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쌀쌀한 아침 기온에 코를 훌쩍이며 입고 있던 교복마이를 여며매고는
정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영어듣기를 따라 중얼거리다 보니
금방 도착한 정류장이었다.
비어있는 의자를 보며 앉을까 고민하는 것도 잠깐,
타야할 버스번호와 함께 잠시후 도착한다는 기계적인 소리를 듣고
생각을 접으며 몸을 차도 쪽으로 돌렸다.
영어듣기가 지루해지고 대신 들을 노래를 찾아 노래 목록을 뒤적이다
꽤나 만족스런 선곡을 하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마침 버스가 다가 오고 있었다.
손에 든 지갑에서 버스 카드를 꺼내고 발을 앞으로 내딛을 때,
귓가로, 잔잔해진 노래의 끝과 동시에
다른 인기척이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돌린 시선에는
"..."
뭐가 그리 짜증 나는지 뒷머리를 잔뜩 흐트리며 다가오는 박찬열이 보였다.
"..."
같은 반 이면서도 말 한번 섞어 보지 않은 아이었다.
흔히 말하는 나와 노는 무리가 다른 아이 중 하나,
반에서 튀지않고 조용하게 지내는 나와 항상 화재의 중심이 되는 그 아이는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곳에 있는 듯 느껴지곤 했다.
적당히 줄인 바지와 옅은 붉은 빛이 도는 머리는
내게 어색할 뿐이었다.
때문에 인사 또한 주고 받는 것이 이상할 정도 였다.
짧게 마주한 시선을 빠르게 거두고 정지한 버스로 발을 올릴 때
"야."
버스 문의 손잡이를 잡은 내 손의 위로 다른 한 손이 겹쳐왔다.
놀라 몸을 눈에 띄게 움찔하며 바라보니 그 끝은 박찬열의 찡그린 얼굴이었다.
반대의 잡히지 않은 손으로 귀에 걸린 이어폰을 빼었다.
..나 부른 거야?
"..나 버스비 좀 빌려줘."
어제 무단해서 담임이 오늘 7시 20분까지 오라고 했거든.
급하게 나오다 지갑을 두고 나왔어. 내일 줄테니까.
슬쩍 손목의 시계를 보니 시간은 7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이 버스는 놓치면 적어도 15분 이상 걸리는 등교거리에
7시 20분 까지의 도착은 무리일 듯 싶었다.
익숙하지 않은 이른 등교에 정신이 없어
지갑을 두고왔다는 그의 말에 금방 본 짜증스럽던 표정이 이해가 되었다.
다시금 지각을 하게 된다면
규칙에 엄격한 담임 선생님의 성격에
더 이른 등교를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아마 이 패턴이 계속 반복 되겠지.
안 쪽에서 들려오는 아저씨의 호통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잡힌 손을 슬쩍 빼며 버스 위로 올라탔다.
"두명이요."
지정석 마냥 발이 향한는 맨 뒷자석 왼쪽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아까 빼내었던 이어폰을 다시금 끼워 넣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그에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입꼬리가 슬슬 올라갈때 쯔음
눈 앞을 가로질러 불쑥 지나가는 팔이 보였다.
또 다시 몸이 움찔했다.
미처 팔을 따라 시선을 옮기기도 전에 그 팔은 다시 거두어졌다.
내 오른쪽 귀에 있던 이어폰 한 쪽과 같이.
"같이 들어도 되지?"
대답에 상관없다는 듯 제 오른쪽 귀로 이어폰을 가져가는 모습에
뒤늦은 끄덕임을 하고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노래가 바뀌자 어.하는 소리와 함께
"이 노래 알아? 신기하네."
아는 애 처음 봤어.
입가에 미소를 걸친 체 곧 잘 흥얼거리는 모습이
처음 봐서인지 어색하지만서도 너무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옅게 들려오는 허밍은 제법 듣기 좋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어느새 나는 이어폰의 노래가 아닌 박찬열의 허밍을 좇아가고 있었다.
"노래 잘한다."
툭 던지듯 내뱉어진 내 말에 박찬열이 고개를 돌렸다.
"이 가수? 잘하지. 너 노래 좀 들을 줄 아네."
두 눈을 빛내는 박찬열보다
아니, 라고 작게 말하며
조금 더 빨리 나의 말을 끝 맺었다.
"너."
노래 잘한다, 너.
온전한 나의 말을 들은 박찬열을 벌리던 입을 다물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그래?"
조용히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나 또한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비춰진 창문의 박찬열은
내가 보았던 어느 때보다도 입꼬리를 올린 체 웃고 있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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