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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아. 너 우리 곡 써주기로 한 거 안 까먹었지? 와이지 가서 잘되더니 아주 유학 갔다 오면 우리 모르는 척하는거 아니야?" 

 

 

 

 

 

 

 

아무렇지 않은 농담인 척 하는 목소리엔 서운함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봤더니 이 오빠도 나이를 먹었구만.이번에 이사했다는 새 작업실은 예전에 부대끼던 옥탑방에 비해 넓고 근사했지만 그래서 아쉬웠다.  

 

 

 

라면 두 봉지에 열댓개의 젓가락들이 개떼같이 달려들던, 더운 여름에도 덜덜 소리나는 낡은 선풍기 앞에 다닥다닥 붙어서 해 지는 줄 모르고 얘기하던 떠들석했던 날들과 뭔가 시작될 것만 같았던 설렘과 그리고 지금 없는 누군가의 자리가 다시는 그때로 돌아 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에이.오빠 내가 어떻게 오빠들을 모르는 척 하냐. 내 시작을 같이한 사람들인데. 내가 그 정도 썅년은 아니다.오빠들이야 말로 이제 나갔다오면 슈퍼스타라고 나 쌩까지 마라.그럼 나 울꺼야." 

 

 

 

 

 

 

 

 

 

뭐 딱히 아무런 목표도 없이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혼자 만들기 시작한 노래 그리고 어느날 옮길 데가 없어서 블로그에 올려둔 내 곡에 첫 댓글이 달리고 누군가 들어주는 노래의 기쁨을 알게되고 그때부터 그렇게 한 곡 두 곡 올리다보니 어느날 쪽지가 왔다.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언니는 절대 그럴 일 없다. 어유 진짜 이 쪼끄만 걸 어떻게 혼자 보내냐. 잘하겠지만서도 괜히 걱정된다. 야 너는 무슨 유학가는게 옆집 마실 나가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갑자기 말해주는 거야.이제 이주 남았네." 

 

 

 

 

 

 

 

 

 

 

 

그 몇십줄의 줄글이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 아무도 몰랐을 거야. 나를 세상밖으로 다시 꺼내준 고마운 사람들.따뜻한 사람들.한참 어린 나때문에 귀찮은 일도 많았을텐데 그런 내색없이 챙기느라 바빴던 우리 언니오빠들 .가끔은 나보다도 더 철없는척하면서 또 속은 묵직한 든든한 내 사람들. 

 

 

 

 

 

 

 

 

 

우리가 함께 준비했던 첫 노래는 온라인에서 좋은 반응을 받고 공연도 성공적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들떠서 그렇게 쭉 탄탄대로 일줄 알았다.아 드디어 우리도 꽃 필 차례구나.시트콤에서나 보던 말되안되는 뻔한 사기를 우리가 제대로 당하기 전까지는.  

 

 

 

 

 

동앗줄인 줄 알고 잡았던게 알고보니 똥이었다.들떠서 매일 밤낮 머리싸매고 고민해서 준비하고 신나서 동내방내 자랑했던 앨범도 무산되고 팀도 해체되고 지방에서 올라온 언니는 머리채 잡혀서 고향으로 끌려가고 다른 멤버들도 아주 다들 뿔뿔히 흩어져서 그때 우리는 그대로 다 망한 줄,끝난 줄 알았는데

 

 

 

 

 

또 시간이 좀 흘렀다고 이렇게 나는 상상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또다른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일을 하고 있고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서 다시 서울에 올라온 언니와 배낭하나 매고 전국을 헤매다 결국 무작정 길에서 기타치고 노래해서 번 돈으로 고속버스표 사서 올라온 막내오빠랑 매일 알바 세탕뛰어서 겨우 다시 키보드 찾아온 큰오빠 셋은 다시 뭉쳐서 지금은 광고에도 나오고 드라마 ost도 부르는 나름 인지도 있는 그룹이 됐다.나머지 두 명은 특유의 센스로 옷가게를 해서 번 돈으로 지금은 인도 어디에서 여행을 하고있고 또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갔다.이년은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구나.이번에 내가 공부하러 갔다왔을 때도 또 다시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까. 

 

 

 

 

 

 

 

 

 

 

 

"아 아쉽다.나도 너무 갑자기 결정된거라. 막상 간다고 하니까 시간이 너무 빨리가. 첫 이주는 마무리하느라 맨날 밤새고 작업실에서 보내고 또 일주일은 본가에 내려가있었고 이제 정리하고 준비하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그러는데 여러분들께서 콘서트때문에 바쁘셨잖아요.큰 오빤 이제 술 좀 그만마셔 오빠도 이제 나이가 있다.좀 있으면 서른이야.서른. 어떻게 전화 할때마다 맨날 회식,뒷풀이야. 그러다 죽는다.그렇게 놀면서 어떻게 그렇게 공연하는지 진짜 신기하다니까.아 그리고 내가 이번에 친구들이랑 가서 표 왕창 팔아준 거 알지?" 

 

 

 

 

 

 

 

 

 

 

 

완전 멋있더라. 이제는 그냥 프로던데? 첫 공연때 떨려서 손 덜덜 떨면서 키보드치던게 엊그제 같은데 막 날라다니더라. 우리 오빠예요!하고 동내방내 자랑하고 싶었어. 

 

 

 

 

 

 

 

 

 

 

 

"야 넌 우리가 표줄 땐 안 오더니.미리 말을 하지 그랬어" 

 

 

 

 

 

 

 

 

 

그땐 나 살기도 너무 바빠서 진짜 잘 시간도 없었다. 어휴 서운했구만.그래도 공연엔 갔다 걸리면 뒷풀이까지 꼼짝없이 끌려갈것 같아서 말 안하고 간거지. 오빠 빼고 막내오빠랑 언니는 다 아는데 끝까지 말 안했구만 

 

 

 

 

 

 

 

 

 

"어휴 형. 괜찮아. 얘가 제일 돈 많이 벌껄." 

 

 

 

 

 

 

 

"헐. 몰라 나 이제 유학가면 돈먹는 학생일 뿐이야.이제 부터 열심히 얻어먹고 다닐꺼야.다들 지갑 두둑히하고 털릴 준비 해놓고 있어.알았지? 아 그리고 오빤 노래연습 안하냐? 그때 첫 음 잘못 잡은거 나한테 들킴."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빨개진 귀에 모두들 한바탕 웃음이 번졌다. 우리 막내오빠 은근 귀엽다니까. 

