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끄덕이는 고개와 동시에 네!!! 네!!! 감사합니다!! 라고 외친 나는 한껏 머금은 웃음끼와 함게 통화 종료버튼을 눌렀다.
핸드폰을 거실에 집어 던지고 소파에 맥 없이 뒤로 나 앉자, 마침 소파에 가로로 누워 있던 승철이 몸이 통과되는 줄 알면서도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러댔다.
"깜짝이야 지지배야… 깜빡이 켜고 들어와라??"
"어차피 손만 안닿으면 통과 되잖아~ 것보다 나 붙었어!!!"
"뭐, 알바?"
"응응!!!"
긴 여름방학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나에게 굴러들어온 행복은 다름아닌 알바의 합격 여부였다.
장학금에 이래저래 모아 둔 돈은 조금 있었으나 요즘들어 돈 쓸일이 잦아서 자취방세가 간당간당했기 때문이다.
"놀러가자"
"개소리한다???"
"축제한다던데"
누가 귀신 아니랄까봐 어디선가 스윽 하고 나타난 김민규가 귓가에 속삭였고 난 자연스레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며 그를 외면했다.
그 때 아까 던져 둔 핸드폰의 진동소리가 위잉- 하고 울리기 시작했고 그 주변에 서 있던 원우가 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우지' 라고 떠 있는 화면을 보여주며 내게 핸드폰을 건네는 원우에 난 작게 입모양으로 땡큐를 말했다.
"여보세요"
- 축제가자!!!
분명 스피커 폰이 아닌데도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는 이지훈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전화기에서 귀를 떼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보이는 건 흥미로워하는 김민규의 표정이었다.
그건 마치 '걔네가 가자고 하면 갈거지? 이 차별하는 배신자' 라고 내게 또박또박 말하는 듯 한 표정이었다.
-너 알바 수, 목 아니었어? 축제는 금요일이 갑이지. 이번 주 금요일에 가자. 권순영이 회오리 감자 먹고 싶대.
드문 드문 옆에서 안가면 죽이겠다는 권순영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내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너, 너네끼리 가라… 나 있으면 헌팅도 안될걸"
- 아 그 생각을 못했네. 방학인데 여자친구가 없으면 쓰나.
- 뭐야 권순영 그러려고 축제가는거였어?? 그럼 넌 여자 꼬셔라 임마 난 윤가람이랑 축제 구ㄱ… 어, 안녕하세요 형.
그럼 그렇지 이 놈 머릿속엔 여자밖엔 없지. 한심한 표정을 지어댈 즈음에 수화기 너머에는 약간 시끌시끌한 잡음이 뒤섞였고 10초가 지나도록
통화는 꺼지지 않았지만 뭔가 웅얼대는 소리에 내가 두어번 이지훈의 이름을 부르자 미안한 듯한 목소리의 이지훈이 내게 대답했다.
- 아 미안. 정한이 형하고 지수형이 와서.
"혀엉-??? 언제부터 우리 정한 선배가 니 새끼 형이 됬니??"
- 윤가람 이거 스피커다?
"………"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최승철이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고 김민규도 껄껄 웃으며 소파에 기댔다. 약 3초간 굳은 나는 소리를 줄이려고 옆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데 김민규가 내 손을 탁 하고 치며 엿을 날렸다.
지금 이 놈 말을 안들어주면 무슨 장난을 칠 지 몰라 난 그에게서 등을 돌린 채 조심스럽게 핸드폰에 말했다.
"축제는 너네 끼리 갔다 와…"
- 가람아 같이 축제 가자~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달콤한 정한 선배의 목소리에 내가 실로 잘못들었나 머리가 띵 하고 어지러웠다. 뭐라고? 같이 축제를 가자고??
"네!!!!!"
- 아 이냔이 우리가 가잘 땐 안갈 거 같더니. 우.리.정.한.선.배가 가자니까 가네???
"순영아 조용히 해줄래…? 저, 정한 선배 정말 가실거에요…?"
- 지수랑 나는 밤에 잠깐만 들를거야. 지수야 몇시 쯤 되지?
- 10시 반?
"갈게요!!!! 가요!!! 가!!!!"
-그럼 그 때 봐~ 너무 짧게 입고 오지 말고!
