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많이 늦었지?" 의미없이 손가락 끝으로 탁자를 톡톡 두르리며 피아노 치듯손장난을 하고 있을 때 위로 다가온 손이 그대로 나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 맞춰 들어왔다.자연스레 나란히 위치한 같은 디자인의 반지가 오늘은 이상하게 의미 모를 죄책감을 불러 일으켰다. "아냐, 나도 방금 왔어." 거짓말, 에이드가 반 이상이 줄었는데? 살짝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장난 스런 말과 함께 귓가로 흘러나온 그 특유의 낮은 웃음은그대로 내 심장에 가라앉았고 곧 돌덩이처럼 무거워진 채로 나를 압박했다. "요즘 드라마 촬영하느냐 바쁘지?" 맞은 편에 앉아 내가 마시던 음료를 가져가 마시던 그는 내 물음에 몸을 축 늘이고는 등받이로 기대며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는 말했다. "응, 힘들어. 죽을 거 같아."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눈에 각인처럼 담긴 것은 "그래도 행복하지?" 응, 행복해. 죽을 거 같아. 오랜만에 보는 너의 깊게 올라간 입꼬리였다. "꿈만 같아." 그 느낌 알아? 너무 행복해서 일어났을 때 다 꿈이면 너무 허무할 거 같은, 그래서 무섭기까지 한 느낌. 내가 요즘 그래. 눈을 느리게 깜박이며 높낮이 없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는이내, 작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며 중얼거렸다. "아직 한 참 멀었지만.""아냐, 그렇지 않아. 안 그래." 충분히 너는 빛나. "배울 수 있는 데 까지 배우고 싶어.""그래, 응원할게." 니가 비상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끝까지 곁에 있어 줄 거지?""응, 당연하지." 그치만 모순적이게도 그러기위해선 나는 내 안에서 또 다른 너를 떨어트려야만 한다. 그 사실이 다시 스치듯 각인 되고 오늘 아침, 병원에서 수술 예약을 하고 나오면서 수도 없이 한 말을 다시금 속으로 되뇌었다. 엄마가 미안해. 아빠를 미워하지마. 엄마가 미안해. 아빠를 미워하지마. "근데 오늘 왜 보자고 한거야?" 너 또 인성이 형 싸인 받아달라는 소리 하기만 해봐. 장난스레 나를 흘겨보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임신했어. 도경수 "..어?" 뭐라고? 미안. 내가 많이 피곤해서. 다시 말해줘. 뭐라고? "..4주 째래. 병원도 다녀왔어." 혹시나 내 애가 맞아? 이런 소리 할거라면 그만 둬. 내가 그렇게 까지 싸구려는-. "말 조심해." 예상 했지만서도 울컥한 그의 반응에 괜히 모난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내가 덤덤히 이야기 하면 그도 조금은 부담을 덜지 않을까 해서 라는 핑계를 대어봐도사실은 그냥 그에게 느낀 섭섭함이 원인이었다.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돌아온 질타였다. "한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없어. 삐딱하게 굴지마.""..미안. 말이 헛나왔어." 수술은 내일이야. 예약 해놨어. 저절로 숙여지는 고개를 굳이 막지 않았다.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시야에 담긴 납작한 배가 "..." 그렇게 애처로워 보일 수 없어서 "..울지마."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미안해.""...""..미안해, 경수야." "..징어야." 그렇게 한참을 나의 울음 소리와 그의 한숨을 번갈아 가면 나누고 있었을까갑작스레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몸이 크게 움찔했다.하지만 그치지 않는 눈물 때문인지 고개를 들 수 없었다.그의 성격에 나의 눈물을 보이는 것은 발목에 무서운 족쇄 뿐이 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고개 좀 들어봐, 응?' 젖은 목소리가 답지 않게 울러퍼졌다.그렇게 힘든 시기를 딛고 처음 1위를 했을 때도 울지 않던 그였는데. "..제발 징어야. 나 좀-.""엄마, 아빠!" 이제는 호소로 까지 이어진 그의 목소리에 차라리 눈동자가 말라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책할 때선명하게 들린 아이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눈물 진 얼굴은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아유-, 알겠으니까 그만 좀 보채. 타박하는 말과는 다르게 아빠는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고 우리 딸 왜 이렇게 어리광을 부릴까.놀림성이 다분한 말과는 다르게 엄마는 아이의 볼을 부드러이 어루 만졌다. 참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나의 눈에는경수와 나와그 가운데 우리를 참 많이 닮은 어린아이가 자리한 나만이 볼 수 있는 비틀린 미래가 비춰졌다. "..우리는." 끅끅거리는 나의 추한 욕심이 담긴 소리를 삼키지 못하고 있으면빤히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던 경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딸이면 좋겠다." 아들이면, 나 질투 안 할 자신 없거든. 붉게 물든 눈가가 유난히 또렷하게 느껴졌다. "4주? 그럼 이제 막 착상되고 조심해야 될 때네." 찬 거 많이 마시지 말고, 몸 조심하고. 아니다, 그냥 내가 옆에 있는게 나을 거 같다. "아니, 잠깐 경수야."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나의 물음에도 대답없이 시선만을 주던 그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나의 배를 어루 만졌다. "..아가야." 아빠는 처음 보네. "...""미안해, 아빠가 좀 바빠서 인사가 늦었어." 우리 아가는 이해해 줄 수 있지? 아 그리고 혹시 아들이라면-.으로 시작한 그의 말은 혹시라도 아까 제 말을 듣고 섭섭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고 "..내가 더 미안해." 무섭게 해서 미안해, 두렵게 해서 미안해. 나의 양 볼을 부드럽게 쓸어 내리며 시작한 그의 말은눈물진 나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하며 끝을 맺었다. 그리고 나를 꼭 끌어안아 등을 토닥이던 그는엉엉 하고 아이처럼 우는 나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아빠가 미안해. 엄마를 미워하지마.아빠가 미안해. 엄마를 미워하지마." 호우. 오랜만이에영..ㅎㅎㅎ 소녀의 이야기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최신글 [EXO] 원치 않은 임신 (변백현 번외) 3110년 전위/아래글[EXO] 원치 않은 임신.. 고민 끝에... 10310년 전[EXO] 원치 않은 임신 (김종인) 5810년 전[EXO] 원치 않은 임신 공지 810년 전[EXO] 원치 않은 임신 (김종대) 6410년 전[EXO] 그시절의 소년은 소녀를. 1 710년 전현재글 [EXO] 원치 않은 임신 (도경수) 7510년 전[EXO] 원치 않은 임신 (김민석) 6610년 전[EXO] 원치 않은 임신 (변백현) 6710년 전[EXO] 원치 않은 임신 (박찬열) 5410년 전[EXO] 원치 않은 임신 (김준면) 4910년 전공지사항[EXO] 원치 않은 임신.. 고민 끝에... 10310년 전[EXO] 원치 않은 임신 공지 810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