 

 

 

 

 

 

 

 

 

 

 

"아마져 이번에 새로나온 아이콘인가 걔네들 앨범에 네 노래도 있다며 오 이ㅈ...." 

 

 

 

 

 

 

 

 

 

 

 

그래 뭔가 까먹은 것 같았어. 어휴.이하영.

 

 

 

 

 

 

 

 

 

 

"헐 지금 몇시야? 티비 틀어봐.빨리. 오늘 첫 방송이란 말이야." 

 

 

 

 

 

 

 

 

 

 

 

 

 

 

 

아 진짜. 내 정신 좀 봐. 결국 그날 그 몸상태로는 도저히 못갈것 같아서 전화로 처음 한빈이의 가족들과 인사를 했다. 다행히 따뜻한 목소리셨다. 

 

 

 

 

 

중요한 시기에 내가 꼭 예쁘게 보이지만은 않으실 수도 있을텐데 한빈이가 어떻게 얘기해 놓은 건지 처음부터 너무 살갑게 대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하고 다행이었다. 한빈이는 모르게 조만간 어머님과는 둘이서 한번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얘기도 뭘 할지 어떻게 할지 우리가 뭘 선택하고 뭘 포기할 수 있는지 열심히 상의한 끝에 결국 속으로는 덜덜 떨면서 두손 꼭잡고 사장실에 들어갔다.  

 

 

 

 

 

좋은 기회는 감사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치만 그게 저희의 관계에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는 거라면 죄송하지만 그건 안될 것 같습니다.저희가 어려서 그냥 한순간 감정놀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희도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고 미래까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따른 책임도 저희가 감당할 생각입니다.생각했던 말을 내뱉는데 다행히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치마 아래로 두 다리는 덜덜 떨렸다.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내 손을 더 꽉 잡고 말을 이어주는 한빈이가 있어서 그래도 든든했다.속으론 사장님도 사내연애 골인해서 장가가셨으면서 인간적으로 이러시면 안되죠 이런 말을 외치며 .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듣고 계시다가 몇 가지 질문을 마치신 사장님은 그래 너네 둘 성격에 가볍지 않을 줄 알았다. 뭐 내가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 일단은 조심해라.하영아. 너 유학 그냥 보내주는 거 아니야. 나 손해보는 장사 안하는거 알지.가서 잘 해야 돼. 다다음달중에 날짜 나올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서류랑 또 그런건 조만간 부를게. 그리고 한빈이는 남고 먼저 내려가있어.  

 

 

 

 

 

 

 

 

 

그 한마디 한마디 하는 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먼저 나오면서 뭔가 찜찜하기도 하고 긴장이 풀려서 문닫자마자 주저앉을 뻔 했다. 둘이 한참을 얘기하는 것 같던 데 끝끝내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듣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까 김한빈 나한테는 말 안한다고 뭐든지 말하라고 약속까지 시켰으면서 치사하다. 뭐 그렇게 졸라서 물어 볼 시간여유도 없었지만. 

 

 

 

 

 

 

 

 

 

 

 

 

 

"야. 나온다. 오 첫 방이라 네 노래도 부르는거야?" 

 

 

 

 

 

 

 

 

 

 

 

언니의 웃음이 심상치 않다. 유일하게 내가 한빈이랑 만나는 걸 알고있는 사람.  

 

 

 

 

 

 

 

 

 

 

 

"응.이번에 일 좀 제대로 하나봐 신인인데도 첫방 시간 많이줘서. 솔직히 활동까진 별로 기대 안했는데 곡이 잘나오고 팬들 반응도 좋아서 결정한거래. 나도 전해들었을때 깜짝 놀랐잖아." 

 

 

 

 

 

 

 

 

 

 

 

음원 선공개하고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좋아서 원래 하려던 곡대신 바뀌게 된거라 동선도 안무도 엎고 새로 다시 준비해야 하는 안그래도 할꺼많은데 일이 더 늘어난 셈인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신나서 내게 전화하던 한빈이 목소리가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난다. 

 

 

 

 

 

 

 

 

 

 

 

 

 

"그럼 누구 동생이 쓴건데." 

 

 

 

 

 

 

 

 

 

자기가 더 뿌듯해하는듯한 미소.진짜 친언니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진짜 오랜만에 만났는 데도 어제 보고 오늘 보는 것 같기도 하고.으 살면서 이런 사람 한명만 있어도 괜찮은 인생이라던데 나는 진짜 꽤나 성공한 사람인가보다.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아 조용히 좀 해봐. 이제 진짜 나온다." 

 

 

 

 

 

 

 

 

 

 

 

우와 무슨 컴백무댄 줄. 음원공개된 첫날 차트 위를 점령할 때 내가 알아봤다. 그래도 괜히 걱정됐었는데 저 팬들 좀봐 첫방인데 왜 이렇게 여유있어 다들.여러분 쟤들이 제 가숩니다. 어휴 정말 제가 저 노래 만든 사람입니다. 아 후반에 살짝 박자가 밀리긴 했지만 금새 제 페이스를 찾았고 눈썹하나 꿈쩍않는 표정관리에 보통사람들은 밀렸는지도 몰랐을거야 아마.  

 

 

 

 

 

 

 

우와. 급하게 바뀐 안무 덕분에 맨날 밤새고 그러더니 진짜 그런 보람있다. 겁나 멋있어. 진짜 그래 너네가 다 해먹어라. 진짜 수백번 들었던 노랜데도 너무 좋다. 타이틀곡도 누구 애인이 뽑았는지 참 잘 뽑았어. 힘들게 데뷔한 만큼 독기품고 준비하더니 진짜 멋있다 장하다. 으 눈물나.손살같이 무대가 훅 지나가 숨도 제대로 못쉰채 끝나버렸다. 아 이거 언제 동영상 뜨냐. 얼른 다운받아야지. 이번에 코디 누구야 뽀뽀해줘야겠네. 걱정했는데.왜 이렇게 더 잘생겨졌어 다들.어휴 고생했다. 고마워 결국 이렇게 데뷔해줬네. 

