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세계관 주의
w.모르
* * *
주위가 시끄럽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때 쯤, 현우는 눈을 천천히 떴다.
밖은 가려져 있었지만 틈새로 비쳐오는 빨간 빛이 이미 노을이 지고 있는 모양이였다.
"전하…! 이것은… 소인이… 안됩니다…!"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정말로 어렴풋이 들려왔다.
낯선 사람? 현우는 눈을 동그랗게 뜸과 동시에 상체를 일으켰다.
현우의 침대 옆, 조금 떨어진 곳에 하얗고 파란 옷을 입은 어의와
그 옆에서 웃음짓고 있는 수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 웃음이라는게, 정말 능글 맞아 보였다.
"아. 깨어났군."
현우가 먼저 부를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사이 수현이 일어난 현우를 발견해냈다.
그리고 어의의 손을 잡아 끌며 자신의 옆으로 다가왔다.
"전하…!"
낮고 떨리는 목소리의 6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어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대는 이미 나의 편이 되어버렸으니 말이야."
"들은것도, 본 것도 전혀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전하."
"현우야, 잘 잤느냐?"
어의의 말은 무시한채 현우를 향해 웃으며 묻는 수현을,
예에, 하고 작게 대답한채 현우는 안절부절 못한 얼굴로 어의와 수현을 바라봤다.
어의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수현의 옷깃을 붙잡고 늘어졌다.
"이 늙은이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라고 이런 짓을 저지른단 말입니까, 전하!"
"아아, 현우야. 이 어의는 우리의 편이란다."
현우는 멍한 얼굴로 수현을 바라봤다.
"황실 내의 최고 실력이라고 손꼽히는 어의가 우리 편이 되었으니 말 다했지 않느냐?"
늙은 어의는 자신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듯한 수현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그 다음은 체념하는 듯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늙은이가 어떤 것을 해야 하는 것입니까."
수현은 어의의 말에 정말로 환한 웃음을 내비쳤다.
-
"그 말이 사실입니까, 전하!"
집무실 안에는 여러명의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리고 제일 위의 자리에 수현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엔 아까 그 늙은 어의가 머리를 조아린채 있었다.
"그렇소. 어의가 말한대로요."
"말도 안됩니다. 전하!"
그리고 침묵이 이어졌다.
그래, 말도 안된다고 하겠지만 이 황실 내의 최고 권력자가 그렇다고 하는데 아니라고 할 수 없지는 않는가.
그렇게 간 큰 사람도 없을거고.
"그래, 그것이 끝이오?"
잠시 집무실 내를 둘러보다 수현은 빙긋 웃었다.
여유롭다. '그런 것' 치곤 너무 여유롭지 않은가.
원래 수현에게 자신의 여식을 내어주고 혼인시켜 종친이 되려고 했던,
벼슬 아치내 최고 권력자라 불리는 한 사람이 이를 갈았다.
"이것은 태상황제, 또 후부인 께서도 인정하신 일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마십시오."
집무실 안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그래, 여기 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으면 된다. 더 이상 새어나가면 황실의 권위가 떨어진다.
라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데…."
혼잣말을 하듯 조용히 흘린 수현의 말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조용하다, 라고 하기 보단 약간의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듯 하였다.
모든것은 수현이 바라는 대로다.
-
그 시간이 파하고 나서 부턴 어떤 은밀한 서류들이 수현에게 쏟아져 왔다.
어쨌거나 현우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했던 수현은 원하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짜증이 났다.
"헌데, 정말로 그래도 되는겁니까?"
수현의 처소에서, 수현의 무릎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현우가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봤다.
그런 현우가 귀여워 수현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래, 괜찮단다."
"하지만 사실은 괘, 괜찮은 것이지요?"
왠일인지 현우는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수현은 푸흡, 하고 웃었다.
"그래, 괜찮다."
수현은 크게 하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현우의 빨간 얼굴이 더 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그 때, 황제의 처소에 똑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왔군, 하는 수현의 웃음섞인 작은 목소리에 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아, 이 분이…."
혼인식날 베일에 가려져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던 현우를 힐끔 보던
20대 중반의 남성이 수현의 헛기침에 고개를 재빨리 숙였다.
"위대하신 황제 전하를 뵙습니다."
"그래, 기다렸다. 앞에 앉아라."
남자는 내심 놀란 눈치였다. 수현의 표정은 너무나 여유롭고, 또 여유로웠다.
"전하, 외람된 질문이오나…"
"해보아라."
"전하의 용정은 사실 무탈하고 건강하신 것이지요?"
실질적인 황실 내의 법도를 잘 모르는 그 남자의 말에 수현은 웃어버렸다.
"그래, 그래 그게 사실이다. 그대는…"
"네. 소인은 저번달 정…."
"아니, 관직은 필요없고. 이름이 무엇이냐?"
"아, 네 저는…."
-
현우는 누군가 자신을 부른다는 소리에 자신의 처소로 돌아간지 오래다.
다과상을 앞에다 내어놓고 있지만 수현과 남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뜨거웠던 찻잔이 조금 식을 때 쯤, 수현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래, 그 아이가 지금 어미의 배에 수태되어 있다고?"
"네. 지금 1개월이 채 안되어 있습니다.
전하께서 데려오시기에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흠-"
수현은 살짝 웃음 지었다.
"또한 아이를 수태한 어미는 전대 황실의 자손입니다."
"그렇다면 2대 전의 어느 누군가가 황실에서 나갔겠군."
"네. 평민을 사랑하여서 도망치듯 황실을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평민을 사랑했다라. 수현은 미묘하게 웃음지었다.
"재산이 없어 지금은 무척 곤궁하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두 명 있었으나 전쟁 중 모두 죽고 아이를 수태한 어미만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그 어미는 황실의 자손인것을 모르느냐?"
"네. 황실의 자손임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랬군."
"어미는 돈을 내주면 당장이라도 아이를 내어줄 것 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일어나 깊게 허리를 숙이고 돌아갔다.
수북히 쌓여있던 종이들은 이제 쓸모가 없게 되었다.
그 남자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결코 흔들림이 없는 올곧은 남자였다.
그리고 그 남자는 수현이 바로 황실에 데려와 일을 시킨 남자이기도 했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또 자신의 편이 되어줄 두번째 사람이었다.
"일이 쉽게 되는구나."
수현은 현우를 보러 당장이라도 날아갈 기세로 일어났다.
현우를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현은 기분이 좋았다.
황실의 권위를 악착같이 중시하는 그 늙은이들도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섞여야 하는 현우보다,
그들의 순리를 잘 알고 밀착되어있었던 자신이 한가지 결함을 가지는 것은 괜찮은 일이다.
계획대로 모든것은 착착 진행되어 갔다.
이해 안가시는 분들을 위해. 수현이 사실은 정자가 없다고 거짓말을 친겁니다. 다 현우를 위해서죠ㅠㅠ 현우야 수현에게 잘해줘야해.........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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