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야!!”
오늘도 역시 나의 하루는 너로 시작한다.
아픔에 젖은 울음소리만이 가득한 너와 내가 있는 이 곳은 먼 훗날
내가 더 많은 꽃을 살리지 못했단 죄명으로 잡혀갈 지옥에 맛 보기정도가 되는 곳이랄까.
암병동. 이곳에 난 무능력한 의사 쫄병 넌 죽어가는 화원의 꽃으로 회색빛 벽에 흰색 페인트를 얼룩지게 바르고 있는 중이다.
울음소리만이 가득한 곳에서 하루를 보내는건 날 금방 지치게 했다.
모두를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온 이곳에서 그럴 수 없다는걸 내가 헛된 망상을 가지고 있단걸 알아챈건 이곳에 온지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처음 맡은 나의 환자에게 사망선고를 해 주지도 못했고 시들어버린 꽃을 보내는 벌들을 위로할 수도 없었다.
그저 무능한 날 욕했고 멋모르고 이곳에 온 날 탓하는 것 밖에. 그리고 이곳에 있는 난 웃음을 잃었다.
그러고도 일주일 뒤 넌 이곳에 그것도 내 환자로 들어왔다.
일주일 전 상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난 널 피했다. 그렇게 형식적인 주치의와 환자 그런 관계일 때 넌 나에게 보호막이 되어주었다.
나의 첫 환자의 보호자가 다시 병원으로 와 날 찾았을 때 말이다.
보호자는 날 탓했다. 내가 무능해 그렇다고 너만 아니면 우리 엄만 살아있을거라고 너 때문에 돌아가셨으니 너도 죽으라고
멱살을 잡고 울부짓는 그녀에게 난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 손찌검을 해 고개가 돌아갔을 때도 아픈소리 하나 낼 수 없었다.
나도 그녀와 같이 무능한 날 탓하며 가만히 있자 그녀는 이내 주저앉아 나를 욕했다.
그리곤 이내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뒤에서 내 잘못이 아니라 하는 너의 목소리만 빼고 말이다.
“괜찮아 괜찮아 네 잘 못이 아니야 최선을 다했잖아 그치? 그럼 됐어 네 잘 못이 아니야”
그제서야 볼이 화끈거리는게 느껴졌고 조금씩 눈물이 차올랐다.
“아프다..”
아팠다. 이런 일을 당하는것도 널 떠나보내야 한다는것도 이곳에 내가 있는것도 그냥 모든게 다 날 지치게 했고 아프게 했다.
그 뒤로 우린 꽤 가까워졌다.
넌 색이 진한 사람이라 옅은 색을 가진 내가 물드는건 쉬웠으니 당연했다.
“봉이야!”
“봉이야 너 왜이렇게 예뻐?”
“봉이야 있잖아 내가 많이 좋아해 알지?”
“하루 종일 네 생각밖에 안나..”
“조금만 더 같이 있으면 안돼?”
“봉이야.. 내가 잘 못 했어 응? 화 풀어라 응응?”
옆에서 조잘거리는 니가 처음엔 귀찮았다. 아니 정 주는게 두려웠다.
내 마음을 모르는 넌 수 없이 날 두드리는 니가 너무 좋아 나도 널 받아드렸다.
헛된 꿈인걸 알면서도 깨어나면 아플걸 알면서도 우리는 모른척 했다.
함께하는 지금이 너무 달콤해서
니가 떠나게 된건 꽤나 오래 뒤였다. 그래서 우린 더 헛된 꿈을 꾼건지도 모른다
니가 다 나을 수 있단 꿈을 너무나 간절히 이뤄지길 바랬고 바랬다.
하지만 신은 없었고 꿈은 언제나처럼 깨졌다. 그렇게 넌 나를 떠났고 난 너를 떠나보냈다.
널 떠나보내기 싫어 아이처럼 우는 날 보며 넌 환하게 웃었다.
아플텐데 많이 아플텐데도 넌 환히 웃었다. 왜? 왜 그렇게 웃었는지 난 모르겠다.
니가 마지막으로 한 말도 난 모르겠다.
“봉이야 만나서 신께 감사했어. 내가 너에게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길 바래.
기억이 떠나 추억이길 바래 사랑해 봉아“
***
병약한 원우를 보고싶었을 뿐인데... 왠 똥글이..
원우 버전이 아마 올거에요.. 그리고 저번에 온 조각글 뒤편도 올텐데 언제올지는... 추석전에는 올게요
저번편은 멤버 신청 더 안해주시면 신청해주신걸로 쓸게요!! 그럼 안녕..