 

 

 

 

 

 

 

 

 

 

 

 

 

"아유 그렇게 좋아? 아주 울겠다.우리 아가" 

 

 

 

 

 

 

 

"쟤네가 저거 할라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흐어." 

 

 

 

 

 

 

 

아진짜 기어코 누가 울보 아니랄까봐. 눈물이 터졌다. 뭐 어때 내 사람들 앞인데. 쪽팔릴 것도 없고 마음이 막 벅차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써 막 이 몇 분이 뭐라고 막 안쓰럽기도 대견하기도 하고 수만가지 생각이 덮쳐서 내가 어쩔 겨를이 없었다. 

 

 

 

 

 

 

 

내가 우는 걸 한두번 본 사람들이 아닌지라. 옆에서 큰 오빠가 어깨를 두드려 준다. 어휴 우리 울보. 이제 다 큰지 알았는데 아직도 아가네. 뭐가 그렇게 눈물이 나.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대로구만 아가 뚝해.울다가 따뜻한 목소리에 또 왠지 울컥해서 더 눈물이 났다. 내 주위에 이런 좋은사람들이 많구나. 너무 고맙고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막내 오빠가 스물넷. 큰오빠는 스물 일곱. 열여덟이었던 나와 거의 10살 차이가 났는데 멤버들 중 아무도 그 노래의 주인이 그렇게 어릴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그래서 어휴 아가네.아가 하고 장난스럽게 불리던 게 아직도 남아있다.장난끼 많아도 어린 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내가 힘들 때 외로울 때 전화하면 제일 잘 달래주는 우리 큰 오빠. 가끔씩 새벽에 한빈이가 도대체 누구냐고 궁금해 하는 카톡의 주인이다. 아 이 사람들한테 한빈이도 한번 소개시켜줘야 하는데.막내오빠가 짓궂게 굴 것 같기도 하지만 또 금방 죽이 잘 맞을 것 같기도 하고. 

 

 

 

 

 

 

 

 

 

 

 

 

 

"언니이.나 이제 미국가면 힘들때 누구한테 찡찡대지.가지 말까" 

 

 

 

 

 

 

 

"그래.그냥 가지 말고 여기서 언니랑 있자. 방 하나 남는거 네 방해." 

 

 

 

 

 

능청스럽게 얘기하는 얼굴이 제법 그럴듯 하다. 그래 확 가지말까.  

 

 

 

"그럴까?" 

 

 

 

 

 

 

 

"야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카톡하고 영상통화도 된다.우리가 다 올빼미족이라 시차걱정 안해도 되고 그냥 막 연락해 알았지?" 

 

 

 

 

 

 

 

"안 그래도 그럴꺼야 나막 친구 없다고 맨날 연락해도 귀찮다고 씹으면 안돼.특히 막내오빠!" 

 

 

 

 

 

 

 

"아 오빠가 인기남이라 바쁘지만 꼬박꼬박 답장해줄께 걱정하지마라. 영광으로 생각해 오빠 좋다는 언니들이 천지삐까리다." 

 

 

 

 

 

 

 

"어휴. 오빠도 이제 좀 제대로 된 여자만나서 정착을 해.그러다 천벌받는다.얼른 오빠가 쩔쩔매게 확 휘어잡는 언니야가 나타나야되는데." 

 

 

 

 

 

 

 

 

 

"네 연애사업이나 잘하세요. 지금 한창 연애할 땐데 나가서 여기저기 다니고 어? 사람도 만나고 그래야 누가 생기지. 맨날 작업실에 꼭 박혀서. 이번에 미국가는 김에 파란 눈 노란머리 빨간머리 존,데이빗 이런 애들이랑 데이트하고 그래.언어는 연애하는게 젤 빨리느는 거랬어" 

 

 

 

 

 

 

 

 

 

"내 연애사업은 아주 잘되고 있거든요.누가 누굴 걱정하냐." 

 

 

 


별 일 아니라는 듯 얘기한 내 얘기에 갑자기 두 오빠들의 눈이 동그래 진다.에이 뭐 그럴수도 있지 안 그래?

 




 

"뭐야.아가 너 오빠한테 허락도 안 맡고 남친생겼어?" 

 




 

어유.누가 보면 아빤줄ㅋㅋㅋ

 




 

"뻥치는 거 아니야? 너 아무대도 티 안났는데. 하다못해 뭐 상태매세지도 그런거 없었잖아.헐 배신자" 

 

 

 

 

"난 이미 알고 있었지롱." 

 

 

 

"뭐야 우리한텐 말도 안했으면서." 

 

 

 

언니가 얄밉게 웃는다.오 드디어 말하는거야?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그래 이제 말할때도 됐지.최근 일년간 거의 잘 만나지도 못했고 처음엔 조심스러워서 우리의 관계에 확신이 없어서 좀 기다리자하고 나중엔 줄줄히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하는통에 나는 연애한다! 할수도 없고 왠지 가족한테 얘기하는 것 같아 쑥스럽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 보니 진짜 일년이 다됬네. 얼마나 만났어? 나이는? 뭐하는 놈인데 학생이야? 하영아 수컷들은 다 늑대야. 막 지껄이는대로 다 믿고 그러면 안된다.어디서 만났어? 두 오빠들이 정신없이 질문들을 퍼붓는다. 내가 어디서 이상한 놈만날까봐 걱정되나보다. 

 

 

 

"아 무슨 취조하냐.내가 애도 아니고 하나씩 물어봐 하나씩.이제 일년 좀 넘었어. 얼마전에 일주년이었을껄." 

 

 

 

"이었을껄? 뭐야 그건 일주년인데 설마 그냥 넘어갔어?" 

 

 

 

ㅋㅋㅋㅋㅋㅋㅋ소중한 동생 남주기 아까워?아주 뭐하나만 걸려봐라 이러는 것 같은데 이거? 

 

 

 

"에이 내 성격알잖아.내가 뭐 제 날짜에 챙기는거 봤어?둘다 요즘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그럴 겨를이 없었어. 그냥 전화 한 통 하는것도 감격스럽다." 

 

 

 

"야 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 

 

 

 

"그리고 나랑 동갑. 스무살이고 나랑 같이 일해." 

