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세계관 주의
w.모르
* * *
현우는 보통 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빨리 일어났네?"
그 보다 더 일찍 눈을 뜨고 세안까지 마친
수현은 현우를 보고 웃음 지었다.
"수현은 더 빨리 일어났으면서."
조금 졸린 눈을 비비더니 슬금슬금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현우.
그를 보고 귀여운 아이를 보듯 미소를 짓는 수현.
알콩달콩한 신혼부부의 모습이다.
"마을 사람들은 벌써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수현이 짐짓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자,
으악, 얼른 나가야겠네요! 라며 현우는 허둥지둥 움직였다.
-
마을 밖은 수현의 말대로 축제 준비가 한창이였다.
원랜 조그맣게 벌어질 축제였지만, 수현이 무슨 짓을 했는지
식량이 몇 개의 마차에 실려 마을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마을이라 이정도만 준비해봤소.
아시다시피 황실도 그렇게 사정은 좋지 못하니 이해해주시오."
현우는 마차로 달려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보이는데 지장은 없지만 그래도 앞에 답답한 뭔가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면,
그것을 치우고 싶기 마련이라 앞에 가려진 천을 신경을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빵이랑 고기, 맥주, 주스."
찬찬히 품목을 살펴보던 현우는 미소지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여기 있는 사람들이 골고루 다 먹을 수 있고,
다 먹게 된다면 이틀, 천천히 조금씩 먹는다면 일주일을 먹을 수 있는 식량이였다.
"힘 좀 썼네요?"
"즐거운 축제라는데 이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수현은 현우의 어깨에 손을 올려 두어번 토닥여줬다.
마차를 둘러보던 수현은 어느샌가 마차에 다가가 작은 배낭을 꺼내왔다.
현우가 그것이 궁금해 무엇이냐고 물어보아도 수현은 웃을 뿐이였다.
마차에 실려온 식량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두 눈이 빛났고,
마을 사람들은 환호하며 식량을 옮기기 바빴다.
마차가 나가자 사람들이 수현과 현우의 주변으로 몰렸다.
아이들이,
"고마워요, 멋쟁이 아저씨!"
하고 왁자지껄 떠드는 사이 현우는 아이들이 귀여워 소리내어 웃었다.
수현도 따라 웃었다. 아이들이 귀여워서, 가 아니라 현우가 귀여워서.
그리고,
모자에 달린 천을 벗기려 달려드는 아이들을 수현은 내쫓기 바빴다.
전쟁이 끝나도 아이들은 근심걱정이 없어보였다.
아이들은 아이들이구나. 하고 현우는 생각했다.
"얘들아! 그만둬라!"
축제 준비에 한창이던 어떤 할아버지가 우렁찬 목소리로
수현과 현우 주위에 있던 아이들을 내쫓았다.
새하얗게 샌 머리나 수염은 칠십대쯤 보였는데 행동은 청년이나 다름없었다.
"하하, 아이들이 예의가 없어 그러오. 무례를 용서하시오."
현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수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할아버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
"축제를 즐깁시다!"
뭐, 축제라고 해서 성대한 것은 아니였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작은 축제였다.
어른들은 술과 고기를 맛보며 잠시나마의 기쁨을 누렸고,
어떤 아이들은 어른들의 틈에서 먹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뛰어 다니며 놀기도 했다.
"어이, 거기 부부도 와서 먹으라구. 축제는 다 같이 즐겨야 한단 말이야. 딸꾹"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되어 수현과 현우를 부르는 아저씨.
현우는 손사레를 치며 술을 못한다고 얘기했다.
그러고보니 어제 남자의 집에서도 물만 홀짝거렸던 현우였다.
수현은 무슨 생각인지 웃었다.
"아가, 술은 마시면 는단다."
그리고 현우도 그 술판에 끼어들게 되었다.
-
말하자면 현우는 입만 보였다.
그것이 조금 웃기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하,"
원래 웃음이 헤펐지만 더욱 헤퍼진 웃음을 늘어놓는 현우를 보며
수현은 귀엽기도 했고, 복잡한 감정이였다.
"제 부인이 많이 취한것 같으니…"
말을 채 다 하지 못한채 수현은 술판에 있던 사람들을 보았다.
각자 이야기 중이고, 곯아 떨어진 사람도 있고.
그래서 수현은 그냥 현우를 업고 나왔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착하자,
수현은 잠시 현우를 내려놓고 모자를 벗겨주었다.