통화가 종료되고 난 경직된 몸으로 핸드폰을 툭 하고 떨어트렸다.
"원우야!!!!!"
"…어?"
"들었지?? 나더러 짧게 입고 오지 말래! 이거 챙겨주는거지?? 이거 나 신경써주는거지???"
"아 그냥 그거 예의상 한 말이야!! 요즘 가시내들 다 짧게 입고 다니니까!!!"
"너한테 안 물었어. 그치 원우야??"
"원우형이 니가 원하는 대답을 해 줄 것 같으니까 원우형 한테 묻는거잖아 이 답정너야"
"그래 가람아 사실 그건 아무 뜻이 없는 것 같다"
내 속마음을 얄밉게도 잘 꼬집어 내는 김민규와 미안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대답하는 원우에 난 살짝 풀이죽었지만 정한 선배와 같이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당장 입을 옷을 사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마음을 먹은 순간 뚱한 표정으로 티비를 쳐다보는 김민규가 눈에 들어왔다.
아 맞다. 이 놈이 축제 가자고 했을 땐 개소리하지 말라고 해 놓고 정한 선배가 오라는 말엔 냅다 오케이를 해 버렸지… 순간 물밀려오는 미안한 마음에 쪼르륵 김민규 옆에 무릎으로 기어가
굉장히 빡쳐보이는 표정을 마주하며 그를 살살 불렀다.
"민규야아"
"뭐 시발 징그럽게"
"존나 원우만 성 빼고 부른다고 불공평한 듯이 말하던게 누군데…"
"아 꺼져"
"삐지지말고 축제 가자. 걍 닥치고 내 옆에 붙어 있어"
"존나 박력 터지네"
"아 삐돌이세요?? 축제 가자고!!!"
"우.리.정.한.선.배랑 가라고"
"응 그래~ 너도 오는 걸로 알게~"
뾰루퉁한 표정의 김민규 옆에 쪼그려 앉아 실실 거리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챙겼다. 언제쯤 들어올거냐는 원우의 말에 난 저녁 때 까지는 들어오겠다고 했고
그는 아, 그럼 한시간 있다가 밥 해도 되겠다며 목근육을 풀었다. 저것도 진짜 주부 다 됬네… 갔다올게를 외치고 현관문을 나선 후 내 집을 돌아보자 김민규의 표정이 떠올랐다.
하긴 대놓고 있는데서 내가 좀 심하긴 했지… 밥도 안 먹는 애한테 먹을 걸 사다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옷 사고 오는 길에 축제가 열리는 곳이나 돌아보며 김민규가 좋아할만한 장소를 미리 찾아놓자고 결심했다.
***
날씨는 짜증날 정도로 푹푹찌기 시작했다. 나온지 얼마 안됬는데 목 뒷부분, 인중 할 것 없이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데오드란트의 소중함을 느낀 나는 새삼 데오드란트 발명가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늘이 보인다면 딱 붙어 가더라도 무조건 그늘이 있는 곳만 찾아서 걸어가던 중 항상 가던 옷가게가 눈에 띄였고 두 말할 것없이 가게로 뛰어갔다.
문을 열자 그 동안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다가 인사하던 알바생이 이상하게 보는 시선에 주눅이 들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뭐 찾으시는 옷 있으세요?"
"아…그러니까 너무 짧지않은데 그 예뻐보일 수 있고 하늘하늘 하면서 여름여름하고 그런 옷이요…"
말하면서 부끄러워지기는 참 처음이다. 마찬가지로 당황한 알바생이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고 나도 하하하… 하며 입꼬리에 경련이 이는 것을 간신히 틀어막으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언어구사력 참 대단하네. 윤정한테 예뻐보일 수 있는 옷 찾는 중이겠지"
헉 소리나게 식겁해서 옆을 쳐다보니 삐딱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는 민윤기 오빠가 있었다.
고1 때 친구들이랑 갔던 카페에서 알바하던 오빠였는데, 맘에 들어 번호를 물어보고 그래 몇개월은 잘 됬던 소위 말하면 전남자친구…
헤어지고 한동안은 카페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고 길 가다 마주치면 서로 성격상 어색해서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어쩌다보니 화해를 하게 되고 지금은 그냥 아는 오빠가 되어버렸다.