 

 

 

"아 무슨 스무고개하냐. 오빠 아까 그 티비에서 봤지. 아이콘에서 그 랩하는 리더있잖아. 비아이.저번에 오빠가 잘한다고 했던 그. 걔랑 만난데." 

 

 

"헐 진짜야?"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답답한 걸 세상에서 제일 못견뎌하는 언니가 참지못하고 말해버렸다. 어휴 그래.언니 성격에 일년동안 참느라 고생많았다.쳐다보는 눈길에 조용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인물인지 두 명 다 표정이 참 볼만하다. 

 

 

 

 

 

"늦게 말해서 미안. 근데 변명을 하자면 일년동안 바빠서 우리가 자주 못만났잖아. 초반엔 내가 별로 확신이 없어서 좀 기다리느라 말안했는데.나중엔 상황이 자꾸 안좋아서 말할 타이밍을 놓쳤어. 조심스럽기도 하고 진짜 아무도 몰라. 그래도 이거 부모님 말고 내 입으로 처음 말하는 거다. 언니도 눈치가 워낙 귀신같아서 내가 완전 얻어걸린거지 뭐." 

 

 

 

 

 

그럼 연습생때부터 만난거네 그것도 일종의 사내연앤데 진짜 아무도 모르게 만난거야.야 너는 무슨 인생에 평범하고 쉬운게 하나도 없어 연애도 무슨 그렇게 어렵게 하냐로 시작해서 결국 일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내 연애사를 모조리 탈탈 털기 시작했다. 

 

 

 

이제 합법적으로 우리가 주는 잔을 거부할 수 없다며 나도 한잔 두잔 받아마시고 바닥엔 병이 하나 둘씩 굴러다니고 뭔가 남들처럼 남자친구 자랑하고 싸우고 투정부리고 그런 사소한 일들을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었는데 누군가 그것도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왠지 하다보니 들뜬것 같기도 하다. 남자의 시선에서 얘기해주는 걸 들으면 또 새롭기도 하고. 

 

 

 

 

 

"그래도 너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너도 좋아죽네.아주 생각만해도 꿀이 떨어진다.그렇게 좋아?" 

 

 

 

"음.만약에 내가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 사람이랑 하고싶어. 아니 그럴 것 같아." 

 

 

 

"어떤 사람인데." 

 

 

 

"따뜻하고 절대 내편이라는 믿음이 드는 사람.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내가 자꾸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 

 

 

 

 

"그럼 됐다. 나중에 한번 보여줄꺼지?" 

 

 

 

 

"당연하지.그러니까 친하게 지네. 양쪽다 나랑 평생 함께 할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아. 아가. 야. 나 기분 이상해.윽. 딸래미 남친 생긴 아빠가 꼭 이런 기분일 것 같아. 으 우리 하영이가 남자친구라니.결혼이라니." 

 

 

 

 

 

술이 살짝 들어가서 그런지 취한 것도 아닌데 서로 오글거리는 말들이 참 잘도 나온다.벌써 어둑어둑한 밤이네 아 야경도 예쁘고 좋다. 

 

 

"아가. 이거 네 폰이지.진동온다. 전화받아." 

 

 

 

 

 

'미남김한빈' 

 

 

 

 

 

아무래도 다른사람이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름 세글자로 김한빈 이렇게 저장해 놓았었는데 어느날 저렇게 바꿔놔서 '자기야. 왜 이렇게 뻔뻔해졌어.'했더니. 미남이 미래의 남편의 줄임말이라는 귀여운 말을 하던 얼굴이 떠오른다.어유.오글거리는 거 질색하던 내가 이런거에 귀여워 죽겠다고 할 지 누가 알았을까. 

 

 

흐아 그냥 액정에 뜬 이름만 봐도 설렌다. 얼른 받아야지.나 전화좀 받고 올께 하고 배란다로 나왔다.으 밤이라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부는게 진짜 딱 좋다. 

 

 

 

"여보세요." 

 

 

"네에.맞아요.여보" 

 

 

흐어.다행히 기분 좋아보인다. 

 

 

"ㅋㅋㅋㅋㅋㅋ뭐가 또 네야. 어떻게 전화했어." 

 

 

 

"내일 컨디션 조절한다고 오늘은 평소보단 일찍 숙소에 왔어.지금 형은 씻고있고 아 진짜 그렇게 연습했는데 틀리면 진짜 살면 안된다.무슨 진환이형은 자면서도 노래하더라.나 오늘 첫방한건 봤어?나 끝나자 마자 연락올 줄 알고 계속 폰봤는데 무슨 문자 한 줄도 안보내주냐. 기다리다 내가 전화하는거야. 목마른 사람이 우물파야지. 아 보고싶다!!!!!" 

 

 

 

 

 

어휴. 누가 듣겠네.이젠 막나가는 건지 아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나도 보고싶다. 자기야. 

 

 

 

 

 

"나도오오.진짜 진짜 진짜 보고싶다.내가 저번에 얘기했는데 기억나? 나랑 같이 시작했었다는 그 밴드.새로 작업실 옮겼다해서 거기 왔어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나 가기전에 보고싶고 그래서 아까 다같이 방송봤다. 아 진짜 다 너무 멋있었어. 고생한 보람있게 잘했어.첫 방인데도 여유 있어 보였어." 

 

 

 

"진짜? 사실 준비 엄청해서 얼른 무대만 줘봐라! 이렇게 생각하고 별로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막상 서니까 무지 긴장되더라. 동생들도 있고 팬들도 있고 안 떨리는 척 하느라 혼났다." 

 

 

 

 

어유.그랬구나.이렇게 엄살 떨어도 잘만 하더라. 누구 남친이 이렇게 잘났어. 

 

 

 

 

"그리고 진짜 고마워 내 노래 그렇게 멋있게 만들어줘서.아 진짜 만든 사람으로서 진짜 뿌듯하고 막 사랑스럽다. 내가 아이콘 곡은 진짜 앞으로도 믿고 쓴다.타이틀도 진짜 한 백번은 들었던 것 같은데 무대랑 같이보니까 또 더 멋있는거 있지.아 근데 몸 좀 조심해서 해.좀 만 정신 놓으면 다치겠더라." 

 

 

 

 

"으 오늘 실수 많이 했어.인이어 때문에 앞에 박자도 좀 밀리고 안무가 하도 바뀌어서 동선도 살짝 꼬이고 다행히 화면엔 안잡혔지만." 

