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브금을틀고 천천히읽어봅시다. 어떤이에겐 늦은시간, 어떤이에겐 아직은 빠른시간, 그시간에 집은시끄러운소음으로가득찼다. 아빠란작자는 소리를뻥뻥질러대며 엄마를차대고있었고, 엄마는차라리죽이라며울고있었다. 나는 그걸처음부터끝까지지켜보면서 동생들의눈을가리고있었다. 내동생들은 나처럼 썩어문드러지지 않길바랬으니까. "씨발년, 니가이러니까 애새끼들이 저따위아니야? 니가데리고나가던지해 개년아!!" "아악!! 이거안놔? 나만쟤넬낳았어?! 니새끼들이야!! 왜이러냐고!!" 아빠와엄마는 나를경멸스러운눈으로바라보며 아이들에게하지못할말을 마음껏쏟아내고있었다. 11살이된지금 김성규는, 미친듯이이집을나가고싶다고생각하고, 수도없이 저들을 죽이고싶었다고생각했을것이다. 아직 중학생도되지않은, 초등학교 4학년짜리가하고있는생각이었다. 성규는 무엇보다도아빠를끔찍하게싫어했다. 그때는 성규가 9살, 막 초등학교에익숙해질무렵이였다. "성규야, 아빠가 성규좋아하는거알지?" "응." "그래? 성규많이컸네? 이리와봐" "으응, 싫어." "뭐? 이리안와?!" 그때돈이없던시절 색칠공부를하고있던성규에게 미친듯이자기의것을밀어넣던 성규의아버지였다. 성규의그작고 허름한집안에는 성규의안쓰러운 비명소리, 질척거리는소리, 성규의아버지의 신음소리가뒤엉켜 집안을채우고있었다. 그리고 그사실을안성규의엄마는 그런아빠를꼬여낸 창놈이라고 그안쓰러운성규를 짓밟아대기일쑤였다. 성규는 아마그때부터 마음의병이깃들려진지모른다. "이문제좀 알려줄래?" "…그래" 성규가 고2가되던해, 끈질기게달라붙던한명이있었다. 남우현이라고 인기도있고 공부를꽤나잘하던애였는데, 그애가 전교1등을도맡았고, 그런나는 항상 전교2등을고수할수밖에없었다. 그런데도 나에게끝없이질문을해왔고, 분명히푼흔적이남아있었는데도 자꾸만나에게달라붙고 엉겨오는우현이 귀찮았을뿐이다. 그런데젠장맞게도 책을안가져왔다. "아.. 이런," "책안가져왔어? 같이보지뭐, 이리와봐." 아직도나에게 악몽으로남겨져있는 아빠의기억이있었다. 이리오라는말만들어도 소름끼치는나를 사람들은 아무도이해못했을거다. 이리와보라는말이끝나기무섭게 내가흠칫하자 이상하다는듯이나를잠깐쳐다보고선 서랍에서책을꺼내 가운데에놓는우현을보고선 헛기침을큼큼했다. "어 여기서 주인공이남기고간말은 이책에서…" 그렇게 끊김없이이어가던수업은 선생님이돌아다님과동시에 선생님에게째림을받았다. 아젠장, 그냥이대로 넘어가길바랬는데 역시무리였나. "책안가져온사람누구야, 일어서." "…." "안일어서? 누구냐고." "죄송합니다. 저에요." "..너가왠일로 안가져왔어? 그래, 다음부터잘가져와." 책을가져오지않은나대신에 남우현이일어났다. 이미성적이좋기도하고, 선생님에게 바로죄송한다는말을했던터라 필기할노트를꺼내란말을남기고선 다시교탁앞으로가서 끊긴설명을다시시작했다. 남우현을의아하다는듯이쳐다보자 씩웃어주고선 다시수업에집중하기시작했다. 얘가나한테 도대체 왜도움을주는지 이해가안갈따름이다. 우선은 수업에집중하기로했다. 수업이모두끝나고 엄마가 일하고계시는 작은반찬가게로향했다. 가자마자 짓이겨진엄마가만든반찬들, 쓰러져있는엄마, 이젠정말피곤하다는표정을짓고선 바닥에앉아있다는표현도아깝다. 널부러져있다는것이 더 맞는것같았다. 내가 점점가까이가자, 생각하기싫은얼굴이보였다. 아빠가 엄마의머리채를휘어잡고선 미친듯이땅에쳐박는아빠를보며, 이빨이딱딱거리고 몸이부르르떨렸다. 저인간이내게남긴것이였다. "아, 그래, 저새끼야저새끼, 내가저새끼 뚫어버렸어." "남자랑하면좋디? 와 얼마나쪼일라나" 아빠란사람이 내머리를툭툭밀면서조롱하다가 점점밀고 차고때리고있다. 