여러 옷을 휘적대더니 이것저것 몇가지를 꺼내서 인상을 찡그린 채 나에게 대본다.
"다른 옷걸이가 필요할 거 같다"
"아 존나 짜증나"
"존나??? 가시나가 말 참 예쁘게 하네. 야 이거"
민윤기가 던지듯 건넨 옷은 꽃무늬 패턴이 부담스럽지 않게 박힌 하늘하늘한 흰색 민소매 원피스였다.
의아한듯이 그를 쳐다보면 그는 꺼낸 옷들을 다시 집어 넣으며 말한다.
"윤정한이란 애가 엄청 뭐 자기만의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면 보통 남자들이 여자친구가 입어줬음 하는 옷이 예쁠거 아니야"
"그래서 오빠 여친이 입어줬으면 하는 옷을 나한테 골라줬다?"
"아니 보편적인 남자라고…"
"걍 솔직해져라 새끼 귀엽기는…"
깐죽거리며 옷을 흔들어보이자 당황한 얼굴로 몇가지 욕설을 내뱉더니 제 머리를 마구 헝클어댄다.
"근데 길이는 많이 안 짧은데 와 여기 많이 파였네… 괜찮을까? 싫어하진 않을까??"
"미친 그 정도로 싫어하면 그 새끼가 고자다… 목 허전하니까 목걸이라도 해. 가슴도 좀 모으던가"
"진짜 욕나오게 하네… 근데 오빠 여긴 왜 들어왔어"
"그냥 너 들어가길래"
살꺼면 계산이나 하라면서 등을 떠미는 민윤기에 알았다며 난 그의 손을 탁 하고 쳤다.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밖은 분명 푹푹 찔것이요 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민윤기도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둘 다 문앞에 우뚝 서 있자 그 모습들이 서로 웃긴지 민윤기가 날 보며 웃음을 풋 하고 터트렸다.
"어디가는데"
"아 나 축제 하는 곳 길이나 좀 외워두게"
"데이트코스 짜는거네"
분명 민윤기는 정한 선배를 이르는 말이겠지만 김민규때문에 가는 난 데이트코스라는 말에 속으로 내심 깜짝 놀란 기분이 들었다.
괜한 마음에 민윤기를 홱 하고 노려보자 그는 입모양으로 '내가 뭘' 을 중얼거렸다.
다른 손님들이 문을 왔다갔다 거릴 때 마다 훅 하고 들어오는 더운 바람에 문 옆에 서있던 민윤기랑 나는 손님이 올 때 마다 옆으로 한 발자국씩 옮겼다.
손님 존나 오고 지랄이야… 하며 불평하던 민윤기는 뭔가 떠오른 듯 나를 쳐다보았다.
"너네 학교에 홍지수 있지?"
"헐 어떻게 알아? 정한 선배 친구야"
"뭐? 진짜?? 걔 내 아는 동생인데??"
"어???"
순간적으로 멘붕이 온 나는 옆 의자에 털썩하고 주저앉았고 알바생의 눈치를 요리조리 살피던 민윤기도 옆 의자에 슬쩍 앉았다.
"오빠 지수 선배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라???"
"뭐 우리 사귄거?"
"그래 그런거!!"
"안해 임마"
가볍게 가운뎃 손가락을 들어올린 민윤기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홍지수 그 놈이 나쁘진 않은데… 뭔가 속을 알 수 없을 때가 있어. 여자하고는 잘 안친한데 넌 친하냐?"
"친하다기보다는… 먼저 인사 해주시고 그러시던데"
"진짜? 그럴 애가 아닌데? 설마… 야 너 윤정한 좋아한대매? 혹시 모르니까 나랑 사겼다고 말 해 걔한테!! 막, 뭐 뽀뽀도 하고 찐한 사이였다고!!"
"아 미친놈아!! 그 얘기가 왜 나와!!!"
"아는 형 전여친은 안건드릴거 아냐. 지수 여자한테는 안 그런단말이야 걔가 얼마나 철벽남인데"
"그거 정한 선배한테 말 하면 어쩔건데?? 난 아주 순수한 후배로 남고 싶다 하…"
"뭐 어때 너 고딩 때 일인데"
에어컨이 빵빵한 가게 안에 있음에도 능글맞게 웃어대는 민윤기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됐고 나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벌써 가냐고 민윤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도 빨리 집이나 들어가… 나도 대충 둘러보고 집 가야 해"
"진짜 옷만 사러 나왔나 보네. 하긴 할 일 없는 니가 그렇지 뭐"
"닥쳐 진짜… 아 있잖아 혹시 한… 네명 정도가 할 만한 게임 없을까?"