 

 

 

 

그래.그래도 처음부터 백프로 만족하기는 어렵지.  

 

 

 

 

"괜찮아. 대처 잘했어. 그리고 이제 첫방인데. 뭐.원래 신인때는 그런 것도 해주고 그래야 인간적이고 귀엽고 그렇지. 안 그러면 재수없어." 

 

 

 

내 말에 소리내어 웃는 네 목소리가 들린다.이젠 하다하다 웃음소리만 들어도 어떤 표정일지 상상이 된다.그래도 이런 농담에 웃을 정신이 있어서 다행이네. 또 괜히 이 완벽주의자가 신경써고 죽어라 연습해서 오히려 몸 상하는건 아닌가 스트래스 받는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런 거야? 전부터 첫 방하기 전에 자기한테 전화해서 목소리 듣고 들어가야지 했었는데 막상 진짜 되니까 대기실 다니면서 인사하러 다녀야되고 무슨 리허설이 그렇게 많은지.사람도 많아서 어딜가도 북적거리고 조용한 데는 이미 다 누가 있더라고 기자들도 많고 결국 시도도 못하고 들어갔다.목소리 들었으면 더 잘했을 텐데." 

 

 

 

 

뭔가 투정부리는 듯한 말투도 너무 좋다.한빈이가 이렇게 투정부릴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걸 알아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늦었는데 집에 안가?" 

 

 

 

"글쎄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쉽게 파할것 같지 않은데? 뭐 피곤하면 그냥 언니방에서 자게. 옛날엔 맨날 같이 살다싶이 했는데 뭐.맞다. 나 오늘 얘기했다. 너랑 만난다고.그래도 이 사람들한테는 말해야 될 것 같아서." 

 

 

 

"진짜? 뭐라셔? 나 막 괜히 떨린다." 

 

 

 

"처음엔 좀 서운한 것 같았는데. 막 취조 당했어 나. 몇살이냐 얼마나 만났냐.뭐하는 사람이냐.남자는 다 늑대래. 너무 믿지말래.허락도 안맡고 만났다고 혼났어.여기선 내가 소중한 막둥이라. 자기가 나쁜놈이다."  

 

 

 

 

"그래서 어째 신난 것 같다?" 

 

 

 

 

"들킴?ㅋㅋㅋㅋㅋ그래도 결국은 네가 나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다행이래. 나중에 한번 소개시켜달라는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진짜 잘지냈으면 좋겠다. 진짜 양쪽다 평생보고싶단 말이야. 사실 오늘 푼수처럼 엄청 자기 자랑했다.사실 친구들 만나면 나도 그런거 해보고 싶었거든.그래서 지금 기분이 엄청 좋아." 

 

 

 

"푸흐.귀여워.그런건 내앞에서 해도 되는데.무슨 자랑을 하셨을까. 우리 여친님께서.네가 그렇게 좋아하는데 당연히 좋은 사람들이겠지. 나는 네 얘기로 하도 들어서 이미 다 아는 사람같다." 

 

 

 

"그래?아 맞다. 나 오늘 자기네 어머님이랑 통화했는데 토요일에 만나기로했어. 뭐 좋아하셔?못 드시는 건 없으셔?" 

 

 

 

"어휴. 진짜 왜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해. 안그래도 지금 정신 못차리겠구만. 내가 진짜 애인하나 잘뒀다. 으 자꾸 이딴식으로 할래.내가 엄마 좋아하시는 일식집 예약해 놓을게. 우리엄마 너랑 취향되게 비슷해. 은근 소녀감성이셔." 

 

 

 

 

"그래? 그날 나 어떻다고 말씀 안하셨어? 으 왠지 엄청 떨린다.나 원래 누구 만나는거 되게 겁없는데 잘보이고 싶어서 그런가." 

 

 

 

 

"예쁘데. 말하는 것도 예쁘고 마음쓰는 것도 예쁘데. 전에 몇번 네얘기한 적 있었거든.우리 만나기 전부터.누구 애인인데 당연히 다 예쁘지." 

 

 

 

아 얘 또 팔불출처럼 막 자랑하고 그런건 아니겠지. 그래도 다행이다. 흐아. 

 

 

 

"막 너무 티내고 그러진 마. 알았지?" 

 

 

 

"싫은데. 어떻게 티를 안내냐. 예뻐죽겠는데. 지금도 엄청엄청 참고 있는데 여기서 더 참으라고 하면 안되지." 

 

 

 

 

 

연애를 하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인것 같다. 이 커다란 세상에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둘만의 또 다른 아늑한 세상이 생긴다.그 안에서 절대 할수 없을 것만 같던 말과 행동들을 서로 아무렇지 않게 하게되고, 하고싶게 되고 누군가 날 사랑해준다는게 내가 누군가를 그만큼 사랑하는 일이 온몸이 저리도록 행복한 감각으로 찾아온다. 

 

 

 

 

"어휴.진짜 자기는 나를 너어무 좋아하는 것 같아." 

 

 

 

"이제야 알았어? 전에도 말했지만 이젠 다 자기가 책임져야돼." 

 

 

 

아 왠지 뒷통수가 따갑다 했어. 뒤 돌아보니 셋이 배란다 앞에 다닥다닥 붙어서 쳐다보고 있다. 잔뜩 오그라든 손발을 보여주며. 뭐. 왜. 부럽냐. 

 

 

 

 

"푸흐. 자기야 나 지금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아 마져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인사나 한번해. " 

 

 

 

 

"어...어?" 

 

 

 

당황한 한빈이 목소리가 들리지만 모른 척하고 문을 열었다. 