"아가, 너무 많이 먹은것 아니냐?"
자신이 먹자고 했지만 내심 찔렸다.
수현은 다시 현우를 업고 마을을 돌아다녔다.
"흐- 헤, 스혀어언-"
혀까지 꼬였는지 현우는 의도치 않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이런, 많이 취했나 보구나."
말만 그랬지 수현은 그 애교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지. 하고 수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 신경이 등 뒤에서 웅얼웅얼 거리는 현우의 말에 가있느라
어디에 있는지도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별은 예쁘군."
수현은 흙바닥에 조심히 현우를 놓고,
재빨리 앉아 현우를 위해 무릎을 내주었다.
"아가, 하늘이 참 곱구나."
아무도 없는 곳엔 주변이 탁 트여 있었다.
주위엔 곤충의 소리들이 가득했고,
수현과 현우, 둘 뿐이였다.
-
지쳐 잠들었던 현우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눈을 떴다.
아직도 화끈거려, 모자는 어딨지? 하고 현우는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렸다.
술을 먹고, 아, 수현의 말에 술을 먹고. 그 다음 기억이 없었다.
"이제 일어났느냐."
이 사람은 잠도 없나보다. 내가 깨어있을땐 항상 깨어있네. 현우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내려 노력했다.
웅얼거리는 현우의 목소리에 수현은 큭큭 거렸다.
"뭐라고 하는지 안들리지 않느냐."
"제가 얼마동안 자고 있었습니까?"
"글쎄, 별로 안되었다. 삼십분쯤. 처음 술 마시고 취하고, 잔것 치곤 굉장히 일찍 깨어났구나."
수현의 장난스러운 말에 현우의 붉은 얼굴이 더 붉어졌다.
"이거말이다."
품 속에 계속 안고 있었던 그 작은 배낭을 드디어 꺼낸 수현을 보고 현우는 눈을 반짝였다.
배낭 안에서 무엇인가 꺼낸 수현은 현우에게도 하나 쥐어줬다.
"폭죽이라는 거란다. 이건 소리가 안나는 거야."
수현이 조심스레 불을 붙여주니 반짝반짝 빛나며 타오르는 폭죽,
이라는 것을 본 현우는 난생처음 본 것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았다.
소리는 나지 않고 불똥을 튀기며 노란 빛으로 반짝거리며 타들어가는 폭죽을
현우는 우와, 라는 짧막한 한마디와 함께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에 드느냐?"
수현은 현우의 반응에 재밌다는듯 웃곤 물었다.
"네에- 당연히요. 처음보는 것입니다. 폭죽이라구요?"
"그래, 그렇단다."
"아, 그리고 제 모자는요?"
"그거라면 여기 있다."
배낭 옆에 고이 모셔둔 모자를 보고 현우는 안도했다.
"걱정말거라.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우리 예쁜 현우의 얼굴을 아무에게나 보여주겠느냐?"
수현은 자신의 폭죽을 들여다보다가 현우를 보고 웃었다.
거의 다 타들어가는 폭죽을 보며 수현은 현우에게 가까이 붙어 앉았다.
더워요, 라고 칭얼거리는 현우의 말을 무시한채.
"이대로가 좋구나."
수현은 현우를 보고 웃었다.
현우도 수현을 보고 따라 웃었다.
수현은 다 타들어간 폭죽을 버렸다.
현우는 영문도 모른채 다 타들어가는 폭죽을 아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수현은 그런 현우를 보고 웃곤, 현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현우는 수현의 행동에 심장이 뛰었다.
"현우야, 현우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정인.
비록 폭죽은 사라져버렸지만, 난 영원토록 널 사랑할거란다."
현우는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수현은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전해진것을 느꼈다.
현우는 슬쩍 한숨을 쉬곤,
"수현. 내 사랑."
현우는 짧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수현은 현우의 행동에 조금 놀랐고, 귀여웠다.
현우의 행동에 화답이라도 하듯 수현은 재빨리 현우에게 입을 맞췄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자신의 사랑을 말하듯. 길게.
오늘은 많이 늦었네요!ㅠㅠ 그래도 길게 써왔으니까 용서해주시길! 내일은 쓸 수 있을지 없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 시간까지도 안 올라온다면 못 쓴걸로 생각해주세요ㅠㅠ 세모네모님, 김수현님, 엘모님 감사합니다. 봐주신 모든 분들도 감사합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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