"할리갈리? 원카드? 도둑잡기? 부루마블?"
줄줄이 나오는 게임들에 머리가 번쩍 트인 나는 손뼉을 치며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래 뭐 원우는 팔찌 끼고 있으니까 뭐든 들테고 핸드폰 정도만 들리는 최승철이나 김민규가 할 수 있는 건 가벼운 카드게임 정도라고 생각했다.
꽁기 해 있을 그를 생각하며 축제 길을 둘러 본 다음 카드게임을 사가야겠다고 결심한 내가 이젠 민윤기랑 떨어져야겠다고 생각해 덥다고 찡찡거리는 그를 쳐다봤다.
"집에나 가"
"왜. 나 불편해?"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 왜 피해"
민윤기가 진지한 눈빛으로 내 눈을 마주할 때면 무언의 분위기에 짓눌려 시선을 피할 수 없게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였다. 지금은 왜 이렇게 됬는지 모르겠지만 처음엔 민윤기도 부끄러움이 많았으니까. 사귀고 나서 눈 한번 제대로 마주치질 못했으니까.
자꾸 시선을 피하는 민윤기의 고개를 잡아돌리기를 수십번 그 때부터 민윤기는 날 똑바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싸울 때면 우린 항상 전화나 카톡으로 싸우고 오해를 풀었는데 그가 날 마주하기 시작한 그 날 이래로 우린 싸우거나 다툴 일이 있으면 무조건 얼굴을 마주해야했다.
화난 듯 내 어깨를 붙잡고 그가 날 뚫어져라 쳐다보면 난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지만 그 눈빛만은 피할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고개를 돌리면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내 얼굴을 본인 쪽으로 돌렸으니까.
짧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추억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지고 눈을 두어번 꿈뻑이고 다시 그를 마주하면 그 때와 전혀 변한게 없는 민윤기가 날 그 때와도 같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참 이게 뭐하는가 싶어 픽 하고 실소를 터트리고 그의 시선을 피하자 순간적으로 내 고개를 돌리려 손을 뻗은 민윤기의 손이 내 얼굴 옆에서 움찔 하더니 멈추었다.
그의 손을 쳐다보다 다시 그에게 시선을 옮기자 그도 당황한 듯 손을 내렸다.
"헤어졌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으면, 우리 좋아했던게 거짓말같잖아."
"……"
"거 봐. 오빠 행동도 그 때랑 똑같잖아."
말 없이 이번엔 민윤기가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나도 손이 움찔거렸지만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의 침묵이 이어지고 먼저 입을 뗀건 나였다.
사실 헤어진 주제에 이러쿵 저러쿵 따지고 싶지도 않았고 뭣보다 그럴 자격이 내겐 없었다.
"아 뭐야 왜 또 분위기 잡혀- 어여 집에나 들어가셔"
"야 윤가람"
웃어보이며 손을 흔들며 뒷걸음질치는 나를 민윤기가 불러세웠다. 사실 지금 상황이 민망하고 오글거려죽을것만 같았지만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웃고 있었지만 좋아보이진 않는 그 미소에 꽉 쥐었던 내 주먹이 스르르 풀렸고 볼을 몇번 긁적이던 민윤기가 말했다.
"씨발 거짓말은 무슨 존나 좋아했구만… 축제에서 너네 보면 개놀린다 내가 진짜…"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어트리던 민윤기가 뒤를 돌아 내게서 멀어져갔다.
낯설게만 느껴지는 뒷 모습에 그가 골라준 원피스가 들어있는 쇼핑백을 쥔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그가 떠난 자리를 한참을 바라보다 나도 이윽고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
"야 이거 하자 우리"
"내가 이 구역 잭스쿱스지. 잭팟터지는 에스쿱스!!"