사람들은신고는커녕 사진을찍고, 가던길을가고, 또는 재밌는구경거리라는듯이 쳐다만보고있다. 지금맞으면서도 저사람들의눈빛을잊지못한다. 눈앞이점점흐려짐과함께 아빠는갔고, 나중에서야들은거지만 아빠는 엄마의돈을갖고갔다고했다. 알고보니그돈은 내문제집살돈이였다고했다. "..체육싫은데" 학교에가자마자 멍들어있는팔을보고 수근거리는아이들의입이싫었고, 그걸알면서도모른척하는 선생님의눈초리마저도신경쓰여미칠것같았다. 체육복을갈아입으려고옷을벗으니 하얀몸과함께 멍이더도드라져보였고, 그걸보고꼴린다니선다니 그런더러운말을하는남자애들을보며 남우현이또 내뒤에서서 나를가려주기일쑤였다. 피곤하다 모든것이. "..너 몸왜그래?" "…." 쓸데없는관심을주면서 소독약을가져와 내팔을치료해주는우현이거슬렸다. 따끔거리는팔에 눈을살짝감았다떴다를반복했다. 그래도 치료는해주니 피할필요성은못느껴서 가만히치료를받고있었다. "무슨일인지 말안해줄거야?" "뭔상관인데." "..너왜이렇게 쌀쌀맞냐" "상관없잖아!!!" "..이럴땐그냥 고맙다고하면되는거 몰라?" "…." "아 그냥 남은거 너가소독해라. 나도이제 못해먹겠다." 우현이살살웃던표정을지우고선 몇초동안나를빤히쳐다보더니 정말질린다는표정으로 소독약을내손에쥐어주고가버린다. 나도이러는데이유가있다. 우현도못믿을사람처럼보인다. 몇번이나속아왔고, 그만큼 사람에대한 신뢰를잃고, 남자라면더더욱못믿게되는 성규였으니까. 그때문에 그렇게다가오는 우현도믿지못했다. 우현이가는걸 몇초정도보다가 그대로 뒤따라갔다. "…." "왜따라와." "..어, 그게, 아까전에" "미안." "어?" "하다고 말해." "..미안" 계속졸졸쫓아가자 왜따라오냐고묻길래 손에든소독약을계속만지작거렸더니 미안하다고말하래서 미안하다고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좀믿을사람이 생긴것같다. 우현이 나를바라보는눈빛은 더없이 따듯했다. 이런눈빛을받아본건 처음이였기때문에 고개를돌려서눈길을피했다. 그런나를 우현은웃으면서 집요하게쫓아왔다. 그러다가 엄마의 전화가왔다. 분위기가깨지고, 우현이쭉내민입술을 웃으면서넣어주곤 조금떨어져서 전화를받았다. "성규야, 우리성규.." "…." "엄마 못살겠다.. 우리아들딸들키우기 너무벅차다엄마가.." 내예감은들어맞았다. 엄마의목소리는 미친듯이떨고있고, 지금옥상에있는듯했다. 바람소리가여기까지들려왔다. 그대로고갤들어 우현을바라봤을땐 우현은손장난을치고있었고, 아까전까지우현을보며들었던 불쾌한감정들이모두사라졌다. 엄마의전화가끊기자 핸드폰을바닥에떨구곤 우현에게달려갔다. 가면서도 지긋지긋하게 계속눈물이뚝뚝떨어졌다. 끅끅대느라 숨이안쉬어진다, 말을할수도없다. 그런나를보고 당황한우현은 그대로나를안아버릴뿐이다. "우현아." "왜그래? 어? 왜그래성규야" "나좀살려줘.." 이지옥에서 나좀살려줘. "…." "나좀.. 구해줘." 이불구덩이안에서 나좀꺼내줘. "내가, 내가 너구해줄게." "…." "내가 너 평생동안지켜줄게. 걱정하지마." 말하지않아도안다는듯이 계속끅끅대며 숨조차못쉬고울어대는나를 어깨에얼굴을기대게해준채 등을토닥여준다. 과연내가 널믿고나게되선 행복할수있을까, 이미 더러워졌는데도 너가나를지켜주겠다는다짐이 영원할까, 재투성이가된내가 이제네앞에서 진심으로 웃을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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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뭐임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