 알았더니 여자 앞에선 웃어주는 꼴이라니 종인의 속내는 알 수가 없었다. 경수가 고개를 훽 돌려 시선을 거두고 의무실 한켠에 자리한 침대에 누웠다. "나 이따 사람들 다 가면 깨워주라.""많이 자고 키 쑥쑥 커라." 경수가 눈을 떴을 땐 밖이 조용했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의무실 밖으로 나가니 종대와 민규가 먼저 볼풀을 쓸어담고 있었다. 경수가 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같이 해야지!!""방금 다 나갔어!! 저기 선베드쪽만 치워줘!!" 경수가 큰 휴지통을 들고 쓰레기가 잔뜩 쌓인 의자 위를 치우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치우면서 하나 같이 돈은 많은데 공중 도덕은 부족하단 생각을 했다. 한창 청소를 하던 중 한 여자가 경수의 어깨를 툭툭 쳐 경수가 뒤돌았다. 아까 종인과 비치볼을 굴리며 즐거워 보이던 예쁜 여자였다. 여자는 선베드 옆 나무 테이블을 툭툭 치며 말했다. "여기 올려놨던 손목시계 못 봤어요?""네..? 그런 거 못 봤는데요?""방금 전까지 있었는데 못 봤을 리가 없잖아요.""저 진짜 못 봤는데..""청소부 주제에 비싼 건 잘 알아봐요? 훔칠 사람이 정황만 봐도 딱 당신인데 모르는 척이네." 경수가 당황해서 변명도 제대로 못하고 있자 여자는 경수를 더 밀어붙였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민규와 종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경수가 여자에게 번호라도 따이는 줄 알았다. "아주 잘 훔쳤어. 그 시계 다이아 박힌 거거든요?""저 안 훔쳤어요, 진짜.""신고하기 전에 빨리 줘.""없는데 어떻게..""내놓으라구.""시계 같은 건 못 봤어요.""안 내놔?" 여자가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경수의 뺨을 쳤다. 일찍이 샤워를 다 마치고 경수를 보기 위해 밖에서 수영장 안을 들여다보던 종인이 사촌 누나와 대화를 하는 경수를 발견했다. 처음엔 둘이 무슨 얘기를 하나 싶었으나 누나가 경수의 뺨을 치는 걸 보자마자 성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종인이 누나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뭐야. 왜 이래.""얘가 시계 훔쳐놓고 아니라잖아!""시계를 훔쳐?""그쪽이 이분한테 말 좀 해봐요." 경수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종인에게 S.O.S를 쳤다. 눈물로 투명해진 눈빛과 발갛게 부어오른 볼이 콤비네이션처럼 잘 어울렸다. "뭐 훔칠 사람 아니야.""뭐야. 너네 둘이 아니?""...아니. 그냥 내 룸 청소했던 애야." 종인의 대답에 경수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결국 터져버린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여자에게 의심을 받은 것보단 종인의 모르는 사람 취급이 더 서러웠다. 종대가 급히 달려와 경수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경수가 종대의 뒤에서 코를 킁킁거리며 훌쩍였다. "지금 무슨 짓이에요?""어머~ 니들 한 패거리니? 별꼴이야!""누나 그만해. 그냥 가자." 종대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목놓아 우는 경수를 어르고 달래야 했다. 종대가 어떤 질문을 해도 경수의 울음이 그치지 않아 숨이 넘어가는 바람에 제대로 대답도 못했다. "무슨 일이야. 저 여자가 너 왜 때린 거야." "시계, 훔쳤다고, 나한테, 막, 나한테..." "뚝. 경수 여기 앉아있어. 얼른 다 치우고 올게." 몇 분을 힘껏 울고 나니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눈물이 더는 나지 않았지만 종인이 내뱉은 한 마디는 경수에게 치명적인 거였다. 그냥 내 룸 청소했던 애야. 그 말은 종인 특유의 건방진 억양까지 곁들여져 머릿속에 리얼하게 기억됐다. 따지고 보면 종인의 방을 청소했던 건 경수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경수는 원래 싸가지 없는 새낀데 뭘 바라겠냐고 애써 자신을 달랬다. 하지만 또 다른 말들은 계속해서 경수를 괴롭혔다. 싸가지에게 나는 아는 사람도 뭣도 아니다. 김종인은 나를 싫어하는 게 분명하다. 나도 김종인을 싫어한다.. "야! 수영장 바닥에 시계 있네!" "지금 어차피 돌려줘도 도둑이라고 지랄할 텐데 우리가 먹자." 민규가 풀 바닥에서 손목시계 하나를 발견해냈다. 다이아가 이십 캐럿은 박혔을 것 같은 명품 시계였다. 종대의 말대로 지금 찾아서 돌려준다고 해도 도둑 취급 받을 게 뻔했다. 경수는 종대의 말에 고개를 젓고 풀로 다가가 민규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계를 달라는 뜻이었다. 건네기를 주저하던 민규가 결국 경수의 손에 시계를 쥐어줬다. "어쩌게." "나 도둑 아니니까 돌려줘야지." 경수는 곧바로 시계를 들고 20층에 올라갔다. 2001호의 방문을 노크 대신 발로 차고 한참을 기다리자 종인이 나왔다. 종인이 본 경수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씩씩대던 경수가 종인의 얼굴에 시계를 던졌다. "니 여자친구 시계 여깄어요. 수영장 바닥에 있더라구요." "여자친구라니.""모르는 사람한테 웬 반말이세요. 서로 다신 아는 척하지 말아요." 경수가 종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문을 쾅 밀어버렸다. *** 다음 주부턴 연재 속도를 늦추는 대신 분량을 더 길게 해서 오겠습니다 절대 밀당하는 거 아녜요 ^.ㅠ눈팅과 손팅으로 함께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___^암내님 왓썹님 요정님 백토끼님 푸푸님 됴으디님 메이드덕후님 링세님 비둘기님 됴르르님 됴아됴아님겨드랑이님 쀼뀨님 스폰지밥님 참치캔님 푸헹님 덜자란왕자도경수님 됴빵님 도로시님 라면님 곰치님다트님 긍긍님 로니님 개님 망고님 미키머리띠님 낑깡님 리을님 암호닉 잘 기억하고 있어요!!그 외에 비회원분들도 열심히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ㅜㅜ덥다는 말밖엔 안 나오는 오늘....... 모두 선풍기 끼고 불타는 토요일 화이팅 오타나 오류 지적 감사히 받겠습니다 23다음 글[EXO/카디] Maid In Korea <9>13년 전이전 글[EXO/카디] Maid In Korea <7>13년 전 아우디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이 시리즈총 0화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최신글 [EXO/카디백도] 순정소설 <15> 2913년 전위/아래글[EXO/카디백도] 순정소설 <3> 7113년 전[EXO/카디백도] 순정소설 <2> 5013년 전[EXO/카디백도] 순정소설 <1> 8413년 전[EXO/카디] Maid In Korea <10> 13813년 전[EXO/카디] Maid In Korea <9> 9713년 전현재글 [EXO/카디] Maid In Korea <8> 7413년 전[EXO/카디] Maid In Korea <7> 7313년 전[EXO/카디] Maid In Korea <6> 6413년 전[EXO/카디] Maid In Korea <5> 4013년 전[EXO/카디] Maid In Korea <4> 3313년 전[EXO/카디] Maid In Korea <3> 3513년 전공지사항[EXO/카디백도] 순정소설 <3> 7113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