"누가 도박을 하쟤? 그냥 순순하게 원카드 하자고! 야 김민규 너 때문에 사온거야 빨리 일로와"
"가람아 밥 먹고 해. 형도 카드 정리나 하고 있어 애 밥 좀 먹이게"
"응 배고파~"
씻고 나와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하루의 피곤함이 눈 녹듯 씻겨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원우가 만든 저녁을 맛있게 먹고 (여전히 밥은 혼자 먹게 안둔다) 양치를 하고 나와 우린 네명이서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처음엔 심드렁 하던 김민규도 점차 분위기가 무르익자 본인이 더 흥분해서 판을 뒤엎거나 좋아했고
"야이 사기꾼들아!!!!!! 느그 짰지?? 아 짰다이가!!!"
본의아니게 원우의 제 2면을 보게 되는 일도 겪었다. 그리고 그가 경상도 사람이라는 점도…
그는 소리를 지르다가 이내 엎드렸다.
"내가 오늘 전남자친구를 만났는데"
"생긴건 모태솔로면서…"
2가 적힌 카드를 퉁명스럽게 내 던지며 김민규가 툴툴거렸다. 뭐 오늘쯤은 짜증 받아줘도 괜찮겠지 잘못한게 있으니까…
그의 말을 가벼운 마음으로 무시하고 난 3이 적힌 카드를 내려놓고서 말했다.
"헤어진 남자친구랑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건 좀… 억울하지?"
"에이 에이~ 가람아 좀 쿨해질 필요가 있어"
"그건 승철이 형만 가능한거고. 난 그렇게 못할 것 같은데. 그래 그 말이 맞겠다 좀 억울하다"
"원래 헤어지면 개새끼야 개새끼. 남이라고~ 걍 쌩까~"
아 넌 말을 해도!! 참다참다가 김민규를 째려보자 그는 눈을 똥그랗게 뜨며 오히려 나를 나무랐다.
"그래서 전남친 편들어???"
"아 왜 또 얘기가 그렇게 돼?"
"뭐 윤정한이니 뭐니 할 땐 언제고 에휴 윤가람 니가 이렇게 줏대가 없다!!"
"아 미친 김민규!! 이 미친놈!!!"
"뒤지고 싶냐???"
한숨을 쉬며 카드를 뒤엎은 김민규에 이기고 있었던 최승철이 김민규에게 달려들었고 패가 다 날아간 원우도 합세했다.
그래 내 핑계로 패 한번 엎으려던 니 잘못이지… 카드를 긁어모아 정리하다가 시끄러운 셋을 바라보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고말았다.
"웃겨??? 윤가람 이게 웃ㄱ…!!!"
"닥치고 한번 더 죽어라!!!!"
"아 형!!!!!"
다른사람들한텐 들리지 않을 고함소리들이 거실을 꽉 메웠다.
그래 남들이 보기엔 귀신보는 애일 뿐이지만 요즘들어 그게 싫단 생각이 든 적은 없다.
들어올 때마다 소파에 누운 채로 상체만 일으키고 내게 반갑게 인사하는 최승철도,
매일 하루도 안거르고 배고프냐고 다정하게 물어봐주는 전원우도,
싸가지 없지만 어쩐지 밉지만은 않은 김민규도…
와우 너무 늦게 와버렸네요
보잘 것 없는 제 소설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때문에 심쿵사 여럿 했습니다..핡..ㅠㅠ!!!!!
사랑해요 사랑해요!! ♡♡♡♡♡♡♡♡♡♡♡♡♡♡
방탄소년단 민군주님이 출현해주셨습니다. 왜냐면 제가 민군주님 썰 읽다가 심쿵사했기 때문이죠. 조금 사심들어간 글입니다만 핡.
원래는 민군주님이 아니라 그냥 흔한 이름 뭐 박우식이나 김형식 이런 (왜 다 '식'자임) 일반인 이름을 넣으려고 했으나 준호라던가
민군주님 덕통사고 당해서 어제 바로 바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와오
세븐틴 애들은 이미 소설에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있기 때무니죠 흙.ㅠㅠ
아.. 저 그리고 암호닉..핳.. 감히 저까짓게 혹시나 독자님들이 더 제 소설을 봐주신다면..감히..제까짓게..암호닉을..ㅎ.ㅏ...
쥐구멍에 숨고싶습니다. 숨을래요.
신청해주시면 ㄱ..감사드려요..할.ㅎ..♡♡ 숨고싶다 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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