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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로 일찍 눈이 떠졌다.
구름이 많이 낀 듯, 하늘이 약간 흐리멍텅했다.
항상 볕이 뜨거우리만치 쨍쨍하게 들어왔었기 때문에 흐린 날씨도 나름 좋은 구석이 있다는 걸 느꼈다.
오늘은 모래사장도 뜨겁지 않겠지?
하는 기쁜 마음에 운동화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역시 해변으로 나오니 바닷물이 참 예뻤다.
날은 흐려도 물은 너무나도 맑았다.
걷고 또 걷다가 바닷물 안에 담겨있는 바위 근처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
"....."
그는 다행히 나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급하게 시선을 숨기느라 몸을 돌렸다.
그는 일찍이 일어나서 바위 위에 그의 하의인, 짐승가죽을 널어놓고 몸을 씻고 있었다.
...그렇다.
내가 본 것은 그의 나체였다.
그에겐 별 것 아닌 일일지도 모르지만, 도시인인 내게 그것은 조금 민망한 광경이었다.
"....엄마, 깜짝아..!.."
"....."
![[EXO/카이/빙의글] PARADISE 04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8/7/087f2a12bcc7b015ec3fac00726d06b8.jpg)
어느 새 그는 물 밖으로 나와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는 자연스레 시선이 아래로 향했고, 다행히 그는 다시 하의를 두르고 있었다.
어쩐지 그 모습이 꼭 타월을 두른 듯한 모습 같아서 더 야시시하게 보였다.
그의 머리와 가슴이 물로 흠뻑 젖어있었다.
내가 그의 아래를 쳐다보자, 그도 같이 자신의 아랫도리를 쳐다보았다.
민망한 내가 고갤 휙 돌려버리자 그가 의아한듯, 걸음을 옆쪽으로 옮겨 나를 내려다 보았다.
![[EXO/카이/빙의글] PARADISE 04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4/3/f43c78479f5e7dc0495310badade4a38.jpg)
이... 이러지마...
내가 짐승이 될 것 같은 기분이야..
나는 숲으로 걸음을 옮겨 자리를 피했다.
괜히 나무 잎파리를 뜯다가 한숨을 쉬었다.
지금 남자 몸보고 두근 거릴 때가 아닌데...
나도 그에게 계속 의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마저 만약 무슨 일이 생겨버린다면....
"......"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잎줄기를 떨어뜨리고 손을 털었다.
뭐가 어찌 되었던 나는 살아있고, 만약 내가 죽을 운명이었다면 분명 그 파도에 휩쓸려 죽어버렸을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조심하며 숲을 걷고 또 걸었다.
발도 찔려보고, 나름대로 겪어서인지 이제 더 이상 벌레도 무섭지 않았고 발도 멀쩡했다.
그러다, 그를 또 발견했다.
언제 숲에 들어온거지?
"....!?.."
내 눈을 의심했다.
여긴 분명 바다가 근처에 있는 해변이다.
나는 다시 힐끔 쳐다보고는 나무 뒤로 몸을 숨겨 생각을 정리했다.
틀림없이 그의 앞에는 늑대 한마리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큰...
![[EXO/카이/빙의글] PARADISE 04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f/b/efbc2d5c48fc8aa1fc89f84347f2fcc5.jpg)
혹시 나의 말이 씨가 되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버린 건 아닌지 싶어 심장이 뛰었다.
어떻게든 그를 구해주고 싶어 내가 나서려 뒤를 돌아볼 때쯤엔, 그가 이미 내 앞에 있었다.
"아, 깜짝이야...!.."
"....?"
"뭐야... 괜찮은 거야?! 어디 물린 건 아니지?"
"....??"
내가 더듬거리며 그를 한바퀴 빙 돌게 만들고 나서야 나는 한시름 놓았다.
다행히 어디가 크게 다친 곳은 없어보였다.
다시 한 번 그 늑대가 있던 곳을 휙 살펴보니, 이미 사라지도 없었다.
여긴 대체 얼마나 깊은 섬인거지?
"....아..."
"......"
그가 나의 팔을 붙잡았다. 가자고 하는 것일까.
내가 그를 꿈뻑거리며 바라보니 그가 숲을 나가는 방향으로 인도했다.
나는 가만히 그의 손에 붙잡혀 있다, 문득 아침의 일이 생각나 조금 발그레해졌다.
그리고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또 혼자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가 입을 만한 옷이 있다면 참 잘 어울릴텐데...
키도 크고 몸매도 좋으니까 정장도 분명 잘 어울릴............
![[EXO/카이/빙의글] PARADISE 04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2/b/12bbf582c486b8ba713e980484f0e56e.jpg)
... 상상해버렸다.
나 혼자 뒤에서 꼼지락 대고 있어서인지, 그가 나를 돌아봤다.
나는 괜히 움찔해서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만약 이섬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된다면, 그에게도 정장을 한 벌 선물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이... 이건 좀..."
그는 내게 권하고 있었다.
무엇을? 벌레를!
다름이 아니라 아침식사 중이었다.
그가 불에 구운 벌레를 손으로 집어 먹고 있는 것을 몸을 쪼그린 채로 구경하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살아가는데, 저런 것도 분명 먹을 수 있게 되겠지.
하지만 난 아직 도시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내게 내밀어 권유했지만 난 고갤 저었다.
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그는 더 가까히 내게 내밀었다.
"싫어..! 싫어..!"
".....?"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조금은 씁쓸한 얼굴로 도로 가져갔다.
나는 그의 선심을 알기에 조금 미안해졌다.
소심하게 손을 뻗어서 그의 머리를 매만졌다.
"...많이 먹어. 나는 괜찮아."
"......"
내가 그를 이해하듯, 쓰다 듬으니 그는 또 내게 입술을 부딪혔다.
스킨십의 O.K. 사인으로 받아들인 걸까?
야동을 보는 것도 아닐텐데 원시 사람이 뭐 이리 욕구가 많은지... 정말 별난 인간이다.
...음...?.. 별종이라...
나는 또 다시 삼천포로 빠지려다, 그가 입술을 깨물어올 것만 같아서 그를 밀어냈다.
그리고 곰곰히 되뇌이다, 그에게 물었다.
"이름 종인이 어때? 한국식으로..!"
"....?"
종인이는 다름이 아니고
별종인간.
그는 역시 알아듣지 못한 눈치였다.
나는 그에게 삿대질을 하며 '종인' 이라는 말을 꺼내었다.
"많이 먹어, 종인아."
내가 웃으면서 말하니, 그가 또 다시 접근해왔다.
나는 그의 입술을 턱 막으며 말했다.
"...ㄴ, 너 벌레 먹었잖아. 싫어."
"......"
![[EXO/카이/빙의글] PARADISE 04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2/e/c2e2122b8c900d91a2734edf34c1a1f2.jpg)
내가 고갤 도리도리 저으니, 그가 물러났다. 꽤 귀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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