 

 

 

 

"남자친구야. 인사하고 싶데."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언니가 핸드폰을 가져갔다.어머 안녕하세요.말씀 많이 들었어요. 네. 저도 팬이예요. 언니 언니목소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간드러졌어. 아 왜 이렇게 웃기짘ㅋㅋㅋㅋㄱㅋㅋ한빈이 목소리는 들리지도않는데 괜히 음성지원 되는것 같다. 숨막히게 어색한 상황. 짓궂게 괜히 웃기다. 아 누나 형이 먼저 받아야지. 찬물도 위아래가 있지. 여보세요. 아 네 저희 아가 남자친구시라면서요. 네. 아. 그럴까. 우리 하영이 어디가 그렇게 좋아. ㅋㅋㅋㄱㅋㅋㅋ오빠 무슨 장인어른이야. 사위봐? 진짜 웃겨 죽겠네.에이 선배님은 무슨 말편하게 해. 어 정말? 아 뭘 좀 아네. 그치 얘가 은근 그렇다니까. 그래도 아가 마음 고생시키지 말고 얘가 되게 외로움도 많이 타고....어휴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왔다갔다 움직이는 통에 말소리도 안들리고 아 나도 궁금하다니까. 스피커폰 몰라.스피커폰.기다리다 기다리다 화장실 갔다온 새 통화는 끊겨 있었다. 

 

 

 

 

"뭐야. 나도 겨우 목소리 들은 건데.먼저 끊었어?" 

 

 

 

"ㅋㅋㅋㅋ에이 동생 다 필요없다.남친 생기니까 땡이네." 

 

 

 

"무슨ㅋㅋㅋㅋ뭘 그렇게 열심히 얘기했어. 무슨 조사하냐." 

 

 

 

"어휴.넌 맨날 사람 만나면 다 좋다좋다 그래서 걱정했는데 잘 골랐네.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 

 

 

아.기분 좋다.



 

"흐.이 쪼그만게 언제 커서 돈도 벌고 남자친구라고 소개시켜주고 공부한다고 외국나간다고 그러냐." 

 

 

 

"그러게 나도 아직도 우리 하영이 고딩 꼬맹이 같은데" 

 

 



오랜만인 것 같은 양 볼을 꼬집는 익숙한 손길에 애정이 잔뜩 묻어 있다.왜 아픈데도 마음은 따뜻해서 웃음이 실실 나온다.이것도 생각 나더라니까.


 

"오빠가 서른인데 뭐 우리도 늙었지."  

 

 

"하영아. 시간 진짜 금방간다. 생각보다. 매일 매일 행복하게 살아." 

 

 

 

"네. 오빠." 

 

 

 

진짜 안그래도 요즘 시간가는게 너무 무섭다. 천천히 가던지 아니면 아예 무지무지 빠르게 가버렸으면 좋겠어. 

 

 

 

 

 

 

카톡 

 

 

'좋은 사람들 같다. 자기가 좋은 사람이라 그런가. 나 그래도 탈락은 아니지? ㅋㅋㅋㅋ나중에 공연보러 가기로 했다. 나도 점수 왕창따서 한국에 있는동안 엄청 친해질꺼야. 우리 자기의 흑역사도 좀 캐고? ㅋㅋㅋㅋㅋ아 목소리 들으니까 더 보고싶지만 그래도 잘 잘 수있을것 같다! 적당히놀고 내일도 일 있다며. 알았지? 내가 많이 사랑해요.' 

 

 

 

 

카톡에 음성 지원 기능이 생겼나요? 왜 텍스트에서 목소리가 들리죠? 아. 안되겠다.

 

 

 

"아. 나 아무래도 가봐야겠어." 

 

 

 

"왜 언니랑 자고 내일가." 

 

 

 

"어차피 내일은 일 있어서 일찍 출근해야 돼.옷도 갈아입어야 되고 진짜 가기전에 또 보자. 그땐 우리 둘이서.콜?" 

 

 

 

"치.알았어." 

 

 

 

나가기 전 문 앞에서 다들 한번씩 꼭 껴안았다. 갈께.응.또 봐. 그래. 아쉽지만 또 볼 사람들이니까.다른 사람들보단 덜 슬펐던 것같다. 현관문을 닫고 나오면서 네 얼굴이 자꾸 생각났다. 

 

 

 

오늘은 이대로 그냥 보내면 안될것 같아. 계단을 뛰어 내려가며 너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자? 내일 스케쥴 일찍있어?" 

 

 

"아니. 안 자. 열시에 샵 가야되는데. 왜 무슨일 있어?" 

 

 

"나 여기서 택시타면 십오분이면 도착하니까 공원으로 나와. 안되겠어. 오늘은 꼭 얼굴을 봐야겠어." 

 

 

"우와.우리 자기 완전 박력터지는데? 그런건 어디서 배워 왔어.나 설레게. 근데 이렇게 갑자기 부르면 어떡하냐.이 시간에 혼자 택시타? 번호 찍어서 보내 알았지?" 

 

 

 

"응.알았어." 

 

 

 

"우와 살다보니 이런 일이 다 있네.우리 자기 나 엄청 보고싶었나보다." 

 

 

 

 

사실 맨날 조심하느라 이런적 한번도 없었는데 나도 이게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르겠다.한빈이도 처음엔 당황한듯 하더니 엄청 기분좋은 목소리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잡은 택시덕에 금방 도착해서 벤치에 앉아있는데 멀리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림자가 보인다.모자쓰고 후드쓰고 추리닝바지에 마스크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오는데 다행히 요즘 마스크 끼고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덜 튀는것 같기도 하고. 아직 날 못본것 같아. 조용히 숨어있다 뒤에서 확 안았다.너는 순간 작게 웃음소리를 내더니 내 손을 꼭 잡고 뒤로 돌아서 나를 제대로 안아준다.두 쌍의 눈동자가 마주보자마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예쁘게 접힌다.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뭐야. 왜 이렇게 예쁜 짓하래." 

 

 

"나 원래 예쁜데 몰랐어?" 

 

 

"어휴.이 여우.나 몰래 나오느라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다." 

 

 

 

으 앓는 소리를 내더니 부서뜨릴듯한 기세로 꼭 안아오는 너의 품이 따뜻하다.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아 진짜 꿈같다.행복하다.오늘 진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날이야." 

 

 

 

나무로 둘러싸인 정좌에 둘이 나란히 두손을 꼭 잡고 앉았다. 오늘 어땠는지 피곤하기도 하고 새벽이라 잠긴 목소리지만 신나서 말해온다. 어휴. 그렇게 신났어. 그렇게 말하다가 또 한번씩 진짜 꿈아니지? 하고 꼭 껴안아온다.어휴. 나도 꼭 꿈같다. 진짜. 새벽공기도 달콤하고 마침 뜬 환한 보름달도 너무 예쁘고 조근조근 말하는 목소리도 너무 말랑하고 

 

 

 

쪽쪽쪽 

 

 

 

재빨리 마스크를 내리고 뽀뽀를 퍼붓자 말을 하다가 멈춘 한빈이는 순간 멍하게 있다가 씩 웃었다.몰라 네가 잠자는 사자를 건드린 거야. 내 허리를 훅 잡고 끌어 당겨서 한빈이는 앉은 채로 나는 다리사이에 서서 어깨의 손을 올리고 줄달리기 하듯 눈도 깜빡이지 않은채로 쳐다보다가 나의 코 찡긋거림에 넘어간 한빈이의 리드로 꽤나 긴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콧소리가 나온다. 아 진짜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거야. 그냥 이주간 둘이 어디 골방에라도 꼼짝않고 있다가 가도 아쉬울텐데 제대로 얼굴도 보기 힘들고. 우리 그냥 확 이대로 도망가 버릴까.그리고 나서도 떨어질만 하면 다시 뽀뽀를 해대는 통에 한참을 킥킥거렸다. 

 

 

 

"아.그만좀 해 간지러워." 

 

 

"싫은데. 아 미리미리 침 발라 놔야지 내꺼라고." 

 

 

"오길 잘했네." 

 

 

"오늘 우리 첫키스한지 400일이다. 사실 아까 그래서 전화한 거 였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신난 것 같고 오늘은 안되겠지 하고 말도 못했거든.우리 일주년에도 회사에서 잠깐 마주쳐서 손잡고 네가 편지준 게 다잖아." 

 

 

 

뭐야. 그런것도 기억하고 있었어? 벌써 그렇게 됐구나. 그때 작업실에서 뭐에 홀린듯 일치고 난뒤 두 달은 서로 피하느라 정신없었는데 그땐 진짜 우리가 이러고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치. 그때 내가 얼마나 마음고생했는데. 

 

 

 

"우와 왜 이렇게 오래전 일 같지. 에이 날짜가 뭐 중요해.우린 만나는 시간마다 다 기념일처럼 행복하고 애틋하게 보내잖아. 비밀연애의 장점이라고 해야되나.그래도 감동이다." 

 

 

 

"짠. 내 선물이야.이건 답장. 집에가서 읽어봐.부끄러우니까." 

 

 

"오 뭐야?구두네."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신발사주면 도망간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건 예쁘게 신고 얼른 나한테 오라고 사주는 거야. 좋은 길만 가라고. 솔직히 내가 가라고 떠밀었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막 내가 미워 죽겠다. 어휴 왜그랬냐 이 미친놈아 하고. 이렇게 보고있어도 보고싶은데 그 멀리 어떻게 보내지." 

 

 

 

 

그러게 어떻게 가냐. 

 

 

 

"우리 매일매일 하루에 한 통씩 사진 한 장넣어서 매일보내자. 왠지 메신져이런건 금방 소비되는 느낌이고 편지는 오래걸리고 분실위험도 있으니까.아무리 바빠도 점하나라도 찍어서 보내기 약속" 

 

 

괜히 건 새끼손가락에 힘을 꼭 줘서 못빠져 나가게 장난을 걸어온다. 무슨 손가락도 예쁘게 생겼냐. 뭐? 그렇게 한참을 더 아쉬움과 함께 같은길을 뱅글뱅글 돌다가 결국 어디냐는 진환오빠의 전화에 어쩔수없이 진짜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조심히 들어가.택시타는 거 보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괜찮아.문자할께. 얼른 들어가. 내일도 일찍 들어가야되잖아. 지금들어가도 네시간밖에 못자겠다."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괜찮아.열시간 잔것보다 더 훨씬 컨디션 좋다 지금.도착하면 꼭 전화해" 

 

 

 

"어휴. 말은 진짜 예쁘게 해요. 잘자." 

 

 

"자기도 잘자." 

 

 

 

손을 흔들고 돌아서서 택시를 잡으러 큰 길가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있는데 이제 제법 공기가 차다. 아 춥다. 몸을 웅크리고 걸어가고 있는데 다다닷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한빈이다.  

 

 

 

지이익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이거 입고 가. 추워."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며 벗은 후드집업을 입혀준다.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자크까지 완전히 올려주고는 두뺨을 꼭 잡는다. 

 

 

 

 

쪽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이제 그만 좀 예뻐라.걱정돼 죽겠네.진짜"

 

 

 

 

 

 

 

 

 




 

 또 금방 왔죠? ㅎㅎ 아닌가?오늘은 글은 빨리 고쳤는데 짤고르기가 특히 마지막...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이제 그만 좀 예뻐라.걱정돼 죽겠네.진짜"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이제 그만 좀 예뻐라.걱정돼 죽겠네.진짜"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이제 그만 좀 예뻐라.걱정돼 죽겠네.진짜"

 

[iKON/김한빈] 이딴식으로 장난하냐 8 | 인스티즈

"이제 그만 좀 예뻐라.걱정돼 죽겠네.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ㄱㅋ본격 같은 대사 다른 느낌!!.막 좋으면서 불안한데 또 예뻐죽겠고 아쉬운 그런 느낌 찾기가 어려워서 제일 좋아 하는 걸로 마무리. 저짤은 진짜 많이 써서 독자님들도 눈에 읽으실듯. 사실은 그냥 모아둔 짤들이 많아서 이렇게 라도 방출을...

  흐엉. 이제 정말 본편은 한 편밖에 안남았네요요.아쉽아쉽 ㅠ ㅠ

연재순서는 번외-번외-마지막회로 생각하고 있어요.

 번외는 첫키스썰(오늘 나온것 처럼 얘네는 선키스 후 연애니까요.),비밀연애를 알게된 아이콘들의 반응은?이랑 what if 여주와 한빈이가 평범한 고딩이었다면?으로 구성 될 것 같구요.


텍파에는 what if 한빈이가 열상 연상이라면,애기아빠 한빈이,what if 여주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면,장거리의 장점(다들 미자아니죠??알건 다안다고 믿을께요.난 너무 순수하다 이걸 지키고 싶다 하시는 분은 손을!!ㅋㅋㅋ)+알파의 번외가 추가 될 예정이예요. 저의 사랑♡♡ㅋㅋㅋㅋ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어서.하지만 텍파는 언제 완성될지 모른다는 또르 흐어 저 정말 요즘 네시간도 못자요 ㅠ ㅠ...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시고 느긋한 마음으로 잊어버리고 계세요!!!반드시 오긴 옵니다...ㅋㅋㅋㅋㅋㄱㅋㅋㅋ..텍파신청은 마지막 연재분까지만 받아요. 왜냐면 그 뒤로는 인티에  들어와서 확인하기가 어려울것 같아서요.어쨋든 암호닉 콘수니님,보라보라님,진수야축구하자님이랑 또 부족한 글을 계속 읽어주시는 다른 독자님들 모두 감사해요!!오늘도 좋은 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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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ㅠ저 보라보라입니다! 갈수록 너무너무 재밌어지는 것 같아요 오늘 보면서 심장이 두근거려서 죽는줄 알았어요ㅎㅎ 갑자기 이렇게 여주가 박력있게 나오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ㅠㅠ♡ 그리고 저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건강 챙기시고 무리 안해주셔도 되요ㅠㅠ!!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당!!ㅎㅎ
8년 전
기내쓰
흐아.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여주의 끝없는 매력!!ㅋㅋㄱㅋㅋ아 다못보여드린 것 같은데 끝나가다니...흐아 진짜 댓글보면서 입이 귀에걸렸어요.책임지세욧!!!
8년 전
비회원 댓글
비회원 메일 보내주셨던 고삼입니다ㅠㅜㅠㅠ♡ 와 진짜 취향저격 탕탕 설레 죽어요 진짜ㅠㅜㅠㅠㅜㅠㅠ♡♡ 혹시 텍파 신청 해도 될까요...
8년 전
기내쓰
흐아.텍파신청은 암호닉 신청해주신 뒤에 텍파공지에 이메일이랑 암호닉 한번만 남겨주세요!!!고삼 화이팅!♡
8년 전
비회원 댓글
네! 그럼 리자몽으로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8년 전
독자2
크으 작가님ㅠㅠㅠㅠㅠ콘수니 왔어요ㅠㅠ 이번편도 어쩜 이렇게 설레나요... 이렇게 쉬는날 아침에 보는 이 기쁨,설렘 캬ㅠㅠㅠㅠ한빈이는 가면 갈수록 더 귀여워져 가고있고 여주의 그 지금갈테니 나와라 라는 이 박력...♡ 그리고 밑에 쯤에 전화하라는 한빈이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짤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브이앱 한거에서 한빈이가 연락하라던 짤 맞죠..작가님 이번 번외도 기대되고.. 텍파 번외에 애기아빠 한빈이..? 제 의견이 반영된거 맞죠...?ㅎㅎㅎㅎㅎ...아 그나저나 작가님!!! 잠을 네시간 밖에 못주무시다뇨!!!!!!! 잠은 8시간 이상 자야해요...ㅠㅠㅠ 건강도! 챙기시면서 연재 해주세여.. 작가님 아프면 저 걱정되요...ㅠㅠㅠ 조금 천천히 오셔도 좋으니까 잠도 주무시면서 하셔요.. 알겠죠?!? 저 참 말많다 그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끝으로 항상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 작가님 사랑합니다♡
8년 전
기내쓰
다들 박력여주를 좋아해주셔서 신남!!!ㅋㅋㅋㄱㅋ저짤 제가 줍줍해서 지워니가 옆에서 몰입을 깨가지고 손수 크롭한 사진입니당!ㅋㅋㅋ뿌듯!ㅋㅋㅋ당근 반영된거죠!!!더있으면 다 말해줘여!!!텍파는 어차피 시간 갖고 작업할껀까 판타지들을 모두 충족하는 선물같은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당!!흐아 저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안그래도 이번에 결국 탈나서 오늘하루종일 약먹고 잤답니다!핳핳.항상 힘이 돼주셔서 감사해요♡진짜 별것도 아닌글에 자기일처럼 항상 응원해주시고. 진짜진짜진짜 감사해요♡저도 사랑합니다!!!ㅋㅋㄱㅋㅋㅋㅋ으...나이런말 잘 못하는데 자꾸 하게 만들고그래여!!!
8년 전
독자3
끄윽 어머낭..제가 누구에게 힘이 된다는 말을 들으니 제가 더 기뻐요ㅠㅠㅠㅠㅠ그리고 번외에 제 의견이 반영된 작가님 글을 볼수있다니!!너무 기쁩니다 흑ㅠㅠ 더 좋은 글이 될수있도록 저도 머리 잘 굴려 보겠씁니당ㅎㅎ 항상 글쓰실때 빨리 오시는건 좋지만 작가님 아픈거 낫해피입니당..ㅎ그러니 항상 몸도 챙기고 글도 챙기고ㅋㅋㅋㅋ 그래요! 다음편에서 뵈요~♡
8년 전
독자4
작가님 왜 소식이 없으세요ㅠㅠㅠㅠㅠ어디 아프신건가여ㅠㅠㅠㅠ 걱정되요ㅠㅠㅠ
8년 전
독자5
작가님 언제나 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정주행 하러 다시 왔는데ㅠㅠㅠ 어디가셨어요ㅠㅠㅠ 진짜 혹시 어디 아프신건가요ㅠㅠㅠ...
8년 전
독자6
저 다시 왔는데ㅠㅠㅠ작가님 아직까지 부재...ㅠㅠ진짜 혹시 어디 많이 아프신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나중에라도 전 괜찮으니 꼭 답글 달아주세요!!!ㅎ...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20.59
흐어. . 오늘도 설렘사ㅠㅠㅠ 마지막 한빈이 심쿵이에요ㅠㅠㅠㅜ♡ 저도 암호닉 꿈사탕으로 신청할게요! 그나저나 작가님 하루에 4시간도 못자신다니ㅜ 피곤하실탠데 건강챙기면서 천천히 하세요ㅠㅠ!
8년 전
기내쓰
우와!암호닉이 너무 예쁜데요??ㅋㅋㄱㄱ감성적인 소녀느낌??ㅋㄱㅋㅋㅋ흐아 한빈이가 다했죠. 전 한게 없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잘챙기면서 할게요!!얼른 좋은 글로 돌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당!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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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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